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8월 26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기고문 (애틀랜타거주) 김대원 행복한아침 김정자 (시인·수필가) 서울에다니러갔던길에 3박4 일일정으로우리부부는동서형 님부부와함께4개의일본섬중 북쪽끝에위치한홋카이도를여 행하게되었다. 엔화의약세로인 해서 일본상품에 대한 구매력이 상대적인 매력으로 작용한 탓으 로한국에서엄청난숫자의여행 객들이일본을방문한다고한다. 작년한해만해도전세계에서일 본을방문한여행자는천만명이 넘었다고하는데그중한국인이 29퍼센트였다고하니일본은지 금한국인들이관광매니아라고 할수있다. 반대로한국정부는한국을찾 는일본관광객들의절대적인감 소로인해서대일여행적자폭이 심각한정도라울상이라고한다. 원래우리의계획은일본문화의 메카로알려진교토를가려고했 으나그곳은날씨가서울보다더 더워서가봐야고생만한다는주 위의만류로인해서여름에도비 교적 시원하다는 북해도를 택했 다. 그런데실제로현지에가보니 북해도제일의도시로알려진삿 뽀로의올여름평균기온이섭씨 29~33도였다. 원래그곳은건조 하고온난한여름과눈이많고매 서운겨울이특징으로10년전까 지만해도여름평균기온이섭씨 23도(화씨 73.4)였다고 한다. 그 러나지금은여름평균기온이거 의 8도이상올라가서위도가북 위 43~45도임에도 불구하고 서 울이나 마찬가지로 지구 온난화 의 심각성이 북해도에도 여지없 이 몰아치고 있다는 여행가이드 말이다. 삿뽀로는원주민이었던아이누 어로“건조하고넓은평야”란뜻 이라고하는데그건조한땅이일 본경제를 받쳐주는 곡창지대란 사실은함께여행을하는모든사 람을 놀라게 했다. 가는 곳마다 저멀리마치지평선과맞닿을것 같이끝없이펼쳐진광활한대평 원은맑고푸른하늘과잘어우러 져 형형색색으로 단장한 농장들 은마치캔버스에담아놓은한폭 의아름다운그림과도같았다.그 넓은농토에농부들은밀메밀그 리고옥수수와감자당근대두강 낭콩 양파 옥수수 무우 등 다양 한농산물을재배하고있었다. 또한 북해도는 낙농업의 발달 로우유소고기등이넘쳐나며지 중해성 멜론을 비롯해서 토양이 좋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심으면 농사가잘된다고하는데토질의 보존을 위해서 5년 단위로 윤작 을한다고한다. 이런농사법을배우기위해서일 본정부는당시미국의농무장관 으로있던호레이스케플톤을당 시총리대신의연봉과같은파격 적인대우로초빙했고또매사추 세츠의기후와위도가유사한점 을 고려하여 매사츠세츠 농과대 학학장인윌리엄클라크와같은 건축가와도시계획을담당할30 명의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삿뽀 로라는 도시를 미국식으로 개발 했으며 또한 삿뽀로 농업학교를 설립하면서 농업방식도 미국식 으로전수했다고한다. 북해도가 지도상으로는 별로 크지않은것같이느껴지지만사 실상 북해도의 크기는 우리나라 의경상도를뺀것과같은크기의 땅이라고한다.그런데그넓은땅 에 인구는 6백만도 안된다고 하 니 주민들 삶의 질이 얼마나 좋 을지상상이간다.북해도는일본 의 47개 현 중에 하나인데 불모 의지대로알려졌던그메마른땅 이1868년명치유신이있기전까 지는일본의땅이아니었는데거 기에얽힌사연은대충이러하다. 일본은칼을가지고휘두르던사 무라이들이 다이묘들의 추상같 은지시아래전국을지배하던가 마쿠라 막부시대를 기점으로 해 서 무로마치 막부시대를 거쳐서 에도 막부에 이르기까지 400년 간극도의혼란기가지나가고전 국시대(센코쿠시대)는막을내린 다.이젠전국통일의꿈을키워온 오다노부나가를시작으로도요 토미 히데요시를 거쳐서 도쿠가 와이에야스때에가서드디어전 국통일의꿈을실현하게된다.그 후서양문물에매혹을느낀사카 모토료마의중재하에다이묘들 로구성된상원과사무라이와서 민들로구성된하원이천황을정 점으로하는정부를구성하는영 국식 입헌군주제를 채택하는 법 안에합의하게된다. 