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5월 4일 (토요일) 오피니언 A12 김정자 시인·수필가 전문가에세이 천양곡 정신과전문의 살면서 잃어버린 것들 해가 길어지는 5월로 들어섰는 데유난히바람부는날들이계속 되더니 흐리고 비가 내리는 날이 잦다. 꽃가루가 천지를 옐로우 장 막으로 씌워주더니. 폭우를 동반 한 비바람, 뇌성이 지나가면서 건 물도 길도 자동차들도 특급 세차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비바람이 훑어준 공기가 그렇게 맑을 수가 없다. 신선한 공기로 호흡하는 기 쁨 또한 일상에서 잃어버리고 있 었던 것들 중 하나이다. 숲길에서 한참 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풀밭 에 누가 잃어버린 것인지 열쇠꾸 러미가 눈에 뜨인다. 누가 잃어버 린 것일까. 열쇠를 잃어버리신 분 은 얼마나 당혹스럽고 막막할까. 다행히 산책 중이시던 젊은 분이 얼른 열쇠꾸러미를 들고 관리 사 무실로 뛰어간다. 그 뒷모습을 바 라보면서, 살면서 잃어버렸던 물 목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반지에 안경이며 우산, 전화기는 잃어버 리고도로찾은적도여러차례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소지품들을 도로 찾았을 때의 안도와 기쁨을 오늘열쇠를잃어버리신분에게도 전해지기를빌어본다. 어른이되고 노년으로들어서면 서도 늘상 기다려줄 것만 같았던 시간이라 가끔씩 탕진하듯 써버 린 시간들도 살아가면서 잃어버 린것들중이하나로떠오르곤한 다. 멀리 떨어져 있는 피붙이에게 긴 안부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 도 잠시 책상에 앉으면 습관처럼 컴퓨터부터열게되면서잃어버리 게 된다. 기적소리가 들리는 밤이 면잃어버린시간을찾아먼길을 떠나곤 한다. 야간 중고등학교 교 사로 봉사하던 시절, 아이들에게 눈물나는 시를 읽어주고, 시대상 이 안타까워 시를 써보곤 했던 아 슴푸레한 시간들을 세월 두레박 에 길어 올린다. 무엇으로도 환산 할수없는시간들이가슴떨리게 설레는 탓에 혹여 헤프게 흘러버 린 시간 조각들을 주워 올리기라 도할듯흠칫뒤를돌아보곤한다, 대학시절시국불안정이얼기설기 얽혀버린 그 시절이 도무지 늙을 줄 모르고 싱싱하게 떠오름을 막 을길이없다. 어른이되고노년이 저만치인줄알았는데잠깐오수 에 젖었다 깨어보니 서리 앉은 할 머니가 되어있다. 생의 깊음 속에 흐르는 강줄기가 시리게 마음을 적시운다. 현대인들이잃어버린것중하나 가 새벽이다. 도시의 밤은 대낮보 다 밝고 휘황하다 보니 밤하늘에 깃든빛나는별을바라볼일이없 어지고 밤하늘도, 별도 어둠조차 잃어버린 리스트에 오르고 말았 다. 하늘을마음껏날으는새들도 잃어버린것이있을까, 쉼없이출 렁이며아우성대는바다도잃어버 린 것이 있을까. 더불어 살아가는 산의수목한그루한그루도잃어 버린 것들이 안타까워 무력함을 가없이 여겨달라는 간곡한 기도 가 날마다 올려지고 있음을 본다. 기도로 무릎 꿇은 인생들의 간절 한 모습과 오버랩된다. 묵상 시간 앞에마음을모으면살면서, 하루 사이에도 잃어버린 여러 일들이 떠오른다. 일상 속에 잃어버린 맑 은음이찾아들기도하고,맑은음 으로 전신을 전율시키기도 한다. 마음 저변에 자리잡고 있는 고향 은 늘 그렇듯 잃어버린 시간에 주 춤하니자리하고있고, 향수는이 렇듯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나서 게 한다. 그리움은 소원했던 관계 를회복시켜주기도하고기다림은 가슴 응어리를 녹여주고 평안이 자리하게해준다. 잃어버려도좋을일들도생의여 정에서 만나게도 된다. 관계의 문 이 닫혀버린 일에도 어쩌면 하늘 이외면하시거나원하시지않는일 이구나 하기로 했다. 이처럼 내가 굳게 세운 뜻도 무던히 애쓰고 매 달려보지만 이도 저도 길이 막혀 버리면 이 또한 천지 주제 되시는 그 분이 원하시는 길이 아니구나 하고 접기로 한적도 많지만 후에 깨닫게된신비한불가사의에감사 가 넘치는 놀라움을 맛보았기에 이론이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신묘한힘을굳게, 깊이의지 하게 되었고 희망을 놓지 않게 된 기억이새롭다. 일상속에서상대의마음을들어 주려는배려의마음도현대인이란 가림막에가려점점잃어버린것 들의 대열에 끼어들고 있다. 상대 의 생각을 들어준다는 것의 바탕 은 상대의 삶의 방식까지도 받아 준다는 표현이 되기도 한다. 마음 을 쏟아놓은 이야기를 들어준다 는 것은 위로의 마음도 내포되어 있어말하는이와듣는이의마음 이겹쳐진다는동기부여를제공해 주게 된다. 누구와 마주하든 귀담 아 들어주는 과정 없이는 내마음 도열어보일수없게되는것인데. 인터넷 보급으로 새로운 기능을 익히며새로운미디어세계를열어 가는 일에 만족을 추구하는 시대 로 급변하고 있기에 대화 기회는 줄어들수밖에없고시대는점점 들어주는 일로부터 멀어지고 들 어주는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자 신의 생각을 접어두고 말하고 싶 어하는 사람의 말을 묵묵히 들어 주는 너그러운 일이 얼마쯤 까지 가능할까.잃어버린말,시간,비망 록, 전화기. 