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1월 2일 (화요일) D10 기획 “어릴때잊힌어머니, 말기암얻은조현병아버지$어디에의지해야 하나요” 저는이직을준비하면서아르바이트 를하는 30대여성입니다.제가초등학 교에들어가기전부터조현병이있던 아버지는평생을정신과병동에서사셨 습니다. 어머니는어린 시절이혼으로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존재입니다. 여 동생과 저는친척집에서살다가 성인 이되어독립했습니다.이전에는그렇지 않았는데, 요즘엔늘가난했던가정환 경, 그리고 서른이넘은 나이에도 사회 적으로자리를잡지못하는자신을주 변과비교하고,계속후회하게됩니다. 최근 정신과 병동에계신 아버지가 암이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조현병탓에아버지가 병원검 사 과정을버텨내지못해정확히어떤 상태인지조차알 수없습니다.이혼한 여동생을포함해도움을받을곳은어 디에도없습니다. 검사 중간에병원에 서뛰쳐나온아버지를발견하고는 “이 정도의검사도못받겠으면사람힘들 게하지말고 그냥 죽으라”고저도 모 르게폭언을내뱉기도했습니다. 가까스로한컴퓨터단층촬영 ( CT ) 에 서는아버지의암이이미말기까지진행 된것같아수술도어려운단계라고합 니다. 아버지는 병원을나오고싶다고 말씀하시지만,저는아무것도할수없 습니다. 아버지의정신 병력으로 인해 대학병원에서는치료가어렵고,호스피 스 병동에서도 받아줄지의문이라 지 금 계시는 정신과 병동에임종 때까지 머무르는것이최선입니다. 이럴땐이렇게하라,저렇게하라알 려줄 부모님이있는 사람들이부럽습 니다.지금은남자친구가곁에서많이 알려주고가르쳐주곤합니다.그는아 버지의암에대해“아버지가더이상너 와 동생에게짐이되는일은없었으면 한다”면서“네가어떻게할수있는문 제가아니다”라고말합니다.남자친구 의말은 단 한 번도 틀린적이없지만, 유복하게자라좋은대학을졸업한그 가제상황을얼마나이해할지는의문 입니다. 제대로된치료를 받지도 못하는아 버지가 안타까우면서도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모르겠습니다. 아버지를 자 주뵈러가야하는것인지혹은돌아가 시는 날까지뵙지않아야 하는 건지도 요. 사실 저는 ‘고 ( 高 ) 신경성에저 ( 低 ) 우호성’이고 성격유형검사 ( MBTI ) 도 ISTJ ( 현실주의자 ) 라잘맞는환경에서 혼자편히살고싶어요.남들에게쓸에 너지도별로없고, 사람도좋아하지않 습니다. 여동생이이혼한 후로는 정기 적으로찾아오는 조카들을 돌보는일 도힘이듭니다. 이직을 위해 남자 친구에게공부를 배 우지만,집중이잘되지않습니다.이 럴때일수 록 공부를해야한다는그의 말에도 화 가 납 니다. 공부를하면 칙칙 한제 삶 이 달 라 질 까요.아버지가돌아 가시면 삶 이한 결 편해 질거 라고여기 며 제할일만 열 심히하면되는 걸 까요. 이전에상 담 을 받을 때아버지와 동생 이있어서죽고싶은날에도죽지못해 살아간다고 답 했습니다. 이제는 산 다 는게무엇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떻게하면좋을지알려주실수있나 요. 김영진 ( 가명·32·프리랜서 ) 영진 씨 , 사 연 을 읽 으면서무엇보다 도 삶 의의미를찾지못하는 당 신의공 허 함이 느껴져 마 음 이 참 아 팠 습니다. 세 상의모 든 아이들에게는 ‘의지’가 되 는 대상이 필 요합니다. 묻 지도 따 지지 도않은 채믿 고 따 를수있는그 런 존 재가요.보 통 은부모가그 역 할을하곤 합니다. 