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9월 7일 (토요일) 9월로 접어들었다. 무덥던 더 위가아침저녁으로겉옷을챙겨 야할만큼서늘해졌다. 날마다더짙은푸름으로옷을 갈아입던 여름이 철이 들어가 는 모양 새다. 여름 내내 맺혀진 열매가 속이 들어차는 시절로 들어섰음 이요, 나뭇잎도 풀잎 까지도 익어가며 9월을 만들어 갈것이다. 공원 Pavilion쉼터에 서 모임을 갖게 되었다. 지난 수 요일이고령이신장로님생신이 신지라생일잔치명분으로가까 운분들이함께했다. 장소선택 이 탁월하다고 입을 모은다. 더 위도 조심스레 몸을 사리는 계 절길목이라실내에서보다계절 환승을 지켜볼 수 있는 숲이 우 거진공원나들이가시기적으로 알맞은적기라서인지노년의신 사숙녀분들께서조금은들뜬기 색으로 보인다. 잘 꾸며진 연회 장보다편안한분위기에서시간 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음이 기 특하다는표정들로모두헤벌쭉 하다. 준비해온 식사를 나누면 서 바람 속에 무엇이 섞였을까 조심스러워하면서도만남을즐 기자는 마음으로 위안을 나눈 다. 노년층이 특히 조심해야 한 다는 코로나19가 재유행이라 는 반갑지 않은 방문을 한 터이 라서 어쩐지 어색한 행복을 추 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금은 심려가일렁이는형국이긴하지 만. 맑은계곡에발을담글수있 는 적적한 곳도 아니면서 마지 막 더위를 전송할만한 명소를 찾은것도아니지만이민 1세로 써의 삶을 묵묵히 견디어 왔기 에 공원 쉼터에서의 만남도 마 냥즐거워보이신다. 식사시간이 마무리 되자, 모임 때마다관례행사처럼진행되었 던 훈 담 나누기가 이어졌다. 생 일이신장로님의부인께서운을 떼기시작하셨다.‘하루, 하루를 어루만지듯소소한행복을챙기 다가 어느 순간 아무런 자각 없 이편안한끝맺음을위해기도하 고 있어요, 여기에 모이신 분들 도편안한여정마무리를바라시 지 않으시냐’고 질문을 던지신 다. 모두들 숙연한 표정으로 고 개를 끄덕이신다. 친정어머니께 서 늘 바래셨던 것처럼 나도 자 다가편안하게가게되면좋겠다 싶다.갑자기큰음성이들린다.‘ 아들 자식은 도둑 놈이고 웬 수 여, 손자는 동포로 생각하면 되 고’. 유구무언이다. 연이어“요 즈음엔 70세 아래로는 노인 축 에도못들어가신다고. 노인대 접을제대로못받으신다고불만 이 울퉁불퉁 이시다. 얼른 곁에 계신 분이‘하기야 옛날에 비하 면 70이되어도늙은이같지않 은사람들이많아졌기때문이겠 지요’. 모두함구무언일색이다. 아흔 살에 갓 들어서신 분의 하 소연이시다.‘내 장례식에는 나 에게 한 마디라도 하고 싶은 말 이있으신분들만오셨으면좋겠 어요. 죽는시기를택할수는없 고, 아프면서 고생하다 갈지, 가 족들에게폐를끼치다가갈지알 수는없지만’, 말끝이흐려지신 다. 한분이벌떡일어나시면서‘내 가 병에 걸렸을 때 현대 의학으 로치료할수없고, 곧죽음이임 박하다는 진단을 받게 되면, 연 명 조치는 일체 거부할 것입니 다. 하지만 고통을 완화하기 위 한 조치는 얼마든지 최대한 취 해 주셨으면 좋겠 구요. 고통을 억제하는 의약품 부작용으로 죽음을 일찍 맞는다 해도 상관 없겠습니다. 만일 제가 식물인 간 상태에 빠졌을 때는 생명을 인위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연 명조치중단을바랍니다. 이말 은 제가 온전한 상태에 있을 때 이므로 이 내용을 재차 문서로 작성하지 않는 한 유효 합니다’ . 이선언을들었기에마치증인 으로 서야 할 것 같은 긴장감이 흐른다. 언제나 편안하게 말씀 을 하시던 분께서‘우리가 평소 에 가졌던 일상 중에 관심과 애 착을 줄이고 잡다한 용품들을 과감히 정리하도록 하십시다. 책, 골동품, 귀중품등을연고있 는 분에게 살아생전에 선물하 면 받는 이나 주는 이나 서로가 다 좋겠지요, 언제일지 모를 사 후에 유물을 정리해야 하는 가 족들에게 민폐를 줄이자는 뜻 에서 현명한 노후관리 덕목이 아닐까합니다.’조용한박수소 리가애잔하게들린다. 동갑인데 생일이 빠르다고 굳 이언니라고호칭하라는친구의 덕담이다.‘우리나이가되면입 은 닫을수록 좋고 지갑은 열수 록 환영 받습니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좋아하고 말을 아끼면 더욱환영받겠지요. 이상끝’하 시면서 말을 맺는다. 그렇다. 어 디서나 장황한 사설은 금물이 다. 짧으면서 곰삭은 지혜로운 말이나 유머 한마디는 얼마든 지주변을즐겁게할수있을테 니까. 