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1월 20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김정자 시인·수필가 전문가 에세이 시사만평 존슨도 매카시 꼴? 예산합의안 등 뒤를 조심해! R.J. 맷슨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해맑은겨울아침이다. 영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겨울 창가 에 섰다. 창틀 프레임에 고여있는 고정된풍경처럼인식되지만순간 도 머무른 적이 없기에 번번히 창 가에서 다가서곤 한다. 고층 주거 지에서 내려다 보이는 겨울 풍광 이 빚어낸 삽화 운치에서도 영하 기온이 체감된다. 매일 다가오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무미건조한 삶을 반복하는 인생들에게 시간 은 끝없는 미세한 움직임으로 끊 임없이 풍경을 연출해 내고있다. 위풍당당 겨울 카리스마 위세 앞 에바깥출입은아예접어두고시 리도록푸른한겨울삽화에젖어 든다. 나목의빈가지들이방풍처 럼마을을품고자연과사람이어 우러지며 살아가는 분주한 도심 을 안고 있다. 거미줄처럼 엮어낸 길들이 도로로 이어지며 가로등 과 가로수가 켜켜이 마을을 휘감 으며 늘어서 있다. 차갑고 음산한 회색 겨울 풍경이 삭막 하긴 하지 만 그마저도 오밀조밀 정겹다. 겨 울삭풍에몸을떨고있는나무가 지 끝자락에 걸린 시간마저도, 아 슴푸레 흘러가는 우리 마을 고요 가평화롭다. 햇살이하도다사로워창을열자 바람이 몰려든다. 촉감은 매섭지 만소리는맑다. 꾸미지않은천연 의음률로고저장단에강약도섞 여있어 나름의 화음을 연주하 듯 밀려 왔다 밀려가곤 한다. 물리학 적 음파로 생성된 마찰음인데 마 찰에는통증이수반되는것이라서 바람이아파하는신음으로들리기 도한다. 무한창공을휘돌아다니 느라 허공잡이 고충이 허황된 떠 돌이 마냥 들떠있다. 허공에서 내 뱉는울부짖음으로뿜어내는발성 이요 몸부림의 토로이다. 인생들 이찌든현실에서빠져나오려는반 사 음이 빚어낸 탄식의 한숨 소리 인 듯도 해서 언뜻 겨울은 서러운 계절같다는생각이밀려드는데저 만치 보이는 교회 종탑이 클로즈 업으로 마음을 파고든다. 보이지 않는 바람의 흐름 속에서도 인생 들은 쉼없이 주어진 삶에 열중하 고있다. 주어진길이도분량도모 른체. 파도같은바람의춤사위도, 빈 가지들의 묵묵한 기도도 어느 것하나놓칠수없는기적이요축 복이다. 나뭇가지 끝으로 스며든 여명이 대지를 깨우고 하루맞이 채비에 분주했지만 영하의 하루 시작은 운무가걷히듯시간마저도천천히 흘러 평온하게 하루가 열리고 다 함 없는 소재로 겨울 삽화를 그려 가고 있다. 추위가 유난한 날이라 그런지 보고 듣는 일과들이 막막 해지면서멀리유배당한기분이이 럴것같다는감회가깔린다. 살다 보면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일들 이 있는 것처럼 마음이 쉽사리 가 다듬어 지지 않을 때면 세상살이 또한 녹녹하지 않았고, 반짝이는 불빛 같은 소망이 없었다면 어떻 게 살아왔을까, 또 어떻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 부호가 떠 나지않는의구심이요부메랑처럼 번번히되돌아오곤하는연민의질 문이다. 반어법적우문을안고겨울바람 의고뇌를알것같은묵직한마음 이되어창밖을응시하고있다. 미 동없이빈가지를품고있는나목 들도제자리를지키고서있고, 곤 고한 소리를 내고 있는 신축 공사 장도추위와는아랑곳없이타워 크레인은 근무중이다. 바람에 깃 발처럼 펄럭이는 공사장 가림 막 이 세상을 향한 상흔의 호소처럼 파탄, 상실로 촉발된 고통을 묘사 한입간판처럼보인다. 인생여정을지나다보면육신에 이상이 생겼을 때 아픔을 느끼고 호소하게 된다. 필자의 경우에는 정말 아픈 것은 마음이었다. 평범 한 일상에서 조차 이탈된 사람으 로 치부받는 아픔도 물론이려니 와 아무에게도 아무것에도 도움 을줄수없는,아픈이들의손을잡 아줄수없는것이가장큰 아픔이 었다. 가만히눈을감고지내는시 간이 많아지면서 기억 줄에서 멀 어진, 지리적으로 너무 멀어서 볼 수없는, 아름다운사람들이느껴 진다. 잊혀진줄알았던그향내가 부질없이 촉감 된다. 가끔은 상식 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불가사의 한현상처럼위축된마음문이여 닫이 없는 문처럼 반응할 때가 있 다. 따뜻하고 훈훈한 회복의 경험 이 어쩌면 흔하지 않은 기적일 수 도있겠다싶다. 