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2월 10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아침 주말에세이 시사만평 트럼프냐 헌법이냐 1·6 의회폭동 연방대법원 연방헌법원본 R.J. 맷슨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설’이라는 이름으로 또 한 번의 새해맞이를하게되었다. 지난해송 구영신세밑끝에새해새아침을열 게 되었지만 작심삼일이 되어버린 각오들을상쇄할수있는여지로구 정설날을맞으면서새해아침을덤 으로 얻은 기분이 된다. 떡국 한 그 릇을더먹는것으로한해를다시금 열게되었다. 설날이돌아오면먼저 떠오르는것이고향이요그추억이 다. 유년의설맞이는설렘과기대감으 로충만했다. 어머니께선설빔을손 수지으시고장속에넣어두셨기에 수없이장을열어보았던명절추억 은늘감미롭고달콤했다.명절음식 이 수북하게 즐비해 있는 정경들로 달뜨게 만들었다. 설날 아침, 차례 상을물리고집안어르신들께세배 를올린아이들은이웃집세뱃돈몰 이로몰려다니다공터에서떠들썩 하니놀이판을벌인다. 사내아이들 은제기차기, 썰매타기로흥겨워하 고계집아이들은알록달록색동옷 으로 한껏 멋을 내고 널뛰기, 그네 타기로, 어르신들은 마당에 멍석을 갈고 윷놀이를 즐기셨고 아낙들은 방안에서 윷놀이로 신명을 돋우었 다.농한기한가로움을마음껏즐기 던명절풍속도는숨가쁘게내달아 온삶의현장에서숨고르기를하며 재충전기회를제공받는절호의겨 를을얻어낸셈이된다. 이때 만큼은 전통시장이며 방앗 간,이발소,목욕탕도인파로붐볐고 영화관마다가족단위관람객들로 북적대곤했었다. 전란후의암울했 던그시절에도명절이있었기에가 난에짓눌린서민의삶에생기를불 어넣었던시대풍경이연출되고있 었다. 4.19와5.16시대격변기를거 치면서 세대별로 기억하고 있는 설 명절풍경도다른기억들을간직하 게되었지만아무리힘들고어려운 시대를 건너오면서도 이웃이며 친 족간에먹거리로정을나누었던훈 훈한명절모습은쉽사리변하지않 으면서 민족 정서를 이어오고 있었 다.설날변천사도한민족역사따라 다양하게흘러왔다. 고국에서 살아온 세월과 미국에 서보낸시간이맞물릴만큼이되었 지만아직이땅에는고향같은정감 이싹트지않는다.이방인으로보내 는동안의세월보다훨씬더많은사 연과애틋한이야기들이고향흙속 에서계속자라고있었나보다.이제 고향은추억속에만남아있는고향 으로남고말았다.고향이멀어져간 지오래다.명절이돌아오면추억속 에서만 살아있는 고향으로 족하며 살아갈수밖에없는실향민이되고 말았다. 가래떡마냥늘어진세월이 헤아릴수없이흘러갔는데아직도 설날이제대로다타지못한장작불 불씨처럼추억속에도가슴에도남 아있는것은어인연유일까. 명절 풍경은 기억 저 편에 단편적 편린으로 자리하고 있을 뿐이라서 유년의추억자락을붙들고유년의 추억길을거슬러오르는것이전부 다. 민들레 홀씨로 날아들어 먼 이 국땅에민족얼의뿌리를내리고삶 의터전을만들고자손들의대견한 성장과 이룸을 흐뭇하게 바라보게 되기까지 이방 명절도 고향 명절도 편견없이제대로갖추지못한채나 그네로 뜨내기 심정이 되어 모방도 아닌시늉도더욱아닌대충대충보 내온터다. 하지만추석한가위에는 그나마송편을빚어보기도하고설 날이면 떡국도 마련하게 되었지만 떡국을먹어도마음한구석은항상 허기진 이방인 모습에서 탈피하지 못한객이요길손이다. 우리네 아이들의 고향 추억은 어 떤풍경들로저들의추억속에자리 하고있을까.생각에잠기다보면부 모 따라 고향을 떠나 이방 땅으로 들어선철모르던시절어린나이에 낯선문화에적응해가며유년기, 청 년기를보내는동안고국의고유한 명절도이땅역사에곁들여져있는 이방명절도모두낯선추억으로남 겨져있을것같다.송구영신예배를 드리는저녁이면떡국잔치로윷놀 이로보냈던시간들도고운추억속 에 담겨 있을까. 설 명절 주간이면 한복을입고교회어른들을찾아뵈 며세배를올리느라몰려다녔던추 억도한귀퉁이를차지하고있을까. 설날 풍경이 떠오르면 어머니가 생 각나고고향이어른거리는시간속 에서꺼내볼수있는추억이숨쉬고 있는데 우리네 아이들에게 떠오르 는고향은어떤정서로비쳐질까.고 향은세상가운데버려졌더라도유 일하게되돌아가고픈어머니품같 은곳인데.고향을떠나온사람들은 명절이돌아오면마음깊이간직된 고향추억들을반추하게되는데. 우 리아이들정서에도나름의고향이 정립되어 저들의 생애에 삶의 그루 터기가 마련되기를 간절히 소망 드 리게된다. 들꽃 한송이를 보아도 고향 내음 이느껴지고새들의둥지만보아도 고향생각에사무치듯몰두하게된 다. 양지바른벤치에포근하게내려 앉는햇살에매료되어쉬고있을때 도고향은느닷없이떠오른다. 고향 은보드랍고따뜻하고편안한훈기 로 우리네 인생길에서 지치고 곤하 고기진한마음을포근하게보듬어 줄고향생각에도취되게만든다.