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7월 13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아침 뉴스칼럼 뉴스ㆍ속보 서비스 www.HiGoodDay.com 어머니 열성으로 일찍이 한글을 깨우친덕에유치원생때부터그림 일기 형식으로 하루에 한 문장이 면족했던일기를써오다가학교에 입학하면서일기가숙제라는무게 감으로다가왔었지만중고등학교 를거치면서수집하듯일기를간직 해 왔었다. 유년의 습관이 아이들 육아일기로이어졌고할머니호칭 을얻기시작하면서도계속이어져 왔지만이방인의길로들어서면서 어머니께맡겨두고떠나왔던일기 모음은 어머니께서 소천하시면서 오리무중이 되고 말았지만 40여 년을이어온이민자일기는오밀조 밀 훈훈한 훈기를 지속적으로 간 직 해오고 있다. 유년의 그림일기 부터 한국에 두고 온 일기들이 많 이 아쉽다, 내 딸들과 손주들에게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문득 문득 마음을 뒤척이게 하기에. 과 거와현재를이어주는생의여정을 살아있는기록으로이어왔음에무 량으로흐뭇하다.날로쇠퇴해가는 기억력을마치열쇠만있으면열수 있을것같은착각이이는것은어 줍고자질구레한일들까지기록으 로 남겨져 있는 일기 덕후 때문일 것이다. 일기를쓰고아득한옛일이가물 가물할 때 일기를 뒤척이다 보면 반갑기도하고그날의일과들이영 상처럼 떠오른다. 조금은 더 젊었 던그날들을다시만나게되는기 회이자 그 시절로 돌아가게 되는 행운을만끽하게되기도한다. 기록의힘은무섭다. 일기는과거 를반추하는열쇠요, 가장나답게 하루치의마음을진솔하게남기는 일이다. 나를 간결하게 만나는 길 이요 나를 향한 집념을 해소하는 길이라서 가장 나 다운 나를 지켜 내며 더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감각, 개념의잠재의식을돌아보게 되고 덤으로 글 쓰는 일에도 적잖 은소재와감성을이끌어내는도구 로쓰임받고있다. 대가족생일과각종기념일등,하 루 일과와 예약기록, 약속들을 간 단한 메모 형식으로 기록하는 수 첩과 일기의 사명을 적나라 하게 써내려 가는 일기는 따로 있다. 때 로는 육하원칙에 준한 기록에 집 중한적도있었고 감정이격해지거 나 심란한 일을 만난 날에는 북받 친감정을담아내느라여러페이지 를 소모하기도 한다. 누군가와 훈 훈한 대화를 나눈 날은 대화의 흐 름을가능한한역력하고선연하게 기록해온 나머지 부산물로 단편 소설구상의지지대가되어주고있 다. 디지털 방식보다 아날로그 방 식을선호해왔기에나만의필치로 지속적으로이어가려한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하루치 마 음을 기록해 두면서 살아왔고 살 아갈 것이다. 건너뛰기도 가끔은 허용하지만 이 또한 손가락 꼽을 만큼에 그친다. 오랜 습관일 수도 있겠지만하루치마음의흐름을보 존하고싶음이요소소한흐름의일 과일지라도마냥흘러보내고싶지 않은 삶의 애착이요 내 삶을 사랑 해 주려는 고착으로 보인다. 오늘 이어제같고, 오늘이내일과크게 다를 바 없는 일상이지만 마냥 흐 르고 또 흘러가는 강물을 멍하니 바라보는일에생각없이머물고싶 지않음이라하루하루들에게색깔 과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하루라 도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책임없이 마구보낼수없다는, 함부로허투 루보내서는안된다는단호함이어 쩌면 아이 같은 마음의 발로가 저 지른 것 일수도. 단 하루도 오늘과 어제가 같은 날은 없었으니까. 하 루들에게 충직한, 빈틈 없는, 허술 하거나부족한점까지놓치지않으 며삼엄하고세밀하게꼼꼼하게나 를 살피는 일에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시도로 이 어오고 있다. 어쩌면 자신에게 강 요나 혹사는 하지는 않았는지 하 는질문을받을것같기도하다. 지 금껏감사하고다행한하루들이었 고, 기쁜 소식 없이 지나가기도 하 고, 마음아프거나궂은소식없이 수많은하루들이지나갔다. 언제나 변함없이 감사가 이어지 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기를 써내려 간다. 먼 훗날 나에게 보내 는 편지라는 일념으로 하루치 마 음을잠잠하게말없이, 깊은밤의 고즈넉함에젖어묵연의묵적으로 기록에 잠기곤 한다. 쓰는 모드에 집중하는동안은하루치의시간을 살아내는현장에있는것처럼적게 된다. 하루를지나쳐버리면그날, 그때의감성기억이되살아나기도 어렵고그풍경들도더듬거리게되 기에 가능하면 하루를 넘기지 않 으려 한다. 인생길을 하루하루 걸 어가고 사람을 만나고, 숱한 말이 오고 가도 가슴에 남는 건 미미한 그저 흘러 보내도 좋을 이야기들 뿐, 이야기 속에서 화려한 과거는 있어도들추어보면남길만한두드 러진보람의흔적은찾아내기가쉽 지않음이라잃어버린시간들만앙 상하게드러날뿐이라서생각만이 라도 아름다운 것에 머물자고, 늦 은밤펜을힘주어붙들게된다. 쫓기듯서두르며살아온사람, 쉬 엄쉬엄살아온사람들누구에게나 길은 다 열려있기 마련인데 진정 자신을어디에두고있는지시간은 지나가면 또 오는 것으로 믿고 걸 어가는사람들의우왕좌왕이보인 다. 