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3월 15일 (금요일) 오피니언 A8 *모든 칼럼은 애틀랜타 한국일보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결혼하면으레여자가남편성을따 르는것이미국의관습이지만, 오래 전결혼했을때나는성을‘반’만바 꿨다. 즉회사에서는원래의성을그 대로쓰면서가족서류에서만남편의 성을따른것이다. 당시이미기자였 고신문에정숙희기자로나가고있 었으니갑자기이를바꾸는것이더 이상했기때문이다. 나뿐만이아니라선배와동료여기 자들 거의 모두가 신문 바이라인에 는자신의성을, 가족의라스트네임 으로는 남편의 성을 사용하고 있었 다. 생각해보면그때우리가무슨페 미니스트라든가 여권신장을 위해 그랬던것은아니다. 대부분한국서 부터 기자생활을 해왔는데 미국에 오니가족이하나의성을쓰는것이 보편화돼있으므로 편의상 둘 다 모 두차용한‘이중생활’을하게된것 이었다. 한국에서는결혼해도여자의성이 바뀌지 않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아내와 자식 이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부성주의 가오랜전통이고관습이다. 하지만 최근들어미국에서이같은문화가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 다.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는 여성이 많아진것은물론, 남편이아내의성 으로바꾸는경우도있고, 아이들에 게아버지의성이아닌어머니의성 을물려주거나아예부모의성을합 쳐서 새로운 라스트네임을 만드는 가족들이늘고있다는것이다. 퓨 리서치가 지난해 2,740명의 기 혼자들을대상으로조사한바에따 르면결혼후남편성을따르는여성 은79%,자신의성을유지하는여성 14%, 두 사람의 성을 (하이픈으로 연결해) 함께 사용하는 가정이 5%, 두 라스트네임의 알파벳을 섞어 새 로운 성을 지은 가족은 1%였다. 그 리고남자들중에서아내의성을따 른사람이5%나됐다. 자신의성을계속쓰는여성은나이 가젊을수록,학력이높을수록,진보 적이고 민주당 성향일수록 그 비율 이높았다. 그리고결혼을늦게하는여성들이 자기 성을 지키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이유는 오랫동안 커리어를 쌓아 온만큼자신의전문분야에서이름 이중요한자산이기때문일것이다. 사실자기소유의집과자동차및기 타재산을갖고있는고소득자여성 이이름을바꾸게되면소유권과면 허, 보험상의이름도전부바꿔야하 니불편함이우선문제가될수도있 겠다. 미씨 유에스에이에서 라스트네임 에대한갑론을박중에이런글이있 었다. “결혼하면서제성안바꿨어요.솔 직히 우리 부모님께서 열심히 키워 주셔서 의사 됐는데 신랑 이름으로 하기 좀 싫더라구요.”조금 당차고 얄밉긴해도이해못할코멘트는아 니다. 이런반응도있었다.“미국에서엄 마와 아이의 라스트네임이 다르면 이혼이나 재혼가정으로 오해해서 불편하다고들 하는데 전혀 불편한 거없어요. 누군가바꿔야한다면남 편보고제성으로바꾸라고할거에 요.” 사회가많이변했으니이런변화들 은당연하다. 50년전만해도남녀가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고 기르는 핵 가족이‘정상적인’가정의 모습이 었다. 그러나현재미국에이런정상 적인 가족은 17.8%에 지나지 않는 다.반대로혼자살고있는싱글가구 가전체의28%,한번도결혼하지않 은성인은34%나된다.(2021년인구 조사국통계) 이와함께성정체성이 다양해졌고, 결혼과가정에대한사 회적인식도달라졌으며, 가정의형 태도계속진화하며분화하고있다. ‘남녀의 결합’이었던 결혼은 이제 개인의 선택에 따라 결혼하지 않거 나, 늦게결혼하거나, 결혼해도아이 를갖지않거나, 여자끼리또는남자 끼리결혼하여아이를입양또는대 리모 출산하거나 등등 한두 마디로 규정할수없는새로운패밀리의모 습들이계속생겨나고있다. 또전통적인여성성과남성성,어머 니와아버지역할에대한기대가많 이허물어졌다. 여성이돈을더많이 벌거나 가장인 가족도 많고,‘집안 의기둥인아버지’보다이혼후양육 비도내지않고나몰라라하는남성 이많아진상황에서왜꼭여자가남 자의 성을 따라야하고 왜 자식에게 아버지의 성을 물려주어야하는가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있는것이다. 얼마전뉴욕타임스에“그들은왜 아내의성을택했나”라는기사가나 온적이있다. 결혼하면서자신의성 을 버리고 아내의 성을 라스트네임 으로택한남편들이야기다. 의외로몇몇이유는이름의발음과 어감 때문이었다. 한 남성은 자신의 라스트네임이 길고 발음하기 어려 워서 상대적으로 짧고 쉬운 아내의 성을택했다고했다. 또다른남성은 자랄때부터너무특이한자신의성 이 싫었다며 아이들에게는 평범한 성을 물려주고 싶어서 아내의 성으 로바꿨다고했다. 한커플은아내가남편의성이싫다 고 해서 그녀의 성을 패밀리네임으 로정했다고했고,또다른남성은아 버지를본적도없이자랐는데아내 의가족에게아들이없는것을보고 미련없이그가족의일원이되기로 했다고고백했다. 한국문화권에서는상상하기도어 려운 이야기들이다. 