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3월 23일 (토요일) 오피니언 A12 김정자 (시인·수필가) 백발 사은숙배(謝恩肅拜) 시사만평 트럼프 구해줄 사람? 데이브와몬드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하얀 백발의 어울림이 풍채와 삶의깊은고찰이내재된분을뵙 게 되면서 은근히 백발이 성성할 날이기다려진적도있었다. 나이 들어버린 매무새가 초라하기 보 다삶을통찰한나머지초연한경 지의사색이스며들어있어, 노년 을반가이맞이들일것같은평안 함의 상징이 무량한 달빛처럼 고 요하고 담담한 평온의 빛결이 밀 려든 고고한 백발의 멋을 발견했 을때였나보다.덧없는세월을곱 게 차려입듯 백발 성성한 나이로 접어들었다. 예전 궁중에선 임금 의 은혜에 감사하며 공손하고 경 건하게 예를 올리던 사은숙배처 럼머리에내린서리가하얀백발 로변신되자배꽃같기도하고산 에서나만날수있는산벚꽃처럼 세상어느꽃보다눈이부시다. 마 치편안한노년의길로접어들수 있는 증명서라도 받은 기분이 든 다. 귀밑머리가백발로헝클어진 채로편한데로쉽게남은날들을 살아낼수있을것같다.여학교시 절, 푸르렀던젊은날보이지도잡 히지도 않는 세월을 어찌 그리도 잡아두려했을까.두주먹으로힘 껏 움켜 쥐어도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었는데,높은산에올라두손 을마구휘저어보아도잡히는것 하나 없고 메아리만 파고들고 늘 그자리에오두마니서있기만했 던것같은데세월이유수다. 백발은물처럼흐르고바람처럼 휘돌아 스스로 자연으로 돌아온 것이다. 욕망이라는 전차에서 내 려무공해노인자리를누릴수있 는길목에당도한셈이다. 백발이 자라는동안한결홀가분하게한 층더남은날들을대수롭지않게 거추장스럽지 아니하게 가볍고 편안하게숨을쉴수있을것이다. 염료로흰머리를감추고살아온 세월에비해백발은한없이마음 을편하게해준다. 웬만한주책이 나 실수까지도 쉽게 용납받고 이 해받을것같은만용이꿈틀거린 다.백발은더욱이담숙한멋을지 니고있다.무엇이되어야하고,무 엇을 이루어내야 할 일도 없는데 마냥 지금껏 누려보지 못했던 방 만한참자유를누리며 백발이면 어떠하리그냥내버려두어보자. 언제가백발의내모습을만나게 되면인생의긴연습을끝내느라 애썼다고다독여주기로했다. 연 습처럼고되고힘든것은없지않 은가. 인생이연습없는일회성무 대가 아니었기에 다행이다 싶다. 인생은 매일 매일이 연습이고 본 무대에 서는 일이었다. 유년의 부 끄러움이 연습이었고 여학생 시 절의 수줍음의 연습이 매일매일 쌓여가면서 청년 시절의 본 무대 에서 푸름과 뜨거움을 열연할 수 있었던것같다. 엄마가되고할머 니가 되면서 감사해온 것은 연습 이 허용되는 무대가 인생이라서 얼마나 백골난망인지. 마지막 하 직하는 날까지 연습이 가능하고 용인되는 무대가 백발까지도 용 납해주지 않은가. 세상으로부터 의외면도눈여겨보지않아도되 는,눈치보지않아도되는백발이 고맙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 다. 하긴 그렇다. 첫 외손녀를 만났 을 때‘아가야 외할머니셔’하면 서 맏사위가손녀를 품에 건네주 던날,그할머니라는부름이나였 다는사실앞에하마터면사랑스 런손녀를떨어뜨릴뻔했던기억 이새롭듯떠오른다. 군중속에서 도‘엄마’라는 부름이 들렸을 땐 얼른 돌아보게 되지만‘할머니’ 라든지‘어르신’이라는 부름 앞 에서는잠시멈춘후에그리바쁘 지않다는듯서서히돌아보게되 는늙은이가되어가고있었다. 백 발이 생의 면류관처럼 자랑스럽 지만은않은조금만더천천히나 이들고싶은애틋한단적인표현 이 어느새 기웃거리고 있더라는 것이다. 마치젊은날들이실종되어버린 듯한몽롱한의식속에지금껏살 아온 이 모두가 연습이었으면 싶 다. 연습을끝내고무대에작품을 올리는 날이면 더는 실수도 줄어 든깔끔한뉘우침없는감회로만 족스러운뜨거운박수를보낼수 있을터인데. 인생은연습없는일 회성 무대로 끝나버리는 것이 아 니어서 백발을 머리에 이고도 감 사가 우러난다. 인생은 하루하루 가연습으로이루어지고, 본무대 에 올려지고 다시 일상에서 잘못 된 부분들을 지워가며 연습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는 일을 허락받은 축복의 길이 매일 매일 열려있기에 남은 날 동안에 도 끝없는 연습 기회가 용납되는 날들이아직도남아있음에더욱 이감사가넘치는밤이다. 하루를닫으며올려드리는마지 막묵상의시간앞에마음여백을 넓혀갈수있는연습에심중을열 어두기를소원드리게된다. 백발 처럼하얀삶의바탕위에살아온 흔적에조차도마음을두지않으 며 비워내는 연습에 열중하기로 했다. 백발사은숙배(謝恩肅拜)조 차도긴연습끝에얻어진축복이 라여기며. 미국 켄터키주는 보수적이고 기 독교 색채가 짙은‘바이블 벨트 ’에 속한 지역이다. 인구 구성의 80%이상이백인으로2000년이 후 줄곧 공화당 후보를 대통령으 로뽑았다. 1984년이지역에서로 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함께 새로 운 상원의원이 당선됐는데 그가 바로미치매코널공화당상원원 내대표다. 그는 보수 성향 켄터키 주를 기반으로 내리 7선을 하며 무려 40년동안상원의원자리를 지켰고 2007년부터는 공화당 상 원원내사령탑을맡고있다. 