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6월 24일 (월요일) D10 기획 “전제갈길을갔고,아버지도아버지갈길을 가셨다.” 천하의박세리가 통한의눈물을 쏟아냈다. 그것도자신을 ‘골프여제’로만들어준아버지 때문이었다. 박세리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삼성코엑스센터에서기자회견을 열고‘핏줄’이라는지독한인연으로얽힌아버지 와의관계에종지부를찍는다고 밝혔다. 박세 리는 “가족이기때문에최선을 다했지만, 아버 지의채무문제는하나를해결하면마치줄이라 도 서있었던것처럼다음 채무 문제가 생기는 것의반복이었다.이제는해결할수없는범위까 지문제가커졌다”고한탄했다. 앞서지난해 9월박세리가이사장으로있는 박세리희망재단은 박세리의아버지박준철씨 를사문서위조및위조사문서행사혐의로대전 유성경찰서에고소했다. 박준철씨는현재기소 의견으로대전지방검찰청에송치된상태다. 박 세리는 “이사건이후로는아버지와전혀대화 를하고있지않다”고했다. 박세리의아버지는딸이골프를시작한계기 이자딸을세계적인골프선수로키워낸장본인 이다.‘골프선수박세리’의모든순간에항상아 버지가있었다.박세리역시여러인터뷰를통해 아버지를 “인생의동반자”라 표현하며애틋한 마음을전하곤했다. 그랬던두사람이맞이한 파국이, 박세리의절박한울먹임이많은이들에 게안타까움을자아낸이유다. 아버지와함께세계정상에올랐지만,아버지 로인해좌절하고인생의쓴맛을봐야했던박 세리의삶을 ‘이달의스포츠핫피플’을통해돌 아봤다. 몶펞짆 쭎뼎 전남광산에서3자매중둘째로태어난박세 리는어렸을 때부터운동을 좋아했고 운동신 경도뛰어났다.초등학교 3학년때육상부에뽑 혀운동을 시작한 박세리는 우승을 휩쓸며발 군의실력을뽐냈다. 인생이바뀐건중학교때부터다.초등학교 6 학년시절골프를 좋아했던아버지를 따라 골 프연습장에갔을 때만 해도 골프에별다른 흥 미를 느끼지못했다. 또래친구들과어울려뛰 는 육상과 달리골프연습장에는 중년남성들 만가 득 했다.하지만하나를 알 려 주 면둘, 셋 을 따라 오 는 박세리를 아버지는 포기할 수 없었 다. 중학생이된박세리의승부 욕 을 자 극 하고, 흥미를유발하려골프대회에 데 려갔는 데 그전 략 이적중했다.초등부 1등,중등부 1등을만난 뒤묘 한 경 쟁심 을 느 낀 박세리가 그 날 밤집 으 로돌아와골프를해 보겠 다고선 언 한것. 아버지와딸은이때부터 말 그대로골프에미 쳤 다.박세리는육상 훈련 이 끝 나는 오 후1 0 시에 다시골프연습장으로가 맹훈련 을했다.골프에 서가장중 요 한하 체근 력을키우기위해아파 트 1 5층 을매 번 계단으로 오르내 렸는 데 , 내 려올때 는올라간자세그대로서서 내 려 왔 다. 지독한 훈련 이 거듭되 는 데 도 박세리는 불 평 한마 디 하지않 았 다.한 번 마음먹으면 끝 장 을 보 는성 격탓 이었다. 추 운 겨 울,아버지박준 철씨가박세리만골프연습장에두고친구들과 저녁 을먹으러나갔다가, 다음 날 새벽집 에 오 니 딸이없어 깜짝 놀 랐다. ‘ 설 마’ 하는 마음으 로 후다 닥 골프연습장으로 향 한아버지. 놀랍 게도박세리는 혼 자시 린손 을 호호불 며골프 연습을 하고있었다. 박준철씨는 한 언론 인터 뷰에서“나도 세리도 너 무 골프에 집착 하 니 세 리 엄 마가‘애 잡 고, 당 신도미 칠 것 같 다’며그만 두자고했다”고 당 시를회상하기도했다. 몶쭖졶힎펞슿핳몶 핺 혹 독한 훈련 은결코 헛되 지않 았 다.박세리는 중학교 3학년때초청 받 은국 내 프로대회에서 프로선수들을제치고우승 컵 을들어올려돌 풍 을일으 켰 다. 