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8월 5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뉴스ㆍ속보서비스 www.HiGoodDay.com 오늘은 비가 내린다 한나절까지간간이햇살이보이 는 흐린 날씨였는데 오후가 되자 두툼한 먹구름이 몰려들면서 빠 르게이동하더니하늘이용트림을 하며 강한 바람을 쏟아내더니 수 목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돌풍의 들숨과 날숨 사이로 엄청난 비가 퍼부어댄다. 한동안 뜸했던 비 냄 새가 새삼스레 마음을 설레게 한 다. 비가 쏟아지자 감정선을 터치 당한 것 마냥 실체가 불분명한 격 앙된 힘이 솟아난다. 몸도 마음도 풍선처럼두둥실해진다.갑자기목 적지 없이 빗속을 달리고 달리는 상상에 붙잡힌다. 한 더위에 달구 어진 대기를 순식간에 장악한 빗 줄기가무방비상태대지에파열하 듯 장렬하게 쏟아진다. 초록을 머 금은 유리창에 방울방울 사념이 매달린다. 창을 두드리 듯 세차게 퍼붓는빗방울이혈관에주입되는 링거액처럼메마른세상을빠르게 타고 스며들어 대지를 적신다. 숨 가쁘게쏟아지던위세가점차줄어 들면서 창에 부딪히는 빗방울 사 연이송알송알맺힌다. 수증기로 상천할 만큼의 무게로 어김없이증발되어하늘에이른물 알갱이들이어느날갑자기거침없 는낙하를통해비로소존재이유 를뼈저리게알게되었다한다. 비 는낮은곳으로흐르기위해하늘 에서내려지는은혜였다. 빗줄기가 거세 질수록 가로수 몸부림은 더 격렬해진다. 서서히 창에 들러 붙 는 빗방울 질감도 달라진다. 빗줄 기가한덩어리로밀착되며어느덧 창을때리던속도감마저사라진다. 우주적 진공 같은 것이 느껴진다. 자질구레한잡념들이빠르게사라 지면서 마침내 비 내리는 날의 창 문이 느낌표 하나로 존재하고 만 다. 떨어지는비는창아무데나들 이치고는 이미 붙어있는 방울을 만나 합쳐지면서 커져간다. 아주 크게 자라버린 방울은 제 무게에 흘러내릴 수 밖에 없어 나란히 줄 을 잇고 있는 다른 빗방울 흔적도 지워가며 흘러내린다. 계속 긋고 지우는빗방울의난무가낙서같으 면서도 유리 창을 캔버스로 한 자 연행위미술이다. 이처럼 비는 인생들에게 평화와 아름다움을선사하기도하지만지 구 온난화가 빚은 재난 앞에선 어 쩔 수 없는 물난리를 일으키고 가 산을 휩쓸기도 하고 생때같은 목 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인류 문화 발달 구현이 초래한 역학적 귀결 이다.기후변화피해를완화시키려 는기술을개발하기위해실험실에 서 연구하는 이성과 유리창에 무 심히들이치는빗방울을바라보는 감성과 연결된 구상으로 자연을 향한 인류의 마지막 사랑이 아닐 까 한다. 인간들에게 필수 불가결 한 물에서 배워야 할 것이 산재해 있다. 어이된영문인지오늘같이비오 는날이좋다. 촉촉히세월속으로 젖어드는느낌이랄까. 어릴적고 향풍경을쉽게떠올릴수있어더 욱좋다. 맑은날보다비오는날이 더좋은것은오랜세월동안변하 지않는정서가운데하나이다. 구 름이낮게드리우고가랑비가오락 가락하는 유럽의 어느 도시를 동 경해 보는 정서에 잠길 수 있어서 인가보다. 어찌 보면 우리네 인생 에도비가내린다. 마음속에도비 가 내리지만, 때로는 뜨거운 비로 마음을 잔잔하게 적시기도 한다. 천진한아이들은빗속에서뛰놀기 도한다. 비가내려야오곡이결실 을맺고산천초목도제본분껏자 연섭리에 충실했음을 내밀 수 있 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빗줄기 를 바라보노라면, 와이퍼가 지나 간 유리창처럼 맑고 간결한 마음 이된다. 유난히비를탄다는것은남다르 게 마음 정화가 필요하다는 뜻인 지도 모를 일이다. 정화에의 요구 가 유달라 세상을 씻어낼 수 있는 비오는날에집착하는게아닐까 싶다. 