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5월 17일 (금요일) 오피니언 A8 *모든 칼럼은 애틀랜타 한국일보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5월에 못다 부른 노래 5월이면 생각나는 옛사람이 있 다.어느덧30년이지난한국에서 가슴아픈사연의추억이다. 클래식음악전문점을경영하고 있었던어느날오후쇼윈도밖으 로 흐르는 음악은 <5월의 어느 날>그리스성악가“아그네스발 차”가애절하게부르는노래이었 다. 가사 내용은 <5월의 어느 날> 전쟁터에서 전사한 아들의 지난 날의 모습을 그리워하며 어머니 가부르는처절한노래이다. 열어 놓은출입문을통해음악이밖으 로흐를때지나치던발걸음을멈 추고진지하게노래를듣던중년 의남자가있었다. 음악이 진한 여운을 남기며 끝 나자그가실내로들어서는순간 첫인상은 온화하고 신선했다. 청 바지와 검은 슈트 차림에 올백으 로쓸어올린머리스타일이자연 스러워보였다. 정중하게예의를갖추어미소를 지으며다가서자‘저는ㅇㅇ학원 의 영어 강사 김ㅇㅇ입니다’라고 먼저활달하게자신을소개한다. 한눈에교양있고인품이뛰어난 사람임을알수가있었다.서로통 성명을마친후의자에앉기를권 했다. 궁금해 질문하는 음악은 그리 스의가요이고그리스태생의성 악가“아그네스 발차”가 노래했 으며“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의‘헤로인’이라고 설명해주었 다. 그는가창력이뛰어난성량이 놀라우며 노래가 애절함이 느껴 진다고말했다. 음악감상에대한 이해력이 남다르다는 생각에 이 내호감이갔다. CD 재킷의노래 하는모습이실린사진과영어가 사내용을보여주며번역을부탁 했다. 이내 번역하는 영어 실력은 출 중하고유창해어휘선택의깊이 에놀라움을금치못했다. 번역한내용을보면서번역은제 2의 창작이라고 칭송하자 손사 래치며겸손의모습을보인다. K 대학영문학과를졸업, 미국유학 후결혼해살다가혼자귀국해지 내고있다는사실을말했다. 그가 번역한<5월의어느날>의가사 를기억을살려옮겨본다. “5월의 어느 날 너는 떠나 가버 렸지아들아네가그렇게도좋아 하던봄날에나는너를잃었구나. 너는테라스에올라서서너의눈 속가득히햇빛을받아들이곤했 었지.우리가함께한어느날너는 달콤한 목소리로 네가 동경하는 큰세상에대해내게얘기하고약 속도했었지, 그러나네가사라진 지금나의빛도또한사라져가는 구나.” “아그네스발차”가아들을잃은 어머니의 슬픔을 절제된 감정으 로노래하고있다. 절창의이면에 어머니의처절한통곡이짙게배 어있다. 심금을울리는가사내용 과 어머니의 애끓는 노래가 절절 해 비장미가 넘친다. 메조소프라 노“아그네스 발차”가 엄청난 성 량으로 무한한 감동을 선사하는 곡이다.“아그네스 발차”의 <내 조국이 가르쳐 준 노래> CD에 수록된여러곡은그리스가터키, 독일의침략을받았을때그리스 인들의, 저항의시에붙인노래이 다. 그는 음감이 뛰어나 이내 <5 월의 어느 날>의 멜로디를 익혀 구수하게 흥얼거렸다. <기차는 떠나가네>등몇곡을흔쾌히번 역해주었다. 어느새2년연배인그와허물없 는사이로가까워졌다. 그는순수 하고맑은웃음의사람이었다. 경 청의태도가진지했고상대를존 중하며배려하는마음이깊었다. 서로공감할수있는것은영문학 고전의 영화를 좋아하는 취향에 있었다.삶의가치추구에대해주 고받는 진솔한 대화는 생명력과 기쁨이넘쳤다. 