더러는 길에서 희망을 바라보 고 달려가는 사람도 있음이요, 자 신보다남을존중할줄알지만, 자 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들도 함께걷기도한다. 시간을아낄줄 알아서 일찌감치 출발하는 사람, 마음에 가득한 여유로 하여 천천 히 출발하는 사람들이 앞다투며 길을떠나지만당도하는시간은예 측할수없는것이인생길이다. 나서는 길이 어둑어둑했지만 금 새 환하게 밝아 오기도 하고 구비 구비 휘어진 길도 가다보면 곧은 길로들어서게도된다. 이러저러한 사연을 안고 길을 가는 사람들과 어우러졌던 흔적들이며, 그 자국 들을 매일매일 써내려 가는 내 뒷 모습은어떤그림자를남기며매듭 지을까. 일기 속의 하루치 마음들 은무지개처럼곱기만한데. 일기 속의 하루치 마음 역대 미국 대통령들 가운데 최 장수 기록을 쓰고 있는 지미 카 터전대통령이최초로 100세를 넘기는미대통령이될수있을지 에관심이쏠리고있다고최근워 싱턴포스트가보도했다. 현재 99세인 카터 전 대통령은 피부암의일종인흑색종을앓고 있으며 지난해 2월 부터 연명치료를 중 단하고 현재 자택에 서호스피스돌봄을 받고있다. 호스피스 돌봄을 받는환자는통상적 으로 17일 이내에 사망하는 데 비해 카터전대통령은장 기간 안정적 상태를 유지해오고있다. 그런 카터 전 대통 령이 오는 10월1일 병상에서 또 한 번 생일을 맞게 된다면 그는 최초로 100세를 넘기는 미국 대 통령이된다. 그의 100회 생일을 앞두고 개 설된웹사이트에는많은사람들 이방문해응원의메시지를남기 고 있으며 그의 고향인 조지아 주에서는 자전거 대회와 영화제 등 100회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들이준비되고있다. 100세를 넘긴 사람들은‘센테 나리안’(centenarian) 혹은 사 람을 의미하는 호모(homo)와 100(hundred)을 합성한 말인‘ 호모 헌드레드’(homo hun- dred)라불린다. ‘호모 헌드레드’는 지난 2009 년 UN이‘세계 인구 고령화 보 고서’에서처음사용한말이다. 2021년UN통계에따르면100 년이상을산미국인센테나리안 은8만9,739명이었다. 미국총인 구가 3억3,700만정도임에비춰 보면인구중100세이상비율은 0.027%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2022년 이미 9만명을넘어섰는데일본인구 가 1억2,500만으로 미국인구의 절반도 안 된다는 점을 감안 한 다면센테나리안의비율이두배 이상높다고할수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의외로 그 비 율이 낮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 면 100세 이상 인구는 6,900여 명으로 10만 명당 14명 정도 된 다.비율로는미국의절반정도인 0.014%밖에되지않는다. 현재 양국의 기대여명에 비춰 볼 때 잘 이해되지 않는 수치인 데, 이는 식민시대와 전쟁 등 굴 곡진한국의근대사와무관치않 은때문으로풀이된다. 수치 상 수명이 아닌 건강수명 의관점에서봐도 100세장수는 ‘웰 에이징’(well aging)의 모델 이라할만하다. 미국의 센테나리안들 가운데 15%는 100세 이 전에 어떤 질병도 앓지 않아‘에스 케이퍼’(escaper) 라 불리는 노인들 이며, 43%는80이 넘어서야 질병이 나타나기 시작한 딜레이어(delayer) 들, 그리고 42%는 80세 이전부터 질 병이있던‘서바이 버’(survivor)들이 다.신체적이상이나타나기시작 한평균연령은93세이다. 100세까지 살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축복이 아 니다. 유전적인 축복도 받아야 하고 운동과 섭생, 그리고 마음 가짐등개개인의노력도뒷받침 돼야한다.어떤나라에서태어나 어떤복지시스템의혜택을누리 느냐의중요성은말할것도없다. 생활환경의개선과의료기술의 놀라운발전등으로인간의평균 수명은계속늘어날것이며그속 도는 갈수록 더 가팔라질 것이 분명하다. 한연구는2007년태어난일본 의아이는 107세까지살확률이 50%이며미국에서태어난아이 도 104세까지살확률이 50%에 달하게될것이라내다봤다. 여러추세를고려해볼때허황 된전망으로만여겨지지않는다. 센테나리안 혹은‘호모 헌드레 드’를보는게너무흔한일이될 날이머지않아보인다. 문제는노년의긴삶이항상축 복이되지만은않는다는사실이 다.여생을제대로설계하지못한 다면 오히려 큰 고통이 될 수도 있다. 국가또한구성원들의‘호모헌 드레드’시대 대비를 돕기 위한 시스템을새롭게구축해야할과 제를안고있다. 대통령으로서의 평가와는 별 개로카터가퇴임후헌신적인봉 사와선행을통해보여준인간에 대한깊은사랑에많은미국인들 은존경을보내고있다. 그래서 그가 극소수의 인간들 에게만신이허락하는축복의영 역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더욱 보고 싶어 하는 것인지도 모른 다. 0.027%의 ‘축복’ 시사만평 나토로 가는 길 우크라이나 제프코터바작 케이글USA 본사특약 나토로 가는 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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