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2월 24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 아침 한자&명언 ■ 節約(절약) *알맞을절(竹-15, 6급) *아낄약( 糸 -9, 6급) 방탕하고방종하면○한다. 공 란에들어갈말은? 먼저‘우리는에너지를절약하 여야 한다’의‘節約’에 대해 알 뜰살뜰 살펴본 다음에 답을 찾 아보자. 節자는‘(대나무의) 마디’ (joint)가 본뜻이었으니,‘대나 무죽’(竹)이의미요소로쓰였다. 卽(곧 즉)이 발음요소였다고 한 다. 후에‘(대나무처럼 곧은) 지 조’(constancy)‘기간’(period) ‘절도’(moderation)‘알맞다’ (appropriate) 등으로도 쓰이게 됐다. 約자는‘꽁꽁 묶다’(tie up) 가 본뜻으로,‘실 사’( 糸 )가 부 수이자 의미요소로 쓰였다. 勺 (구기 작)은 발음요소였는데 음 이 약간 달라졌다.‘약속하다’ (promise)‘검소하다’(frugal; thrift)‘아끼다’(save) 등으로확 대사용됐다. 節約은‘알맞게[節] 아껴[約] 씀’‘꼭 필요한 데에만 써서 아 낌’을이른다.있을때아껴써야, 훗날후회하지아니한다. 일찍이묵자(墨子)가남긴명언 을아래에옮겨본다. 맨앞문제 에대한답은이를보면금방알 게된다. “검박하고절제하면창성하고 방탕하고방종하면망한다.” 儉節則昌,검절즉창 淫佚則亡.음일즉망 전광진성균관대명예교수/ 속뜻사전<종이&앱>편저자 나이가 들수록 점점 내성적이 고 조용한 일상을 더 좋아한다 는걸알게되었다. 사람들을만 날때면무대에서맡은배역을다 소화해내고무대를내려와야하 는배우같은느낌이들곤하지만 다시집으로돌아와서느끼는안 정감이너무편안하고좋다.‘헨 리 데이비드 소로’의‘고독’중 에이런대목이있다.“나는혼자 있는 것이 좋다. 고독만큼 같이 지내기에 좋은 벗을 아직 찾아 내지 못했다. 우리는 방 안에 혼 자있을때보다밖에나가사람 들 사이에 돌아다닐 때가 더 외 롭다. 사색하는 사람이나 일하 는 사람은 어디에 있든 항상 혼 자다”.‘빈센트반고흐’또한“ 고독은 용기를 잃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위해 필 요한활동을창조하게만드는힘 을준다”고말했다. 수많은위인 이나예술가들은고독의강을건 너위대한성취를이루었다.사회 학자‘어빙고프만’도사람이혼 자만의시간을가지는고독을통 해가지고있던페르소나에서벗 어나재충전을위해홀로의공간 을가진다고했다.고독의유익은 얼마든지생을채워갈수있는풍 요가담겨있다. 이 모든 사실이 객관적인 이론 이라면필자의입장에선나를기 다리고 있는 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있는터라하루들을조 금이나마시간을늘려서쓰고싶 은 생각이 불쑥불쑥 떠오르곤 하기에오히려고독을즐기고싶 음이 당면 상황이다. 고독은 인 생길을동행하는일행으로,동반 자로함께걸어갈가족이나친지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크다. 해 가 갈수록 외롭다는 푸념을 토 로하는노년층분들을종종만나 게되는것이이즈음세상풍경치 기다. 생존하는 모든 것들은 다난하 고분주한움직임속에서상처를 입히기도하고때론상처로하여 아프기도하면서긴여로를걸어 왔지만생의끝자락만큼은실속 있는옹골진붓질을남겨두고싶 은 열망은 아직 식지 않고 있다. 인생여정을걸어온족적끝부분 쯤엔A-4 용지한장쯤의여백 은 고여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용지 위에 생을 압축한 간략한 언어한두줄쯤은남겨져있어 야 할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외 롭다는 투정은 사치일 것 같다. 