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12월 2일 (토요일) D4 끝없는 ‘ 체납과의 전쟁 ’ 1.8억체납 가택수색에 “압류 딱지붙여남편데려가세요” 배짱 “진짜돈이없다니까요.압류스티커 붙이면지금여기서창문열고뛰어내릴 거예요!” 살짝열린아파트현관문너머로“돈 이없다”는고함이쩌렁쩌렁울렸다.시 가10억원상당의서울강북구소재아 파트에사는 강모 ( 54 ) 씨목소리다. 지 금까지1억8,239만 원을체납한 그는 당당했다. 큰소리와배짱,위협을앞세 웠다. 반박에나선공권력은 무기력하 고무안했다. 그렇게말과말이부딪치 며침튀기는전장 ( 戰場 ) 으로휩쓸려가 는 ‘체납정리’ 현장을서막부터숨죽여 지켜봤다. 지난달 22일오전 8시20분, 강씨집 에들어선 ‘관세청 125 체납추적팀’은 압류·수색통지서를 내보인뒤안방부 터수색했다. 휴대폰카메라조명을비 춰가며장롱과화장대서랍,침대매트 리스밑등귀금속이나명품,현금이있 을만한곳을샅샅이뒤졌다. 가택수색을 하던 김덕보 서울세관 체납정리과 팀장이강씨에게 말했다. “이아파트거래가격이10억원이고학 원도운영하는데다, 건강보험역시밀 린것없이잘내고있잖아요.이정도면 충분히밀린세금을낼수있는여건입 니다.더이상은못기다려요.” 강씨가 되받아쳤다. “돈이진짜 없 다니까. 다아내것이에요.” 온집을 뒤 지는 수색이한창일때도 작은방침대 위에서여유롭게책을 보던그의아내 가남일처럼퉁명스레내뱉었다.“체납 자인이사람 ( 남편 ) 만 나가면되는 거 잖아요. 그냥압류딱지붙여서데려가 세요.” 강씨는 20년전총 1억원상당의골 프채를 저가로 수입신고했다가 적발 된뒤세관당국의계속된납부 요청을 무시하고있다.기존체납액에다 5년간 가산금까지붙은탓에현재그가내야 할돈은약1억8,000만원까지불었다. 이날세관직원들은결국 ‘빈손’으로 되돌아가야했다. 귀금속과 고가의명 품등을발견하지못했기때문이다. 80 인치TV, 소파가있었지만생활품목은 인권침해 우 려가있고,매 각 을하더라도 제값 받기가어려 워 보통압류하지 않 는 다고했다. 그나 마 세금분할납부신청 서에강씨서명을받은게 성 과라면 성 과 였 다.“2년간유예,이 후 매년1,000만원 씩 상 환 ”조건을내건강씨에게“그건말 도안된다”고 응 수한게현장에서세관 직원들이할수있는전부 였 다. 며 칠 뒤 후 속조치를 물 었더니관세청 은강씨의은 닉 재산을추적 중 이고, 발 견 즉 시 징 수예정이라고 밝혔 다.김팀 장은“체납정리는‘밀고당기기’의 연 속” 이라며“당장이라도일부를압류할건 지, 설득 하고 또설득 해서체납된세금 을일부라도내게유도할건지 판단 을 잘해야한다”고말했다. 그 러 면서약 7 억원을체납한고추수입 업 자를 설득 , 지난 4년간 세금을 납부하게해현재 9,000만원남은사 례 를들려 줬 다. 실제 로는강씨처럼세금을내지 않 는 사 례 가더 많 다. 그방 증 이1조9,5 6 2억 원에달하는 올 해 누 적관세체납액 규 모 ( 8 월 기 준 ) 다. 누 적체납금액은 2019 년 1조344억원에서2020년 1조1,302 억원 → 2021년1조5, 7 80억원 → 2022년 1조9,003억원으로 해 마 다 증 가하고 있다. 체납자가 버 티기에들어 갈 경우 별 도로 손 쓸 방도가 없다는 뜻 이다. 