열쇠, 반지, 안경등살 면서 잃어버린 것들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잃어버림을 상쇄하게 해준기적또한존재하기에잃어버 린 것들도 기적의 길을 터준 감사 의 존재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가 장 소중히 여겨온 영성회복만은 무엇보다값지고귀중하게붙안고 살아가려 한다. 잃어버린 것들을 향한그리움까지도. 시사만평 R.J. 맷슨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트럼프와 체리나무 미래의 대통령 면책권.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주변 사람 들과 관계를 맺고 생활하면서 우리 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사회 공 동체의 일원이 되 어야 도움을 주고 받고, 보호도 받을 수 있어 생존 확률 이 높아지기 때문 이다. 2,500년 전 철학자 아리스토 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 이란말을했던이유다.우리뇌 의 구조를 보더라도 이해가 간 다. 10조개나 되는 뇌세포들이 각자 홀로 있으면 아무런 존재 의미가없다. 그들이서로서로 가지를 쳐 신경전달 물질들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회로(신 경망)를 형성해야 뇌기능에 참 여할수있게된다.공동체의일 원이 되는 것과 뇌기능의 기본 목적은 자신의 생존과 자손의 번식을위해서다. 약 20만년 전에 호모 사피엔 스가 지구촌에 모습을 드러냈 다. 신체적, 환경적,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도 호모 네안데 르탈인을 비롯 다른 호모종을 제치고 지금의 현생인류로 살 아남게된이유가있다. 진화 발달과정에서 지혜롭고 현명하게 상호 협동하는 연결 된삶을보여준결과였다. 하지 만 서로 함께 살다보면 여러가 지일로부정적스트레스가쌓 이게마련이다. 원시시대때맹수들의위험에 잘 대응하는 유전자가 있었다. 위험 상황에 도망가거나 싸우 거나하는행위의결과는기껏 5-10분만에결판이났다.지금 은 매일매일 부딪치는 각종 스 트레스가맹수대신생존에위 협을준다. 문제는현대인의스 트레스가단기간에끝나지않 고,스트레스에과잉반응을보 여뇌에계속경고신호를보내 고있는것이다. 결과우리뇌의 편도체는 필요 이상으로 활성 화되어몸과마음에해를입히 고있다. 해로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에 감염된 사람의 체액이나 공 기를통해타인에게급속히퍼 지는것이전염병이다. 정신과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말이 스트레스 아웃 (Stressed out)이다. 스트레스 는자연스런감정으로삶에없 어서는 안 될 평생의 동반자지 만 신체적 전염병처럼 주위 사 람들에게 퍼지는 심리적 전염 병의 주요 요인이 란 사실이 문제다. 실험에 의하면 스 트레스에 직접 노 출되지 않았지만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사람을 지켜 보는 주위 사람들 의 콜티졸(스트레 스호르몬) 수치가 25% 가량 올라가 있었다. 자신과 가 까운사이면거의40%상승했 다. 이런 실험 결과를 볼 때 실제 스트레스를 받지 않더라도 생 각하거나 상상하는 것만으로 우리뇌는같은반응을보인다. 아주 가까운 부부, 자식 간의 스트레스가 가장 심하게 우리 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것이다. 따라서부정적스 트레스관리가매우중요하다. 17세기 철학자 겸 수학자, 신 학자인 데카르트는 몸과 마음 이 서로 다르다는 이분법 개념 을 주장했다. 의료체계도 이분 법으로 몸을 치유하는 의사와 마음을 치유하는 의사로 나누 어졌다. 그러나 의학의 발달로 지금은몸과마음이서로연결 된하나의공동체로생각한다. 대중을상대로말하는직업인 성직자, 교육자, 상담사, 정신과 의사는 매일 사람들의 고충을 듣고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노 력한다. 그런 감정노동을 많이 하면어느순간자신도모르게 스트레스는 쌓여만 간다. 그러 다보면항상하던일에쉽게피 로하고,왠지일하기싫고,능률 도 떨어지는 무기력, 허무감에 자신은물론동료,가족,심지어 환자들에게까지 짜증과 분노 를나타낸다. 일에 지친 심한 과로로 인해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탈진되 는상태가번아웃이다. 동료 의사 중 심한 번아웃 증 세를 보여 일찍 은퇴하거나 알 코올,약물남용,노름에빠지고, 때론 부도덕한 이성관계로 가 정과 직장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를보았다. 당시그런동료 를바라보던나자신도소진비 슷한 증세를 느꼈던 경험이 있 다. 불안장애, 우울장애, 외상 후스트레스장애, 신체화장애 등이 주위 사람들에게 전염이 잘되는정신질환이다. 자신의병이전염안되도록스 스로치료를받는것이사회공 동체의 선을 위해 모두에게 이 익을 주는 넌제로섬(Non Zero Sum)게임이아닐까한다. 심리적 전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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