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9월 21일 (목요일) D6 기획 “나를잃어버릴지모른다는 두려움 이가장 커요. 몸도 망가지고, 쌓아 올 린 커리어가 한순간에저당잡힐까 봐 너무 무서운 거죠.” ( 2002년생대학생 이선주 ( 가명 ) 씨 ) 꽃다운 청춘은 불안을 넘어공포에 떨고있었다. 결혼과아이이야기만나 오면몸서리를쳤다.때되면연애하다, 결혼하고,아이낳아키우는인생.‘자연 스러워보였던’ 삶의경로를지금청춘 들은철저히거부하고있다.어린시절 현모양처를꿈꿨다는스물한살은도 대체어떤 각성을 했기에이토록 결혼 과출산을멀리하게됐을까. 온나라가월드컵4강이라는기적에 환호하며떠들썩했던그해, 전국의산 부인과에선아기울음소리가잦아들며 출생아수가처음으로 50만명아래로 떨어졌다. 선주씨는바로그 2002년에 태어난절반세대다. 아버지는경남양산시에서성실한근 로자로 가족의생계를 책임졌고, 어머 니는 직장을 다니다 전업주부로 주저 앉아두딸을키우며살림을도맡았다. 1972년동갑내기부부가일군단란한 가정.선주씨도그런삶을한때는본받 고 싶었단다. “결혼과 출산의이면을 보기전까지”는말이다. “한 가정을 유지하기위해부모님이 얼마나 큰 희생과 헌신으로 자신들의 삶을갈아 넣고있었는지를깨달았죠. 존경스럽지만, 제가이번생에감당할 수있는몫은아닌것같아요.” 선주씨걱정처럼, 이땅에서결혼은 여전히부모님이 ‘혼주’로서청첩장을 보내손님을 초대하는 ‘집안끼리의결 합’으로간주된다.내부모모시기도버 거운데, 배우자부모까지챙겨야하고, 결혼이아니라면평생‘남’이었을 사람 들의온갖참견과훈수를버텨야한다. 그는 “상상만으로도 숨이막혀온다” 고말했다. 출산은여기서한발더나아가는 두 려움이다.어머니의경력단절을보면서 ‘아이낳고키우면여자커리어는끝장’ 이라는걸뼛속깊이체감했다. 육아는 더큰 걱정으로 다가온다. “부모의무 한 책임을강조하는 육아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과연 잘 키울수있을까’ 돌 아보게 돼 요. 무한 경 쟁 사 회 에태어난 아이가나 중 에‘ 왜 낳았 느냐 ’고 원 망하 면 못 견 딜 것같아요.” 그러니까이말들을 종 합해보면, 스 물한 살이선주에게 비 혼과 비 출산은 스스로를 굳 게지 켜 내기위한 ‘합리적 선 택 ’의결과다. “내자신을 지키기위 해” 결혼과 출산 ‘보이 콧 ’에나선선주 씨.그가 또 래 중 에유 별 난생각을갖고 있는것일까. 아니었다. 한국일보가 심층 인 터뷰 를 진행 한 절반세대 전 후 청년 20명 ( 199 8~ 2004년생대학생 · 직장인 남 녀 각 10명 ) 은 저마다 이유는 달 랐 지만, 결혼 · 출산의가 치 를 낮 게 봤 고,연애마 저 심 드 렁 하게여 겼 다. 심 리적안정, 자 녀 가주는 행복 , 외롭 지 않 은 노후등 결혼 · 출산의이 득 도 분 명히있지만,그이 익 의단계에갈때까지 감당해야하는 비용 과손해가더 크 다 고생각한다. ① 내한몸 건 사하기도 힘 든 세상, 배우자 와 자 녀 를온전히책임 질 수있을까하는막연한불안감. ② 내 커리어 와돈 ,시간은 뻔 히희생할수 밖 에 없 다는 박탈 감. ③완벽 한 조 건 에서시 작 하지 못 할바에야,처음부 터 포기하고 말 겠 다는 중압 감 등 이바로그것이다. 쩒먾풂뺂핆캫 … 펾팮쁢칺 삲 고 교 졸 업 후 바로 공공기 관 에 취 업 한 뒤 현 재 는직장과학업을 병행중 인 김 나현 ( 가명 · 2 3 ) 씨에게연애는 ‘ 쓸 모 없 음’이다. 24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쓰 며 ‘현생’을감당하 느 라연애에 쓸 에너지 가남아있지 않 다.