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11월 18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 아침 독자 기고 (애틀랜타거주) 김대원 뉴스ㆍ속보서비스 www.HiGoodDay.com  11월과의동행 마이다스의황금손과불교의공(空)사상 시선을어디에두어도수채화물감을있는 대로다풀어놓은듯색의절정이응축된11 월이다. 자태를뽐내던단풍도낙엽되어빈 가지를남기는계절앞에너도나도시인이 되어지고시류도낭만으로흘러든다. 한해 가운데가장익을대로익은달11월은부여 받은 숭고한 소명을 무사히 마무리한 색체 가가장진한달이다. 생명의비롯인농사를 매듭지으며 갈무리하는 일까지 유종의 미 를 거두어 들이며, 한 해 동안의 노력을 돌 아보는때이다. 봄이면 씨를 뿌리고 여름날의 뜨거움과 가뭄과 홍수를 겪어내면서 풍요로운 결실 로 보람을 거두기까지의 수고와 노력을 수 확의기쁨으로누리게되는계절이다. 가을 의명사적뜻과용법으로는농작물을거두 어들임을일컫는다. 가을걷이, 수확, 추수를 말하는 것으로‘가을하다’로 표현되기도 한다. 추수로가을하는계절로‘가을스럽다’는 표현또한해넘이가빨리시작되고일기또 한 신선해지면서 단풍이 가랑잎으로 서서 히내려앉음을표현하게도한다. 사색에잠 기기에적절한겨를을 11월이베풀어준다. 수확을끝낸빈들녘을바라볼수있는유 일한 시점을 제공해준 11월 한가운데를 지 나고있다. 들판은가을걷이로비워지기시작하고마 침내는빈들이될터이요겨울맞이를위해 수습하고 준비하는 길목으로 들어설 것이 다. 텅 빈 들판 앞에 서면 일견으론 쓸쓸해 보이기도 하지만 빈들도 쉼의 필요성이 절 실해보인다. 빈들이그려내는비움의미학 과 쉼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선이나 색상으 로묘사하느라열중해있다. 한해동안풍성한결실을위해들판은농 부에게모든걸다내어주었고겨우내내긴 호흡의쉼을얻어낼수있게되었다. 어찌보 면 11월로 접어들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로 받아들이려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조급하고 분주했던 속도감을 제어하지 못 하고성급하게앞만보고달려오진않았는 지한번쯤돌아볼수있는적기가아닐까싶 다. 새해벽두에계획했던일들을얼마나이루 어 놓았는지 여전히 무언가를 쟁취하기 위 해두순을움켜쥐려고만하고있는지살펴 볼일이다. 11월이면하나둘내려놓고마음 을 가지런하게 모으며 무겁고 힘들고 지치 고상처받은마음을안식에잠길수있게마 음에쉼을베풀때이다. 11월은들판에서의수고와성취를통해수 확의 풍요를 누리게 해준 들판을 비워주며 결실을향한감사를드리는절기이다. 먼하 늘가로기러기가날아가는11월.한해를품 어왔고 보냄을 준비해야 하는 만상이 교차 되는시기라서생각이많아질수밖에없다. 숭고한목적을무고하고공평하게거두어 들인안도의색체로가득한달이다. 생명의 근본이요, 뿌리인농사일의모든과정들이 며여묾의과정을통해무르익을대로익어 버린 약간의방심을허락받을수있을것같은 평안이깃드는시점이다. 더이상푸르를수 없는높은하늘이며아낌없이만상위에쏟 아지는 햇살이며 무결점의 흠 없는 축복과 감사의절기 11월이다. 어느시인의노래처 럼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 엔차마아까운시간이라했듯이깊이스며 든사무친기다림과그리움이더욱이아름 다운계절 11월과평화로운동행이이루어 지고있다. 두드러진탁월한명상과사유의시선으로 말쑥하고 품위있는 고상한 지성으로 11월 이내어주는생의가교를경유하며남은날 들을지나가고싶다.주어진것으로,허락되 어진것으로감사하는마음을갖는것만으 로인생이인생다울수있다.