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7월 31일 (월요일) C6 골프 golf ●칼럼니스트방민준 서울대에서국문학을전공했고, 한국일보에입사해 30여년간언론인으로활동했다. 30대후반골프와 조우,밀림같은골프의무궁무진한세계를탐험하 며다양한골프책을집필했다. 그에게골프와얽힌 세월은구도의길이자인생을관통하는철학을찾 는항해로인식된다. 골프와 파 도 타기 의공통 점 미국에‘골프너트협회’(TheGolf Nut Society)란 단체가 있다. 견 과류를의미하는너트(nut)는무언 가에광적으로 매달리는 사람을 뜻 한다. 프로선수가 아니면서광적으 로골프사랑에빠진골퍼들의모임 이다. 1986년설립된이협회는골프 에미친정도를가늠할수있는소정 의테스트를거쳐가입할수있다. 당 연히골프중독증세가중증이상이어 야한다. 자신의골프사랑, 골프중독의정 도를상세히기록해제출하면협회에 서포인트를부여한다.주어진포인트 를계산해‘오늘의골프너트’, ‘이주일 의골퍼너트’, ‘이달의골프너트’를발 표하고연말에대망의 ‘올해의골프 너트’를선정한다. 누적포인트가일 정수준을넘으면 ‘Certified golf nut’라는명예칭호가주어진다. ‘협회 인정골프광’이다. ‘올해의골프너트’로선정된다는것 은골프로선최고의영예다. 골프인 구나골프코스등세계최고의환경 을갖춘미국에서‘올해의골프너트’ 로선정되면단번에매스컴을타고유 명인사가된다. 미국농구사상가장 위대한선수로인정받는마이클조던 은농구를하면서도골프에미쳐이 협회가창립되자마자회원으로가입, 3년후인1989년 ‘올해의골프너트’ 로선정되기도했다. 서핑(Surfing)에빠진사람들에게 골프의중독성을이야기하면코웃음 치기십상이다.골프중독자의사례는 주변에서수없이보고듣는다.일상에 서잠시일탈하는정도가아니라아예 휴직하고동남아에서몇달씩골프를 즐기거나북미일주골프여행을감행 하는가하면세인트앤드류스올드코 스등골프의고향스코틀랜드의골 프코스들을순례하는등보통골퍼 로선엄두도못낼일을저지르는(?) 용기와배짱을지닌사람들이다. 가끔접하는서핑애호가들의얘기 를종합해보면그중독성은골퍼애 호가보다심했으면심했지뒤지지않 는것같다. 틈만나면바다를찾고, 바다를보면파도를관찰하고, 좋은 파도를만나면서슴없이한몸이되고 마는열정은소름돋을정도다. 국내 의해안을섭렵하는데머무르지않고 버킷리스트를만들어매년휴가철마 다하와이, 캘리포니아, 호주, 남아공, 필리핀,인도네시아, 남태평양과카리 브해등지의세계적서핑명소를찾기 도한다. 서핑이너무좋아하던일을 접고아예서핑관련직업(서핑장비 대여및수리,강습등)을선택하는사 례도적지않다고한다. 골프와서핑은중독성에서우열을 가리기힘들지만접근하는과정과정 신자세, 쾌감의강도, 끊임없는도전 을자극하는속성등이너무도닮은 것에놀라지않을수없다. 서핑의문외한인나는우연히동네 도서관에서<파도수집노트>라는책 을발견하고단숨에읽었다. 오십평 생을방구석생활자로살던만화가 이우일이파도타기에매료되는과정 을담백하게털어놓은에세이다.이우 일과부인선현경의파도타는재미에 빠진이야기가경쾌한삽화와함께재 미를준다. 대학졸업후만화가로살던이우일 은50이넘어파도타기에빠졌다. 그 의파도타기는구체적으로보통서핑 보드보다 작은보디보드(별칭부기 보드)를타는것이다. 보디보드는서 핑보드보다길이가짧아보드에몸을 엎드려밀착한자세로파도를타는 스포츠다. 전공과하는일이같은부부는하 와이에서일할기회를얻어자연스레 파도타기에이끌린다. 그과정을부 인선현경이먼저 ‘하와이하다’는제 목의책으로냈다. ‘파도타고글쓰 고, 파도타고그림그리고,여행과일 상의사이그어디쯤조금긴하와이 살이’를담았다.선현경의파도타기는 부표에몸을의지해물위에떠파도에 몸을맡기는수준이었지만그는그것 만으로도파도타기의묘미에빠졌다. 이우일은파도타기에중독되는이 유로어린시절해질녘까지 ‘한번만 더’를외치며타던미끄럼틀과비슷하 다고했다. 경사면을주르륵타고내 려올때의그즐거움을안다면아이들 이미끄럼틀에중독될수밖에없듯파 도타기도스키, 스케이트보드, 썰매, 스노보드와함께비슷한중독성이있 다고봤다, 파도타기가다른탈것들 과다른점이라면타고내리는경사면 이물로되었다는것뿐이다. ‘경사면이물’이라는데에파도타기 의핵심이있다. 물로된경사면이라 아무리넘어지고고꾸라져도크게다 치지는않는다.물에거꾸로처박혀도 짠물만좀먹을뿐물리적인타격은 거의없다.또다른파도타기의경이는 경사면이계속움직이고변화한다는 것이다. 시시각각움직이는물의언덕 은처음엔적응하기무척어렵지만일 단그원리를깨닫고즐기다보면엄 청난놀이기구로변한다고털어놨다. 다음과같은그의고백은파도타기 의중독성이골프의그것과다르지않 음을보여준다. ‘다가오는파도를빤히보고도그 것이정작코앞에다달았을때는도 무지붙잡거나올라탈수가없었다. 파도는마치내가거기에없는것처럼 나를통과해지나갔다. 보통의인간 은물을맨손으로움켜잡을수없다. 액체로이뤄진파도에올라타려면너 울의리듬에자신을맞춰야한다. 하지만그건노력만으로는불가능 해보였다. 몇번이고시도해도출렁 이는바다의움직임을이해할수없었 다.아,파도가내몸을스치는찰나에 느껴지는그허전함이란.파도를타기 위한나의의미없고부질없는몸부 림, 물이다가와나를스쳐지나가는 그순간은너무나짧고덧없었다. 나 의무모한몸짓은무엇이든꼭움켜쥐 려는욕심으로가득한내삶을대변 하는것같았다. 파도, 그것은인간이소유할수있 는종류의것이아니었다.그것은연기 와같고어쩌면신과도닮았다. 그래 서감히파도와대면하는것자체가 가당찮은짓같았다.’ 기대와의욕으로라운드를시작해 천변만화하는상황과씨름하다자학 과 탄식으로마지막홀을빠져나오 는골퍼와무엇이다른가. 이밖에도 파도를 기다리는 장소 와때를판별해내는일, 그때를기다 리는인내심, 좋은파도를읽는눈, 주 변서퍼들과의소통력,눈에보이지않 는물밑을읽는주의력,여기에장시간 기다리다험한파도를타는데필요한 체력등은라운드를돌때필요한것 들과무엇이다른가. 유 토 이미지 36 2 0 2 3년6월 12 일

RkJQdWJsaXNoZXIy NjIxM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