지금인생에서가장 중 요한 건 , ‘나 중 에혼자 살아도 당당 할수있는삶의기반’을다지는일이다. 청춘이연애에 목 말라 할 거라는 건 순전히기성세대만의 착 각이라고‘요 즘 애들’은말한다. 타 인과의감정 교류 에 한가하게 힘 을 쏟 기보다, 당장내삶에 투 자하는데 열 성을다하는게‘요 즘 애 들의연애’다. 취 업이 급 한데 썸 을 타 고 밀 당을 즐길 여유가 없 다는대학생이 민준 ( 가명 · 25 ) 씨. 그에게도연애는 “물 질 적,정서적, 시간적여유를갖 춰 야 누 릴수있는사 치재 ”다. 폂헮섢맖슿 … 펾팮쁢헒 삲 성평 등 인 식 이 높 아지고 소 비 수 준 이 비약 적으로 향 상된현상도, 절반세 대를 ‘절 식 남 녀 ’ ( 연애에적 극 적이지 않 은남 녀 를 비 유적으로일 컫 는말 ) 로만 들었다. 2002년생대학생전세연 ( 가명 ) 씨가 연애상대를고를때 최 우선으로 삼 는 기 준 은,학 벌 도,직업도,집안도아닌 젠 더감수성.“전에사 귀 던남자 친구 가여 성정 치 인을 혐 오하고 깎 아내리는 걸 보고정이떨어졌어요. 그 길 로 헤 어졌 죠.” 젠 더갈 등 및 데이 트 폭 력에대한 우려로,이성과의만남 자체를 주저하 고, 꺼 려하는 분 위기는남 녀 가릴것 없 이적지 않 게 퍼져 있다. SNS 옪훟몒쇦쁢칺앟 … 펾팮쁢쿊핗 ‘보이는연애’에대한부 담 도 크 다.인 스 타 그램이나유 튜브 일상을공 개 하는 게 익숙 한절반세대에게,연애는자신의 사 회· 경제적지위를과시하기위한수단 이다. 점심 한끼에20만 원 이넘는오마 카 세를 즐 기거나,기 념 일때마다호 캉 스 ( 호 텔 에서 즐 기는 휴 가 ) 를떠나는게 특 별 하지 않 다.물 질 에집 착 할수록, 비교 에 서오는 피 로감이쌓인다.그래서연애는 버 겁 다.여자 친구 생일을기 념 해선물과 데이 트비용 을대 느 라,한달 용돈 50만 원 을하 루 만에 탕진 했다는대학생성 도 율 ( 가명 · 22 ) 씨. 그는“인스 타 에다른 커 플 들이올리는데이 트코 스를보면 비 교 가 될 수 밖 에 없 다”며“나도 잘 살고 있다는걸보여주고싶은마음에 압박 을 느낀 다”고토로했다. 맒컻짩믾킹삲 … 펾팮쁢핞잚 삲 ‘ 완벽 한연애’에대한 강 박 이커지면 서, 요 즘 청춘들의연애에선 △ 너무 무 겁 거나 △ 너무가 볍 게생각하려는양 극 화 현상이감지된다. 주 변 의소 개팅 제안을 한사 코 쳐 내 는 ‘철 벽 남’ 대학생 송 우현 ( 가명 · 20 ) 씨 는 “할 거면제대로 하고, 아니면시 작 을안하는게 낫 다”고말한다. 반대로 대학생 민준 씨는 데이 팅 어 플 등 을 통 해‘자만 추 ’로이성을만나는 편 이라고 당당히 털 어 놓 는다. 여기서자만 추 는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가 아닌 ‘자고 나서만남 추구 ’라는 뜻 . “안 그래도 각자 사는게 힘든 데,일 일이간 섭 하는 건 너무 부 담 스럽지 않 나요 ? 연애 와 비슷 한 감정과 욕구 를 적당히 즐 기다 헤 어지는게 훨씬맘편 하죠.” ‘자만 추 ’를 선 택 한 민준 씨의 얘 기다. 연애부 터 이토록 진입 장 벽 이 높 아졌 으니,결혼에이 르 는 길 은오 죽 할까. 쭎혿멾픎칺헖 … 멾픎뭚핂삲 일 찌 감 치 공공기 관 에 취 업해 또 래보 다안정적으로자리를잡은 김승후 ( 가 명 · 22 ) 씨. 원 래는 취 업 문턱 만넘으면 7 년사 귄 여자 친구와 결혼하기로 했었 지만,인생 첫 월 급 ( 240만 원 ) 명세서를 받아들고는그꿈을고이 접 었단다. 