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9월 6일(금) ~ 9월 12일(목) A10 ■사라진 탄광촌에 소박한 절 한채 운탄고도 안내 책자는 5길 출 발점을 화절령으로, 종착점을 만항재로 소개한다. 15.7㎞, 가 파른 구간은 없지만 서서히 고 도가 높아져 5시간 이상 소요 된다. 주차하기 편한 만항재에 서 출발하면 한결 수월해 4시 간가량 걸린다. 만항재까지는 정선고한읍, 영월상동읍, 태백 시내에서찻길이연결돼있다. 고한읍에서오르면국내5대적 멸보궁이라 자랑하는 정암사를 거친다. 신라의 승려 자장이 당 나라에유학할당시성물로받은 부처님의사리를안치해지은사 찰이다. 전각 뒤편 바위에 세운 수마노탑이불전을대신한다. ‘남쪽의신령한바위’라는의 미로지은본래의절이름석남 원이‘깨끗한바위가있는사찰 ’, 정암사로바뀐것도이때문 이다. 사찰은도로와바로붙어 있어쉽게둘러볼수있지만, 수 마노탑까지는 짧은 구간 가파 른오르막길이다. 정암사에서 만항재로 이어지 는 도로는 계곡과 나란히 이어 진다. 군데군데 차를 세우고 쉴 곳이 있다. 맑고 청량한 물소리 에 한여름 무더위가 한풀 꺾인 다. 만항재정상에는‘하늘숲길 공원’이 조성돼 있다. 일본잎갈 나무 군락 아래에 계절마다 야 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난다. 안 개가 수시로 내려앉아 한여름 에도서늘한기운이감돈다. 운탄고도는 공원 맞은편 능선 으로 연결된다. 고산에 난 걷기 길이지만 폭이 넓고 평탄하다. 이름에서 짐작하듯 운탄고도 는 석탄을 실은 차들이 오가던 구름 위의 길이다. 만항재에서 약 40㎞떨어진신동읍함백역( 폐역)까지이어진다. 초입이 더 순탄한 건 능선을 따라 풍력발전소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매캐한 탄가루 대신 맑은 바람이 불어오고, 바람개 비에 걸린 운무가 산자락을 넘 는다. 풍력발전 바람개비는 산 줄기를 따라 계속 이어지는데 운탄고도는 세 번째 바람개비 부근에서 왼쪽 내리막으로 방 향을 튼다. 대부분 흙길이지만 경사진 구간은 시멘트로 포장 돼 있다. 길은 한결 좁아져 키 큰 나무들이 양쪽에서 가지를 뻗어그늘을드리우고있다. 마음에도 여유가 생겨 길가에 핀 작은 야생화가 눈길을 잡는 다. 보랏빛 꿀풀과 엉겅퀴며 주 황색 동자꽃과 나리꽃이 어둑 한그늘에초롱처럼피어있다. 내리막이 끝나는 곳에 고목 사이로 흐르는 샘이 보인다. 사찰의 옹달샘처럼 꾸몄는데 ‘음용불가’안내판이 선명하 다. 바로 옆 계곡에도 시원하 게 물줄기가 쏟아지지만 함부 로 마실 수 없다. 여느 폐광지 역과 마찬가지로 운탄고도를 걸을때는마실물을넉넉하게 준비해야한다. 왼편으로‘혜선사’팻말이 보 인다. 약 200m내려가니슬레이 트와기와를 인집 두채가 나타 난다. 겉보기에는 민가에 가깝 다. 사찰로서모양새는허술하지 만마당이며처마가금방비질을 한것처럼깔끔하다.절간을기웃 기웃거리노라니노스님한분이 방문을 열고 나온다. 22세 어린 나이에여성의몸으로산골민가 를 구입해 이듬해부터 부처님을 모셨다는성덕스님(85)이다. 사람이 그리웠던 듯 믹스커피 한 잔에 옛이야기를 풀어놓는 다. 이제는 적막강산에 절간 하 나 남았지만, 스님이 처음 발을 들일 때만 해도 700호 정도가 거주하는 규모가 제법 큰 탄광 촌이었다. 강동마을은 집집마 다 광부들을 대상으로 하숙을 쳤고, 언덕 너머 연해골에도 70 호 정도가 살았으니 인구가 못 돼도 4,000명은 넘었을 거란 다. 강동마을엔 서진탄광과 명 신탄광, 연해골엔 동호광업소 가 있었다고 했다. 빼곡하게 집 들이 들어섰던 산자락엔 세월 이 지나며 풀과 나무가 우거져 있다. 산중에 위치한 봉황국민 학교에 아이들이 넘쳐났다는 스님의 말이 도무지 믿기지 않 는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또 이 어진다.“살면서 호랑이도 서 너 번 봤는데, 하도 많이 잡아 서 그런지 요즘은 흔하던 멧돼 지, 노루도 잘 안 보여.”이 깊 은 산중에 혼자 살면 무섭지 않으냐는 물음에“짐승도 사 람이 해코지 안 하면 절대 먼 저 덤비지 않아”라며 세태 한 탄을덧붙인다. “요즘 사람들은 짐승뿐 아니 라 희귀한 꽃이 보이면 다 캐가 서 야생화도 옛날보다 적어. 심 어 놓은 두릅까지 캐가서 산중 에도 남아나는 게 없어.”그나 마 이따금 불자들이 험한 길을 마다 않고 찾아주니 먹거리에 는아쉬움이없다고한다. 운탄고도5길만항재부근풍력발전바람개비에구름이걸려있다. 광산업이활황이던시절차량으로무연탄을실어나르던길 은이제국내에서가장높고순탄한걷기길이됐다. 운탄고도1177갱부근에탄차가전시돼있다. 운탄고도5길의도롱이연못. 높은산중에동그랗게형성된연못이라신비로운분위기를자아낸다. 나뭇가지 끝에 내려앉은 구름은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바람에 한 번 쓸리고 나면 또 다른 구름이 바닥을 덮었 다. 불볕더위도 폭염도 이름 모를 들풀에 서늘한 이슬로 맺힌다.‘운탄고도 1330’은 강원도 옛 폐광지역을 잇는 총길이 173.2㎞의 걷기길이다. 단종이 유배됐던 영월 청 령포에서 시작해 정선, 태백을 거쳐 삼척 해변‘소망의 탑’ 까지 이어진다. 평균 고도 546m, 그중에서 정선 화절령 에서 만항재까지‘운탄고도 5길’은 해발 1,067~1,330m 사이를 오르내리는 핵심 구간이다. 1330은 만항재의 높 이다. 운탄고도5길, 정선만항재 ~ 화절령 삶의땀방울을식힌다…탄가루날리던구름위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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