어린시절 부모님의이혼으로 어머니와 이별하고, 조현병 뿐 아니라 폭력적성 향 이있어아이가안정적으로 의지하기어려 웠 던아버지를가진 당 신 에게는 기 댈 존재가 부재했습니다. 의 지는 커녕 일상적 관 계 맺 기나 감 정적 교 류 도 쉽 지않았을 겁 니다. 그렇기에 자라면서 누군 가에게의존하고 싶은 욕 구가 충분 히 충족 되지못했을것같 습니다. 당 신의 사 연 에서아버지의 몸 상태 나 자신을 둘 러 싼 환경에대해서는 길 게 설명 을하면서도,정 작 본 인의생 각 이나 감 정에대해서는 거 의언 급 하지않 은 점 이 눈 에 띄 었습니다. 그러면서 앞 으로 자신이어떻게하면좋을지알려 달 라고하셨습니다.지금남자친구와 의 관 계에서도일종의부모 역 할을 기 대하는것같습니다. 부모대신곁에서 이 런 저 런 조언을 해주는 그를 자신을 바른 길 로이 끌 어주고보호해줄기 댈 만한 사람이라고여 깁 니다. 또 상 담 사 에게도 당 신의 삶 에어떤 결 정을 내려 주기를바라는모습이보입니다. 영진 씨 에게의존적면모가있다고탓 하려는 것이아 닙 니다. 본 인이선 택 할 수없는환경적요인으로인해이 런 면 이 강 해 질 수 밖 에없었 죠 .인간이독립 적존재로성 장 하려면 역설 적이게도의 존의과정이 필 요합니다.아이가성인이 됐 을때원하는 삶 을스스로살아 낼 자 양분 이되는내면의힘을 키워 주는건 보호자의 몫 입니다. 성인이된후로도 누군 가에게의지하고, 또 지시한 대로 행동하고싶은마 음 이 드 는건성 장 과 정에서이 런역 할을해줄보호자가없 었기때문일가 능 성이 큽 니다. 하지만이 런 ‘내면의힘’은지금도얼 마 든 지 키울 수있습니다. 이제부터라 도 자기자신에게집중하면서 본 인의 마 음 을알아가는것이 필 요합니다. 크 게는 삶 의 목 적에서부터사 소 하게는 취 미에이르기까지자신에대한 것은 결 국 다른 사람이아 닌본 인에게서찾아 야한다는 겁 니다. 현재 당 면한아버지 의암치료와 관련 된고 민역 시마 찬 가 지 죠 .이 런탐색 은다른사람이아 닌 자 신이스스로를 부모 처럼꼼꼼 히보살 피는데서부터시 작 합니다. 당 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영진 씨 는 자신을 ‘저우호성고신경성’이라 거 나 성격유형검사 ( MBTI ) 라는 일종의 분 류 를 통 해 설명 했습니다.이 런분류 는 자신을일정한 틀에 갇 히게할 위 험 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이해하기어렵기 때문에 눈 에보이는 확실한 유형에 본 인을 끼워놓 고 ‘이정도면난나에대해 서안다’고생 각 해버리는것이 죠 . 그리 고 본 인을살피는 노 력을더이상하지 않게됩니다. 스스로를 ‘저우호성고신경성’이라 는 분류 를 통 해다른사람을좋아하지 않는다고 표 현했지만, 누군 가에게의 지하려는 욕 구는 타인을 향 한 애 정에 기 반 합니다. 당 신은 성 장 과정에서친 밀 한교 류 나상호 작용 을한경 험 이상 대적으로적다보니인간 관 계에서 필 수 적인 크 고 작 은 갈 등이나 감 정적인어 려움을 대 처 하기어려 울 수있습니다. 이는 정말 다른 사람과 가까 워 지기를 원치않아서라기보다는서 투 르기때문 에여기에 쓰 이는에너지가 많아 ‘나는 사람을 싫 어한다’는 결론 을 내려버리 기 쉬 운 겁 니다. 동호회등부 담 없이 참 여할수있는 모임에서사 소 한 짧 은이야기부터시 작 해서타인과 관 계를 맺 어보면조금 씩 익숙 해 질 수있고, 타인과의 관 계를 통 해만 족감 을경 험 할수있으 며 , 자신에 대해더잘이해할수있습니다. 