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7월 6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뉴스칼럼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아침 *모든 칼럼은 애틀랜타 한국일보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벌써 7월로 접어들었다. 숨이 막 힐 정도로 무덥다. 더위에 외출을 조절하시라는 딸네들의 경고음이 여기저기서들려온다. 하지만노인 네들은 여유롭다. 누구든 약속과 다짐을다지키지못하고살아가는 흐름에동조하기보다스스로출입 이 힘들기 때문이다. 날마다 더 푸 름으로 옷을 갈아입는 여름이다. 맑은계곡에발을담글수있는적 적한 곳, 최소한 휴대폰이 안 터지 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살가울 터 이지만그마저도손사례를칠형편 이다. 고층 아파트라 푸르른 하늘 이 가깝고 뭉게구름 흐름도 유유 자적이라에어컨바람이면계곡까 지는아니더라도한여름이상향이 다. 어느새 벌써 딸네들로부터 걱정 을 듣는 나이가 되어 버렸네 싶다. 생의언덕바지에오른시점에이른 탓인지, 아니면 세월을 느끼는 속 도감때문인지‘벌써’라는말이남 용에 가까울 만큼 잦아진다. 벌써 라는용어또한연륜의수레바퀴가 만든 역사적 서정이 깃든 나머지, 잉여정리로나만의개인전용어로 등극했다.‘벌써’가‘이미’로‘이미 ’가‘안녕’이될날도예상보다빠 르게멀지않을것으로받아들이게 된다. 얼마 전에 하이스쿨로 진학한 것 같은손자가벌써졸업을하고 9월 이면대학생이된다.엊그제대학에 입학한것같은손녀가내년이면벌 써졸업이다.아침에양치질을했는 데 벌써 취침 전 양치질을 해야 한 다.벌써주말이네,벌써6월이가고 7월이되고,손주들생일카드를준 비하면서도벌써,벌써,소리가책임 감없는다변가처럼심심찮게오르 내린다. 한뼘도되지않은것같은그날이 벌써일년이,십년이흘러가고있다. 주일 이른 아침에나 친교 후에 공 동체젊은분들로부터커피에다과 까지 대접을 받곤 한다. 나이든 분 들에대한사랑이담겨진예사커피 와는 다른 진한 사랑을 마시게 되 는 것일 게다. 커피잔을 받을 때마 다감사하다고고맙다는말을전하 곤 하는데 고마움을 표시하는 인 사말 조차 어제 같은데 벌써 한주 일이지난인사를앵무새처럼반복 하고있다. 더위 탓인지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고번번히큐피드지적을받는것 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주치의 선생님께이실직고를드렸다. 벌써 라는 물음표를 숨겨둔 채. 인지능 력검사를권하셔서정신바짝차리 고테스트에응했다.결과는만점이 었다.병원을나서면서우리집할배 에게아이스크림을사달라고했다. 테스트에임하는긴장감으로등에 베인땀을식힐겸만점축하퍼레 이드를하기로했다.시원하고달콤 한 아이스크림이 쇠잔해진 기억력 을염려했던마음을사르르녹여준 다. 나이란 숫자가 더해 갈수록 기억 력은쇠퇴해가기마련이지만연륜 에서얻어지는지혜는갈수록넉넉 해질것이라서남은날들의행보를 미리내다보며염려하지않기로했 다. 삶에 대한 색다른 노하우가 지 혜로작동하는것이아니라살아온 내력탓에익숙해짐을토대로타성 에 강해지고 삶의 횡포로 하여 내 성이생긴다는이론에기대가크다. 해서인지이전에보이지않던것이 새롭게보이기시작하고삶과생각 과행동지축이조금씩자리를옮겨 가고있다.인생자체에대한연민이 라할까. 내것, 내자리였던것들을 네 것으로 내 주어야 한다는 선함 과 착함을 심령 깊은 곳에서 끌어 올리고 있었 던 것이다. 분명한 것 은 나보다 남이 더 도드라지게 부 각되고있다는것이다. 청명한 푸르름 조차 서러운 세월 을 숨기고 그리움도 없어 보일 것 같은노인네걸음으로바스락대며 걸음을뗄것이라고상상조차하지 않았었는데벌써수고로웠던젊음 이물러나고정갈하게나이들어가 는일만남아있음을본다. 두사람 이 만나 같은 길을 함께 걷기 시작 했지만그길이어떤길인지도모른 채첫걸음을떼어놓은것이은발 이 되기까지 이르렀다. 끝 모를 길 을매번벌써도착한느낌으로이어 온것이었다.주어진길이라여기면 서 끝이 보이지 않는, 언제 목적지 에도착할지도모르는길을돌부리 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예상 못 한 장애물들을 만나, 발목을 잡히 기도하고, Dead End에서돌아서 기도 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밖에없는길을더듬거리기도하고, 마라톤처럼달려보다가숨이차오 르면 쉬기도 하면서, 꾸준히 쉼 없 이헤쳐온길이었다. 돌아보면탈없이한참씩을잘달 려 주기도 했지만, 어쩌다 삐걱거 리는 수레를 손질하느라 멈추기를 간간이해왔지만어찌보면삐걱대 는것조차느끼지못한채쉰일곱 해를밀고끌고하면서지금에이른 것같다. 쉼없이살아온시간들이 아슴푸레영상처럼흘러간다.세월 의연륜은어김없이,끊임없이수레 바퀴를 돌릴 것이다. 