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10월 28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데이브그랜런드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아침 시사만평 또 총기 참극 메인주 루이스턴 학살 가을 모놀로그 우리가 살고있는 지구라는 별에 서 끊임없이 생성하고 소멸하는 삼라만상에는 영원한 것이란 없 다는 잠언 말씀이 유난히 뜨겁게 느껴지는 가을이다. 생물은 물론 이려니와무생물까지도생멸의변 화를비켜갈수는없는것. 가을이 깊어가는것도, 계절의순환도, 깊 게맺어져얻어진값진관계도, 스 치듯 지나친 인연도 인간사가 엮 어낸 기복과 변모도 낯선 이름의 간이역일 뿐이다. 숱한 간이역을 지날 때마다 내리시는 분들을 두 고기차는긴기적을남기며종착 역을향해다시떠나간다. 가을이들어서면서주변분들이 한분씩곁을떠나고있다. 산책길 에서 자주 마주쳤던 독일인 부부 가어느날부인혼자걷고있기에 남편 분의 안부를 여쭤보았더니 ‘Forever Sleep’이라 하신다. 또 한 같은 산책길에서 만나 뵙게 된 한인 부부께서도 한동안 뵙지 못 했다했는데며칠전에남편분을 천국으로떠나보내시며천국환송 예배를드리셨다는소식을접하게 되면서 남은 날들 동안만이라도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경고를 받은것같다. 예로부터고희가지 나면 문상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전해오고는 있지만 이국에 서 이방인의 삶을 공유해오던 분 들의 천국 이사 길을 배웅해드리 지않을수없음인데어이없는허 망함이 밀려든다. 삶이란 애면글 면살다가가는것일까. 한바탕축 재였을까. 어디를 바라보며 살아 왔든, 무엇을 움켜잡고 살아왔든, 종국엔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하 얗게남은재한줌남기는것뿐인 것을. 삶과죽음의갈림길로접어 드는것이우리모두가가야할영 원한 길이 아닐까. 해서 사랑하며 살아야할 일이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위해. 어느여론조사매체가‘무슨재 미로 사나요?’란 주제로 설문조 사결과를 발표했다. 여행 다니는 재미, 돈 버는 재미, 아이 키우는 재미, 일하는재미였다. 이게다였 던가 싶을 만큼 허망감이 밀려들 었던 기억이 새롭다. 여행하고 돈 을벌고아이를키웠던일들이손 에서 떠나고 매월 연금이 입금되 는재미로산다는분도계신다. 정 부가 효자보다 낫다고 하시면서. 가장높이평가받고싶고오래도 록 심도있게 간직하고 싶은 소중 한 재미는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 들을 바라보며 황홀경에 빠져 있 었던 시간이었지만 이도 덧없이 지나가고 이젠 손주 만나는 재미 가 으뜸이다. 효녀 딸네들을 만난 덕에 손주를 키우는 버거운 일은 면제받은행운을누리고있다. 딸 넷을 키워온 노고를 인정 받으면 서 손주들까지 맡기지 않으려는 딸네들의효심은최상급효심으로 인정된다. 노년기와 직면하게 되면서 정신 적 육체적 변화를 겪는 사추기를 보내게 되었다. 가을로 접어들면 서아무것도하기싫은시간과마 주하게 되자 아무 것도 하지 않으 며 공원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누구도만나고싶지않을땐 마냥말없이하는일없이생각없 이시간을보내기도한다. 두손을 늘어뜨리고 하늘만 응시하게 된 다. 엄마의 길도, 아내의 길도, 더 욱이할머니의길도쉬운게없다. 어렵기도 하고 난해했던 적도 많 았다. 좋은친구로남겨지는길도, 따뜻한이웃으로남고싶은길도, 믿음소망사랑을잃지않는성도 의 길을 반듯하게 걸어가는 길도 갈수록긴장되고어렵고척박해진 다. 조금, 아주 조금 한발짝만 더 나 가도 오버 액션이 되고, 1 미리만 덜 내디뎌도 밋밋하고 무미한 냄 새가 등천하는 삶이 되어버리는 난세를겪고있다. 어느땐삶의울 타리가 허물어져 내려 앉아 주춧 돌이 깨지고 삶을 지탱해온 질서 와 체제가 와해되는 시간 앞에선 어쩔 수 없는 붕괴와 파괴를 입어 버리는피상적시기를건너기도했 다. 관계에서, 조직에서도 산산히 무너뜨림을 당하게 되고 본의 아 닌 흩어짐을 경험하게 되고 손을 쓸수없을정도의토붕와해를겪 기도 했다. 삶의 펜스가 무너지자 그리도 곱던 무지개빛 꿈이며 화 사했던 영혼의 정원도 문득 시들 어가고, 가슴으로 휑하니 바람이 드나들고 다시는 건강한 두 다리 로 일어서지 못할 것 같은 탈진과 소진이무기력을불러들이면모든 것을 포기하고 삶의 이음줄을 잡 으려굳이애쓰고싶지않은날들 이 엮여지면서 가랑잎같은 마음 이 되어버린다. 얼마 동안을 우울 증과무기력에시달리면서무저갱 으로 가라앉을 것 같은 두려움으 로 어느 것에도 무엇에도 손이 잡 히지않는절망감에약을처방받 아 먹어가면서 간곡함으로 버티 어왔다. 멍하니가을하늘을우러 르며곧좋아질거야소중했던날 들은다지났지만눈물나도록아 름다웠던 추억들도 자꾸만 흐려 져가지만차츰나아질거야. 나이 든노년아낙을위해위로를아끼 지않게된다. 존재성을 갈구하는 의지가 좌절 당했지만 진실을 추구하고 싶은 저변에 깔린 욕구가 지금껏 이루 어 놓은 것과 아바돈(Abaddon) 같은 틈새를 좁히려는 의지를 붙 들면서생의의미를희미하게나마 붙들수있을것같은여지가보이 기시작한다. 