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D6 기획 6 7 기획 Ԃ 1 졂펞컪몒콛 “많은분들이걱정해주셨는데승묵군은더이상춥지도, 무섭지도않은 곳으로여행을갔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지만기억하겠습니다.응원해주시고걱정해주신주민 시민여러분,감사합니다.” 매일아침7시부터다음날새벽1시까지동네골목을환 히비췄던삼일마트는그렇게문을닫았다. 믆쌚팒찮많뻖펒잖읊핯힎팘팦섢않졂 … “아빠,엄마어떻게만났어?” 딸민정의말에강병길은직접기른야콘을마저깎아접 시에내려놓고일어났다. 병길의손은 유독 새카맣고거칠 었다.하얗던손이귀농 6년만에변했다.“뿌리가깊어서캐 기힘들었는데…그래도민정아, 먹을만하면하나더심을 까?변비엔이게최고래.” 애써딴소리를했지만,병길은아내와처음만났던그날을 떠올렸다.집안어른들성화에못이겨선을보다가운명처럼 인숙을만났다.민망해어디다한번해본적없는말이지만, 인숙의웃는얼굴에첫눈에반했다. 2년간의연애는순탄치 않았다.인숙의집안은두사람의궁합이나쁘다며반대했다. 이후인숙이부모말을따라회사를그만두고지방으로내려 가면서소식이끊겼다.이별후병길이식사를못해병원에잠 시입원했던어느날,인숙이병원으로찾아왔다. “당신살려주려고왔어요.” 병길은그날다짐했다. 누구보다든든한가장이되겠다 고.그때아빠가너네엄마를잡지않았더라면$딸에게이런 이야기를다털어놓을수는없는노릇이었다. 1995년 9월. 부부는마음에쏙드는신혼집을찾아냈다. 낮은연립주택사이골목마다햇살이잘드는동네였다.작 은집이었지만 아이들을 키우기엔적당해보였다. 인숙은 두해뒤3월맏이인승묵이를낳았다. 스물일곱살인숙은 서툰엄마였지만 자신이낳은 작은생명이무척애틋했다. 아이가첫배밀이를하던날찍은사진밑에는“목욕하는 줄 도모 르 고잠자는우리아기,어서어서많이먹고 건 강해 져 라.사 랑 한다”고적었다.그어 떤 말보다도진심이었다. 전업 주부였던인숙이마트를 차 리기로 결 심한 것 도아이 들때문이었다. 학 비를 조금 이나마보 태 고 싶 었다. 장사를 시작한 뒤 늘 잠은 모자 랐 지만 행 복 했다. 남편 이 출 장 간 날이면가게를 조금 일찍닫고는마 중 나 온남 매손을 양옆 에잡고집까지 걸 어가던그길.마음이 몹 시 꽉찬 기분이었 다.그해직 전 여 름 ,한 달 8 만원이던 용돈 을아 껴 두아이가 처음으로 차 려 준 엄마생일상엔 ‘돼 지 미역국’ 이올 랐 다.인 만입이 떨 어지지않았다. 병길은한 참 을 꺽꺽울 다연습장 을 찢 어 꾹꾹눌 러 쓴글 을 셔 터에 붙 이고돌아 섰 다.“승묵이 는더이상춥지도 외롭 지도않은곳으로떠났습니다.감사 합니다.”승묵이를보내던날,동생에게부 탁 해서그 메 모들 을하나하나 포개 어 함께태웠 다. ‘ 승묵아,이렇게많은 사 람이너를기다렸 단 다. ’ 부부도처음에는다른부모들 과함께청 와대로, 광 화문 광 장으로다 녔 다. 삭발 한 채끼 니를때우려고 늦 게식당에 들어 섰 던날,얼굴을 알 고지냈던동네엄마들의수군거 림 이들려왔다. “아이 먼 저보내놓고 밥 이 넘 어가?”“보상 금 더 받 으려고 저러지?” 그래도 4 년을안 산 에서 버텼 다. 마트문닫고 함께걷 던 길, 승묵이가다 녔 던 초등학교 와 좋 아하던 피 자집을보고 있 으면아이가그안에서 금 방이라도 걸 어나올 것같 았기 때문이다.이곳을떠나면승묵이와의기억이 흐릿 해 질 까 봐 겁 이났다. 병길도생애가장행 복 했던순간을가 끔 떠올렸다. 승묵 이가 중학교 1 학 년무 렵 , 퇴근 길아빠를마 중 나 온 가 족과 함께빌 라 단 지 옆 가로수 벚꽃 을 봤 던 늦 은 밤 이었다. 바 쁜 부모 탓 에 벚꽃놀 이한번 제 대로못해본아이들은아빠 가 벚 나무사이로목말을 태워 주자너무신나했다. 몇 해가 지나서도그날의기억을 재 잘거리 곤 했다. 하지만 승묵이와 함께뛰놀 던그 벚꽃 길은 지방선거를 앞둔 2 0 1 8 년 현 수 막 으로뒤 덮 였다. ‘납 골당 전 면 백 지화 ’‘ 화 랑 유원지에 세 월 호납 골당이 웬 말이 냐’‘세 월 호전용납 골당 결 사반대 ’ 해골그 림 까지그려진 현 수 막 은아빠의마음을후 벼팠 다. 