거둠을감사하 고주어진누림을감사하는축복의시간이 허락된 11월과의 동행이라서 더욱이 소중 하고귀하고감사하다. 나뭇잎이모두낙화하고마지막잎새까지 흙으로돌아가고새봄을앞장서서파릇한 연두빛새순이새롭듯피어나는순환을생 각하라한다.자연의순환따라살아가는생 애의 색조 마저도 갈색으로 익어가고 있는 느낌이된다. 계절을향한느낌이며, 세월을 바라보는시선이넉넉해지고사유가깊어지 는11월에게꾸벅고마움을전하게된다. 11월이 깊어갈수록 산다는 것에 정답이 미묘해진다. 삶을영위해가기위해의학이 필요하고법률도, 경제도, 삶을영위하기위 한지식과기술같은것들도필요하지만시 와낭만, 사랑도삶의목적이라고많은시인 들은노래했고또그노래는이어져갈것이 다. 인류는 주어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 의 시를 쓰면서, 소설을 쓰기도 하고, 시나 리오를 써가면서 하루들을 보내고 일주일 을 한달을 보내며 삶을 지속해 왔다. 들판 을비워내며풍요로운수확을끝낸감사로 채워가며빈들녘의비움이주는안식을새 삼깨달음하는아름다운동행을통과하고 있다. 11월의솔직함과비움과겸허를놓치지말 자고 가녀린 11월의 햇살 앞에서 다짐하게 된다. 이제더는남길것도, 두고갈것도, 가 져갈것도없는가벼운충만만이존재할뿐 이다. 살아오면서 섭렵해왔던 헛되고 헛됨 을 다시금 익히며, 감사와 비움으로 내려놓 음을몸소수행하고있는11월의나무를올 려다본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자기 의의지와무관하게빠져들게 하는 감정을 모두 신의 장난 으로돌렸다. 기원 전 8 세기경 프리기아 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마이 다스는 그 나라의 욕심쟁이 왕이었다. 술의 신인 디오니 소스가너의소원이무엇이냐 고물었을때내가만지는모 든것들이금이되게해달라 고 했더니 자신이 먹는 밥 조차도 금으로 변해서결국굶어죽을상황에처한마이 다스는금으로빛나는양손을들고이황 금의멸망으로부터나를구원해주십사라 고절실히기도했더니자비심많은디오니 소스는마이다스의소원을한번더들어줘 서다시평범한인간이되었다는이야기이 다. 11월 11일지난 1년간수사를해온 맨해 탄의 연방 검찰은 31세의 전 FTX 회장이 던샘뱅크맨후리드를가상화폐(crypto- currency)를통한사기에연루된7가지형 사범죄죄목으로배심원의유죄판결을받 아냈다.담당판사의형량판결은내년3월 28일로 예정되었는데 아마도 115년 형을 언도받을것이라는법조계의예측이나왔 다. 폰지 스캠으로 150년 형을 받고 복역중 에 미 연방교도소에서 2021년 82세의 나 이로 사망한 버니 메도프 이후 두 번째로 장기형이될것이라고한다. 31세의샘뱅 크맨을보는국민들의시각은너무도지나 친배금주의로타락한현대인들에게경종 을울려주는것같다. 허나우리들에게더 큰충격을주는것은다름아닌그의아버 지조셉뱅크맨과어머니가모두스탠포드 법과대학의 교수였다고 하는데 아버지는 놀랍게도법학심리와윤리과목도가르쳤 다고알려져있다. 검사들의 기소장에 의하면 샘은 부모에 게1천만불의현금을주기도했으며또파 산신고를하기바로직전에캐리비언의바 하마스에1천6백만불에상당하는호화판 빌라를선물로사주었다고한다.샘이바하 마스에 있는 FTX본사에서 FBI요원들에 의해서미국으로송환되어기소되었을때 에도부모는 2천5백만불이라는천문학적 인보석금을담보로제공하고석방되어서 (실제는10%정도만냈다) 당일날샌프란 시스코집으로돌아갔다. 그런데몇일전샘의부모들도아들과의 사기공모혐의로채권자들로부터집단소 송을 당한 처지이다. 남의 돈을 사취해서 일확천금한돈으로파티를하고너무도잘 나가던집안이하루아침에모두풍비박산 날모양새인것이다. 