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12월 2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 아침 데이브그랜런드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전문가 에세이 시사만평 키신저 별세 고국엔 지금이 김장철이다. 고국 을떠나올때까지만해도김장문 화는 건재하고 있었다. 입동이 지 나고 김장철이 들어서면 온 가족 이, 동네이웃들이모여김장담그 는 모습이 지금은 만나기가 힘들 게되었지만김장김치는우리네백 의 민족에게는 소중한 고유의 전 통 음식이요 전통 문화다. 김장 김 치를담그는날이면김치보시기를 들고이집저집나눔으로분주했던 그 시절의 김장이란 몇 날을 견뎌 야하는힘든노동이었지만행복했 던 시간이었다. 동네 아낙들이 함 께모여서김장하던정겨운풍경들 이점차사라져가는것이아쉽다. 김장김치속에담긴포근한정이, 후한인심이오가면서품앗이문화 까지더불어이끌어낸공신이다.김 치냉장고가등장하고김치공장이 들어서고서양음식이식탁을비집 고들어서면서김치지존의자리는 조금씩밀려나면서제자리를비우 게되었지만매일먹어도식탁에서 보이지않으면서운해서찾게되는 음식이라우리네민족의집집이김 치 없는 밥상이 어디 있으랴 싶다. 이방인의삶이지만한국인밥상에 서김치가없는식탁을찾아내기란 결코쉬운일은아닐터이다. 김치는 알맞게 적당히 숙성돼야 제 본연의 맛의 정점을 찍게 된다. 세상살이와 비견될 수 밖에 없는 전래 동화 같은 음식이다. 짠 소금 에절여지고젓갈과매콤한고춧가 루에마늘까지갖은양념에버무려 져 자신을 숙성시킬 줄 알아서 비 로소진국의제맛을낼수있게됨 을안다. 절여진배추는맵고짠세 월 속에서 인고의 시간 동안 숙성 되면서제맛이들기시작한다. 항 아리안에서혹독한추위를견디며 기다림과참음의시간을극기하는 것도한민족정서와제격이다.조급 하게김치독에서꺼내도아니될터 이요 늦도록 독에 남아 있어도 맛 을 놓쳐 버리기 십상이다. 버무려 놓은양념처럼일상에서도마늘이 되고, 생강이되고, 파가되기도하 면서양념이어우러지듯세상과어 우러지며, 혼자서는 어떤 맛도 낼 수 없음을 일찍이 알고 있는 김치 는김장독속에서의고독을삭히며 추위가있어야비로소제대로맛이 들어가는김치를지켜보며어우러 짐과기다림의미학을인지하며깊 이지각하게된다. 배추는 밭에서 뿌리와 분리되면 서죽어지고짠소금에절여지면서 또한번죽어지고양념에버무려지 면서 다시 한번 까무러치고, 김장 독에서 참기 힘든 숙성 과정 동안 에죽은듯이견뎌내야한다. 배추 는이렇듯여러번죽어가면서도우 리네 밥상을 행복하게 해준다. 평 생 먹어도 매일 찾게되는 밥도둑 김치의 일생이 우리네 생애와 다 를 게 무얼까 싶다. 먹거리를 위하 여버텨온희생으로없는살림에도 넉넉한살림에도귀천없이헌신해 온 김치의 삶은 칭송감이다. 밥상 을풍요롭게해줄뿐더러미각을책 임지는유일하고독특한맛이요고 구마와어우러지는동치미는생명 까지책임져왔던명의의자리를내 주어도무방할것같다. 연탄을피우던시절, 심심찮게발 생했던연탄가스누출사고때마다 등장했던 동치미 위력도 김치역사 에 한몫을 해왔다. 영양의 보고요 발효식품 김치가 세계인들의 관심 을모으고있다. 지방따라 사용하는 젓갈이나 양 념 맛에는 얼마간의 차이는 있지 만먼옛조상적부터우리네밥상 곁으로와서여태껏떠나지않으며 우직하고은근한우리민족특유의 뜨거운피의내력처럼꾸밈없는무 구한역사를담아오더니기어코한 류인기와건강음식선호트렌드를 따라전세계에서한국을대표하는 음식으로자리잡고말았다.세계인 으로부터면역력향상식품으로자 리잡은것은세계적으로채식선호 도가높아지면서김치가건강식품 으로 주목 받게 되고 건강 트렌드 로인정받는데한몫을기여한것이 라 생각된다. 한류열풍을 몰고 세 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K-POP 을 필두로 영상 문화, 음식 문화까 지대세를이어가는한국인의묵묵 한행진이영원하기를빌어본다.한 국농림축산식품부와한국농수산 식품유통공사에따르면현재미국, 영국, 브라질등 3개국과아르헨티 나에서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제정했다. ‘김치의 날’은 김치의 가치와 중 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20년 제정된 법정기념일로, 김치 재료 11가지가모여22가지이상의건강 기능성 효능을 낸다는 의미를 담 아 11월 22일로 정해졌다. 김치의 날결의안통과와건강한지구환경 을 위한 저탄소 식생활 실천 운동 확산에도 한몫을 하고있다. 지난 2021년 8월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버지니아 주, 뉴욕 주 등에서도 김 치의날이제정되었다. 11월 22일을‘김치의 날 기념일 로정하자는결의안이12월6일미 연방하원본회의에서처리될것이 라 예상하고 있다.‘김치의 날’이 앞으로 전 세계로 확산 될 전망이 확실하다.무엇보다도김치종주국 이라는인식이확산되고있음에는 세계적인학자와전문가들은물론 일반외국인들조차도김치가한국 전통음식이라는데이견이없기때 문이다. 