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11월 27일 (월요일) D5 기획 “한국 스포츠에 ‘퍼스트 펭귄’ ( 가본 적없는길에먼저도전하는사람 ) 이나 와야영광의시대가부활할수있을겁 니다.” 한일스포츠 전문가인오시마 히로 시 ( 62 ) 작가는 지난달 한국일보인터 뷰에서“한국에서도 운동에만 몰두하 지않고 학업이나일을 운동과 병행하 는선수들이나와야한다”며이렇게말 했다. 병행이가능해야 저출생시대에 도운동하는사람이늘어스포츠저변 이탄탄해질것이란설명이다. 항저우아시안게임양궁은메달리스 트 주재훈 ( 31 ) 은 퍼스트 펭귄에가까 운인물이다. 청원경찰 ( 한국수력원자 력한울본부 ) 로일하는평범한직장인 이메이저국제대회은메달을 2개나따 냈기때문이다.그는운동에만 ‘올인’하 지않더라도스스로좋아서길을찾으 면정상급기량을낼수있다는메시지 를우리체육계에던졌다. 주재훈은 최근 서울여의도의한 카 페에서한국일보와 만나 “어릴때부터 운동하라고 했으면억지로 했을 테니 까안 했을 것”이라며“즐기면서하다 보니재미를느끼고계속잘할수있는 방법도스스로찾게됐다”고밝혔다. 주재훈은 학창 시절엔 운동과 거리 가멀었다.운동신경이좋은편도아니 었다. 하지만대학생이던 2016년학교 근처인경북경산의양궁 동호회를찾 으면서인생이달라졌다.어릴때시골 에서대나무를깎아만든활을쏘고놀 던기억이떠올라 취미로양궁을 시작 한것이다.정식으로활시위를당긴그 는 과녁정중앙에명중시켰고, 출전하 는동호인대회마다우승했다. 주재훈은“잘뛰지못하고순발력도 좋지않아서운동신경이없다고생각했 는데양궁을한번체험해보니딱적성에 맞고재미있었다”고돌아봤다.양궁은 그의일상도바꿔놨다.주재훈은“성격 이급하고멘털이약한편인데활만잡 으면차분해지고집중력이높아졌다”며 “대회에자주나가다보니도전의식이 생기고자신감과사회성까지얻었다”고 말했다.덕분에내향적이었던자신이결 혼까지할수있었다고강조했다. 실력이늘면서태극마크를 달고 싶 은 꿈도 생겼다. 세계최강인 한국 양 궁은‘국가대표되는게올림픽메달따 기보다어렵다’는말이나올정도로경 쟁이치열하다.하지만,주재훈은 4전5 기 끝 에꿈을이 뤘 다. 그는 “201 7 년부 터 매 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근 소 한 차이로 떨 어 져 아 쉬웠 지만 꾸준 히도전 하다보면 언젠 가는 될 것으로생각했 다”고말했다. 직장생활을병행하다보니훈 련 시 간 이전문선수들보다 턱 없이적을수 밖 에 없었지만그에 겐 문제되지않 았 다. 퇴 근 후 일주일에서 너 차 례연습 했고훈 련 시 간 은하 루 에3시 간 정도를 유 지했다. 퇴 근이 늦 어양궁장에못 갈 때는지인의 축 사에과녁과조명을설치해 놓 고50 m 거리에서활을 쐈 다.멘털 관 리 등 다 른 훈 련 방법은 유튜브 를보며 연구 했다. 주재훈은“다 른 선수들보다활을 빨 리 쏴 서훈 련 량이부 족 하 진 않 았 다”며 “일을하면서도시 간 을 효율 적으로활 용 했고, 직장 일로 힘 들 때활을 쏘는 자체가 힐링 이라즐겁게했다”고떠올 렸 다. 그는 “전문 선수들은정해 진틀 에맞 춰 억제 된 훈 련 을하는데,나는스 스로에게 온 전히집중해서딱 맞는 방 법을찾 았 다”고말했다. 그는 앞 으로 ‘제2의주재훈’이 얼 마 든지나올 수있다고 내다봤다. “양궁 뿐 아니라 다 른 종목 에서도 생활체육 대회가자주열리며동호회도늘었다” 는 점 을 긍 정적으로봤다. 실제주재훈 외 에도 가능성을 보이 는퍼스트펭귄들이 등 장하고있다. 유 준 하 ( 22 · 경 남 FC ) 가대표적이다. 그는 유소 년 축구 선수로뛰며학업도열 심 히해서울대체육교육과에 합 격했고, K 리그2 ( 2부리그 ) 에도데 뷔 했다.