고 향은 생이란 집을 지어가도록 모퉁 이돌이되어주기도하고매서운추 위를견디며하루를다하고돌아와 지친몸을녹일수있는온돌방따스 한아랫목같다. 객지를떠돌아다니 면서도추위를덮을수있도록두툼 하게껴입은외투같기도하다.어쩌 다고향방문길에오를때마다고향 을찾아보면길도낯설고남아있는 옛사람도드문편이라고향은옛고 향이아니었다. 이국에서 만나는 설날이면 고향 생각에사로잡히게된다. 설날아침 이 밝아왔다. 새롭게 맞는 새해 새 날을덤으로다시한번더맞이하게 되는 감사와 기대가 세뱃돈처럼 신 나고반가운날이다. 추억속에서만 만나지는고향이지만. 추억 속에서만 만나지는 고향 지인들이멕시코를방문하면 서가난한현지인들중맨바닥 에서잠을자는분들에게나무 로침대를만들어준다는소식 을접하고나도간접적으로동 참할기회가있었다. 침대의시 작은 동굴에서 살던 원시시대 에오물이나해충을피하기위 해 잠자리를 땅에서 들어올리 기위한것으로추측된다.고대 이집트 침대는 4개의 동물 다 리모양이침대상판을지지하 고있다. 상당한시간이흘러간일이지 만인도네시아정글지방에선 교를갔을때가생각이났다.여 름이었고 적도 부근이니 낮에 는무척더웠다.보르네오섬원 주민들을 방문하여 의료를 포 함한봉사를늦게까지하고숙 소로 돌아가기엔 시간이 많이 흘렀고 원주민들과 친해지기 도할겸대원들은삼삼오오흩 어져 원주민들의 집에서 밤을 지내기로하였다. 나도 허름한 원주민 집에 도 착을하여주인이내어온과일 을 맛있게 먹고,“잠은 어디서 잘까요?”하니, 창문도 제대로 되어있지않은방에있는대나 무로엮은판상을가리킨다. 매 트리스도 이불도 없었다. 가지 고 간 가방에 있던 수건 한 장 을깔고,가지고있던모든반팔 티셔츠를 껴입고 누웠는데 갑 자기 정글의 소낙비가 지나가 니온도는떨어져추워오고등 짝은배겨서잠을이를수도없 다. 돌아누우면 몸이 더 쑤시니 밤새끙끙거리다새벽녘에잠 깐졸았던모양이다.대나무판 상밑에서닭과돼지들이짖어 대는바람에놀라깨어났다.온 몸은쑤시고뻐근한데손님대 접한다고연기나는불을피어 대며직접따서볶은후엉성하 게갈은원두커피를따뜻한물 에타고고구마처럼생긴열매 를 쪄서 준다. 굴뚝이 없어 온 집에퍼지는매운연기속에서 정제되지 않아 텁텁하지만 따 뜻한커피와열매를같이먹으 니살것같다. 새벽과함께떠오르는태양의 볕을쬐니굳은온몸근육이조 금씩녹았다.온집에퍼지는매 운연기는벌레를쫓아내는역 할에는 좋았으나 많은 원주민 들의 기관지에 나쁜 영향으로 천식을일으키고있었다. 한국의 온돌과 굴뚝이 간절 히생각났다. 온돌은방바닥에 돌을깔고아궁이에불을지펴 서돌을달구어방을데우는구 조인데열이돌에축적되기때 문에누워있으면온몸근육이 풀린다. 바닥에서부터 공기가 더워져 방안의 습도가 적당히 유지되고아궁이에땐불의연 기는 굴뚝으로 빠져 나가기에 방안의공기는맑다. “인도네시아에 굴뚝과 온돌 이어떨까?”하는생각을해보 았다. 난방효과는좋지만온돌 에서의생활은앉아서하는생 활이기에 딱딱한 바닥에서 자 는건물론,눕고일어나는과정 에서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이 누적되다가 나중에 척추질환 발병에 영향을 끼친다. 침대와 매트리스를 사용하면 좌식생 활에서 오는 척추의 과부하를 피해비교적편하게눕고일어 날수있다 고대그리스로마인들에게침 대는잠을자는용도뿐아니라 사회생활의 중심이었다. 성기 게속을채운매트리스가이때 처음 생겨났는데 이집트 침대 보다 부드럽고 푹신했다. 4각 형태에 머리받침대를 갖춘 간 소한침대가유행했으며이침 대들은식사나사교를위한소 파로쓰였다. 15세기르네상스 시대에는 신분이 높은 귀족들 사이에서 침대는 사회적 권위 를나타내는것이었다. 우산모 양의 천개와 아름다운 무늬를 넣어짠커튼을드리웠다. 19세기후반에접어들면서비 로소침대가서민계급사이에 널리 보급되어 장식보다도 실 용적인면에중점을두게되었 다. 최고의숙면을위한매트리 스의기능적발달과함께모션 베드도 등장하였다. 모션베드 는상체를살짝들어올려코골 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완화하 기도,하체를상체보다높게들 어올려하체부종해소에도도 움을준다. 인류의초기침대가지푸라기 나 짐승의 가죽, 말린 고사리 등자연소재로제작되었을것 을생각하면오늘날우리의잠 자리는얼마나편한가? 인도네시아의대나무판상에 서밤을지새웠던일을떠올리 면 하루 밤을 잘 자는 것이 얼 마나큰축복인지새삼느낀다. 대나무 침대 김홍식 내과의사 . 수필가

RkJQdWJsaXNoZXIy NjIxM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