따뜻한 심성을 지닌 그를 신뢰 하는친밀한관계로발전했다. 그 가굴곡진삶을살아왔을성싶은 궁금증이있었으나묻지않았다. 어쩌면, 그의 역린(逆鱗)인 삶의 가장큰아픔일수있겠다는생각 이들었기때문이다. 김선생님은 강의가 끝나고 8시 퇴근 시간 무 렵이면나의샵을어김없이찾아 오는것이일과처럼되었다. 퇴근 길에저녁식사후같이은평구집 근처 아내의 영업장으로 달려가 교대를 하고서 자유롭게 친교의 시간을이어갔다. 영업장은동네대학생들과성인 들의 친교 모임의 오락 시설이었 다. 그와함께하는수개월동안그 는내집 2층서재에머물게되었 다. 주일에는같이교회에서예배를 드렸으나교회의낯선언어와익 숙하지못한분위기가매우거북 하다했다. 예배는불참석해도선 물받은성경찬송가를보면서신 앙심을다지겠다는말을했다. 그 러나그가지닌삶의성실성에신 뢰감은더욱깊어갔다. 주말에아 내의역할이더필요할때는영업 장한쪽에서나도김선생님과학 생들의토론에참여했다. 그의 강의와 토론의 주제는 19 세기미국의고전문학의정수인 롱펠로우(1807)의 서사시 [에반 젤린] [인생 예찬] 호손(1804)의 [주홍 글씨] 멜빌(1819)의 [백경 Moby Dick]은 영화화된 작품이 었다. 부드러운 화술로 이끌어가 는영혼의울림이실린강의에학 생들의 호응은 열띤 분위기이었 다. 어느 날 그가 강사직을 그만두 고잠시아내의영업장에서잠만 잘수있게해달라는요청은현실 적으로어려움이있었다. 그는서 둘러새로운삶의터전이될대전 의친구가경영하는주유소로옮 겨갔다. 한 달에 한 번 휴일에 그 는연세대학서교수(동창) 신촌의 집을방문하기전에레코드샵을 들리곤했었다.어느날나에게이 제는 성경책을 되돌려주겠다고 하며기어이놓고갔다. 그리고 얼마 후 서 교수님으로 부터놀라운전화를받게되었다, 그가 심장마비로 삶을 마감했다 는비보에숨이멎는듯했다.그날 의만남이마지막인사가되었다. 서교수의덧붙이는말은그곳생 활에적응하기쉽지않았다는사 실에충격이더컸다.삶의가치관 의균형과합리성을추구했던그 는 현실에서 합리성을 기대하기 쉽지않았을것이다. 전도한다는 일념에 그의 고통 스러운삶의실상을제대로헤아 리지못했다. 자신의위선과한계 성으로 크리스천의 정체성이 한 순간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의 필요를 채워주지 못했던 사랑의, 정신의실기(失機)는깊은회한이 되었다. 그에게는 쉴 곳이 필요했었다. 그것을 외면했다는 자책감에 오 열하며고인의명복을빌었다. 지금 그의 나직한 바리톤 음성 의못다부른 5월의노래는짙은 향취로남아있다. 마음의풍경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교실 얼마 전만해도 인간세상은 믿 는 세상이었다. 도리를 알고 실 행하던 삶을 중요시하였던 세 상을말하는것이다. 지금같은 세상에서 이게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되지 않을 것 이다. 그때세상은나는그러저러변 변치 못해도 세상은 어렵고 무 서워 함부로 내 마음대로 못했 었다. 한 집안을 보아도 어른은 자기식구들에게인간도리를강 조하며 남에게 항상 선의를 갖 고 살아야 하는 것이 가훈이었 다. 세상사람의도리의뿌리는언 제 누구로부터 배웠는지 더 깊 게 생각하게 하는 실제 있었던 일을소개한다. 