1867년막부의마지막쇼군도 쿠가와요시노부는이제안에순 순히응해서막부를폐지하고권 력을 천황에게 봉환한다는 대정 봉환(大政奉還)을승인함으로써 칼을 천황에게 바치고 막부체제 에종언을고하게된다. 수많은 사무라이들은 갑자기 할일이없어졌다. 절호의기회를 놓칠세라1870년일본정부는구 로다이요다카육군중장을초대 북해도 개척장관으로 임명했다. 그는1871년북해도개척청을설 치하고둔전병(屯田兵)제도를실 시한다. 둔전병이란식량을자급 자족하면서 신천지를 개척하는 군인제도이다. 마치 영국인들이 호주를개척할때처럼일본의문 제아인사무라이출신범죄자집 단을 상륙시켜서 원주민을 대량 으로무차별학살하면서땅을개 척했는데 자신의 능력껏 개척한 땅은 자신의 소유로 간주해주었 다.대신삿뽀로중심가의시계탑 에걸린종이울리면아이누족들 과싸우기위해서즉시집합해야 한다는의무조항을꼭지켜야했 으며 그 종이 울리던 곳이 바로 시계탑건물이라고한다. 불행한 일이지만 잘 알려진 것 처럼 섬나라인 일본은 세계적으 로발생하는지진의10%정도를 차지하다고 하는데 고베지진 이 후세계에서가장정확한지진관 측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한 다. 그런데 10년 안에 대규모의 지진이동경과교토를강타할것 이란 예측이 지질학자들에게서 나왔다고가이드가말하는순간 나는마치우리집안에큰환란이 닥칠것같은불안감이발동하면 서일본에대한인식의대전환을 느끼게되었다. 현대 자동차에 입사해서 수십 년을자동차업계에서잔뼈가굵 은우리동서형님의말에의하면 현대자동차초기에미쓰비시자 동차와최초로기술제휴를한것 이계기가되어서대한민국이자 동차생산을시작해서현재자동 차 수출 대국이 될 수 있었으며, 철강산업도 일본철강에서 모두 기술을 전수받았고 또 삼성전자 의메모리칩도모두일본을통해 서배웠다고하면서일본이우리 민족에게큰은혜를주었다는말 을들으면서일본에대해서내가 가지고 있던 반일감정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일본 국민들은 음식은 먹을 때 소식을 즐기기 때문인지는 몰라 도한국인들에비해체구가왜소 하며반면에암발생률이낮고모 로코다음으로세계에서장수하 는나라순위상위권을유지하고 있다고한다. 예방의학이발달했 고노벨상수상자가29명이나나 올 정도로 기초과학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유한 나라이며 1970년 중반에 이미 선 진국이 된나라이다. 거리에굴러다니는 차들을 보면 환경보존을 위해서 1000cc미만의경차들이대부분 이고 시민들은 아끼고 절약하면 서질서를잘지키면서살아간다 고한다. 세계에서 일본을 우습게 보는 나라는 오직 한국인들뿐이라는 그말의모순을조응하면서평소 에일본에대해서가지고있던인 식의대전환을느낀나는이번여 행은예전에했던어떤여행보다 도나에게큰의미를부여했다고 자위하면서 동서형님 가족과 함 께했던북해도관광을즐거운마 음으로 마무리했다. 지금인류는 생각의전환이절실한한시대를 살아가고있기때문이다. 북해도여행이 남긴 여운 여름 추억, 냉면 사랑 연일 무더위가 기록적 수치에 도전 하고있다.말복과입추를지난지도한 참인데더위가기승이라마지막더위 이기를기대하게된다.한더위와맞설 수 있는 음식으로 시원한 수박에 냉 면한그릇이제격일것같아서계란부 터삶기시작한다. 냉면국물은어제 서둘러장만해서냉동고에얼려두었 으니까.한더위계절음식으로는냉면 만한 것도 없다. 더위에 진해진 몸과 마음의행복지수를올리기위해선더 없는안성맞춤이요적격이라국물있 는냉면으로준비했다.면을삶고갖은 고명을올리고살얼음육수를붓고보 니미각적,시각적인냉면의멋을그냥 흘릴 수없어사진한컷을남겨둔다. 냉면그릇에서린서리가음식조합과 어우러져한폭의수채화같아서쉽게 젓가락질하기가 그렇다. 젓가락으로 휘젓고는육수를한입가득삼키다보 면목에서부터명치를거쳐시려오는 짜릿함이한더위열기를평화롭게식 혀준다.무더울수록냉면풍미는한층 더해지기마련이다.