지금을살아가는내 모습과 진실로 추구하고 싶은 내 모습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급선 무였다. 살아간다는것이허공에 매어둔 밧줄에 매달린 것 같을지 라도, 눈도깜박일수없는공포의 시간들이 밀려들지라도 이제 곧 곱고화사한단풍마저지고나면 몫으로 남겨진 남은 날들을 위해 가을독백을읊게될날이기다리 고 있음이 보인다. 예쁜 낙엽들을 시집에 끼우며 낙엽들과 소담한 가을독백을나누게되리라. 현재 미중 전략 경쟁은 과학기 술의 판도에 따라 그 성격이 근 본적으로변하고있다. 과학기술 전선의 최첨병인 미국도 중국의 폭발적 과학기술 부상을 의식해 연구개발(R&D) 확대, 인력의 유 치와육성에사활을걸고있다. 중국도미국의기술디커플링이 라는벽에막혀자립화를선택했 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 인력과 자본그리고시장을최적화해게 임체인저의우회로를찾고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극한 사고’를 요구하면서‘국가의 명 운은 과학기술에 달렸다’고 독 려하고 있다. 특히‘두 손으로 목 을조른다’는의미를지닌차보쯔 (chokehold) 기술을 확보하기 위 해 기초연구 강화와 원천형 혁신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과학기술의성패는정책 의지와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에 달렸다. 중국정부는심각한재정 적자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간 과학기술 예산을 매년 두 자릿수 늘렸다. 2019년 2조 위안(약 370 조원)을돌파한데이어지난해에 는 3조위안(약 554조원)에달했 다. 기초과학분야에만우리나라전 체 R&D 규모에 달하는 1951억 위안(약 36조 원)을 지원했다. 더 나아가 국가안보의 컨트롤타워 를 중심으로 전략기술 거버넌스 를구축해전지역, 전영역에서의 R&D인프라가고루스며들수있 도록하고있다. 이와 함께 최근‘치밍(Qiming)’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가동해 해 외전문인력유치와양성에도박 차를가하고있다. 이들에게는약 5억5000만∼9억원에달하는보 수, 주택·복지·교육에 대한 파격 적대우를내걸었다. 지난달 27일발표한‘신진과학 자양성및사용강화조치’에따 르면 신진 과학자의 독립적인 연 구환경을보장하고국가주요연 구과제의책임자중절반이상을 40세이하신진과학자에게맡겼 다. 이러한분위기속에서지난해중 국각지의대학입시이과수석합 격생들은 대부분 칭화대 정보과 학·전기전자공학 등으로 속속 몰려들고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과학기술계 일부의 예산 나눠 먹 기 관행과‘이권 카르텔’의 폐해 를 들어 내년도 전체 R&D 예산 을전년대비약16%삭감한21조 5000억원으로책정했다. 이러한단견은과학기술연구생 태계를 무너뜨려 중요한 장기 연 구대신단기적성과를좇게하고 학문 후속 세대들을 연구실 밖으 로밀어내며, 항상적연구인력부 족에 시달리는 기업들의 부담도 가중시킬것이다. 더구나선진국에비해상대적으 로 취약한 우리의 기초과학 현실 을 고려하면 국제적 협동 연구가 필수적인데 예산 삭감은 기술과 정보 유출의 위험에 더욱 노출되 게할것이다. 우리과학기술계에이권카르텔 이얼마나넓게퍼져있는지는모 른다. 그러나환부를도려내는것 이아니라예산삭감을무기로과 학기술계를 수술대에 눕혀 놓는 다면 연구 의욕을 꺾고 책임자들 은관료의눈치만보게될것이다. 몇 해 전 중국과학원의 저우샹 위원사가기초과학연구가‘유용 성’만 중시하고‘쓰지 못하는 것 의 무용성(無用之用)’을 경시하 면과학강국이될수없다고주장 해파문이일자중국정부가즉각 과학기술정책을변화시켰다. 우리나라굴지의화장품회사도 과학재단을 설립하면서“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과학자들이 자유 롭게 사고하며 연구의 영역을 무 궁무진하게 확장할 수 있도록 지 속해서지원한다”고한것을참고 할필요가있다. 이처럼우선지원하되개입하지 않아야 하고 예산을 무기로 단기 성과를강요하지말아야한다. 더 나아가 실패를 용인하고 북돋우 는인내가절실하다. 예산을무기로들고과학기술계 를 순화시키기 전에 청년들이 도 전 정신을 버리고 의과대학으로 몰려드는 비정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국가의미래는과학기술에달려 있다. 이것은근대화의논리가아 니라미중전략경쟁의거대한파 고를넘고글로벌중추국가로가 기위한길이다. 한미동맹이아무리강화돼도우 리의차보쯔기술이없는한미국 이한국을보는눈은달라지지않 을것이고,중국에대한당당한외 교도 과학기술의 사람·기술·자 본이있을때나가능할것이다. 과학기술 연구에 무용지용(無用之用)을 허하라 시 론 이희옥 성균관대정치외교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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