지난 해 종별 육상선수 권 여자 대학부에서 200 m 금 메달을 딴 박 다 윤 ( 20 · 서울대 체육교육과 ) ,고교야 구 선수출신으로 대학에서 공 부하며 프 로야 구 신인 드 래프 트 참 가를 준비 하는이서 준 ( 20 · 서 울대체육교육과 ) 등 도 새역 사에도전 한다. 김지섭기자 “어릴때억지로시켰다면운동안했을것$재밌어서하다보니잘하게됐다” 한국수력원자력청원경찰로근무하며태극마크 까지단 양궁 국가대표 주재훈은 일과 운동을 병행하면서도최고의기량을낼수있다는사례 를남겼다.오른쪽사진은주씨가지인의축사에 서연습하는모습. 김예원인턴기자·선수제공 # 1. 올해 공군 사 관 학교를 졸 업하고 장교로임 관 한방서 연 ( 23 ) 씨 는중학교 때까지 농구 선수 였 다. 10세때 클럽 에 서취미로 시작했는데 남 다 른 재능 덕 에각 종 대회에서상을 휩쓸 었다. 자 연 스 럽 게“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생 겼다. 문제는 방 씨 가 공 부도전교 1 등 이었다는 점 이다. 한국에선 운동부에 들어가는 순 간 운동에만 목숨 을 걸 어 야하기에,부 모 는 흔쾌 히 딸 의꿈을지 지해주지못했다. 방 씨 는 ‘ 농구 부에가 도 지 금 처 럼 운동과 공 부를 병행하 겠 다’고약속하고, 농구 명문인서울 숙 명 여중으로전학을 갔 다. 각오는했지만 농구 부생활은 만만 치않 았 다.수업 듣 고훈 련 하는‘주경야 독 ’ 생활이 반복 됐다. 고교 진 학을 앞 두고 선 택 의시 간 이찾아 왔 다. 한국의 고교 농구 부는 훈 련 량이 많 이 공 부할 틈 을 주지않기에 공 부와 농구 중 하 나를 택 해야했다.방 씨 는결국 농구 를 그만두는길을 택 했다. # 2. “아 빠 , 농구 제대로 해보고 싶 어.” 3년전, 직장인정 모 ( 56 ) 씨 에게중 3 아들은 ‘ 농구 부에들어가 프 로를 목 표로뛰어보고싶다’고말했다.아들은 유소 년 농구 교실때부터‘ 웬 만한선수 보다 낫 다’는 평가를 받았 다. 명문고 에서‘스카우트하고싶다’는제안도해 왔 다. 하지만정 씨 는아들과상의 끝 에 거절했다.“ 프 로에 간 다고해도서 른 이 면그만 둬 야할 텐 데이 후삶 이그 려 지 지않 았 다”고했다. 2000년시 드 니올림픽을 앞 두고 중 학교 2학년수영대표장 희진 ( 3 7 ) 이영 구 제명처분을 받았 다. “선수 촌 에서 합숙 은 할 테니학교에서 7 교시수업 까지 듣 게해달라”고 요구 한 게이 유 였 다. 요구 가 받 아들여지지않자 장 희 진 은 선수 촌 을 떠 났 고, 대한수영 연맹 은그를 징 계했다. 우여 곡 절 끝 에올림 픽에출전은 했지만, 이 듬 해미국으로 떠 났 다. 23년이 흘렀 지만,달라 진건 없다.여 전히학생선수들은 ‘운동이 냐공 부 냐 ’ 선 택 을강 요받 는다. 운동을 택 한이들 은어릴때부터바늘 구멍같 은 프 로무 대만을바라보며 공 부를포기한다.이 렇게 외 길인생을 걷 다가 운동을 그만 두는대다수선수는학교와사회에적 응 하지못한 채 방 황 한다. 외 동자 녀 의 인생대차대조표를 따 져 보는 요즘 부 모 들은‘ 모 아니면도’운동부에자 녀 를 보내 려 하지않는다. 거의 모 든 종목 이 학생선수‘ 구 인난’에처한 배 경이다. 한국일보는학교운동부활동을했 지만 끝 내선수생활을중도포기한당 사자와 학부 모 , 주변 교사 등 11명을 심층 인터뷰했다.이들은 “한국처 럼 어 린 선수를 ‘운동하는 기계’로 만 드 는 구 조에선선수 층 이두터 워 지기어렵다” 고 말했다. 2016년 ‘정 유 라 사태’이 후 최저학력제 등 이도 입 됐지만,여전히체 육 특 기자 입 시에서가장 중 요 한 요소 는 ‘전국대회 8 강이상’ 같 은기 록 이다. 