여름이면많이먹 게되는소박한요기거리로,한끼식 사로도손색없을뿐더러한국인의희 로애락이담긴삶과문화와정서가배 어있다. 시원한국물을선호하는분 들은평양식으로,매콤하고새콤하게 입맛을자극하고싶으신분들은함흥 식으로취향에따라입맛에맞게선택 할수있는묘미도있다. 뜨끈한사골 육수를곁들인회냉면은스트레스를 잠재우고, 얼음이동동떠있는평양 냉면은국물한모금으로나홀로극 치에도달하곤한다. 음식진가는재 료에서부터손맛과먹는분위기에,식 사를끝낸후에오묘하게남겨지는뒷 맛에좌우된다. 그날도오늘처럼무더운여름날이 었다.상록원이사장님께서교사들을 불러모아냉면집으로데리고가셨다. 봉사활동으로가르치고있는교사들 의노고를작은대접으로나마베풀고 싶으셨다는말씀에모두숙연해졌다. 상록원단체는육십여년전국민학교 를졸업하고중학교로진학할환경이 열리지않는아이들을모아기독청년 회원들이저녁마다아이들에게 중학 교와고등학교과정을교육하는단체 였다.학생들은학구열로모여들었고 교사들은무급으로봉사했는데장로 님이셨던이사장님은자질구레한뒷 일을돌봐주시기도하시고크고작은 재정적인 문재도 솔선으로 앞장서서 처리하시고계셨다. 정규중고등학교수업기준을수행 하기위해 방학도없이야간수업이 이어졌는데불빛을따라찾아든날벌 레와모기습격에아이들도교사도팔 다리가 성한 데가 없었다. 배움을 향 한목마름으로모여든아이들의초롱 초롱한눈동자앞에교사들도밀려드 는졸음을밀어내며가르치는일에마 음을쏟았다. 아이들은낮시간에일 을하기도하고기술을배우기도하면 서배움의길을택했고교사들은직장 인으로대학생신분으로사랑실천에 한마음이되어있었다.식사시간대가 되면냉면집입구에늘어선긴줄에서 한시간여를기다려가며먹을만큼소 문난냉면집이었다.그날의냉면은젊 은교사들의시대적결핍을채워주었 다. 냉면한그릇으로세상부러울것 없는풍족한마음이되어허기진삶을 따뜻하게매워주었다.냉면한그릇조 차제대로즐기기엔저녁마다만나지 는아이들이마음에걸려오히려시원 한아이스케익을나눠주면서사는일 에지친서로의마음을시원하게어루 만져주곤했던교사들에겐꿈같은냉 면대접을받는잔치였다. 누구나혼자걸어서각자지금의자 리에있게된것은아닐터이다. 그시 절 아이들 등 뒤에는 투박하게 사랑 을실천하는교사도있었고교실을내 어준학교도있었고,이사장님같은묵 묵한배려의손길도있었다.근원적진 솔한 사랑이었다. 부모가 자식 대하 듯베푸는태생적인사랑이었다.생각 해보면이렇듯아름다운동행을또만 날수있을까싶으면서도기대감은접 지않으려한다. 우리집할배와냉면 을앞에놓고그옛날상록원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둘이 만나게 된 사 연이며우리아이들을키워오면서그 해여름날의냉면한그릇을추억하며 살아갈힘을얻지않았느냐고.그래서 머리에서리가앉은채여기까지올수 있었다고냉면추억을나누었다. 우리는 음식을 먹지만 실은 사랑도 함께 먹으며 살아간다 고운 추억이, 사랑이 담긴 음식을 함께 먹고 싶은 사람과어울리며먹을수있다는것이 얼마나우리인생을안정되고풍요롭 게하는지모른다. 때로는생각이엇 갈리고이해관계가엇나가도음식앞 에서는 마음이 비워지고 겸손해지고 품위를가다듬게된다.음식은서로주 고받기도하고마주보며대화를이어 갈수있는촉매역할로마음을이어 주기도한다. 유난히바람이불면생 각나는사람이있고소나기가찾아오 면얼른달려나가우산을받쳐주고싶 은사람이있다. 옛노래를들으면떠 오르는사람이있듯생의길목마다에 는 소중한 추억이 깃들어 있다. 여름 냉면이이끌어낸냉면에얽힌일화가 떠올라훈훈한온기로냉면을대하게 된다. 냉면을마주놓고앉은노부부 는여름나기를시원하게보내고있다. 여름이담겨있는추억거리도얼마남 지않은계절의소진앞에묵직한엄숙 으로중후하게남기려한다.‘냉면국 물더주시오’하는소리에추억속에 잠겨있다화들짝현실시제속으로돌 아온다. 여름의 마지막 위용이 될 것 같은한더위를추스르며여름추억, 냉면사랑으로쭈욱이어질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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