1912년 4월15일 타이타닉호 가 빙하에 부딪쳐 배에 타고있 던 사람 1,514명이 사망했고 710명이 구조되었던 큰 사고는 세상 사람들을 너무 놀라게 한 뉴스였고 연로한 사람들은 지 금도 그 사건을 생생히 기억한 다. 이사건의실제상황을당시생 존자인 부선장이 오랜 침묵 끝 에드디어당시의이야기를공개 했다. 사고당시 38세였던타이타닉 호의 이등 항해사 찰스 래이틀 러는 선원 중 유일하게 구조된 승무원이었다. 그가 타이타닉호 참사의 자세 한 사정을 담은 회고록을 내었 다. 여기에 회고록 첫부분만 적 어본다. “선장이 침몰을 앞두고 여성 과 아이를 먼저 구조하라는 명 령을 내리자 많은 여성승객들 이 가족과의 이별 대신 남아있 기를 선택했습니다. 저는 높은 소리로“여성과 아이들은 이리 오세요!”라고 불렀지만, 가족 을 버리고 혼자 구명보트에 오 르려는 여성과 아이는 몇 명 없 었습니다. 첫 구명보트가 바다 로내려가고, 저는갑판위에있 던한여성에게말했습니다.“부 인, 어서구명보트에오르세요! ”그녀는뜻밖에고개를흔들었 습니다.“아니요,저는배에남겠 어요.”이 말을 들은 여성의 남 편이“그러지말고어서타세요! 여보!”라고 말하자, 여성은“혼 자 가지 않겠어요. 당신과 함께 이배에남을거에요.”그것이제 가본그부부의마지막모습이 었습니다. 당시세계최고부자였던애스 터 IV는 임신 5개월 된 아내를 구명보트에태워보내며갑판위 에앉아한손에는강아지를안 고다른한손에는시가한대를 피우면서 멀리 가는 보트를 향 해 외쳤습니다.“아이러브 유! ”승객들을대피시키던선원한 명이애스터에게보트에타라고 하자애스터는일언지하에거절 했습니다. “사람이 최소한의 양심은 있 어야 하지 않겠습니까.”그리고 나서 마지막으로 남은 한 자리 를 곁에 있던 한 아일랜드 여성 에게양보했습니다. 그는타이타닉호 10대도만들 수 있는 자산을 가진 부호였지 만, 살아남을수있는모든기회 를 거절했습니다. 자신의 목숨 으로 양심을 지킨 위대한 사나 이의유일한선택이었습니다. 성공한 은행가였던 구겐하임 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순간 에아내에게전해준쪽지에는이 런글이적혀있었습니다.“이배 에는 나의 이기심으로 구조 받 지 못하고 죽어간 여성은 없을 것이오. 나는금수만도못한삶 을살바에야신사답게죽을것 이오.” 메이시스 백화점 창업자 슈트 라우스는세계두번째부자였습 니다. 그가 어떤 말로 설득해도 아내로잘리를구명보트에태우 지못했습니다. 아내 로잘리는 나는“당신이 가는곳에항상함께갔어요. 세 상 어디든지 당신과 함께 갈 거 예요”라며남편을두고배에오 르는 것을 완강히 거부했습니 다. 실로 인간세상은 이런 곳, 삶 자체가 고귀한 것. 비단 인간세 상만 그러한 곳이라고 생각하 는것은소견이좁아서다. 우리나라에서는 폐병에 걸리 면죽을수밖에없었던시절, 아 들이 젊은 나이에 걸려 아버지 가살려보려별수단을다써보 다 결국 살 희망 안보이자 아버 지는 사약을 마신다. 자식을 앞 세울 수 없었다고. 그래서 그집 에 아버지 상여가 먼저 나가는 것 동네사람들이 보고 안타까 워했던그시절이나타이타닉호 그시절얼마전이다. 원래세상 은그런곳이었다. 인간세상 발언대 박치우 남성복식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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