당 시만해도골프는 비 인기종 목 이 었고, 특히 여자골프는 더 관 심밖 이었지만이대 회결과에모든 언론 이 주목 했다.고등학교 졸업 후프로로 데뷔 한 1996년이후에도박세리의기 복없는무서운기세는관 심 을 집 중시 켰 다. 박세리가자신의이 름석 자를사람들의 뇌 리에 새긴 건1998년미국여자프로골프 ( LPGA ) 투 어 US오픈 우승 트 로피를 품 에안고서부터다.미국 에서가장전통있고상 금규 모가 큰메 이 저 대회 인 US오픈 에서한국인이우승한건박세리가처 음이다.미국 진출첫 해에이 뤄 낸 쾌거였 다. 박세리하면 떠오르 는, 맨 발로물 웅덩 이에들 어가 샷 을 날 리는장면이이때만들어졌다.우승 을코앞에두고선두와단1타 차 로 뒤 지는상 황 에서 공 이 웅덩 이에 빠져 위기를맞 았 다.경기를 지 켜보 던아버지박준철씨는물 론 ,그들을에워 싼갤 러리모두사 색 이 됐 다. 패색 이 짙 은상 황 이 었으나박세리는달랐다.“자세 히보니공 이 잔 디 위에 떠 있어‘아 직 기회가남아있다’고생 각 했 다”고박세리는 당 시를 떠 올렸다. 그 렇 게 주저 없이 벗 어던 진 검정발 목양말 사이로 드 러난그 녀 의하 얀 발은강 렬 한인상을남 겼 다.구 릿빛 으 로그을 린 종아리와대조 되 는하 얀 발은그간 얼 마나 혹 독하게 훈련 했는지를 보 여 줬 다. 이후로도박세리는 LPGA 에서만 메 이 저 대회 5 승을포함해통산 25 승을 거 두며신화를 썼 다. 이는한국인 LPGA투 어최다승기 록 이다. 25 뼒몶핆캫펞잖 읊 삲 슬 럼프도있었다. 2004 년 찾 아 온 슬 럼프는 박세리스스로“골프인생최대고 비 ”라할정도 로 심각 했다. 평 소하지않던실수를 거 의매경 기연발하면서자신 감 이 급격히떨 어졌고,그자 리에 불 안이 차오르 기시작했다. 슬 럼프에 굴 하 지않으려했지만그것이 되 려독이 됐 다.‘ 내잘 못’을 찾 는 데 에 끝 없이 집착 한것.“ 언니 그러다 미 칠 것 같 다”는동생의한마 디 에정신을 번쩍 차 리고 귀 국했다. 그 렇 게애지중지하던골프채 는미국에두고 말 이다. 골프를 하기로마음먹 은 중학생시절부터단 하 루 도 거르 지않 았 던 훈련 을이때는 잠 시 멈췄 다. 그 시기박세리는 마음을 스스로 다독 였 다. “기계도많이 쓰 면 오 작동이나는 데 사람은 말 할것도없다. 내꿈 을이 루 러가는과정에 충 전 이 필요 한시기”라고 되뇌 며버 텼 다. 한동안마 음의안정을 찾 는 데집 중했지만 쉽 지않 았 다. 한 평 생운동만해 온탓 에운동 외 에어 떤걸 로 시간을 보낼 지 혼란 스러 웠 다. 그러면서그는 아버지에게“ 왜노 는 법 은 가 르쳐주 지않 았 느 냐 ”고따 져 물었다. 제자리로돌아 오 는 데근 2 년이 걸 렸다. 200 6 년 미국 진출 후 첫 우승을 따냈던 맥 도 널드 LPGA 챔 피 언십 에서 3 번 째 트 로피를 들어올 리며화려하게복 귀 했다.이 듬 해에는 꿈 에그리 던 LPGA명예 의전 당 에이 름 을올렸다.이또한 한국인최초의일이었다. 국제통화기 금 ( IMF ) 외환 위기로절망이가 득 했던시기에박세리는골프로세계를제 패 하며 국 민 들에게희망을 줬 다. 그 렇 게 25 년간의선 수생 활 을 마친그는 20 16년은 퇴 를선 언 했다. 그간상 금 등으로 벌 어들인수 익 은대 략 500억 원 에달하는것으로 알 려졌다. 골프를 시작할 당 시부모 님 께했던“ 돈 방 석 에 앉 아 쉼 없이 돈 세게해 드 리 겠 다”는 약속 을지 킨셈 이다. ‘ 읺 펆삖 ’ 짣켆읺픦옪컪믾쁢핂헪쭎 박세리의인생 2막 은 선수 때만 큼 이나 화려 하다. 20 16 리우 데 자 네 이 루 와 2020 도 쿄 올 림 픽 여자 골프 국가대표 팀감 독을 맡 으며지도 자로 변 신했다.