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3월 29일(금) ~ 4월 4일(목) A12 여행 ■기품있지만무겁지않은…관음포 이순신바다공원 하동과남해사이에는2개의다리가놓여 있다. 1973년 개통한 남해대교 바로 옆에 2018년완공한노량대교가바다를가로지 르고있다.현재남해대교는보수공사중이 라통행이막혀있고모든차량은노량대교 를지나남해로들어간다. 남해읍내까지이어지는 4차선국도변곳 곳에‘이순신바다공원’이정표가 보인다. 범위를좁혀보면이순신장군이최후를맞 은곳은노량해협이아니라남해설천면서 쪽관음포앞바다다. 그의유해가처음육 지에발을디딘곳은‘관음포유적’혹은‘ 이순신순국공원’으로 불리다 최근‘이순 신바다공원’으로명칭을바꿨다.부산에서 해남까지어느한곳이순신의바다가아닌 곳이있을까마는공교롭게도그한가운데 서최후를맞았으니그의전공을기리는명 칭으로적절해보인다. 노량해전은퇴각하려는왜군을완전히섬 멸하기 위한 싸움이었다. 선조 31년(1598) 음력 11월 18일부터 19일 사이 이순신이 지휘하는조선과진린이이끄는명나라연 합함대가 왜군과 벌인 바다에서의 마지막 전투다. 1597년명량해전에서패배한왜군 은육전에서도고전했다. 다음해8월도요 토미가병사하자왜군은순천등지로집결 하며철수를서둘렀다.소식을접한이순신 은명나라원군과함께고니시부대를섬멸 하기위해노량근해에이르렀다. 수륙양면으로위협을받게되자고니시 는진린에게뇌물을바치고퇴로를열어줄 것을호소했고,진린은요청을받아들여통 신선1척을빠져나가게하고이순신에게알 렸다. 이순신은진린을꾸짖고진형을재정 비했다.11월18일밤예견대로노량해협주 변에 500여 척의 왜선이 집결했고 200여 척의 조·명 연합수군도 전투태세에 들어 갔다.이날밤전투에서왜의선박200여척 이불타거나파손되고 100여척이아군에 나포됐다.싸움이막바지에이르던19일오 전,이순신은관음포로도주하는마지막왜 군을추격하던중총환을맞고쓰러졌다. 이순신바다공원에는바다로길쭉하게삐 져나온지형에이순신유적과탐방로가조 성돼있다. 탐방로초입에‘싸움이급하니 내가죽었다는말을하지말라(戰方急愼勿 言我死)’는장군의유언을새긴비석이크 게서있고,그뒤로이락사(李落祠)라는작 은사당이보인다.이순신이전사한지234 년이지난1832년,장군의8대손이자통제 사이항권이유허비와비각을세운곳이다. 비각에는‘대성운해(大星殞海)’편액이걸 려 있다.‘큰 별이 바다에 지다’라는 의미 다.이락사앞약50m탐방로에는밑동에서 부터가지를벌린육송이좌우로운치있게 도열해있다. 이락사에서땅끝까지약500m탐방로도 소나무와동백이어우러진멋진길이다.간 간이새어들어오는햇빛에동백나무잎이 번들거리고솔향과바다내음이섞여그윽 하기이를데없다. 장군의넋을기리는장 소인만큼단아한기품을잃지않으면서도 가볍게산책할수있는길이다.탐방로끝에 2층누각첨망대(瞻望臺)가세워져있다.이 순신이최후를맞은바다를조망하는곳이 다. ■봄이 오는 마을과 바다 한눈에… 대국산성과임진성 외침이 잦았던 남해에는 오래전부터 나 라를지키기위한군사시설이많았다.높고 낮은산등성이에아담하면서도조망이뛰 어난성이여럿있다.설천면과고현면경계 인 해발 376m 대국산 정상에 대국산성이 있다.출토된유물이나축성기법으로보아 삼국시대말기에축조한것으로추정된다. 대국산성은외성둘레가730m정도로남 해군의성곽중가장크다. 바깥은돌로성 벽을쌓고안쪽은잡석과흙으로메웠는데, 북쪽일부분을제외하고원형을잘유지하 고있다. 동남쪽과북쪽두곳에성문, 중앙 에건물과연못터가남아있다. 산정을 머리띠처럼 두른 성곽을 따라 걸 으면남해의안쪽과바깥바다를두루살필 수 있다. 동쪽으로는 통영과 사천, 북쪽으 로하동,서쪽으로여수와광양앞바다가시 시각각풍경을달리하며따라온다.특히동 쪽능선에서바로아래에보이는진목마을 과강진만풍광이일품이다.지붕을알록달 록하게색칠한집들이해안가에옹기종기 마을을형성하고있다.주변에포진한농지 는 푸릇푸릇한 기운을 가득 머금고 있다. 남해특산물인마늘과시금치가자라기때 문이다. 쪽빛 바다에 둘러싸인 남해 들판 엔사실상겨울이없다. 대국산성까지는 진목마을과 정태마을에 서 등산로가 연결돼 있다. 2~3km 정도에 불과하지만제법가파르다. 아직까지방문 객이많지않아여행객은대부분임도로차 를몰아산성바로아래까지올라간다. 시 멘트포장이돼있지만좁고가파른길이니 운전에각별히조심해야한다. 남면에위치한임진성은대국산성의축소 판이다. 임진왜란때왜적이쳐들어온다는 소식을듣고해발 108m낮은봉우리에관 군과백성이힘을합쳐쌓았다하여민보성 (民堡城)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실제는 조선시대가 아니라 통일신라시대에 처음 쌓은것으로추정하고있다. 자연석으로 성벽을 쌓고 안쪽을 잡석과 흙으로채운모양은대국산성과비슷하다. 둘레286m성안에는현재계단식으로쌓 은원형의우물터만남아있다. 성벽서쪽 으로이동하면구미마을과앞바다가그림 처럼펼쳐진다. 전쟁에대비한시설이라는 게무색하게아늑하고평화롭다. 바닷가마을을잇는걷기여행길‘남해바 래길’이마을에서2.5km떨어진임진성까 지연결된이유를충분히알것같다. 구미 마을이특히아름다운건해변에조성한방 풍림덕분이다. 느티나무팽나무이팝나무 등360여그루아름드리나무가숲을이루 고있는데,수령이500년정도됐다고한다. <남해=글·사진최흥수기자> 남해설천면대국산성아래로보이는진목마을과주변들판에봄기운이완연하다.마을앞으로남해내해가 평온하게펼쳐진다. 관음포이순신바다공원의이락사통로에육송이운치있게도열해있다. 경남하동과남해를연결하는노량대교아래로어선이물살을가르고있다. 아담한산성오르니…봄빛들판과 ‘이순신의바다’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노량’은‘ 죽음의 바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충무공 이순신은 노량해전에서 왜군의 총탄에 맞아 전사했지만, 한국인의 가 슴에‘불멸의 영웅’으로 살아남았다. 임진년 이래 7년간이나 외세에 유린당 한 나라도 1598년 겨울을 지나고 새봄 을 되찾았다. 노량해전이 벌어진 남해 앞바다는 봄이 되면 그 어느 곳보다 생 기가 넘친다. 이순신의 마지막 바다에 쪽빛, 봄빛이 넘실거린다. 남해관음포-대국산성-임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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