불 법 으로채 우 는 사적 욕심 을 조세정 의가 제 어하려면더강도 높 은 제 재가 필 요하다는지적이나오는이유다. 김팀장은 세관으로 복 귀하는 길 에 도다 른 체납자에게전화를 걸 었다.“이 번 달은 좀 어 떠 세요 ? 세금 조금이라 도내야 죠 .밀린거매달내기로했잖아 요.” 읍 소하는 그의목소리가 갈 라 져 있었다. 글^사진조소진기자 지난달22일관세청서울세관체납정리과직원들이관세1억8,000만원을체납한강모씨집을수색하고있다. 공항서체납자짐검사하지만$ 10명중한두명만납부 “21 번 게이트로나 옵 니다.인상 착 의 확 인!” 지난달 15일오 후 1시 33분. 이 탈 리 아 로 마 에서 출 발한 비 행 기가 인 천 공 항 에도 착 했다는정보가 뜨 자 관세청 인 천 공 항 세관 직원들이 분 주 해졌다. 김영 록심 사정보과체납팀장은무전기 로 실 시간여 행객 위치와수화 물 수, 동 행 자여부를 확 인했다. 이들이이 토록 분 주 하게 움 직인 건 이비 행 기에지방세4,000만원을체납 한채해 외 여 행 을다 녀 온김모 ( 50 ) 씨가 타 고있었기때문이다.아들과함 께 입 국한김씨는 첫 세관 검 사에당 황 한기 색이역력했다. 이진 체납팀 주 무관이 여 행용 가방을열어명품, 보 석 류등이 있는지 꼼꼼 히살 피 자,그는 굳 은 얼굴 로 연 신 주변 을살 피 며작은목소리로 말했다.“ 빠른 시일내에낼게요.” 그 러 나김씨처럼 순순 히 응 하는체납 자는 극 히소수다. 대부분은 “돈이없 다”는 태 도로일관한다.이날오 후 4시 중 국 베 이 징 에서들어온이모 ( 6 0 ) 씨도 그 랬 다.세관직원이다가가자그는큰 소리로 외 쳤다.“ 검 사하 루 이 틀 받는것 도아니고,돈없어요.없어!”수화 물 가 방을들고있는이씨의아들을불 러 세 워짐검 사를했지만,압류할정도의귀 중 품은나오지 않았 다.이씨역시 짐 이라 곤 작은 백팩 이전부 였 다.이씨는밀린 세금으로 향후 불이 익 을받을수있다 는세관직원의‘ 경 고’를뒤로한채유유 히공 항 을 빠져 나 갔 다. 세관당국이가택수색 뿐 아니라 공 항 에서도 체납자 단 속에나서고있지 만, 현장에서압류할 물 건이없을 경우 마땅 한 방 법 이없어골머리를 앓 고있 다. 관세청은 2021년부터지난해 9 월 까지공 항 에서2,400여명의체납자휴 대품을 검 사해체납액납부를 ‘유도’하 고있다.압류· 징 수인원은 2021년 499 명에서2023년 9 월 기 준 6 18명으로 늘 었지만, 검 사인원 중 납부하는 경우 는 10명 중 1,2명에불과하다. 인 천 공 항특송물 류 센 터한 쪽 에있는 체화장치장에는‘체납,관세 미 신고등으 로통관이보류된 물 건 ( 체화 ) ’이한가 득 쌓 여있었다.이날도관세1,000여만원을 내지 않 은체납자가32만8,410원짜리구 찌슬 리 퍼 를직구하다통관보류가되자, 물 품을 포 기했다.김팀장이 씁 쓸한 표 정 으로말했다.“세금은당 연 히내야하는 건데세금낼돈은없고, 물 건살돈은있 고, 참답답 하 죠 .” 조소진기자 “하루 2~4명이체납업무”인력부족시달리는인천공항세관 세금 체납액이날로 증 가하고 있지 만정작밀린세금을받아내는현장은 인력부 족 에시달리고있다. 