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12월 4일 (월요일) C4 골프 A는학창시절은물론사회에나와 서까지항상B를뒤쫓는모양새였다. 한동네에살면서중고등학교6년간 을함께다닌둘은절친한친구이면서 도쫓고쫓기는묘한긴장의관계였 다.B는공부도잘한데다만능스포 츠맨이어서언제나무리의리더가되 어능력을발휘했다. 반면내성적성격의A는공부는열 심히했으나한번도B를앞선적이없 었다.특히운동에는소질이없어체육 시간에그가할수있는일이란종횡 무진활약하는B를부럽게구경하는 것이고작이었다.A는능력있고사교 성도좋은B를좋아하면서도항상앞 서있는친구를뒤쫓는자신의모습에 때로초라함을느꼈다. 서로다른대학에진학해둘사이의 경쟁관계는수그러드는듯했다. 둘 다대기업에취직했으나분야가달라 서로맞닥뜨릴기회가없었다.그럼에 도A는B를뇌리에서떨쳐버릴수없 었다. 사회에나와서도승진가도를 달리는B를일종의질투와패배감으 로지켜볼수밖에없었다. 이런B를고교졸업후거의30여 년만에골프장에서조우했다.동문회 에서주최한골프대회에참가했는데 공교롭게도같은조로편성된것이었 다. 골프장에도착해조편성표를보 는순간A의심정은묘했다. 죽마고 우와 함께라운드한다는반가움과 기쁨은잠시, ‘골프장에서까지이친 구의승리를지켜보아야하는가’라는 혼잣말이목구멍으로올라왔다. 첫홀티샷을기다리는동안B는변 함없이활달한성격으로친구들과어 울리며라운드를맘껏즐기겠다는표 정이역력했다.이런B와어울려함께 웃음을터뜨리면서도A는 ‘30년전 의학창시절이재연되는구나!’라는생 각이들었다.A는이런심리상태가경 기에영향을미치지않도록무던히애 를썼다. 티샷순서가정해져모두들티샷을 했다.B의티샷은동반자들로부터‘굿 샷’이란외침을들었지만그다지좋은 샷은아니었다. 최대한긴장을풀고 티잉그라운드에올라선A의티샷은 멋진포물선을그리며멀리페어웨이 한가운데로날아갔다. 서로들보기플레이를한다고엄살 을떨었지만A가보기엔자신을포함 해3명은싱글에가깝고B는좀느슨 한보기플레이로보였다.B의스윙은 교과서적인것과는거리가멀었고집 중도도떨어지는듯했다.첫눈에상대 가안된다는생각이들었다. 첫홀이지나고 나자 A는야릇한 흥분에싸이기시작했다. ‘오늘이친 구를이길수있겠구나’ 하는생각이 들었다.A의골프는쉬무너지는성질 의것이아니었다.초보시절에는경계 의대상이못되었지만구력3년이지 나면서늦깎이골프신동으로떠올랐 다. ‘아무리운동에소질이없다지만 골프만은제대로해보자’는그의각 오와각고의노력이낳은결과였다. 서너홀이지나면서예견된것이기 는했지만그날의승부는싱겁게판가 름났다. A는긴장속에서도평소의 실력을발휘해자신도놀랄 70대중 반의싱글스코어를기록했고B는전 형적인보기플레이어의느슨한게임 으로 80대후반에겨우턱걸이했다. 동반자들과악수를나눈뒤마지막 홀을벗어나는순간이이렇게개운한 적이없었던듯했다.A는입가에번지 는통쾌한승리의미소를참느라무 진애를썼다. 다음날B로부터전화가걸려왔다. 다음주말에같이라운드할수없느 냐는것이었다. 좋다고하자B는 “고 맙다”는말과함께“진작널만나야 했었는데. 난골프를잘못치지만볼 줄은알거든. 네골프실력대단하더 라.앞으로자주만나지도해주면좋 겠어”하고말했다. 휴대전화의통화종료음을들으면 서A는머리가멍해지는것을느꼈다. ‘결코내가친구를이긴것이아니구 나. 친구는골프를즐겼는데나는친 구와싸움을한꼴이아니냐’ A는다시한번B에대한패배감을 맛보아야했다. golf ●칼럼니스트방민준 서울대에서국문학을전공했고, 한국일보에입사해 30여년간언론인으로활동했다. 30대후반골프와 조우,밀림같은골프의무궁무진한세계를탐험하 며다양한골프책을집필했다. 그에게골프와얽힌 세월은구도의길이자인생을관통하는철학을찾 는항해로인식된다. *본칼 럼은 칼 럼니스 트 개인의의견으로주간한 국 의의견과다를수있음을 밝힙 니다. * 골프한 국 은자신의글을연재하고알릴기회를제공 합 니다. 레슨프로,골프업계종사자,골프애 호 가등골프 칼 럼니스 트 로활동하고 싶 으신분은이 메 일 (news@golfhankook . com) 을통해신 청 가능 합 니다. 유토 이미지. ‘ 이 기 고도진 라운드 도 있답 니다 ’ 36 2 0 2 3년 11 월6일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NjIxM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