지금에 이른 내 나이가 실린 수레 바퀴가 고맙 기그지없다.오래되고낡은수레이 긴하지만살아오면서터득한정비 요령에기댄성능으로쉬엄쉬엄편 안하게굴러가고있다.수레끌기를 지탱하게해주는힘은근육의힘도 지식도열정도기백도아닌선함인 것인데 이미 오래 전에, 예상보다 빠르게감사가벌써앞서서저만치 다. 원고퇴고또한매일코앞목전 에서지키고서있다.벌써. 벌써 남가주의 회사원 P씨는 아버지 걱정에잠시도마음을놓을수가 없다. 80대의 아버지가 운전을 하다 가자주문제를일으키기때문이 다. 주차중옆차를긁거나주행 중 신호를 못 봐서 앞차를 들이 받는 등접촉사고가끊이 지않는다. 신호등이 파란색 인데 갑자기 정차를 하기도하고, 프리웨 이에서시속30마일 로‘쌩쌩’달리니언 제어떤사고가날지 알수가없다. 그중 불안한 것은 음주운전. 모임에서 한잔한후에도노인은기어이운 전을한다. 본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 지위험에빠트릴수있는위험천 만한 행동이다.“이제 운전을 그 만 하실 때가 되었다”고 가족들 이아무리말해도노인은막무가 내. 자동차 열쇠를 움켜잡고 있 다. 노년에 내려야 할 중대한 결단 중 하나는 운전 포기이다. 어느 시점이되면자동차열쇠를스스 로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게 쉽 지가않다. 언제어디든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권리, 수십년 누려 온권리를포기하는게쉬울수는 없다. 한낱자동차열쇠가그러하 다면백악관열쇠는어떠할까. 지난주대선후보첫TV토론후 지금미국은‘바이든’이슈로뜨 겁다.‘바이든’이라는이름이이 렇게자주이렇게많은사람들의 입에오르내린적은일찍이없었 을것이다. 정치해설가나 칼럼니스트들은 요즘입만열면‘바이든’이다. 대 중의지지를먹고사는정치인으 로서이름이많이불린다는것은 더없이반가운일이지만그다음 에따라붙는동사가문제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디어 그리고정치칼럼니스트중열의 아홉은 바이든이‘물러나야 한 다’고주장한다. 대부분 민주당 성향인 그들 그 리고민주당유권자들은싫든좋 든바이든을지지해왔다.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에 들어 가나라의근본을뒤흔드는재앙 을막으려면바이든이재선에승 리해서 백악관을 지키는 길밖에 없다고믿었다. 그런데 후보 토론이 분위기를 확 바꿔 놓았다. 정신이 번쩍 들 게만들었다. 바이든의 노쇠한 모습이 TV 화면에 적나라하게드러나 면서‘이대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성 난 파도처럼 들끓 고있다. “바이든이 중도 사퇴하는 것이 미 국의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이자 애 국하는 길이며 국 민을 위하는 길이 다” “부통령으로서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을보좌하고,미국최 초로 유색인종 여성을 부통령으 로 영입하면서 바이든은 정치발 전에크게기여했다,그아름다운 업적을이어가는길은지금물러 나는것이다”등등. 바이든과‘헤 어질결심’들이확고하다. 반면 바이든은 물러날 생각이 없다.완주의지를분명히하고있 다. 민주당전당대회가바로다음 달. 대선후보를결정할대의원지 지99%를확보했고,천문학적선 거자금도마련했다. 이제 와서 중도사퇴라니 … 그 로서는어불성설일것이다. 바이든이 재선에 출마하지 말 라는말을들어온것은백악관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나이가 너 무 많다는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꿋꿋하게 재선에 도전했다. 국가를위해봉사해야한다는사 명감이넘쳐서일수도있고, 트럼 프를막을인물은자신밖에없다 고믿기때문일수도있다. 아울러 짚어지는 것은 권력의 마력. 자동차열쇠가권리라면백 악관열쇠는권력이다. 한번맛보 면 내어놓기 어렵기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미국의 여러 대통령들 은그유혹을뿌리쳤다. “권력은 매혹적이다. 도박이나 돈처럼 사람의 핏속으로 파고든 다.”-해리트루먼이 1950년재 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쓴말이다. 민주당 진영의 헤어질 결심 앞 에서바이든이어떤결단을내릴 지,기다려본다. 헤어질 결심, 물러날 결단 법치주의 연방 대법원 시사만평 대관식? 애덤지글리스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독립기념일을 축하합니다,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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