김치의 독자성과 독특성 그리고 고유성을 지니고 있음에 자부심 을 갖고 농수산 식품 수출 강국으 로 도약하여 K-FOOD 브랜드 가 치를높여가며‘김치의날’확산을 통해 김치가 그 견인차 역할을 할 수있도록한민족의힘을모아야할 때이다.한국인이라는정체성은민 족의 음식 문화에서 비롯된다. 미 국인들사이에서도김치의인기가 높아지는것은문화교류의긍정적 인사례로삼을수있다. 이방인의 삶을이어오면서김치가한국인의 정체성을지켜온것처럼이제는우 리가김치의정체성을지켜내며전 세계를향해진일보해야할때이다. 김치의 날 경계와 방어체계 헨리 키신저 1923-2023 외교 내게 남은 가장 큰 도전…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끊 임없이밀려오는파도와모래는 섞어져하나가되는가싶다가도 곧 다시 떨어짐을 본다. 경계가 없는 듯하나 확실히 있다. 서로 다른 두 존재는 하나가 될 수는 없는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생 존을 위한 전쟁 소식을 가슴 아 프게 접하면서 우리 자신도 우 주 속에서 존재 하면서 내가 아 닌 외부로부터 매 순간 위협을 받고있다는사실을깨닫는다. 무엇이자기자신이며어떤것 이자신이아닌이물질인지의식 하지 못할 때가 많지만 우리 몸 은분명하게자신을인식하고살 아있게 해주는 본능적 지혜를 가지고있다. 우리 몸의 경계는 무엇이며 호 시탐탐노리는외적으로부터어 떻게우리자신을보호하고있는 가? 인체에는 국가의 국방체계 보다더정교한일련의방어선이 있다, 첫째로물리적장벽이다. 피부, 눈의 각막, 공기가 들어가서 닿 은 호흡관의 점막, 음식이 외부 로부터 섭취되어 닿는 소화관 의막, 바깥으로빠져나가야화 는 노폐물을 담고 있는 배뇨관 의 점막은 우리 몸의 물리적 장 벽이다. 이러한물리적인벽에서 는땀, 눈물, 점액등의분비물이 나와벽을세균으로부터더욱견 고하게하는데화상이나물리적 손상으로장벽이파손되면세균 이침입을하게된다. 평균 성인은 하루 2만 리터의 공기를 흡입하여 산소를 흡수 하는데 이 만큼의 공기는 동시 에 유해한 입자와 가스를 포함 하고있다. 먼지와그을음, 곰팡 이, 박테리아, 바이러스 같은 입 자가 기도 및 폐포 표면에 닿으 면 세포에서 분비하는 점액에 붙게 되고 기도 내부을 싸고 있 는 세포에 존재하는 미세한 머 리카락 같은 섬모는 점액을 위 로 밀어내어 점액층에 갇힌 병 원균과 입자는 기침으로 뱉어 내게되거나구강으로이동하여 삼켜지게한다. 우리몸에서물질적장벽이뚫 릴 때 군대와 같은 백혈구가 등 장하게 된다. 이를 면역체계라 하는데 군대에도 여러 종류의 군인들이 있듯이 여러 종류의 면역체계가있다.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는 선천 면역에는이전에미생물이나다 른침입자를접해보지않았어도 효과적으로 침입자를 삼켜버리 는 대식세포, 호중구 백혈구 등 이 있고, 암세포나 특정 바이러 스에감염된세포를인식하여세 포를 아예 없애버리는 자연 살 해세포도있다. 또다른백혈구는염증에관여 하는 물질, 사이토카인을 분비 하여많은면역세포를필요한곳 으로불러들이는역할을하기도 하는데전투병력을동원시키고 움직여 주는 부대라고 할 수 있 겠다. 반면후천적면역의경우는임 파구라는 백혈구가 침입자를 만나 공격 방법을 학습하여 다 음에 다시 만나면 효과적으로 침입자를 삼키고 조각으로 분 해하게 되는데 적을 만난 후에 시간이 흘러 적응해야 된다. 이 처럼 다양한 군대에 해당되는 여러 백혈구들은 골수에서 생 산된다. 선천 면역과 후천 면역은 상호 적으로작용하는데세포에포함 되어있지않고혈액의액체부분 에 녹아 있는 사이토카인이라 불리는 면역체계 전달체, 항체, 단백질 등이 그 역할을 수행한 다. 이들은 문제가 생긴 조직에 염증을일으켜혈관을확장시키 고 더 많은 세포와 액체가 혈관 에서조직으로들어가게해줌으 로써감염이확산되지않도록해 준다. 염증은 괴롭지만 적군과 잘 싸우고 있음을 알려주는 반 증이다. 몸은 면역 반응이 국부 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에는불필요하게온몸으로 확대되지않도록조절해준다. 국가 간의 국지전이 전면적으 로커지지않도록노력하는것과 국제사회가항상중재하려는시 도와마찬가지이다. 전쟁은 언제나 많은 희생을 가 져오고 그칠 날이 없듯이, 침입 자를 삼켜서 분해한 대부분의 백혈구는스스로파괴되어흡수 되고, 후천 면역의 일부인 기억 세포는특정침입자를기억하며 유지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 을알아야되고, 우리와닿아있 는 우주를 깨끗하게 유지해야 됨과 동시에 같은 우주공간에 살면서 방어기전이 약해서 고 통 받는 이웃을 생각하며 도와 야 한다. 나도 언제든지 그들과 같은 운명이 될 수 있기 때문이 다. 김홍식 내과의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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