마음정화욕구가남다른것 은 그만큼 상처받기 쉬운 마음을 소유했다는말이기도하다.존재하 느라 일그러진상처파편들이누 구보다많아서일까.그것들을걸러 내는 정화 작용이 더 자주 요구되 는 것 일수도 있겠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문득문득생과사의감각 이환하게다가온다. 얽힌실타래 같이혼란스러웠던머릿속이단순 하게정리되면서얽힘을제공하는 것들로부터 초탈하 듯 달관에 이 르는 심사가 된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가뭇없는 존재들인지. 미약한생명을지탱해오느라지금 까지 힘차게 박동해온 내 심장에 대해아예숙연해지고만다. 오늘같이비가내리는날이면나 다니기를피하게되고활동에제약 을받지만맑은날에만날수없는 빗방울 향연이 고아하다. 무념무 상으로들이치는빗방울은유리창 에일정한간격으로가지런히세로 로 선을 긋고 있다. 연속적인 선이 아니라점점이찍어낸물방울들이 일렬로늘어서며우주존재원리의 순간과영원을포착해낸감동적인 순간을 그려낸 작품이다. 광대한 우주를 배경 삼은 빗방울 작품전 을감상하면서문득사랑없는세 상에작은풀씨같은사랑이라도 심어가야할것이라는다짐이밀려 든다. 심기만 하면 하늘이 내려주 시는 은혜의 비가 생장을 도와줄 터이니까. 아름다운 그림이나 감 동적인시가정신세계에미치는영 향만큼 빗줄기 또한 그러하다. 훌 륭한 예술이 마음을 한껏 드높여 주듯 비도 정신과 영혼을 한 단계 승화시켜 주기도 한다. 이렇듯 고 양된느낌은세상분진으로얼룩진 우리존재를정화시켜주기에족하 다. 유리창에 들치는 빗방울을 바 라보는감성과연결된다.생명에대 한 외경심 고갈까지. 비를 바라보 는마음위에창앞에놓아둔커피 잔의향이사뭇쓸쓸함과진한고 혹적 잔상을 은은하게 실어 나른 다.오늘은비가내린다.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 아침 전망대 한자&명언 ■ 存廢(존폐) *있을존(子-6, 4급) *버릴폐( 广 -15, 3급) 나라정치가대단히중요하다. 정 치적으로하는일이이랬다저랬다 하면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오늘은 이에 관한 명언을 알아보 자. 먼저‘存廢’란 우리말 한자어 를풀이해본다음에! 存자는‘才+子’의구조로,원래 는‘(아이를) 불쌍히여기다’(feel pity for)는 뜻이었으니‘아이 자’ (子)가 의미요소로 쓰였다고 한다. 才(재주 재)는 발음요소이니 뜻과 는 무관하다.‘살피다’(observe) ‘있다’(exist)등으로도쓰인다. 廢자는 본래, 한 쪽 모퉁이가 무 너져서‘사람이살지않고내버려 둔 집’(deserted house)을 뜻하기 위한것이었으니‘집엄’( 广 )이의 미요소로 쓰였다. 후에‘내버려두 다’(letbe)‘그만두다’(discontinue) 등으로확대사용됐다. 存廢는‘존속(存續)과 폐지(廢 止)’를이르는말이다. 예문:‘금융 위기가닥치자우리회사는존폐의 위기에처하게되었다.’ 서경(書經)이라고도 하는 상서 (尙書)의 주서(周書, 畢命)편에 다 음과 같은 명언이 나온다. 정책이 때에맞게조정해야하겠지만일관 성이있어야함을이로써알수있 다.원문은네글자밖에안되니,몽 땅외워둠직도! 요즘중국사람들은치수유상(治 須有常)이란네글자를더넣어서, 8자명언으로만들어애용한다. “정치는항구적인것을귀중하게 여긴다.” 政貴有恒.정귀유항 -‘尙書’ 전광진성균관대명예교수/속뜻사전편저자 사라지고 있는 완충지대들 30년전부터과학자들은지구 온난화를 경고했다. 그러나 인 류는 그 경고를 무시했고, 경고 30년만에 온난화를 되돌릴 수 없는 상태인 생명체 유지 임계 온도를 넘기는 시대에 들어섰 다. 온난화의 완충지대였던 북극 과 남극의 얼음이 급속도로 사 라지고 있고 녹아내린 얼음은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있다. 