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1월 27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 아침 나라 전역이 폭우, 폭설, 한파로 힘들어하는 중이라 고작 며칠 비 오는걸로지청구하기가민망한한 주간을 보냈다. 워낙 광대한 나라 다 보니 연중 내내 가뭄 걱정으로 보내다가 12월부터 1월우기가되 면 하루 건너 비가 내리는 지역이 있으니 말이다. 한파로 비로 창 밖 을 내다보는 일이 잦아진다. 실내 에서 바라보는 창 밖 풍경과 우산 을들고그풍경속으로거닐어보 았다. 빗 속에서 만난 정경은 젖어 있는 만상에서 생기가 느껴졌다. 이번비가봄비였으면하고빌어보 게될만큼. 앵글의피사체가바뀌 었을 뿐인데 고여 드는 생각들의 다름이이토록명확하게판이할까 싶다. 빗물에흙탕물이도로위로흘러 드는 걸 보면서 인터넷에서 본 비 디오 한편이 생각났다. 물잔을 우 리의삶이라생각하고들여다보는 상황 설정에서 간혹 흙 한 웅큼이 튀어 들어간 것 같은 힘들고 괴로 운일이생겼을때, 그기억을지우 려고흙알갱이들을물잔에서열심 히 수저로 퍼내게 된다. 하지만 그 러면그럴수록물은뿌예지고좀처 럼흙알갱이들을다퍼내지는못하 게 될 것이다. 비디오 주인공은 이 렇게말했다. 많은시간을나쁜기 억을 퍼내려고 애쓰지 말 것이며 긍정적이고행복한기억의맑은물 을 더 채워 넣으려는 지혜로운 시 도 접근이 급선무일 것이라 했다. 참으로 단순한 이론인데 실제 실 천은쉽지가않은그래서의도적으 로노력해야할부분들을생각하게 하는영상이었다. 결핍에서기인된 기억들로하여많은시간을허비하 게 되는 일들이 번번히 발생하는 것이인생여정인것같다. 모저널지에서두아이를키우는 가정이야기가실린적이있었다.첫 째가차분하고착하다고생각했는 데 그 아이는 오히려 동생으로 인 해 애정 결핍을 느끼고 부모 사랑 을받으려동생돌보는일에더어 른스럽게행동한다는상담자얘기 였다. 자랄때도다섯남매맏이로 시댁에서도팔남매맏며느리로보 낸내모습이오버랩된다. 누나, 언 니로 누가 부추긴 것도 아닌데 너 무 빨리 커버린 아이로 살아왔던 것같다. 나역시우리아이들에게 무심결에책임감을심어주지는않 았는지 마음이 무겁다. 좋은 부모 되기가세상에서제일힘든일임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그러기에 어 떤 모습으로 든 어떤 여건에서 든 결핍을느끼고공감하며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마음에 머 문다. 단순히눈앞에보이는부족감혹 은어릴적추억속의결핍, 나만없 는것같은물건혹은절대가질수 없을 것 같은 지위, 명예 등으로부 터의불안감, 자신감, 소질, 능력부 족으로 가질 수 없는 무언가를 인 생들은절절이바라보는게아닐까. 물질에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사 람들을 은근히 질시하곤 했지만, 그들도나름의결핍을느꼈을것이 고 나 역시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채움을 찾아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기에결핍을원망하거나질타할 수 만은 없음이다. 결국 부족함을 느끼고노력하거나아니면받아들 였을 때 만족과 행복이 다가오기 마련이니까. 남존여비사상이지배하고있던 시절여자아이로태어나결핍이시 작된 여인에게 축복의 보상 또한 남다르게주어진것으로받아들였 기에 결핍의 행복이 가져다 준 은 혜를 날마다 감사드릴 수 있게 된 것일게다.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보이는 결 핍보다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 더 많다. 기억 속에서도 결핍이 있 고, 대화 속에서도 결핍의 한계가 느껴지고, 더이상올라갈수없는 결핍도있기에어떠한결핍에시달 리고 있으며 그 결핍을 위해 무엇 을 심고 있는지를, 나아가서 내가 도대체 누구인지를, 다듬어 보려 는여백을가져야결핍이행복으로 유턴할수있을것이다. 현대인의 삶 속에 끼어드는 관계 의결핍과무너져가는멘탈회복을 위해 순환하는 계절의 풍요와 조 락을눈여겨보려한다. 계절이드 나드는 발소리에서 풍요를 얻어내 듯숨겨진조락까지결핍의결여와 약점 진단을 위해 홀로의 시간을 마련하여결핍에찌든마음밭을경 작하듯갈아엎으며관계의조락까 지도뒤엎어풍요의씨앗을뿌린다 면 종국엔 결핍의 행복이 깃들 것 이고이를누리게될것이다. 아직만나고싶은가슴아린그리 움이있기에, 아직주고싶은마음 을못다준아쉬움이있기에, 아직 찾지못한길이있고, 아직채우지 못한 아련함이 있지만, 아직 완성 하지못한한편의시(詩)같은결핍 은 생의 여정을 이어가는 과정의 시간속에머물러있기에인생길이 한 없이 힘들고 어려울 때도 힘이 되는보루가되어줄것이다. 심령이가난한자의결핍, 애통하 는 자의 결핍,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의결핍, 옳은일을하고도박해 받는자의결핍에이르기까지결핍 의 행복이 산상 수훈에 숨겨져 있 었음에 남은 날이 더 짧음에도 갈 수록감사가깊어진다. 