최장수 보수당 대표로 매코널 이 남긴 정치적 레거시(유산)는‘ 낙태권폐기’등엄청난후폭풍을 불러온‘보수 우위 연방대법원’ 의탄생이다. 그는버락오바마전 대통령의 집권 8년 동안 미국의 보수의 가치가 훼손됐다며 이를 뒤집기 위해 모든 정치적 수단을 동원했다. 미 대선이 열린 2016년 오바마 전 대통령은 보수의 대부였던 안 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 사망하 자메릭갈런드현법무장관을후 보로 지명했는데 당시 상원을 장 악한매코널대표가“선거가얼마 남지않았다”는이유로이를틀어 막았다. 이를통해트럼프전대통령은집 권이후자신의입맛대로대법관3 명을 차례로 임명, 연방대법원의 보수화를이룰수있었다. 특히보 수 성향의 마지막 대법관인 에이 미코니배럿이지명된 2020년은 대선을 코앞에 둔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매코널대표는4년전과 달리 이를 신속하게 인준하는 이 중적행태를보였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에서‘약삭 빠른위선자’라는거센비판도받 았지만매코널대표는‘세계경찰 ’로서미국의역할이라는주류공 화당의 가치를 지키는 데도 일관 성을 지켜온 정치인이라는 평가 를받고있다. 트럼프전대통령과공화당강경 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상원에서 민주당과 협력해 우크 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추가 안 보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이 대표 적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 산상원가결이후북부켄터키트 리뷴지에쓴기고에서“친구를버 리는 것이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라는근시안적이고비역사적 인목소리가크게퍼지고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 년대선뒤집기시도도강하게비 판했는데,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 으로부터‘올드크로(켄터키산저 가 위스키)’로 불리며 불편한 관 계를유지해오기도했다. 그런 매코널 대표가 최근 상원 대표 자리를 내려놓으며 트럼프 전대통령지지선언을한것은사 실상의‘항복’인 동시에 정통 보 수가 지켜온 미국의 역할에 대한 철학과 가치가 공화당에서 버티 기 힘든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다. 김동석 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매코널의 퇴장은 레이건이 상징 하는 국제 동맹을 중시하는 전통 적인 보수주의가 설 자리를 잃고 트럼프가 지배하는 미국판 극우 뉴라이트가 공화당을 점령했음 을보여준다”고밝혔다. 트럼프전대통령의대항마로주 목받았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 사의경선패배역시매코널대표 의퇴장과맞물려있다. 헤일리전대사는이번경선에서 줄곧“세계가불타고있다”며“미 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해야 할때”라고역설했다. 그는한때트럼프전대통령의참 모였지만국제사회에서미국의역 할에 대한 인식만큼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하지만 트 럼프전대통령을지지하는‘마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원들에게그의목소리는 전혀호소력을갖지못했다. ‘반트럼프’인사들이사라진미 국공화당에서더이상트럼프전 대통령의 질주를 막을 브레이크 는없어보인다. 삼권 분립을 기반으로‘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던 미국의 대통령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재탈환과 함께 모래성처 럼무너질위기에처했다. 트럼프전대통령은이미블라디 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상 하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에 청구서를 보내겠다는 등 집권 1기보다 훨씬 극단적인‘미 국우선주의’를예고하고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레이건 독트린이 무너진 자리를 트럼프 독트린이차지했다”고논평했다. 미치 매코널의 항복과 니키 헤일리의 패배 특파원 칼럼 윤홍우 서울경제워싱턴특파원 난 아님! 나도 아님! 아빠, 미안! 뭐라구요? 부유한 공화당원들 다 어디 갔지? 누가 나서서 트럼프를 구해줄 사람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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