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2월 17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아침 뉴스칼럼 *모든 칼럼은 애틀랜타 한국일보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제프코터바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시사만평 캔자스시티 총기난사 끊임없는 펌블 총기규제법 기상 이변으로 불규칙하고 불안 한 날씨가 참 많은 가르침을 주는 요즘이다. 뉴스마다심한피해상황 들이쏟아지는데다행히집근처에 는큰피해가없을것같다는뉴스 를 접하기도 한다. 국지적으로 곳 곳에 비가 내리고, 가뭄에 시달리 기도하고,지진이발생하고걱정은 끝나지않지만심한시기가일단지 나갔다는소식에가끔씩은다행이 다여기게도된다. 영하를 향해 질주하다가 이따금 청명한하늘이열리는틈을타서산 책길에 나서 보기도 했다. 지난 밤 매섭고 거센 바람이 지나갔나 보 다. 여기저기떨어진나뭇가지들을 주섬주섬치우게도되지만,물과바 람의 힘을 새삼 깨닫기도 한다. 청 명 해진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운 푸른 색 임을 다시금 보게도 되고, 졸졸 대며 흐르는 개울물이 햇살 에반사되는예쁜반짝거림이어찌 나 예쁘고 감사한지. 벽돌 사이로 비집고올라온잡초가신기하게별 모양으로초록을보이는것도보게 되고시시콜콜작은것들에서큰평 안이 찾아옴에 나른한 감사를 느 끼게 되는 겨울 숲이다. 계절 상징 처럼 빈 가지인 채로 매서운 겨울 바람을받아들이고있는겨울나무 의의연함에곰비임비자꾸만눈길 이가고마음이간다. 겨울나무를정시하다보면앞뒤 아래위로질서정연한듯하면서도 자유롭게뻗은나뭇가지들의어울 림이잘매치된앙상블안배로보인 다.다비워낸빈가지의매무새라서 더욱 돋보이나 보다. 어느 나무라 할 것 없이 기막힌 균형과 조화로 혼란없이순조롭게이룸의규율을 지켜내고있다.한쪽으로만가지가 뻗어나온것같이보이지만반대쪽 을 찬찬히 둘러보면 고르게 균형 잡힌의연한자태를지켜내고있다. 겨울나무는잠잠한정적을묵묵부 답 묵비로 고요를 점철하고 있다. 정적이 흐르고 그 정적 속엔 인고 의 묵언을 드러내 보이는 듯 하다. 내면으로부터 내비쳐진 고즈넉한 침묵이장엄과정숙을품고있다.겨 울 나무는 더 이상 초라하지 않으 며오히려경건한엄격이숨쉬고있 다. 위엄이 있는 장중함이 도리어 그윽하고흔들림없는적막과적요 를불러들여더없이평화롭다. 다 비워 낸 초연이 성현의 모습이다. 잎이무성했던화려함의극치를누 렸던모습보다다비워낸비움의성 스러움이견줄수없는각별하고색 다른 아름다움을 갖추게 해 주었 나보다. 바람잘날없이성가시게빈가지 들을번거롭게괴롭히는데도겨울 나무는 사려깊은 묵묵부답 명상 에 잠겨 스스로를 가다듬는 수련 경지를자초하는신비주의를택한 것같다. 숲을사뭇흔들어대는바 람은흘러간세월을견인해내려하 는데세상은같은생각을소유하지 않으면모두적으로삼으며돌아서 버리는이원론세상으로몰아가고, 자아팽창주의라는극단적인자아 사랑에도취되어자신의유익을먼 저 추구하려 하는 시대로 급 물살 을 타고, 외형 지상주의로 내보이 기 위한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 습 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팩트 제일주의 일색에 물들어 있다. 포 스트 모더니즘이 시대를 온통 장 악하고 있는 이 거대한 사상이 공 공의 적으로 간주되기도 하고 배 울점을찾을수있을것이라는주 장까지도겨울나무는수용하고걸 러내며숲은더이상텅빈숲이아 니라며나무들의영일을즐기고있 다. 겨울나무의의연함을닮아조 금은 모남이 닳아져 모난 끝이 이 웃을 찌르지 않도록 나목의 비움 을 받아들이며 드넓은 둘레로 삶 의 지경을 만들어 가라는 훈수를 받는기분이된다. 겨울 나무는 말없는 가르침의 교 유를 손수 보여주고 있다. 빈 가지 들이 마냥 침묵에 잠겨있는 것 같 지만다가올계절로하여생동하는 생명력잉태로충만하다.쉽게드러 내보이진않지만숲의존재이후로 줄곧은은한추세만으로도인류에 게 희망과 살 맛의 기백을 덧입혀 주고있었다.생명력으로한껏담뿍 하니채워져있고벅찰만큼환희로 가득하다.빈가지가되기까지모든 과정들을완결시점으로받아들이 며 순환 과정의 아픔 들에 머물지 않으며오히려희망의디딤돌로삼 아온것이었다.화려했던초록이삶 을기억해가며나락의길로가랑잎 으로낙엽짐앞에담대할수있는 용기로흐트러지지않는자태로절 망을그리움으로다시금순환할것 이라는기억을붙들고, 두손을하 늘로 뻗고 견디어 내고 있었던 것 을. 산을 지켜내며 들판을 보듬는 겨울나무의무궁한삶의지혜를터 득해간다면세상은한결평화스럽 고행복할것이거늘. 나목 가지를 의지해 지어놓은 둥 지가어찌위태로워보인다.잔가지 들을물어와오밀조밀지어놓은보 금자리가 얼마를 버텨내고 배겨낼 까. 