인숙은그해겨 울 문 재 인대 통령과 의면 담 을요 청 하며 영 하15도의날 씨 에노숙농성을했다.하지 만 열릴줄 모 르 는 청 와대정문을보며 ‘ 이 젠 정 말 틀 렸다 ’ 는생 각 이들었다. 극 심한스트 레 스 탓 인지목소리도나오지않았다.의사는아이와 의 추 억이 남 아 있 는 공 간에더 머 물면인숙이 위 험 해 질 수 있 다고했다. 병길은입 술 을 깨 물었다. 아이를 잃 었는데,아내마저 잃 을까 봐 무섭다는말은 현실 이 될 까 봐 누구에게도 할 수없었다. 샃쿦펔섦힖줆 “ 팒핂쁢쌆빦퍊 ?” 새로이사한동네는하 루 두번 텅빈 시내 버 스가오가는 외 진곳이었다. 가 족 은오래 된흙 집에보 금 자리를 꾸 렸다. 일부러아는사람이 전혀 없는곳을고 르 고골 랐 다. 세 가 족 이먹고살려면 돈 을 벌 어야했다. 병길은 건축 일 처럼고되게 몸쓰 는작 업 만골라서했다.그에 겐 다른선택 지가없었다.아들승묵이를 잃 은뒤어 떤 일에도집 중할 수 없었기때문이다.직장생 활 을 15년이나했고 사 업체 도운 영 했지만, 그 사 건 이후로는물 건 도 곧 잘 잃 어 버 리고해야 할 일도자주까먹었다.그나마 몸 을 쓰 면잡 념 이 줄 었다. 작은동네에 젊 은가 족 이이사 오니주민들이 관 심을보 였다. 조금 가까 워졌 다 싶 으면여지없이 ‘ 아이는딸하나 냐’ 고 물었다. 질 문에나 쁜 뜻 이 담 겨 있 을리없었다. 하지만 ‘ 아이를 잃 었다 ’ 고 답 하는 건 ‘ 물 건 을 잃 어 버 렸다 ’ 고 하는 것과 는 전혀달랐 다. ‘ 원래 둘 이었는데하나를 먼 저보냈어 요 ’ 라는말을 쉽 게 꺼낼 수없었다.그때부터사람들을 피 하 기시작했다. 세 월 호 유 족 이라는 사 실 이 알 려지면어 떤 비 난 이 쏟 아 질 지가 늠 이되지않았다. 차 에는 흔 한노 란색 리 본 스 티커 도 붙 이지않았다. 승묵이의 책 상은어 쩌 다 마을 근 정 육점 사장 님 에게 전 해들은말로는소고기를살 돈 이 모자라한 참 을고민하다 돼 지고기를사갔다고했다. 근 데 그게 미역국 에 넣 을고기였 냐 고.인숙은두아이를 꼭껴 안 고말했다. “엄마는지 금 너무행 복 해.” 쩨봑밆펞쿦잗핂빦쭧픎빮 , 쭎쭎쁢솧뻲읊썮빺삲 웃음 많고 쾌활 했던인숙의 머 리카 락 은그날이후하얗 게변해 버 렸다. 병길은 실종 일주일만에 발견된 승묵이를 아내에게보여주기가주저 됐 다.배가침 몰 해물 속 에 있 었던 시간이길어얼굴이많이상한 탓 이다. 병원직원은하 루빨 리장 례 일을잡자고 재촉 했다. 병길은인숙에게“승묵이를 마지 막 으로보겠느 냐 ”고어 렵 게말을 꺼 냈다. 그러나아내 와 함께 아들의얼굴을본병길은 크 게후회했다.아이의얼 굴은하 루 새더까맣게변해 있 었다.인숙은그자리에서 실 신했고,그이후가기억나지않는다. 덕 분인지가 끔꿈 에나 오는승묵이는여 전 히 희 고환하게웃는얼굴이었다. 인숙을입원시 킨 후병길이 늦 은 밤 들른삼일마트주변 은 형형색색 의 메 모로뒤 덮 여 있 었다. 그는이렇게많은사 람이승묵이를 위 해기도해 줬 다는사 실 에 놀랐 다. 하지만 이내 ‘ 이들모두에게아들이야기를해야한다 ’ 는생 각 이들 자 덜컥겁 이났다.“승묵이가…”혼 잣 말로연습해보려했지 <2>사라진소년 삼일마트주인부부, 은인숙·강병길이버틴 10년 분노·슬픔·체념$유가족으로서의삶 아무리생각해도신이있다면애초벌어져선안됐던일 청와대로광장으로$노숙농성하다목소리마저안나와 유족향한비방두려워이사한곳에서도이웃과거리둬 일러스트=신동준기자 강승묵군이웃들이승묵이의무사함을기원하며 삼일마트에붙여뒀던편지(위쪽사진).강군의어린 시절부터2024년열번째기일까지의사진들과 강군부모님의모습. 뉴시스·강승묵군부모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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