무엇보다 ‘ 감 정일기’를 권 하고싶습 니다. 자신의 감 정을일기 처럼 계속 써 내려가는 겁 니다. 구 체 적으로 쓰 는 것 이중요합니다. △누 구와 △ 언제 △ 어 디서 △ 어떤상호 작용 을했고, 그때 느 낀 당 신의 △감 정을 솔 직하게기 록 하 면됩니다. 누군 가에게마 음 이 불 편했 거 나 또 반 대로기대고싶다고바라게 된 순 간은언제 였 는지에대해서요. ‘이 런얘 기를 들을 때 솔 직히어떤기 분 이 들어’, ‘정말로 그렇게하고싶은게맞 아’라는물 음 을해보면서, 마 음 이어떻 게움직이는지를 기 록 하다 보면 스스 로의 감 정과 욕 구를이해하게됩니다. 최근 들어영진 씨 는 가난했고 보호 자가 부재했던성 장 환경에대한 불 만 이나억 울 함, 다른부모에대한부러움 을 느끼 는것같습니다.아마도어린조 카를 만날 때마다영진 씨 의어린시절 이문 득연 상되 며 그 런감 정이 커 지고 그 래 서자주 부 딪 히겠지요. 물 론 괴롭 겠지만,이 역 시자 연 스러운 감 정이기에 외 면하 거 나부정하기보다는내면의 목 소 리에 귀 를기 울 이기를바 랍 니다. 지금도상 담 을받고계시다면이어가 시는것이중요해보입니다.초기엔상 담 가에게도의존을하게되겠지만,나 쁜 일 만은아 닙 니다. 독립을 목표 로차차의 존과독립사이에서 균 형을맞 춰 가면됩 니다. 상 담 가에게도 ‘어떻게해야할지’ 를하나하나물어보는것보다는 당 신의 주 장 과생 각 , 감 정을자 꾸표 현해보는 연 습을해보면좋을것같습니다. 남자친구가가까운존재인만 큼 생 각 이다를 때는 솔 직하게이야기해보 는 연 습상대가되어줄수도있을 겁 니 다. 믿 고의지하는상대와의 관 계가 흔 들 릴 수있다는 불 안에 권 유를 거 절하 거 나부정적인 감 정을내비치기어려 울 수 있습니다.그 래 서영진 씨 가그의조언에 동의하지않으면서도적 극 적으로 표 현 하기보다는속으로고 민 하는것같습 니다.하지만 당장 의 불 편함이나 두 려움 을 감 수하는선 택 을조금 씩 해가 며본 인의주 관 을 키워 가는것이 필 요합니다. 과 거 의영진 씨 의인생은스스로 결 정 할수있는것들이많이없었습니다.하 지만 성인인지금부터는 스스로 만들 어 갈 수있습니다. 당 신이그 토록 바라 던, 자신에게 관 심을가지고존중해주 는부모 역 할을 본 인에게하면서요. 그 렇게진정한 독립을 경 험 하 며새 로운 삶 을 개 척해가는영진 씨 가 되기를 응 원합니다. 정리=전혼잎기자 정우열의 회복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A Q 여동생과둘이친척집에서자라 평생병동서산아버지안타깝지만 어떻게해야할지알려줄이없어 남자친구“공부하라”조언하지만 그런다고삶달라질것같지않아 집중도안되고, 죽지못해살뿐 어린시절의지할보호자의부재 성인이돼서도의존적면모강해 자신에게집중‘내면의힘’키워야 ‘감정일기’로내감정에귀기울이길 상담가^남자친구통해표현연습 조금씩본인의주관키워나가야 ※해결되지않는내면의고통때문에힘 겨운분이라면누구든상담을신청해보 세요. 상담신청서는 한국일보 사이트 (https://www.hankookilbo.com/ counseling) 또는아래바로가기를통해 양식을 내려받아 작성하신 후 이메일 (advice@hankookilbo.com )로보내주시 면됩니다. 선정되신분의사연과상담내 용은한국일보에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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