노년의고독은즐기면행복이되 고, 괴로우면 불행이 된다 했기 에. 고독은‘나하나로,나혼자’라 도충분해지는생의의미와깊이 를 깨닫게 해줄 뿐 아니라 삶을 성장시키고변화시킬수있는가 치있는고적이요적막감이다.고 독은굳이멀리하려거나이겨내 야 할 근거가 필요치 않다. 고독 은 함께라는 공유화 의미가 짙 다.또한창의성의원천이되어주 곤 하기에 고독은 즐길 수 있는 차원까지보유하고있다. 외롭다 거나 쓸쓸함 정도는 따돌릴 수 있는경지로묵상이나사색관조 를통해창작의기회에몰입할수 도 있다. 고독은 손에 잡히지도 않거니와 보이지도 않는 것이지 만그과정속에슬픔을아예배 제할수없는것이기도하지만생 을비워내며정결함을추구할수 있는여백의발견이다.여백은살 아갈수있는호흡의여지를제공 해 주는 것으로 여백이 가진 독 자적범주자체만으로도홀로의 빈자리가마련되는소중한기회 라서 충분히 감사할 수 있는 아 름다움이곱고갸륵하게숨겨져 있다.단순히비어있는공간개념 이아닌비어있는공허함을극복 하고즐기는단계로까지도달시 켜 주었다. 고독의 문을 열고 들 어서면먼저복닥거리는일상에 서 만나지 못했던 한없이 넓게 펼쳐진하얀여백이기다리고있 다. 여백이 허락해준 공간 만으로 도얼마든지평온하다는느낌이 밀려든다. 넉넉하고느긋한여유 로움으로경험하지못했던쉼을 얻기도한다.세상살이가그렇다. 행복을추구하지만행복은잡히 지 않고, 군중 가운데서도 어쩔 수없이혼자일수밖에없는것 이인생이기에고육지책이든, 팔 자소관이든,정당방위든간에일 상에서주어진고독은비어있는 것들을채워주고영성깊은부분 에까지터치할수있는빌미까지 제공받게해주었다. 고독을승화 시켜주는통로에는여백이란공 간미가마중을나와준다.공간적 비어있는상태를극복하는데에 그치는 것이 아닌 고독을 즐길 수있는새로운장을열어준다. 군중속외로움을앓아보지않 은사람은감히외로움과고독을 논하지말라는논지에동의한다. 인생여정을건너오면서한순간 일지라도외로움이나고독을자 초하거나느껴보지않은사람이 과연 있을까. 심지어 생명 없이 도존재하는바위덩이도슬픔을 풀어놓을 것 같은데. 해서 존재 하는모든것들은외롭다는탄성 의 신음을 생의 여로 곳곳에 묻 어가며살아가는것이인생여정 이아닐까한다. 이런말이있다. 홀로의고통을표현하는말은외 로움이고,홀로의즐거움을표현 하는 말이 고독이라 했다. 해서 모든인생들은외롭게태어나세 상과의 외로운 사투 끝에, 떠날 때도혼자외롭게떠난다.그러기 에고독의유익을일찌감치심취 해왔던것같다. 떠날때떠나더 라도‘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 라도나는한그루의사과나무를 심겠다’했던 스피노자가 남긴 말이 떠오른다. 이 또한 고독이 주는 유익으로 받아들이라 한 다.세상이. 고독의 유익 실리콘밸리 한복판에 자리한 새 너제이국제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용기가 뜨고 내리는 공항 중하나다. 오가는비행기셋중하나는소형 비즈니스제트다. 활주로는새너제 이 도심 한복판을 향해 있어 시내 어디서든착륙을앞둔비행기와그 소음을접할수있다. 빌딩사이로 머리위를지나는전용기의위용은 ‘혁신과 기회의 땅’실리콘밸리를 상징하는듯하다. 비행기를가장가까이관찰할수 있는 곳은 활주로 남쪽에 붙어있 는과달루페강이다.천변공원에서 는 착륙을 수초 앞둔 전용기의 새 하얀배가손을뻗으면닿을듯하 늘을 스친다. 성공은 이토록 손에 잡힐듯하면서도멀기만하다. 화려한 기회의 땅, 실리콘밸리에 아름다운 풍경만 있는 건 아니다. 과달루페공원은 실리콘밸리의 대 표적인노숙자촌이다. 노숙자텐트 위로단한사람을위한, 대당수천 억원을호가하는전용기가끝없이 날아든다. 전용기속부호가하늘에서마약 파티를 벌일 때 텐트 속 노숙자는 지상에서펜타닐에취해비틀거린 다. 노숙인중누군가는한때수억원 의연봉을받는빅테크직원이었을 수도있다.생각이여기까지미치면 소름이 돋는다. 꿈과 현실, 성공과 실패가 한 점에서 교차한다. 참으 로미국적인살풍경이다. 