일반 예식 장에스드 메 ( 스 튜디 오 · 드 레 스 ·메 이 크 업 ) 견적만수 천 만 원 .서울부 모님집근처10평대 빌 라전세를 얻 으려 해도 ‘ 억 ’소리가난다. 3 ,000만 원 도안 되는연 봉 을 앞 으로10년간한 푼 도안 쓰 며모아도,대출신세를 져 야한다. “결혼은 중 산 층 이상의 문화 ”가 됐 다는한소 설 가 ( 김영 하 ) 의평처럼대한 민 국에서결혼 · 출산은일 종 의‘ 특권 ’이 됐다. 부모가집을물려주거나결혼자 금을지 원 해 줄 수있 느냐 에 따 라 ‘수저 론 ’이시 작 되고, 본인이고소 득 전 문 직 이 냐 여부에서‘라이선스 만 능론 ’이위 력을 발 휘 한다. 비슷 한 수 준 의사람끼 리만나가정을 꾸 리는 ‘그들만의리그’ 가 돼 버린결혼은 ‘대물림받는계 급 ’을 드러내는인 증 마 크 다. 대학생도 율 씨는연애는 ‘단 타 ’로 편 하게 즐 기지만, 결혼할 배우자만 큼 은 결혼정보업체 ( 결정사 ) 를거 치겠 다고말 했다.그는“평생을 함께 할사람인데,수 준 이 맞 는사람끼리만나야 행복 하지 않 겠느냐 ”며“결혼이계 층 이동의사다리 가되던시절은끝 났 다”고단 언 했다. 부모세대에가 능 했던 ‘단 칸방 신혼 집’은 절반세대에 겐 정 녕 불가 능 한일 일까. 알뜰 살 뜰 아끼며, 차곡차곡 모으 며,살림을불리는 재미 도있지 않 을까. 절반세대는 코웃 음을쳤다. 더나은 ‘결혼의자 격 ’을스스로갖 추 기위해연 애를 미루 고 자기계발에 매진 중 인직 장인 최 연수 ( 가명 · 22 ) 씨는 ‘단 칸방 이 론 ’을이 렇 게반 박 했다. “불 완 전한 사 람들끼리만나서 완 전해지 길 기다리기 보다 처음부 터완 전한 사람들끼리만 나는게더 효율 적이지 않 을까요 ? ” 풚 잦픎킹펂 … 멾픎몮빪핂삲 지 방 출신의나현씨가 결혼을 거부 하는이유 중 하나는“ 엄 마처럼희생하 면서살고 싶지 않 아서”다. 승 무 원 을 꿈 꾸 던어머니 ( 70년대생 ) 는 스물다 섯 에결혼해부동산 중개 업 등 을하며 삼 남 매 를키우고,집안살림까지전부챙 기는 슈퍼 우 먼 이었다. 사 회 는 결혼 출산을 장려하 겠 다며, ‘일과가정 병행 ’을이야기하지만,나현씨 는너무 잘 안다.가사 노 동과양육책임 을여성의몫으로만여기는고정 관념 을 타파 하지 않 는한,이세상대부 분 가정 은워 킹맘 의한숨과 노 고를에너지로번 듯 한모 습 을유지할수있다는걸.“ ( 그 렇 게살았던 ) 엄 마도요 새 는‘결혼그거 꼭 안 해도 된다’는 말 씀 을 자주 하세 요.”나현씨는 씁쓸 하게 웃 었다. 몋엳픦홓잞 … 칾픎쭖핂삲 과거부모세대의연애 · 결혼 · 출산은 각각의결과가자연스럽게 맞 물려이어 지는일 련 의과정과도 같았다. 그러나 이제출산은연애 와 결혼의 높 은 장 벽 을넘어야 비 로소생각해 볼 수있는‘ 최 종 테크 ’다. 연애 와 결혼은 할 수있다 고말한청춘들도출산에대한거부감 은 꽤 나 강했다. “아이를 낳는다면남 부럽지 않 게제대로 키워야 하는데그 럴 자신은 없 다”거나 “결국나도,아이 도불 행 할것같다”는 답 이 돌 아 왔 다. ‘출산 = 불 행 ’이라는 등치관 계가 형 성 된이유는여 럿 이다. 먼 저커리어단절 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 다. 특 성 화 고 ( 조리학과 ) 전공을 살려 쭉 요리 컨설 팅분 야에서경력을 쌓고있는 조 혜 주 ( 가명 · 2 3 ) 씨는아이를 낳고직장을 그 만 둔 ‘선배 언 니’들을여 럿 보면서출산 에대한 마음을 접 었다고 했다. “ 짧 게 는 2, 3 년, 길 게는 10년이상일을 쉴 수 밖 에 없 다고 하는데그 건 경력의단절 이아니라그 냥종 말아닌가요 ? ” 팒핂많핦캂밚 ?