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10월 2일 (월요일) D3 기획 2023년9월22일금요일 지난 15일 베트남 하노이중심가의 한 동물원. 코끼리 우리에 다가가자 “찰그락찰그락,팽”하는소리가반복 적으로울렸다.60~70세로추정되는암 컷코끼리‘타이’와‘바낭’의뒷다리에묶 인쇠사슬이끌리며나는소리였다. 이들이무거운 한 걸음을 내디딜 때 마다콘크리트와연결된2m 남짓길이 의쇠사슬이팽팽하게당겨져움직임을 막았다. 타이와 바낭은 멈칫하며뒷걸 음질치다가 걷기를 포기하고 바닥에 털썩주저앉았다. 타이와바낭이베트남중·남부고지대 에서동물원으로옮겨진것은각각2010 년과2014년이다.이들에겐사육사를따 라좁은우리를몇바퀴도는짧은산책 만허락됐다.나머지긴세월은쇠사슬에 각각한쪽다리가묶인채지내왔다. 동물원에갇힌코끼리들에게자유를 주자는목소리가그간베트남에서없었 던건아니다.지난달에도국제동물보 호단체‘애니멀아시아’와현지동물옹 호단체‘베트남애니멀아이스’가하노이 시당국에“코끼리를옭아맨쇠사슬을 풀어주고 동물원이아닌중부 고지대 의넓은국립공원에서생활하게해야한 다”고촉구하며서명운동에나섰다.그 러나동물원측은“코끼리를이제와서 자연으로돌려보내면먹이를구할수없 어살아남지못할것”이라며반대한다. 쉲펞퍊핞퓮쇦 픎 빊읺 타이와 바낭은 동남아시아 동물들 의열악한상황을보여주는극히일부 의사례일뿐이다. 태국 방콕의백화점 옥상동물원에는 35년째갇혀있는 ‘백 화점의마스코트’ 고릴라 부아노이가 있다.햇빛조차들지않는차가운콘크 리트 바닥에늘 무기력한 표정으로앉 아있는부아노이는쇼핑객들의유흥거 리로소비된다. 동물들은 외화벌이수단이다. 동물 들을구경하는것이과거관광코스였 다면,이제는 ‘동물체험’이인기를끌고 있다.코끼리를타고정글을오가는관 광 상품이대표적이다. 사람입장에선 체험이지만동물입장에선학대이고착 취다. 그러나 코끼리트레킹은어느새 동남아여행의상징으로자리잡았다. 동남아에서동물 학대관광 상품이 성 행하는건결국 돈 벌이때 문 이다. 관 광인 프 라는열악하고야생동물은 흔 하니외국관광객들을끌어들이기 위 해 동물들을 희 생시 키 는것이다. ‘동물복지’라는 개념 도제대로 존재 하지않는다.정글트레킹상품에이 용 되는코끼리는한 번 에 최 대 성 인6명을 태우고하 루 10시간 넘 게 쉼 없이이동 해야 한다. 2017년에는 캄 보디아에서 사람을태우던코끼리가 40도 넘 는무 더위 에제대로 쉬 거나음 식 을 섭 취하지 못한 탓 에 죽 었다. 올 해 초 에는 혹 사당한 끝 에 척 추가 내려앉은 태국 코끼리사진이세상을 떠 들썩하게만들기도 했 다. 코끼리의 등 은원 래위 로 볼록 하게 솟 아있지만 71세암컷코끼리 파 이 린 의 등 은아 래 로움 푹파 여있었다. 25년간 매 일 같 이 관광객을 태우고 다닌 탓 이다. 파 이 린 은 ‘관광상품’으로 써 가치가 떨 어지고 나서야자유를 찾 았다. 인간 처럼 사람들과어 깨 동무를하고 끊 임없이사진을 찍 어야 하는 오 랑 우 탄 , 얼 마나 혹독 한 훈련 을 받 았는지코 로 붓 을 쥔 채사람 처럼 그 림 을그리는 코끼리 등 을 동남아 곳곳 에서어 렵 지 않게 찾 아 볼 수있다. 쟇쿦칺힒 픊엲쭖쭧핂믾솒 맹 수와의스 킨십 을 관광 상품으로 활 용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많 은 동 물원들이사자,호 랑 이와 ‘ 셀카 ’를 찍 을 수있다고 홍 보하며관광객을 끌어 모 은다. 