명문 MIT 공대를 졸업하고 불과 27세에 가상화폐회사를창설해서기묘한사기수 법으로천문학적인액수의고객돈을횡령 한샘은마치마이다스와같이욕망의노 예가 되어서 호화판 생활을 하다 남은 인 생을죽을때까지형무소에서지내게될비 참한운명에처하게될것같다. 샘이잠깐 누렸던행복이라는가치관은남의돈을훔 쳐서찾은가치가전도된행복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잠시 자본주의의 생태와 인간이 추구하는 끝없는 욕망 그리고 행 복이라는삼각관계를한번짚 어보고자한다. 불교에서는인 간을 눈멀게 하는 세가지 독 (toxic)이 있는데 탐진치 즉 욕 심과 어리석음, 그리고 화내는 것이라고한다. 31세의 샘 뱅크맨도 이 욕망 을억제하지못해서죽음의나 락으로떨어진것이다.자본주 의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의식 구조를 기본으로 탄생한 것이 다. 자본주의의 초석을 놓은 아담 스미스 는국부론을쓰기 17년전인 1759년도덕 감정론(A theory of moral sentiments)를 써서국부론이가져올사회경제적인함정 을이미내다보았다고할수있다. 그가평 생을연구한것이도덕감정론이라고한다. 인간은이성과감정을모두가지고있는데 경제적인현실에부딪치게되면대부분감 정의명령에따르게되고마이다스와같이 이성은숨죽이고있게된다는것이다.그래 서아담스미스는인간의감정을도덕의차 원으로승화시키고자한것이다. 1962년 양자 전기역학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쥬리안스윙거와신이치로토모나 가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리처드파인만은“과학의세계를알고나 면세상이달라보인다”라는말을남겼다. 천문학자들에 의하면 우리가 사는 지구 는 9개의행성을거느린태양계의일부인 데태양이속해있는은하계는약1천억개 의별들로구성되어있다고한다. 그런데1 천억개의항성계가모여서은하계가된다 고한다. 그런데1천억개의은하계가전부 가아니다.대우주에는이런은하계가약1 천억개정도있다고한다. 이런은하의모 임을 은하단이라고 한다. 이런 은하단이 전우주에는 1천억개가있다고한다. 그리 고 미국이 있고 우리가 사는 조지아 주가 있으며내가사는애틀랜타가있는것이다. 그런우주적인시가에서보면나란존재 는 그야말로 먼지 정도밖에 안되는 지극 히 보잘것없는 미물에 불과 한 것이다. 그 런데서로내가잘났다네가잘났다고떠들 며싸우고전쟁을하는모습이우리호모 사피엔스의자화상인것이다. 불교에서는모든만물은내것이라고할 만한 본성이 없으며 모든 만물은 연기(緣 起)의 법칙에 의해서 변해가는 불생불멸 (不生不滅)의 존재라고 한다. 공의 원리를 잘설명한반야심경에의하면모든것은성 주괴공(成住壞空)의원리에의해서생겨났 다성장해서때가되면무너지고결국공으 로돌아간다는아주간단명료한윈리이다. 아주먼훗날이지만태양도수소와헬륨 이모두타버리는 50억년이지나면공(空) 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구도 화성도달도우리들의고향에있는사랑하 는증조할아버지의묘도모두없어지게된 다는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작고하기 전 이런불교의심오한사상에매혹되어서 8 년간불교이론과주역을공부했다고알려 져 있는데 숨을 거두기 전에 만일 미래에 인류를 구원할 종교가 있다면 불교가 될 것이라는의미심장한말을남겼다.그러니 우리 모두는 욕망을 자제하고 저 푸르른 창공을자유롭게날아다니는기러기와같 이호연기지의삶을살아가면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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