관세청에 따르 면 세금 체납액은 매 년역대 최 고기 록 을 갈 아치 우 고있다. 지난해기 준 국세 누 계체납액은102조 5,140억원,지방세는 3조 7 ,888억원에 달한다.관세체납액은 올 해9 월 기 준 1 조9, 6 49억원이다.이들체납액을모 두 합 한금액은 올 해서울시예산 ( 약 4 7 조 원 ) 의 두 배를 훌쩍넘 는 규 모다. 관세 청관계자는 “고액체납 ( 10억원이상 ) 이전체체납액의 절 반을 차 지한다”고 설 명했다. 세수 부 족 에시달리는정부는 두 마 리 토끼 ( 세수 확 보·조세정의 실 현 ) 를 잡 기위해체납과의전 쟁 에나 섰 다. 국 세청은 체납추적전 담 반을 만들었고, 관세청은 상시체납 정리를 강화하고 있다. 명 단 이공 개 된 고액·상 습 체납자의 경우 국 경 을 담 당하는 관세청에체납 처분이 넘 어온다. 고액체납자가 해 외 여 행 에서고가의명품을 구매한 경우 이를압류하고, 해 외 직 접 구매 ( 직구 ) 로 산 수입품의통관을 보류해체납액을 받아내는역할이다. 그 러 나인력부 족 은체납액 징 수 업 무 의 효율성 을 떨 어 뜨 리는요인이다.인 천 공 항 세관에서체납 업 무를 맡 은체납계 만해도 교 대 근 무인력은 6 명 ( 일 근근 무 포 함시총 8명 ) 에불과하다.2인1조 로24시간 근 무한뒤이 틀 을 쉬 기때문에 체납자가들어오면 물 건을 검 사하고해 외 직구 물 품압류,통관보류고지등의 모 든 일을적게는 두 명, 많 게는 네 명이 해야한다. 체납 전 쟁 장기화 국면에서 업 무 부 담 이가 중될경우 징 수 실 적이 떨 어 질 수 밖 에없다. 체납계한 직원은 “보통 입국 3시간 전에체납자 정보가 공유 되는데체납자들이시간을 가리지 않 고입국하기때문에말 그대로 24시간 내내비상 대기로일하는 상 황 ”이라며 “ 출동 이없을 땐 직구한체납자에게전 화를 걸 어밀린세금을 납부해달라고 부 탁 한다”고했다. 한국조세재정 연 구원은 ‘체납정리인 프라 개 선방안’ 보고서를 통해“체납 정리의 실효성 을 높 이려면 업 무 증 가 량 에 맞 춰 종 사직원수를 늘 릴 필 요가있 다”며“직원수를 그대로 둔 상 태 라면 고액체납에집 중 하는등 ‘선택과집 중 ’ 이 필 요하다”고지적한 바 있다. 조소진기자 관세청‘체납정리’ 현장동행기 귀중품찾기위해여기저기뒤지자 체납자“다아내것,돈없다”큰소리 분할납부서명받고‘빈손’철수 올해누적관세체납액1.9조원 체납자들버티기에해마다증가 대부분“돈없다”태도로일관 압류할귀중품없을땐속수무책 “세금낼돈없고여행갈돈있고”씁쓸 해외직구통관보류땐물품포기 Ᾱඍᚍ ۉ ᬁ♽ੲἪᗘ♽ੲ⅙ᯡ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 2023년 9월 3,491 1조344억 1조1,302억 1조5,780억 1조9,003억 1조9,649억 2,726 2,517 2,455 2,423 ● 자료 관세청 체납자수(명) 미정리체납액(원) 체납자정보,입국 3시간전공유 직원들“24시간비상대기상황” 업무가중에징수효율하락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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