결핍의 행복 시사만평 공화당의 현주소 애덤지글리스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마가 아이오와 마가 뉴햄프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 를 맞으며 2023년을 보내주었 다. 2024년첫달에무얼쓸까생 각하다가‘진실과 거짓’이란 화 두가떠올랐다. 지금 세상은 가짜와 거짓 정보 가넘쳐나는시대다. 소셜미디어 의오용과인공지능의눈부신발 달이참과거짓의구별을어렵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진짜에 대한 관심이 높고, 더불 어내가정말누구인가란자기감 (Sense of Self)과자기정체성에 대해깊은의문에빠져있다. 사회문화적으로 가장 핵심 요 소로 알려진 진짜에 대한 갈망 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 껴지는 세상이다. 메리암 웹스 터 영어사전이 2023년 화제의 단어로진짜, 진정성이란의미의 Authenticity를선택한이유다. 정신과는 자아(Ego)와 자기 (Self)를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엄격하게따지자면자아는자신 이 의식할 수 있는 마음 영역이 고, 자기는 의식상태는 물론 자 신도알수없는무의식속의마 음까지 합친 자신 전체를 뜻한 다. 자아는 보통 칭찬, 인정처럼 좋은 면과 긍정적인 면을 주로 찾아가지만 자기는 좋은 것 뿐 아니라 폭력, 욕망 등 자신의 어 두운 면도 함께 포함한다. 그래 서 인간은 선과 악의 양면성이 항상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어 인생살이 중 심리적 갈등이 자 주일어나는것이다. 프로이트는 자기의 성적 욕망 을충족시키지못해발생하는갈 등의 해결이 참 자아를 찾는 길 이라 했다. 한편 융은 삼라만상 이각기다른모습이지만궁극적 으로하나의영혼을가진존재이 기에 개인의 의식 넘어 전체 우 주와의연결됨을깨닫는것이참 자아를 찾는 길이라고 주장했 다. 현대 심리학자 매슬러는 욕 구실현을 통해 자기 안의 모든 능력을 동원하여 더 나은 자기 를만들어가는과정이진짜자기 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한 다. 불교는세상에참나는없고, 참 나를발견한사람도없다고가르 친다. 또한 무얼 안다는 것은 허 상을 보는 것이며 나와 남의 구 별없이한몸이되는게참나가 되는길이라고강조한다. 불교와 달리다른종교들은정직과신뢰 를 참나의 핵심으로 본다. 심리 학은 건강한 생각, 느낌, 행위가 한 군데에 모인 것이 진짜 나이 고,뇌과학은뇌신경전달물질들 의 모든 반응들이 뭉친 덩어리 가자기를형성하고있다는논리 이다. 종교, 철학 등 여러 학문들도 무엇이참이고가짜인가에대한 논쟁은고대로부터지금까지이 어오는진행형이다. 나개인적으 로 참나는 없는 게 아니라 자기 의 다양한 측면들을 융합하여 하나로만든자기전체가아닐까 하는생각이든다. 진실이 뚜렷하지 않으면 심리 적 혼란이 찾아온다. 진정성이 야말로바다물결에흔들리는배 의 중심을 잡아주는 돛대와 같 다. 진정성은 또한 자존감 유지 와 부닥친 상황을 극복하는 능 력, 그리고 의미있는 삶의 추구 를 위한 건강한 심리적 기능을 이루는토대도된다. 진정성이 이처럼 필요하고 중 요한것인데사람들은왜진정스 럽지못한가.첫째는자기의진정 성이사회의기대와판단에미치 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이고, 둘 째는자신이심사숙고해서결정 한 선택이 다른 사람들에게 사 회적 변화를 따르도록 영향을 주지 못할 거란 절망감이다. 정 신의료현장에서일하며자신이 누구고,무엇이자신의삶인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그들 중 경계성 인격장애가 가 장 많으나 강박증 환자들도 꽤 있다. 그들은 항상 무언가를 체 크, 또체크하고, 세균에감염될 까두렵고의심스러워하루에도 수십번 손 씻고, 수시로 집안 청 소하고, 물건이 제 자리에 없으 면 불길한 일이 일어날까 의심 하여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의식 (ritual)을행하듯정리정돈을열 심히한다. 진정한 자아가 강조하는 시대 에자기감과정체성문제로의심 하고 고통 받으며 사는 그들을 어떻게도와줄까? 알고리즘처럼 잘 정리된 시원 스런 답은 없다. 경계성 인격장 애, 강박증 모두 약물치료와 더 불어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본 성, 즉 본질인 참나를 발견해서 정체성혼란과의심의늪에서벗 어나도록도와주는것이최선의 방법인듯싶다. 참과 거짓 전문가 에세이 천양곡 정신과전문의 *모든 칼럼은 애틀랜타 한국일보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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