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7월 24일 (월요일) C6 골프 골프는13세기무렵스코틀랜드에 서태동한이래만인의사랑을받으며 가장중독성이강한스포츠의하나로 자리잡았다. 골프예찬론을펼치자면끝이없을 것이다. 골프예찬의귀착점은결국 골프가안고있는 불가사의성이다. 남녀노소를막론하고걸을수있고 빗자루질할힘만있으면누구나 즐 길수있는데다그재미의중독성은 어느스포츠도따라올수없다. 오죽 했으면 ‘골프의가장큰결점은너무 도재미난다는데있다’는말까지나 왔을까. 아무리노력해도결코흘린땀에비 례하지않는속성,아침에깨달았다가 도저녁이면잊는망각성,언제라도천 국과지옥을오갈수있는예측불허 성,결코신체조건이나체력으로변별 되지않는결과의의외성,인생보다더 인생다움, 신기루처럼달아나는목표 등골프의불가사의성을대충나열해 봐도이정도다. 골프는말하자면상 식과 통념을거부하는특별한 운동 이다. 이때문에많은사람들이한번 골프채를 잡으면지팡이를짚을 수 있을때까지골프채를 놓지못하는 것이다. 골프의경제적인측면만놓고보면 시간과비용이많이들고필요한운동 공간이낭비적이라는비판이따른다. 그럼에도불구하고골프인구가계속 늘어나는것은골프를통해얻는장 점이의외로많기때문이다. 적당한걷기와스윙은유산소운동 효과가있다. 특히스윙은장을자극 해변비예방에도효과적이다. 집중력 과유연성향상에도도움이된다. 콜 레스테롤저하에도도움을준다. 무 엇보다고려하고판단해야할사항이 많아치매예방에도효험이크다. 그러나골프중독성의본질은놀이 로서의속성에서찾아야할것같다. 놀이를인간을이해하는 가장 핵심 요소라고 주장한 프랑스의사회과 학자로제카유아(Roger Caillois, 1913~1978)는저서‘놀이와인간’에 서놀이의유형을크게경쟁놀이, 확 률놀이, 모방놀이, 현기증놀이로나 눠소개했다. 경쟁놀이는공정한규칙에따라경 쟁자와겨뤄서자신의우수성을인정 받고싶은인간의욕망이놀이로표현 된것을말한다.대부분의운동경기가 여기에해당된다. 확률놀이는의지와 상관없이운이나 요행, 또는운명에 결과를맡기는놀이로카드게임이나 주사위놀이등도박이이에속한다. 모방놀이는내가아닌가상의인물이 되어보는것으로소꿉장난이나연극 등이그예다. 마지막으로현기증놀 이는실제로위험하진않지만일시적 인공포상태를인위적으로만들어즐 기는것으로, 롤러코스터나번지점프 등이대표적인예다. 골프는카유아가말한네가지놀이 의속성을모두갖고있음을알수있 다. 골프는타인과의경쟁은물론자 신의최고스코어나파(par)를대상 으로자기자신혹은골프코스와경 쟁하는스포츠이기도하다. 또두번 다시같은샷을만들어낼수없는정 도로모든샷은처음이자마지막성격 이강하다. 그만큼확률이낮고우연 성이강하다. 우리는특정선수의스윙이나플레 이스타일을흉내내려고애쓰며, 경 기중멋진버디퍼트를성공시키면우 리는마치자신이타이거우즈라도된 듯주먹을허공에날리며어퍼컷세리 머니를따라하는것은다분히모방 성을보여준다. 가능성이낮은데도 나무, 벙커, 해저드등코스곳곳에위 치한위험요소를앞에두고무모하지 만짜릿한모험을시도하는것은바 로현기증놀이의요소로봐야할것 이다. 골프가놀이의조건을모두충 족시키고있음을알수있다. 구력이40년에가까워지면서개인 적으로골프최대의불가사의성은 ‘결 코뜻대로되지않음’으로집약하고 싶다. 과연내뜻대로스윙을날릴수 있고원하는스코어를낼수있었다 면계속골프채를잡고있었을까반 문해본다.내뜻대로되지않기때문에 분노와좌절, 후회를하면서도골프 채를놓지못하는것이다. 결국골프 의최고매력은 ‘뜻대로되지않음’에 있지않을까.바위를산꼭대기에올려 놓으면다시굴러떨어질것을알면서 도바위를산꼭대기로밀어올리는형 벌을받은시지프스를자청한사람이 바로골퍼가아닐까. golf ●칼럼니스트방민준 서울대에서국문학을전공했고, 한국일보에입사해 30여년간언론인으로활동했다. 30대후반골프와 조우,밀림같은골프의무궁무진한세계를탐험하 며다양한골프책을집필했다. 그에게골프와얽힌 세월은구도의길이자인생을관통하는철학을찾 는항해로인식된다. 유 토 이미지 골프 가불가 사의한진 짜 이 유 36 2 0 2 3년6월 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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