족보와 본관을 따지고, 어떤일을절대하지않겠다 고맹세할때“내성을갈겠다”고하 는 한국인들에게 남자가 여자 성을 따른다는 것은“손에 장을 지지는 것”과같은일이될것이다. 이름은 정체성이다. 결혼을 떠나, 성평등이슈를떠나, 한국과미국의 출신지를떠나, 자신을누구로규정 하고 싶은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 도 나쁘지 않겠다. 35년 전, 신문에 이름이 나오는 기자가 아니었다면 나는어떤선택을했을까? <LA미주본사논설실장> 여자의 성, 라스트 네임 정숙희 의 시선 시사만평 눈속임 가격 인상 데이브와몬드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 핫도그가 예전보다 작아 진 것 같은데요? 숙녀분, 슈링크플레이션 아 니에요! 오늘 날씨가 추워 서 작아진 거에요! 얼마전아시안커뮤니티를대 상으로 법률적인 문제를 도와 주는 비영리단체 주최로 한인 언론인들을 초대한 자리에 참 석했다. 실제 한인들이 겪는 고충을 가장가까이서보고듣는취재 담당자들에게 그들이 가장 필 요한 서비스가 무엇일까에 대 해의견을묻는자리였다. 단체 관계자는 주택퇴거 문 제, 노인학대 문제, 신분문제, 노동법문제, 가정폭력등여러 가지 사안을 설명하면서 자신 들이나아갈방향에대해묻고 답했다. 가만히 경청하며 발표자들의 의견을 듣던 나는 대화의 주제 가 아시안 증오범죄로 넘어간 순간부터 말이 많아졌다. 기자 가 아닌 증오범죄를 직접 겪었 던피해자로서말이다. 2022년어느여름날나는LA 한인타운에서 증오범죄와 함 께집단폭행피해를당한적이 있다. 야심한새벽시간집앞골목에 서 이웃의 고성방가가 긴 시간 이어졌고, 참지 못하고 창문에 서서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했 다. 그들은나의출신국가와성 별을 들먹이며 조롱했다. 지역 경찰서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 를걸었지만받지않았다. 조롱이 도를 넘자 남편은 그 러지 말고 대화를 하자며 집을 나섰다. 술에 취한 그들은 욕을 퍼부 으며 남편을 먼저 때렸고 남편 이폭행당하는모습을보고남 편을 도우러 나간 나에게도 폭 행을가했다. 온가족이모여있 던그들의숫자는20명이훌쩍 넘었고우린단둘이었다. 폭행을당하며경찰을불러달 라울부짖었다. 목격자중한명 이 경찰에게 전화를 했고 경찰 이 현장에 도착하자 가해자들 은모두집안으로숨어들어불 을껐다. 우리 부부는 입과 코에서 피 를 흘리며 경찰에게 피해 상황 을 진술했지만 경찰은 가해자 들에게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고그냥가버렸다. 굳건하게믿었던공권력이아 무것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되자패닉이왔다. 우리가 다시 두들겨 맞아도 경찰이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 는공포감은생각보다컸다. 우리는도망치듯이사했다.사 건이일어나고두달정도후경 찰서에서우리를불렀다. 우리는그들이뱉었던모욕적 인 말들을 진술하며 증오범죄 를주장했지만담당형사는증 오범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수사당국은 우리 쪽 목격자도, 우리가 제출한 동영상도, 우리 의 진술도 모두 무시하고 증거 불충분이라며 케이스를 종료 시켰다. 얼마전기자선배와가진점심 식사 자리에서 이민자들이 겪 는 정신적 충격에 대한 대화를 한적이있다. 태어나서 살던 곳이 아닌 전 혀다른세상으로이주해느끼 는터부같은것말이다. 내가소속돼있다고믿었던이 사회가 나를 밀어내는 것 같을 때느끼는상처, 이민자로서내 가겪었던가장큰정신적충격 은아마앞서얘기한사건일것 이다. 지난해말 워싱턴 DC에서길 을걷던한인남성이모씨는괴 한에의해기절할정도로목이 졸리고폭행을당해경찰에신 고했지만 경찰은 별다른 대처 를하지않았다. 보다못한피해자가직접인근 의감시카메라를확인해용의 자를 확인했지만 경찰은 사실 상 체포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미온적인태도를보였다. 증오범죄에대한사회적인식 은날로높아지고있지만‘아시 안’증오범죄에대한처벌법규 는여전히미비한수준이다. 내가 속해 있는 이 사회가 공 평한 잣대로 범죄를 다뤄주길 희망한다. 피해자가 백인이어 서 흑인이어서 아시안이어서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행한 행위에 대한 책 임을 동일하게 지게 하는 그런 사회말이다.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은 결 국우리가되어야한다. 피해를 당했을때아프다고크게울고 반항해야한다. 밟혔을때크게 꿈틀거려야한다. 우리의 꿈틀거림이 커질수 록 이 땅에서 뿌리내려 살아 갈후손들의삶이조금이라도 편해진다는것을잊으면안된 다. 증오범죄, 가만 있으면 안 된다 황의경 LA미주본사 사회부기자 나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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