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5월 3일(금) ~ 5월 9일(목) A12 여행 ■아는 사람만 아는 능수벚 꽃명소, 병곡마을 병곡마을(병기실마을)은 남덕 유산 자락에 위치한, 거창에서도 산골오지다.전북무주구천동에 서빼재를넘으면거창고제면삼 포마을이고, 이곳에서다시고갯 마루를두번넘어야북상면병곡 마을이다. 도로가개설되기전까지는동업 령을넘어무주안성면에닿을수 있었다.동업령은해발1,320m고 개로 영호남을 잇는 장삿길이었 다.병곡마을은양쪽이높은산줄 기에 둘러싸인 지형이라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적고 열대야와 황사가 없는 청정지역이라 자랑 한다.말인즉슨크게내세울게없 다는뜻이기도하다. 그런 산골마을이 꽃 피는 봄이 면반짝주목을받는다.함양으로 가는 37번 지방도에서 갈라지는 마을안길약 4㎞구간에가로수 로심은능수벚나무가분홍빛꽃 가지를 드리우기 때문이다. 능수 버들처럼가지를아래로길게늘 어뜨린모양새라수양벚나무라고 도부른다. 도로와 나란히 이어지는 분계천 에는맑은개울물이흐르고, 주변 좁은 들판에는 푸릇푸릇 새싹이 돋았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꽃가 지가산뜻한봄색깔과어우러지니 정신이 혼미해진다. 한곳에 나고 자라도생육은제각각이다.개화는 지난주절정이었지만아직망울을 품은가지도더러있어이번주까지 는꽃잎이흩날리는산골의봄정 취를즐길수있을듯하다. ■거창 대표 관광지에 퇴계 의흔적이 병곡마을에서 거창읍 방면으 로조금내려오면영남제일의동 천(산천으로둘러싸여경치가빼 어난곳)이라자랑하는수승대가 있다. 옛날 안의현(현재 함양군 안의면) 땅이었을 때는‘안의삼 동’의하나로꼽혔다. 원학동계곡으로불렸던위천한 가운데에넓은암반이형성돼있 고,섬처럼고립된작은바위봉우 리가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명승 지다. 거북바위라고도 부르는 바 위둘레에이곳을다녀간이들이 남긴무수한이름과글귀가새겨 져있다.오랜옛날부터경치좋고 놀기좋은곳이었음이증명된셈 이다. 수승대의애초명칭은수송대였 다.신라로가는백제사신들이수 심에 차서 송별하는 곳이었다는 의미다. 근심어린표정으로이별 주를 나누는 모양새가 빼어난 경 관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긴 탓 일까. 훗날퇴계이황이이곳풍경 을예찬하는시를한수읊은뒤부 터 발음이 비슷한 수승대로 이름 이바뀌었다고한다. 수승대에는 거북바위를 중심으 로요수정,관수루,구연서원등이 어우러져 있다. 철재다리를 가로 질러 맞은편으로 솔숲 산책로가 연결되고, 이른바‘물멍’하기 좋 은곳에요수정이위치하고있다. 돌아올 때는 거북바위 바로 위 암반에놓은석교를건넌다. 방문 객들이주로인증사진을찍는곳 이다. 계곡을 건너면 구연서원이 자리 잡고 있다. 조선 중종 35년 (1540) 요수 신권이 제자를 가르 치던서당이었는데, 숙종때거북 바위에서 이름을 따‘구연서원’ 으로개칭했다.신권은갈천임훈, 남명조식과함께영남학파중경 상우도의 학풍을 형성한 인물이 다. 서원은구한말흥선대원군때 훼철되었으나, 강당과 문루인 관 수루는그대로남았다. 물결처럼 휘어진관수루기둥이예술이다. 이 정도만 해도 부족함이 없는 데, 최근계곡상류에출렁다리를 놓아산책구간을늘렸다. 솔숲으 로난탐방로를따라가다출렁다 리입구까지제법가파른계단이 이어진다.길이240m출렁다리는 높이에 비해 아찔하다. 현실적으 로공포를체감할수있는높이여 서오싹함이온몸으로전달된다. 인근영승마을역시수승대와마 찬가지로퇴계의영향으로‘영송 ’이라는본래이름에서개명된경 우다. 조선중종38년(1543년) 이 황이장인권질을찾아왔다가신 라와백제두나라사신을맞이하 고보낸다는의미의마을이름이 아름답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영 승으로고쳤다고한다. 신라선화 공주가 백제 서동왕자를 만나러 마을뒷산(아홉산)취우령을넘어 가다 죽음을 맞았다는 이야기도 전해내려온다. 영승마을앞에는수승대에서이 어진위천이흐르고,물가에사락 정과영승서원이자리잡고있다. 사락정의사락은‘농사짓고누에 치며, 물고기잡고땔나무하는즐 거움’을 이른다. 퇴계가 이른 봄 영승마을의 아름다운 경치에 반 해 읊은‘영승촌의 조춘’이라는 시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퇴계의 시는사락정에걸려있다는데대 문이굳게잠겨있으니확인할길 이없다. ■벚꽃은 늦었지만, 창포원 엔봄이활짝 용원정과덕천서원은거창의소 문난벚꽃명소다. 아쉽게도지난 주이미절정을지나화사한벚꽃 놀이는내년을기약해야할듯하 다.마리면용원정앞에는작은하 천을 가로지르는 돌다리가 있다. 쌀 1,000석을 들여 만들었다고 해‘쌀다리’라불린다. 정자와이 다리주변에 10여그루의벚나무 가가지를펼쳤는데, 아담한계곡 과어우러져그림같은풍광을빚 는다.지난11일흐드러진벚꽃아 래서작품하나건지려는사진작 가와모델의발길이꾸준히이어 지고있었다. 인근덕천서원은영천이씨후손 들이세운서원인데,바로옆에조 성한저수지를빙둘러가며심은 벚꽃이주변산세와어우러져환 상적인봄풍광을빚는다. 지난주 이미수면에떨어진분홍꽃잎과 연둣빛 버들가지가 조화를 이루 고있었다.이번주는꽃잎이수면 을가득덮을것으로보인다. <글·사진=최흥수기자> 거창북상면병곡마을로이어지는도로변에능수벚꽃이늘어져있다. 거창수승대암반에서여행객들이인증사진을찍고있다. 지난12일거창용원정주변에벚꽃이만개해있다. 덕유산 자락 뒤늦은‘벚꽃 엔딩’ 꽃잎 지고 초록이 핀다 “꽃이 / 피는 건 힘들어도 / 지는 건 잠깐이더군 /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 아주 잠깐이더군” 최영미 시 인의‘선운사에서’의 한 대목이다. 어디 선운사 동백만 그럴까. 올해 벚꽃은 예상보다 늦게 피고, 기대보다 일찍 마무리되고 있다. 경남 거창에는 숨겨진 벚꽃 명소가 여럿 있다. 대규모 군락이 아니 어서 축제도 없고 사람이 몰리지도 않는다. 주민과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여행객만 호젓하게 산골의 황홀한 봄 정취를 만끽한다. 대 개 선현들이 미리 점찍은‘풍경 맛집’ 주변이다. 지난주 절정이었 으니 지금쯤이면 바람에 날린 꽃잎이 바닥을 하얗게 덮었겠다. 봄 꽃이 지고 나면 산자락으로 오르는 초록이 눈부시다. 거창병곡마을-수승대-덕천서원-창포원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NjIxM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