… 칾픎쭖팖핂삲 무한경 쟁 에서살아남기위해발버 둥 쳤던‘나의불 행 ’을대물림하고싶지 않 다는 답 도있었다. 민준 씨는학 창 시절 을떠올리면 ‘학 원뺑뺑 이’ 기 억밖 에 없 다. 맞벌 이하는부모님은사 교 육을 많 이시키는게‘자 식 사 랑 ’이라여 겼겠 지 만,정 작민준 씨는불 행 했단다. 지금의나보다 더나은 조 건 에서살 게해 줄 수 없 을것같다는불안 함 도출 산을포기하게만 든 다.“부모님이저한 테 평생 누 리게해주 셨 던모 든 것을저는 과연제아이에게해 줄 수있을까요 ? ” 승 후 씨는부모님보다한참모자란자신의 월 급 이너무 원 망스럽다.내아이도이 럴 수있다고생각하니 답 이안나온다. 뿒많핂슲픒핂믾헏핂않몮잲솒밚 연애도결혼도출산도 싫 다. 부모들 과는이 렇 게달라 진 절반세대를보며,일 부어른들은이기적이라고 몰 아 붙 인다. 아이낳기거부하는청춘 탓 에나라가 곧 망할거라고호들갑을떨며,제발아 이를낳으라고 윽박 지 르 기바 쁘 다. 절반세대는 되 묻 는다. “그 책임, 왜 우리가 져 야하죠 ? 왜 우리에게희생을 강요하나요 ? ” 민준 씨는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하고 싶은데할 수 없 는 사 회 를 만 든 기성세대가 책임 져 야 할일아니 냐 ”고 따 졌다. 연수씨생각도 마 찬 가지. “내 가속한세상이불 행 하다고 느 끼는사 람들이 많 다면 누 가아이를낳으려하 겠 어요.아이낳아라 협박 만할게아니 라,결혼출산을하더라도,나도아이도 포기하지 않 도록 행복 한 사 회 를 만드 는데 돈 을 썼 으면합니다.” 인 구 가소 멸 해대한 민 국이사라 질 수 도있는 중차 대한 문 제에 맞 서,절반세 대도나서야하는것아닌지를물었다. 대학생 송혜 인 ( 가명 · 21 ) 씨는체 념 한 듯 외 쳤다.“인 구 소 멸 위기요 ? 망해도한 국이망하는거지,제가망하는 건 아니 지 않 나요 ? ” 강윤주^류호^최나실기자 “연애는 과시용사치재” “결혼은금수저대물림” “출산은경력의종말” “가정위한부모님희생^헌신알지만 내삶을그렇게갈아넣을자신없어 단칸방신혼집? 효율적이지않아요” ߈ ࣁо োগ উ ೞ ח ਬ ױ ਤ ࠂ ࣻ ೠ ࢚ܳ ޅ ݅աࢲ ഒ݅ ਬ ۽ જইࢲ ܲ ஂա ҳ৬ ݅թ যࢲ সա স ١ ܲ Ѫী ೞӝ ਤ೧ ؘ ࠺ਊ ١ Ә ࠗ ޙٸ ী ࢿҮઁ ਃࢿਸ ו ޅ ԑࢲ _ ֙ࢤ թ֗ ݺ ࢚ թ ৈ 절반세대 20명심층인터뷰 “부모님세대처럼 희생할자신이없네요.” “제커리어도,아이도 뒤처질까봐두려워요.” “하고싶어도, 능력 없으면못하는게결혼 아닐까요.” “인생에서꼭 필수요소는아니에요.” “현생이버거운데, 결혼은먼미래죠.” “연애는하면귀찮고, 안하면하고싶죠” ● 결혼관련 ● 연애관련 ● 출산관련 이땅의청춘들에게연애·결혼·출산은이제사문화된단어다.지금당장내한몸건사하기힘들고,미래가불안한청춘들에게연애는 ‘귀찮’은 ‘기호식품’이고,결혼은 ‘굳이’ 해도그만,안해도그만인 ‘선택’인 동시에, ‘능력’이없다면할수없는 ‘사치’이며,출산은내인생을저당잡힐까봐두려운 ‘부담’이자 ‘고통’일뿐이다.한국일보취재팀은서울과경남지역대학에재학중인2002년생전후절반세대들에게연애· 결혼·출산을떠올렸을때생각나는단어를적게해봤다. 창원=하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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