그 로인해더많은구름을발생시 켜 생명체들의 생존을 위한 비 가아닌, 폭우가되어산을무너 뜨리고강을범람시키는재앙적 대홍수를 만들고 있다. 지구는 이제경험해보지못했던재앙적 인 기후 대란의 시대에 들어섰 다. 이런 현상은 인간의 사회에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2000 년 선거에서 공화당의 부시 대 통령이당선되면서행정부와정 치권을 장악한 네오콘들이 극 단주의 정치와 국정운영을 시 작한 후 워싱턴 의회에는 공화 당같은민주당, 민주당같은공 화당 정치인들이 급속히 모습 을 감추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는더선명한공화당, 더선명한 민주당의깃발이나부끼게되었 다. 이젠거대양당의충돌을완충 해주던 정치인들은 찾아볼 수 없고, 남북전쟁 이후 가장 극명 하게 분열된 정치와 여론이 미 국사회를지배하고있다. 1991년러시아중심의소비에 트 연방의 해체와 함께 동서 냉 전의 시대가 막을 내렸지만, 미 국과유럽의군사동맹체인나토 (NATO)는 지속적으로 동쪽으 로확장하였다. 여기에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 한우크라이나까지나토가입이 논의되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에 대한 전격적인 침공을 하게 되었다. 이에 미국과 유럽의 나 토군은 무기와 정보 그리고 군 사전문가들을우크라이나에보 내대러시아전쟁을전격지원하 고있다. 이와중에자국방위에위협을 느낀러시아와유럽중간지역의 여러나라들이 서둘러 나토에 가입하게되면서이제러시아와 나토는완충지역없이직접적인 전선을마주하게되었다. 냉전이후 이념의 시대를 넘어 세계화의 열풍이 불면서 전 세 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연결 되어엄청난교역들이진행되자 이흐름을타고죽의장막속에 있던 공산국가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어 급속히 부상했고, 이에 유럽과 미국은 위협을 느 껴대중국정치,경제,무역봉쇄 에나섰다. 그리고미국의줄세우기가시 작되어 미중 사이 완충지대 역 할을 하던 나라들은 사라지고 완충지대는이제전선으로바뀌 었다. 한마디로 일촉즉발의 전 선들이 세계 곳곳에 구축되고 있는상황이다. 얼음의 무게가 사라진 북극의 부상으로 지진과 화산 같은 천 재지변은인류의식량생산에심 각한 위기를 만들고 있고 세계 의 곡창 지대인 우크라이나 전 쟁으로식량은급속히무기화가 되고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완충지대 대신 전선이 된 나라들은 언제 전쟁으로비화될지모르는상태 에놓여있다. 이로써 인류는 자신이 거주하 고 있는 지구의 자연환경, 국제 질서,정치,사회,경제모든영역 에서극단의충돌을피할수있 는 완충지대를 거의 다 허물고 있다. 세기의난세다. 이럴때일수록 다인종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 서 극단적 정치와 여론의 충돌 은 우리와 같은 소수계에게는 분명히 불안한 미래를 예고한 다. 그런데역사를보면세상에는 늘이런일들이반복되어왔다. 그때의역사적경험을잘이해 하고, 지금우리가할수있는것 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극단주 의를 배격하고 난세를 잘 극복 할 정치 지도자를 뽑는 현명한 유권자가되기위한노력을해야 할것이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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