실리콘밸리에도 한인 맘카페가 있다. 여느 맘카페와 같지만 잊을 만하면 해고 관련 게시물이 올라 온다. ‘남편이직장을잃은지1년이지 났다. 모아놓은 돈도 떨어졌는데 아이들 학비를 내야 한다. 죽고만 싶다.’이런글을보고있자면숨이 막혀온다. 최근실리콘밸리는인력감축소 식이 없는 날이 드물다. 테크 업계 감원 현황을 추적하는‘레이오프 ’에따르면올들어이달15일까지 154개기업이 3만 9,496명을집에 보냈다. 아직2월중순에불과한데 지난해 4분기 총 해고 인원인 2만 3,193명을이미넘어섰다. 실리콘밸리 생리에 익숙한 이들 은“아시아계 이민자부터 잘린다 ”고 입을 모은다. 회사가 비자를 지원하는 외국인 노동자부터 대 상이 된다는‘합리적 추론’에서 다. 이곳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룸메 이트나 월세 계약 승계자를 구하 는급매물도쉽게찾아볼수있다. 대다수가 해고를 이유로 든다. 룸 메이트나자신이직장을잃어급히 실리콘밸리를떠나게된것이다. 이지역월세는방한칸에 2,500 달러를웃돈다.억대연봉자였더라 도월급이끊기면몇달버티지못 하고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 다. 비자 만료까지 재취업이 안 된 다면방법은귀국뿐이다. 시민권자라면 문제가 없을까. 빅 테크를마다하고한국기업을택한 한국계 미국인은“빅테크에 입사 했으면 이미 해고당했을 것 같다” 고했다. 그는“비개발직군아시안 은미국시민이어도해고2순위”라 고귀띔했다. 지금이라도코딩을배우는게답 일까. 실력 좋은 개발자도 영주권 없이는‘을’일 뿐이다. 애플에 반 도체 설계 직군으로 재직 중인 한 지인은 주말도, 밤낮도 없이 일한 다. 명목상‘주3일재택근무’가가 능하지만 실상은 집에서‘주말이 없는삶’을보내기마련이다. 한국 기업으로의 이직을 고민했 다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영주권 취득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잦은 이직이 어떤 리스크로 돌아올지 모르는탓이다. 비자문제가해결된개발자도‘꽃 길’을장담할수없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 자(CEO)는“모두가프로그래밍을 배워야한다고말해왔지만(내생각 은) 정반대”라고 밝혔다. 그는“인 공지능(AI)의 기적으로 프로그래 밍을할필요가없는시대가올것” 이라며“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생명공학을전공하겠다”고 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수준의 AI 개발을이끌최고급개발자가아니 라면 가장 먼저 AI에 대체될 것이 라는뜻이다. 실제 빅테크들은 대량 감원의 한 편에서AI인재를채용하느라분주 하다. 평범한 개발자와 비개발 직 군의인건비를최고급AI개발자에 게몰아주는것이다. 뒤늦게 개발자로 전직한 이들이 상위 0.1% AI 개발자가될가능성 은얼마나될까. 실리콘밸리를 향하는 도전에 찬 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하 늘 높이 치솟는 빅테크 주가 이면 에 수많은 실패와 좌절이 있음을 기억하기바랄뿐이다. 끝없는 경쟁에서 미끄러졌을 때 이민자가딛고일어설지지대는부 실하기만 하다. 추락을 막기 위해 서는보다단단한발판을준비해야 한다. 빛나는 성공에는 실패의 그림자 가공존하는법이다. 치솟는빅테크주가이면에드리운살풍경 특파원 칼럼 윤민혁 서울경제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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