모진바람결에밀려날것같은 둥지가 스산하고 궁색하지만 포근 한햇살이내려앉은정겨움이애틋 하고다정스럽다.가장안전한지점 에 나무 중심점에기울거나 치우치 지 않고 공교한 형평 택함이 비할 데 없이 절묘하다. 겨울 나무 비움 이겨울산의비움에서시작된것으 로비움의여백을여실하게보여주 고있어호롱불하나오붓하게밝혀 주고싶음이여.‘아낌없이주는나 무’이야기 중에서 마지막 대사가 내생애마지막을떠올리게해준다.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도“그래도 나무는행복했습니다” 겨울 나무는 어둡고 악한 세대를 역행하는 것에서 얻어지는 행복을 가르쳐주고있다. 겨울 나무 스케치 요며칠장미도바빴다.물론발 렌타인스데이때문이었다. 생산 지에서 도매, 소매상을 거쳐 소 비자에 이르고, 다시 연인의 손 에전해지기까지장미는화물기, 운송 트럭, 승용차 등을 부지런 히 갈아탔다. 올해 통계는 아직 모르지만지난해발렌타인스데 이에 미국서 소비된 장미는 2억 5,000만 송이(미 화 훼가협회). 붉은장미 가 65%였다. 만일이 번 발렌타인에 장미 다발을 선물 받았다 면 그 장미는 십중팔 구 남미산이었을 것 이다. 발렌타인장미뒤에 는 일반 소비자는 잘 모르는‘출생의 비밀 ’이있다. 전에 미국서 팔리던 장미는 거 의 미국산이었다. 50여년 전 미 국에는800곳가까운상업용장 미농장이있었다(연방농무부). 시장에 출하되던 장미는 연 5 억송이. 이런장미농장이사라 지기 시작해 지금은 100여 곳 에 불과하다. 꽃 시장에 출하되 는장미도연1,800만송이로팍 줄었다. 대신 미국산 장미가 사 라진빈자리는수입산이차지했 다. 지난해 미국에 수입된 장미 는28억송이에이르렀다. 세계 최대 꽃 경매시장은 네덜 란드에서지만지금미국에서유 통되는장미는네덜란드와는관 계가없다. 수입선은남미. 60%는콜롬비 아, 나머지 40%는 에콰도르에 서 왔다고 보면 된다. 미국 장미 시장의판도가이렇게바뀐것은 마약때문이었다. 콜롬비아 등에서 오는 남미산 마약 때문에 골치를 썩이던 미 국은 마약 원료의 생산부터 차 단하기로했다. 코케인의원료인 코카 나무는 안데스 산지의 전 통작물중하나. 각성효과가큰 작물로 콜롬비아 등에서 많이 재배됐다.마추피추관광에나섰 다가고산증으로고생하던한인 들이 현지에서 건네받기도 했다 는 코카 잎의 추출물이 바로 코 케인. 미국정부는코카대신다른작 물을재배하는농가에는혜택을 제공하겠다고제안했다. 1990년대초콜롬비아, 에콰도 르두나라와무역진흥과마약퇴 치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고, 종 전 코카 생산국의 작물을 미국 에수출하면무관세혜택을제공 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책이 불 법마약차단에얼마나기여했는 지분명하지않다. 하지만 이로 인해 콜롬비아와 에콰도르는본격적으로화훼산 업에 뛰어 들어 여기서 재배된 꽃을 북쪽으로 실어 나르기 시 작한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흔히 대하는 남미 산 장미(hybrid tea rose)는 지난 2011 년부터메이저수퍼 마켓에서도 팔리기 시작했다. 12송이 가격이 10 달러 조금 넘는 정 도에 책정됐다. 그 때이후수퍼마켓장 미 가격은 20% 정 도 올랐으나 그 동안의 인플레 율이 35%였던 것을 생각하면 수입산장미는상대적으로저렴 한가격을유지했다. 장미꽃값은계절별로오르고 내리는 폭이 크다. 지난해 저점 이었던 8월의 수퍼마켓 장미 한 다즌은8달러대.발렌타인스데 이직전에는23달러로뛰었다. 물론 플로리스트 디자인과 고 급스러운 포장이 더해진 전문 화원이나꽃집의가격은이와는 다르지만연방농무부가수퍼마 켓 꽃값만 추적하고 있어 다른 공식적인 통계는 알려진 것이 없다. 지난해 8월 화물기에서 내려 세관을 통과한 장미 가격은 한 송이 25센트, 시즌에는 40센트 로 12송이 한 다즌의 도매가격 은 각각 3달러, 5달러였던 셈이 다. 결과적으로 마약과의 전쟁, 그 불씨는미국의장미재배농가를 직격했다. 미국산장미를시장에 서몰아낸것이다. 하지만 장미를 찾는 미국인은 늘고있다. 35년전연간10억송 이정도이던장미소비량은 3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 성인 한 명 당 10송이넘는장미를받을수 있는물량이다. 지난해는 물론 이번 발렌타인 에도장미한송이구경못한사 람도많겠지만-. 참고로장미를비롯해이번발 렌타인에 받은 생화를 화병에 꽂아두면선도가유지되는기간 은 일주일 남짓. 카네이션과 국 화류만 2주 넘게 두고 볼 수 있 다. 발렌타인 장미, 출생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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