관광객들은 맹 수를끌어 안 고사 진을 찍 거나 고 환 을 움 켜쥐 는 등 의행 위 도서 슴 지않는다. 동물보호단체는이과정에서동물원 측이동물들의공 격성 을 줄 이기 위 해물 리적으로학대하는것은물 론 이고 불법 마취 까 지할가 능성 도제기한다. 훈련받 은동물이라도사람과 접 촉하면경 계 하 기마 련 인 데 , 사 회 관 계망 서비스 ( SNS ) 등 에 올 라 온 사진 속 동물들은대 개 무 기력하게늘어져있기때 문 이다. 최근미 국에 본 부를 둔 동물 권 리보 호 단체‘레이디 프 리 싱커 ’는 태국의한 동물원에서직원들이호 랑 이코아 래 에 라이 터 로 불 을 붙 이는사진을공 개 하기 도 했 다. 관광객들이호 랑 이와 사진을 찍 을때고 개 를 숙 이지않도 록 하기 위 해 서다.수 많 은동물들이‘오락 용 ’으로 전 락해사진소품으로동원되는 셈 이다. 세 계 최 대 동물보호단체 ‘ 페 타 ( PETA ) ’의 엘 리사 알렌 부사장은“태국 을비 롯 한동남아지 역 동물원의 맹 수들 은일 찍 어 미 와 떨 어진 뒤휴식 시간이나 제대로된 영양섭 취없이사진 촬영 을 강 요 당한다”며“이 후너 무 늙 어이 용 가치 가사라지면호 랑 이 술등 을만 드 는 데 이 용 된다”고 영 국인디 펜 던트에 말했 다. 올 해 초 세 계 동물보호단체 ( WAP ) 가 선정하는 글로벌 동물보호지수 ( Ani m al Protection Index ) 에서동 남아국가중태국은 D등급 , 미얀 마와 베트남은 F등급 을 받 았다. 캄 보디아와 라오스는아 예집계 조차 안 됐다.지수 는 A ~ G 등급 으로 분류 되는 데 , A 에가 까 울수 록 동물복지가 뛰 어난나라다. 퓲읺뫎뫟 쁢콚찒핞흫많 고무적인것은 동물 착취에대한 동 남아 안팎 의시선이조 금씩변 하고있 다는 점이다. 올 해 4월에는 디 즈 니 영 화 ‘인어공주’에서주인공인에리 얼역 을 맡 은 미 국 배 우할리베일리가태국 방콕의동물원을 방 문했 다가 미 국에 서거 센 비난을 받 았다.해당동물원은 동물을 잔혹 하게 훈련 하는것으로악 명 높 다. 일부이지만 ‘가치소비’를 즐 기는 소 비자가 늘면서관광 업계 도 변 화에나 서고있다. 베트남 남부 닥락주 ( 州 ) 는 201 8 년국립공원 안 에서코끼리트레 킹을 금 지 했 다. 몇시간 씩 사람을태우 고 오가는 행 위 가 비 윤 리적이라는 이 유에서다. 대 신 코끼리들이서 식 지에서 자연스 럽 게살아가는 모습 을 멀리서 지 켜 보는 등종 보 존 과 교 육측면을 강 화하기로 했 다. 한국에서도 일부 여행사가 동남아 관광 프 로그 램 중코끼리트레킹체험, 우마차 탑승 , 악어쇼 관람 등 을 퇴출 하기로 했 다. “동물을 혹 사시 키 는 것 같 아여행내내기 분 이 좋 지않았다”는 여행객들의의 견 을반 영 한결과다. ‘동물원의동물 학대’라고하면야 생동물을비좁은 공간에 밀 어 넣 거 나 때리고 굶 기는 일을 떠올린 다. 그 러나동물보호 전문 가들은물리적 강압 으로 동물의야생 성 을 죽 이는 행태를방관하고동물들의노동과 고 통 을오락으로소비하는것 역 시 학대라고지적한다. 