훈 련 량이 많 아질수 밖 에없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의 ‘한국 초· 중 · 고 학생선수 훈 련 시 간 국내 외 실태조 사’ ( 2014년 ) 에따 르 면, 초 교 축구 선수 는 1주일평 균 1 9 시 간 , 중학생은 22시 간 ,고교생은 2 8 시 간 훈 련 했다.국가인 권 위원회의 201 9 년 조사에서도 고교 선수 55. 9% 가 “하 루 평 균 4시 간 이상 운동한다”고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축구 부 감 독 은 “대 입 에 필요 한 성적을 만들 려 면 축 구 명문고에 진 학해야하고,그렇다보 니지도자도 단 기 간 에성적을 내기위 해선수를 쥐 어 짤 수 밖 에없다”고 토 로 했다. 축구 선수출신이자서울광문고 축구 부 담 당 교사 였 던이 현 우 ( 3 7 ) 교 사는“ 종 일 축구 를시 키 니학업에 소홀 할수 밖 에없다”고했다. 운동에만 전 념 해도 먹 고 살 수있다 면문제 될 게없다. 하지만 현 실은 그 렇지않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 메달을 딴 신 유빈 ( 여자 탁구 ) 이나 황 선 우 ( 남 자수영 ) 처 럼될 가능성은 0.1 % 도 안 된 다. 대한체육회에 따 르 면 야 구 와 축 구 등 7 1개 종목 에학교 운동부 선수 로 등록된초· 중 · 고교생 및 대학생은 8 만1,000여명이다. 그 러 나 야 구·축구· 농구·배구 등 4대 종목 프 로 선수는 2,000여 명에 불 과하다. 지방자치 단 체 등 실업 팀 선수 ( 약 7 , 8 00명 ) 까지 합 쳐 도직업선수는 1만 명이안 된 다. 학 생선수 10명중 9 명은 자의든 타 의든 어느 시 점 에운동을 그만 둬 야 한다는 의미다. 종목별 로 보면처 참 한 현 실이더 확 실히보인다. 한국일보가 국회문 화 체 육 관 광위원회 소 속이 용 국 민 의 힘 의 원실을 통 해 입 수한 한국야 구 위원회 ( KBO ) 자 료 에따 르 면, 201 7 년 프 로야 구 드래프 트 참 가자 9 64명중 현 재까 지야 구 를 하는 선수는 7 . 8% ( 7 6명 ) 에 불 과했다. 같 은해여자 프 로 농구드래 프 트에 참 가한 24명중여전히 프 로에 서뛰는 비율 은고작 8 .3 % ( 2명 ) 였 다. 선수 출신학생이중도에운동을 그 만두고 느끼는 막막함 은 상상이상이 다.태 권 도선수출신정 모 ( 2 9 ) 씨 는“11 세때부터 합숙 하며운동만 하다 중3 때처 음펜 을잡 았 다.영어는 쉬 운 단 어 조차 제대로 읽 을 줄 몰 랐 다”고 했다. 축구 선수 출신 남규빈 ( 21 ) 씨 는 “ 9 세 때부터 축구 만 하다가 중3 때 공 부하 려 니 책 상에 앉 아있는 것조차 힘 들었 다. 매 일 PC 방을전전하며방 황 했다” 고했다. 어릴때운동을 관둔 선수는그나마 사정이 낫 다. 고교 졸 업과 함께 야 구 를 그만 둔백진 영 ( 34 ) 씨 는아무 준비 없이 사회로던 져 졌다. 백씨 는 20대내내트 럭 제조업체와 철 강업체 등 에서 비 정 규 직으로일하다 30세가 돼 서야 유 리제 조업체정 규 직으로 자리를 잡 았 다. 그 는 “회사교육부터영어로 진 행되니정 말 힘 들었다”고 했다. 대학 때야 구 를 접 은 고선영 ( 30 ) 씨 도 “운동 그만두고 치 킨 집에서일하는데사장이 ‘ 왜 멀 뚱 멀 뚱 서있느 냐 ’고다그치더라.야 구 부 에서감 독·코 치가시 키 는것만하다보 니사회성이부 족 했다”고털어놨다. 대한체육회가 201 9 년실시한조사에 따 르 면, 운동선수의평 균 은 퇴 나이는 23.6세,은 퇴후 무직 비율 은41. 