지구가앓고있는기상이변이휘 몰아칠때마다하루하루를기적 같은 시간들을 부여 받았음에 감 사를잊지않았어야했다. 나라전 체가 동상에 걸리는 재난의 마지 막이 되기를 빌어본다. 창을 통해 비쳐오는 겨울 삽화 풍경과 이 모 진 겨울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힘든 시간을 축복의대열로선회하려는의지가 곧축복일것이다. 하늘로서 내려지는 오늘 하루 축복을 내 것으로 안착시켜 두기 위해 묵상의 시간을 마련하려 한 다. 아울러낡은프레임에담긴겨 울삽화의소리없는아우성의근 원을 위해서도. 잠시 겨울 일리스 트로 취해 있는 동안 내 안의 속 사람을 돌아보게 되는 행운을 얻 게되다니, 모진겨울이건네준생 의 지침서를 받은 축복의 날이었 다. 겨울 삽화 내가 사랑한 첫 차 20대에가장가지고싶은물 건은뭘까?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첫 직장, 첫 월급을 타자마자 나 는 대망의 중고차를 한 대 샀 다. 나만큼 세상을 오오래 산 사람이 아니면 이름도 첨 들 어봤을 기아 브리사! 현대 포 니와 더불어 한국 자동차 역 사의기념비적모델이자 2017 년, 영화‘택시운전사’의송강 호가뒷좌석에독일기자를태 우고달렸던바로그차다. 당시 쥐꼬리 월급쟁이가 살 수 있는 새 차는 물론 없었고 회사 대출을 받아 중고차 중 에서도그나마싼모델을골랐 다. 키를 넘겨받고 집까지 운전 을 하고 오는데 세상을 다 가 진 듯 가슴이 벅차올랐다. 오 른쪽 창가에 달린 안테나를 손으로뽑아올리고라디오를 켰더니스피커에서음악이나 오네. 유리창문을내리려고뻑 뻑한손잡이를태엽감듯돌리 면 어떤가! 할리웃 영화에서 차창으로들어오는바람에머 릿결날리는게그리도부럽더 니만, 아아 좋다! 이 차를 내 방까 지 데리고 들어갈 수는 없을 까? 어찌차를바깥에세워두 고 나만 들어가 자리에 눕는 단말인가. 퇴근후라이미바 깥은 어스름 달밤. 담요랑 베 개를 들고 차로 나갔다. 강철 인지양철인지자동차앞부분 후드를, 사랑하는 애인 안 듯 허리를구부려안아보기도하 고, 그위에가만히엎드려귀 를 대고 뚜둑뚜둑 엔진 식는 소리를 차의 심장 뛰는 소리 로듣기도했다. 그 밤 이후 이제까지 자동 차가 그렇게 사랑스러워 보 인적은 또 없는데 그렇다고 이상한 상상은 금물. (참고: Mechanophilia 란 자동차나 모터사이클 등 기계를 보면 성적 흥분을 느끼는 변태도 착증으로 정신질환의 일종) 다신 느껴보지 못할 인생 첫 차의추억이다. 그후미국에와서탔던참많 은 차들이 첫 애인보다는 고 급이었을지몰라도내안에서 그때와 같은 눈 먼 애정은 더 이상발화하지않았다. 인기 모델의 경우 아낌없이 마크업(markup)을 내기도 했고 캘리포니아 기후에 맞 춰 날렵한 컨버터블을 타기 도 했으며 탱크처럼 느꼈던 미국산 대형 SUV, 아이들 픽 업 땐 밴으로, 위험한 밤거리 를 감안한 안전 위주의 차도 탔으나 처음 며칠 간 가죽시 트에서 나는‘새 차 냄새’를 즐겼을 뿐 그 날의 감흥은 이 어지지않았다. 경제학자 허만 고센의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 목마를 때 벌컥 들이킨 맥주 첫 모금의 맛이둘째모금이후에는점점 떨어진다는그이론으로이모 든걸설명할수있을까? 지구 사랑 차원에서 지금은 친환경전기차를탄다.개솔린 엔진이아니니부릉부릉소음 은커녕, 아무 소리도 안 났다 가는 보행자 안전이 염려되므 로 법적 기준에 따라 일부러 만들어진스스스스기계음이 날뿐이다.중고차지만후드를 쓰다듬으며 애무행각을 방불 케 했던 그 시절, 그런 흥분과 애정은없다. 우리집마당에잔디를깎아 주러 10년 째 오는 호세는 풍 뎅이차를탄다. 모양은 밴 같은데 오리지널 모델을 도저히 알 수 없는, 얼 기설기여러중고차에서갖다 붙인문짝과대시보드들이이 룬 각종 조합 밑에 짝짝이 신 발처럼 바퀴 네 개가 굴러간 다. 얼마 전엔 보라색 바디에 자주색도어였는데지난주친 구에게얻은광택페인트를그 위에덧바르는바람에커다란 풍뎅이처럼보인다. 호세는이차를아낀다. 엊그 제는일을하는둥마는둥마 치더니 사람 좋은 웃음 가득 얼굴로내게익스큐즈를구한 다.“오늘 내 아들이 이 차로 면허시험을봐야해서좀빨리 가는거미안해. 다음주에더 블로일할게.” 호세는 마른 걸레로 풍뎅이 유리창을 한 번 더 문지르고 휭하니떠났다. 한계효용이고 뭐고 호세는 늘나에게‘지금여기’의행복 을가르친다. 김케이 임상심리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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