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3월 22일(금) ~ 3월 28일(목) A10 영화‘로기완’ 송중기 넷플릭스영화‘로기완’(감독김희진)은 삶의마지막희망을안고벨기에에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과 삶의 이유를 잃어 버린여자마리(최성은)가서로에게이끌리 듯빠져드는이야기다. 조해진작가의소설 ‘로기완을만났다’가원작인이작품은지 난1일첫공개이후3일만에글로벌톱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를기록하며전세계 시청자들의마음을울렸다. 로기완과송중기의인연은7년전으로거 슬러올라간다.당시캐스팅을한차례고사 했던그는두번째만남에서마침내로기완 의손을잡았다. “한번고사한작품을다시맡는게쉽지는 않았지만그렇다고어렵지도않았어요. 결 국사람이하는일이라타이밍이맞았다고 생각해요.처음에거절한이유는공감이안 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에요.‘이토록 죄책감의구렁텅이에빠진사람이왜거기 까지가서사랑타령을하고있지?’의아했 거든요. 그러다 JTBC‘재벌집 막내아들’ 촬영할때쯤제게다시대본이왔고, 반가 운마음에읽어보니이번에는공감이되더 라고요. 책은 똑같았는데 제 생각이 바뀐 것같아요.‘살아남는다는것이뭘까’생 각해보니가족이든친구든누군가와부대 끼고살면잘사는것아닌가싶더라고요. 그래서이작품과인연이라고느꼈어요.” 기완은탈북이후중국연길에서숨어지 내던중사고로엄마를잃는다.엄마를끝까 지지키지못했다는사실에괴로워하던그 는‘살아야한다’는엄마의유언을위해난 민지위를인정받고자벨기에로향한다.낯 선땅에서배고픔과추위를버티던어느날, 모든희망을잃고피폐한일상을사는마리 를만난다. “로기완을상징하는단어는죄책감이라 고생각했어요.근데감독님은다르게보셨 던것같아요. 어쩔수없는사연때문에타 의로고향을떠났지만나중에는본인의자 유의지로이곳을벗어난다는것이대전제 였던것같아요. 저는로기완이어떤마음 일지끊임없이고민했어요.특히초반에고 생하는 장면이 길게 나오는데‘왜 이렇게 고생해? 그냥 한국대사관 가면 되잖아’라 는생각이들었어요.근데엄마가돌아가신 것에죄책감을느끼고스스로비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화장실에서 노숙하고고생해야오히려마음이편할수 도있겠다싶더라고요.실제로제가이작품 을촬영하던때아내가임신중이었고인간 송중기로서생각이많은시기였어요. 로기 완이꼭사회적약자라서가아니라‘나는주 변을어떻게바라보고있는가’라는생각을 많이곱씹었어요.” 송중기는 자신의 이름도, 출신도 명확히 증명할수없는이방인의현실을세밀한감 정연기로그리며화면을가득채웠다.금방 이라도눈물을툭떨어뜨릴듯그렁그렁한 눈빛, 미세하게 떨리는 손, 잔뜩 움츠러든 어깨는기약없는희망에지친로기완의상 처를고스란히전해주곤했다.특히유럽땅 에서영어도, 불어도아닌북한자강도사 투리를쓰는모습에는어디에도섞이지못 한로기완의외로운정서가담겨있었다. “북한 관련 부분을 총괄 자문해주신 선 생님이정말베테랑이신데그분이자강도 라는지역을선택하셨어요. 선생님말씀으 로는우리나라영화나드라마중에서자강 도사투리가소개된건이번이처음일수있 다고해요. 또왠지몰라도로기완은그쪽 지방에서살았던인물이라는확신이든다 고하시더라고요.표준어자막없이는거의 못알아들을것같아서약간순화한것빼 고다실제로쓰는단어들이라고들었어요. 사투리에따라달라지는대사의정서를익 히고표현하는작업도중요했죠.” 로기완이벨기에에서홀로살아남기위해 버티는 과정이 그려지는초반부를 지나면 중·후반부 이후로는 마리와의 깊어진 관 계가이야기의중심으로올라선다. 각자의 벼랑끝에서만난두사람은조금씩서로를 이해하고다독이면서서로의삶의새로운 이유가된다. “‘갑자기왜멜로가나오냐’는반응을이 해해요.저도예전에그랬으니까요.그래도 영화라는것이한번보고버리는종이컵은 아니니까시간이지나서한번더봤을때 공감할수있는작품이라고생각해요.멜로 장면은최성은배우의도움을많이받았죠. 함께한첫촬영은제가세탁소에서쓰러진 장면찍을때였어요. 거의한달을혼자고 생하는것만찍다가앵글에들어오는성은 씨를보니그제야외롭지않더라고요.배울 점이많은후배였어요.연기를대할때스스 로‘아니다’싶으면타협없이밀고나가는 모습이 좋아 보이더라고요. 해외로케이션 촬영이라더의지하면서연기할수있었던 것같아요.” 배우에게 작품의 경중을 비교한다는 것 은무의미한일이겠지만, 송중기에게로기 완이유독각별한이유를꼽는다면소속사 인 하이지음스튜디오에서 공동제작을 맡 았기때문일것이다. 그는“스스로굉장히 많은이들의사랑을받고혜택도많이받은 배우라고생각해요. 그렇다면몸값에맞게 더잘해야겠죠”라고강조했다. “원래어떤작품이든열심히하지만공동 제작까지들어갔으면더잘해야죠. 무늬만 공동제작이면안되니까요.저희회사가제 작사를같이하고있고저도회사콘텐츠에 많이 관여하는 편이에요. 제 성격이 그래 요. 주연배우로서책임감이없으면주인공 을하면안된다고생각해요.그게‘돈값’이 죠. 그래서평소에작품에해가되는행동 을해서는안되구요.그러니까제작자들이 주인공에게 돈을 많이 주는 거죠. 연기뿐 아니라 제작에 대한 꿈은 늘 갖고 있어요. 영역을넓혀보고싶어해외작품오디션도 적극적으로보고있고요.학생의마음으로 새로운문을두드리다보면또좋은기회를 만날수있겠죠.” 조은애스포츠한국기자 사진=넷플릭스 “주연배우라면돈값해야죠” 여기살기위해도망친남자가있다.더이상살아야할이유를 찾지못한여자도있다.각자의이유로낯선땅에서겉돌던두 남녀가문득서로를발견한다.비슷한상처를가진탓일까. 악연인줄알았던첫만남을시작으로서로의일상에 스며드는건순식간이었다.고된삶속에서도사랑이라는 희망을택한로기완.그를연기한배우송중기를지난6일 서울종로구삼청동의한카페에서만났다. 넷플릭스영화 ‘로기완’서탈북자역 주연배우책임감새삼느껴 영화‘로기완’포스터.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NjIxM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