리우에서선수들이 금메 달을 목 에 걸 자“선수때 보 다지 금 이 더감 동적이다”며 눈물을 펑펑 쏟기도했다. 올해열리는파리올 림픽 에는 KBS 골프해 설 위 원 으로 참 여한다. 젊 은시절부터 염원 했던‘박세리키 즈 ’ 양 성에 도 힘 을쏟고있다. 20 16년 설립 한 박세리희망 재단을통해정기적인 주니 어골프대회를 추진 하고, 꾸 준 히 유망 주 지 원 을 확 대하고있는게 대표적이다.올해초에는미국 캘 리포 니 아 팔 로 스버 디 스골프 클럽 에서 LPGA 최초로한국선 수이 름 을 내 건‘ 퍼힐 스박세리 챔 피 언십 ’도 개 최 했다. 선수 출 신이 호 스 트 로 나선 LPGA투 어 대회는 ‘안 니카드 리 븐 바이게인 브릿 지 앳펠 리 컨 ( 안 니카 소 렌 스 탐 ) ’과 ‘미 즈호 아 메 리 카 스 오 픈 ( 미 셸 위 ) ’에이어세 번 째다. 술술풀 리는 듯 했던박세리의인생 2막 은최 근 아버지로인해 큰 장 벽 에부 딪 혔다. 항상자 신의 뒤 에서그 림 자처럼따 르 며한 평 생을바친 아버지를 향 한 존 경과 감 사는이제유 효 기간을 다했다. “ 내 가아버지 니 까 그래도 내 가 나서서 할수있는 거 아 닌 가생 각 했다”는박준철씨의 비틀 어 진 부정 ( 父情 ) 은 딸의앞길에초를치는 것도모자라가 슴 에대못을박 았 다. 이제부터는 진 정한 홀 로서기를 시작해야 할 때다.박세리는기자회견이 튿날 자신의사회관 계망서 비 스 ( SNS ) 에“ ( 이 번 일을 ) 앞으로 더 단 단해 질 계기로삼아 저 의또 다른 도전과 꿈 을 향 해나아갈것이라고 확 신한다”는희망 찬 메 시지를올렸다.인생의가치가 ‘ 풍 부하다’는 뜻 에서 붙 여 진 ‘리치 언니 ’라는별 명 처럼박세리의 인생 2막 이 더풍 성해지길, 그래서앞으로도많 은이들에게위안과 용 기, 기 쁨 을 주 기를 바라 본다. 김진주기자 아버지덕에세계정상에섰지만, 아버지때문에좌절$‘리치언니’인생 2막은 아버지의권유로시작한골프 초3때육상부뽑혀우승휩쓸며발군 중학교부터아버지따라골프연습장 중3 때프로대회우승컵올리며돌풍 “돈방석앉혀드리겠다” 약속지켜 1998년US오픈우승美진출첫해쾌거 맨발의웅덩이샷 IMF로힘든국민감동 LPGA 25승상금등수익500억달해 비틀린부정, 혹독해진인생 2막 아버지의채무문제해결할수없이커져 기자회견열고“관계종지부찍는다” “더단단해질계기삼아꿈향해나아갈것” <4>박세리박세리희망재단이사장 박세리는아버지박준철씨의노력으로세계를호령하는골프여제가됐다.국내프로무대를섭렵하던16세시절의박세리와딸을지도하던아버지(왼쪽사진)는25년후인2016년박세리의은퇴식행사(가운데사진)에도함께했다.오른쪽사진은 지난18일서울강남구에서열린기자회견에서아버지관련고소내용을말하다눈물을흘리는박세리의모습. 한국일보자료사진·연합뉴스 1998년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진출한박세리는그해5월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사상최연소,최저타수로우승(왼쪽사진)을차지했다.오른쪽사진은같은해US오픈마지막날연장전에서물웅덩이에빠진공을쳐내기위해맨 발로투혼을발휘한모습. 한국일보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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