9% 에달 했다.어렵게직장을 구 해도64.6 % 는 비 정 규 직이었다. 월 200만원이하를 버 는 경우도절 반 이상 ( 51.6 % ) 이었다. 학 습권 보장 노 력이없었던 건 아니 다. 2016년정 유 라 씨 의이 화 여대부정 입 학사 건 을계기로체육 특 기자 입 시에 내신성적 등 이 반 영됐다. 대회와 훈 련 에 참 가하는 학생선수를위해결 석 을 출 석 으로인정해주는‘출 석 인정일수’도 지난해부터중학교 12일, 고교 25일로 대 폭축소 됐다. 그 러 자지도자와학부 모 들은“의대가는학생이체력시험보 느 냐 ”, “대학 가 려 면대회에나가야하 는데어 쩌 란말이 냐 ”고 반 발했다.결국 인정일수는중학교 35일, 고교 50일로 다시 확 대됐다. 체육 특 기자제도를 유 지한 채 학 습권 을강 화 하 려 다보니 충 돌이생긴 셈 이다. 그 럼 에도 운동을 그만 둔 뒤좌 절감 과 막막함 , 불 안감 등 을 느 꼈 던전직 선수들은 학 습권 을 보장하기위한 노 력이계속 돼 야 한다고 말한다. 고1 때 축구 를그만 둔윤진민 ( 20 ) 씨 는“할 줄 아는게없으니두 려 운 마 음 에 축구 부 에계속 붙 어있는 후배 가 많 다”며“학 생들에게선 택 의 폭 을 넓혀 주기위해서 라도 공 부가 필요 하다”고했다. 운동부에 갇혀 있는 학생들에게교 우 관 계와체험학 습 ,수학여행 등 의‘일 상’을되돌 려줘 야한다는지적도있다. 농구 선수 출신인임 용석 ( 44 ) 충 북대 교수는“학생들이운동부라는 좁 은사 회에서지도자와 선 후배 만 접 하며수 년 째 고 립된 생활을하는게문제”라며 “운동부에선문제되지않 았 던 언 어와 행동이사회에나오면 하나부터열까 지다 문제가되면서적 응 을어렵게한 다”고말했다. 박준석·김지섭·송주용기자 은메달로싹튼일·운동병행의희망 AG양궁은메달리스트주재훈 취미로활잡다가태극마크까지 청원경찰일하며주 3~4회연습 “비전문선수로서자유롭게훈련 내게맞는방식에집중하는효과” 전엘리트선수들이본현실과좌절 ‘바늘구멍’프로데뷔·명문체대진학 전국대회등성적내려훈련쥐어짜 학생들공부접고연습올인하지만 선수되어도은퇴후65%비정규직 “중3때영어단어도제대로못읽어” 운동접자학교·사회생활적응난관 미래안보이는운동부,학부모외면 “학생들선택폭넓힐학습권보장 수학여행등일상경험도돌려줘야” <1>엉망이된코트,벌어진격차 <2>외길인생과이도류인생 <3>입시지옥에잠겨있는체육관 <4>일본스포츠 ‘퀀텀점프’ 비결 <5>금메달조바심잠시내려놔야 글싣는순서 “운동 vs 공부 ” 외길선택의압박$ 한국 학교 스포츠의비극 2,000 23.6 41.9 51.6 7,800 지방자치단체등실업팀선수 야구·축구등4대종목프로선수 운동선수평균은퇴나이 은퇴후무직비율 은퇴후월수입200만원이하비율 자료:대한체육회 포기이유 전교1등성적,학업 집중위해포기 야구선수로서성공 가능성낮다고생각 운동선수로서미래 막연 축구선수로성공 가능성낮아 운동선수의삶에회의 느껴 포기시점 중학교졸업직후 고등학교졸업직후 대학재학중 중학교3학년 중학교3학년 진로전환 이후어려움 농구를포기해야했던 아쉬움지속 야구외엔지식없어 10년동안트럭제조, 철강업체비정규직전전 감독과코치가시키는 것만해와서사회성 부족 책상에앉는것조차 힘들어PC방전전하며 방황 운동만하다보니 중학교때까지영어못 읽어 ᾡ፵ⲁ⁽ජⶵ߹ℽ⃩ ώᇭ₉ 방서연 (23·농구) 고선영 (30·야구) 백진영 (34·야구) 남규빈 (21·축구) 정모 (29·태권도) 씨 81,000 초·중·고교생및대학생학교운동부선수(71개종목) % % 세 명 명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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