미 국 로스 앤젤 레스에 본 부를 둔 동물 권 리보호단체‘레이디 프 리 싱 커 ’의 설 립자 니나 제이 켈 ( 사진 ) 대 표는 16일한국일보와의화상인 터 뷰 에서 “동남아시아 등 으로 관광 을 갔 다가 동물 쇼를 관람하고 동 물원에갇혀사는동물들과사진을 찍 으면간 접 적인학대에동 참 하는 셈 ”이라며“동물 학대소비를 자제 해달라”고호소 했 다. - 솧빶팒솧줊풞픦솧줊슲캏픎 . “ 모든 동물원이그 런 것은아니지 만태국,인도 네 시아, 필 리 핀등 에선 호 랑 이,코끼리,원 숭 이, 곰 이짧은쇠 사슬에묶인채지내거나 몽둥 이로 맞 는사례가적지않았다.이들의야 생 본능 을 누르 고 통 제해가 축처럼 만들려는시도다.제대로된먹이제 공을하지않는것도학대의한 종류 다. 영양실 조에걸려 뼈 가 피 부 밖 으 로 튀 어나 온 동물도 봤 다.” - 솧줊옪 퓮힎쇦쁢 솧줊풞픎 퐪솧 줊픒샎빦 . “동물체험 프 로그 램 을운 영 하는 동물원은관광객이동물과 사진을 많 이 찍 을수 록 높 은 수 익 을 낸 다. 관광객의 편 의와 만 족감 을 동물의 복지보다우선시하 므 로동물의고 통 을이해하려하지않는다.제대로 된먹이를제공하지않는것은코로 나1 9 팬데믹 기간 방 문 객이 줄 면서 수입이 감 소한 까닭 도있을것이다. 물 론재 정적어려움이학대를 용 인 하는이유가 될 수는없다.” - 솧줊쫃힎읊캫맏졂솧줊풞 쾒많샃핆많 . “이상적으로는동물들이자유 롭 게생활할 수 있는 보호소나 국립 공원 등 으로 보내야 한다. 그러나 현 실 적으로 쉽 지않다. 보호구 역 이 충분 하지않은 데 다야생 성 이사라 졌 을 수있기때 문 이다. 동물원 환 경을 개 선하고 동물을 학대하거나 인간과 강 제로상호 작용 하는상황 을만들지않는게 먼 저다.” - 솧줊샎짷힎읊퓒쿦핖쁢 핊픎 . “동물원시스 템뒤 에 숨 겨진 잔 인 함 을인지하고공유해야한다.당 신 이동물과‘ 셀카 ’를 찍 는것은동물들 을 불 행하게만 든 다. 사 회 관 계망 서 비스 ( SNS ) 에서‘ 좋 아 요 ’를몇 개받 으려는행 위 가동물착취산 업 을부 추긴다. 부자연스 럽 게살아가는야 생동물을보면제 발불편함 을느 껴 주길바 란 다.오락을 위 해동물을학 대하는장소를 찾 지 말 아주길호소 한다. 끔찍 한동물학대의 굴 레를 끝 내야한다.” 하노이=허경주특파원 허경주베트남특파원의 <11>학대당하는동물들 하노이= 허경주특파원 셀카찍으려불로지지고, 쇠사슬묶고$‘외화벌이’에쓰러지는동물들 백화점동물원 35년갇힌고릴라 햇빛조차없는바닥에서무기력 6명태우고하루 10시간씩이동 척추내려앉은코끼리에떠들썩 “동물혹사에여행기분도안좋아” 윤리관광늘자동남아변화시작 “동물쇼보는것도동물학대해당 셀카찍기가동물착취산업부추겨” 1. 태국의한동물원에서호랑이가사육사의 학대에몸을움츠리고있다. 레이디프리싱커제공 2. 15일베트남하노이의동물원에서다리에 쇠사슬이묶인코끼리가우리를배회하고 있다. 하노이=허경주특파원 3. 태국방콕의백화점옥상동물원에갇힌 고릴라 ‘부아노이’ 모습. 방콕=EPA연합뉴스 4. 태국야생동물친구재단이보호중인코끼리 파이린.25년간관광객을태우면서척추가 내려앉았다. 태국야생동물친구재단제공 5. 미국배우할리베일리가태국의한 동물원에서오랑우탄과찍은사진을 공개하면서논란이일었다. 할리베일리인스타그램 미동물보호단체제이켈대표 1 5 2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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