조용히 계시다 손을 번쩍 드시면서‘세상만사가 내 뜻대 로 안 되는 경험은 모두다 많으 실 겁니다.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체념하는게현명하겠 지요. 되지도않은일로속끓이 지 않는 게 여생을 편안하게 해 줄 것입니다’하시고는 머리를 긁적이신다. 매번 모임 때 마다 같은 말씀을 계속하신다. 얼마 나내려놓았는지를숙제처럼받 아가는 기분이 든다. 유난히 옷 매무새 치장에 열심이신 분의 덕담이시다. 배우는 데는 나이 가 없어요. 컴퓨터 앞에서나 유 튜브에서라도공부하려는깨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 다’. 그렇다. 안경을 낀 채 책을 들고 졸고 있는 모습은 얼마든 지 아름다운 풍경이 될 수 있을 터이니까. 평소 영화배우라는 별명을 가 시신분의덕담이이어진다.‘나 이가 들어갈수록 낭만을 품고 살아가면 몸은 늙어도 마음은 청춘이랍니다’. 옳은 말씀. 늘 마지막을 멋진 멘트로 마무리 해주시는분께서축원을건네신 다.‘지금까지, 가까운 가족을 더불어 주변과 사회의 혜택 속 에살아왔는데, 얼마남지않은 생이기에이제부터라도세상을 위해, 남을위해베풀며살아가 십시다. 사회봉사의 습관이 부 족했던 우리 세대지만 하찮은 일이라도 내가 먼저 실천하면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니까요’ . 존경받는 노후로 업그레이드 된 삶을 지금 부터라도 시작하 자고 이구동성이다. 당장 메모 지를펼쳐놓고구체적인발상이 모여지고향내나는모의가시작 된다. 9월의사명감이색다르게 추가된 셈이다. 생의 가을을 지 나 겨울로 들어서는 이 땅의 노 인 분 들에게 베풀어주어야 할 따스한덕담을9월은어찌마련 해야 할지 고심해야 할 것 같다. 9월서곡이잔잔하게, 용솟음치 듯, 차분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면서 유쾌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오피니언 A8 *모든 칼럼은 애틀랜타 한국일보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주말 에세이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 아침 24절기 중 열네 번째 절기인‘처서 ’와 영어의‘마법(magic·매직)’을 합친 말로 처서가 지나면 기승을 부 린 무더위도 마법처럼 한풀 꺾이며 시원해진다는 뜻에서 생겨난 신조어 다. 올해처서는지난달22일이었다. 예년에는 입추와 말복, 광복절이 지 나면 선선한 바람이 불었지만 지금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영향 등으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처서가 지나야 시 원함을기대하게됐다. 기록적인폭염이올해도기승을부리 고있어더위에치진이들은처서매직 을 기대했지만 무더위가 계속될 것이 라는예보가있다. ■ 신조어사전 - 처서매직 9월 서곡 갓태어난나의손자 에게 아이의 부모들 이‘잭’이란 이름을 붙였을 때 너무 촌스 러운 것 같아 마음에 썩 들지 않았는데,“ 하나님은 은혜로우시 다.”라는 뜻이고, 영 국계통에서는“건강 하다” “강인하다”라 는 의미가 있다는 설 명을 듣고 그 이름을 좋아하게되었다. 미숙아로어렵게 태어난잭이약간의어려움이있었 으나벌써백일을지나고건강하게 자라고있어기쁨의잔치를했다. 잭은제누나보다소리를많이지 르고 옹알이를 쉴 새 없이 해대는 것이노래를잘할것같다. 백일은 아이의 성장에 매우 중요 한 기간이고 이 기간을 넘기면 아 이는대부분잘성장한다. 그때까지무사히자란것을대견 하게여기며잔치를벌여축하하는 것이우리의풍습이다. 할머니가백일상에몇종류의떡 과 과일 및 음식을 차리고 아기의 장수와 복을 비는 뜻으로 흰 실타 래와쌀을놓았다. 잭은잔치상위 에 놓아둔 자리 위에 의젓하게 앉 아 사진을 찍을 시간을 주어서 가 족들이 모두 웃으며 박수를 쳤다. 잔치 뒤에는 백일 떡을 친지, 친구 들과 나누어 먹었다. 옛날에는 지 방에 따라서는 백일 떡을 많은 사 람이먹을수록아기의명이길어지 고복을받게된다하여길가는사 람들에게도떡을나누어주기도했 다고한다. 역사적으로 현대에는 영아 사망 률의 지속적인 감소가 일어났지만 이전에는세계의영아사망률이엄 청나게높았다. 영아사망률(Infant mortality rate)은출생후 1년이내에사망한 영아 수를 나타내며 국민보건 상 태의측정지표로널리사용되고있 다. 2019년전세계평균영아사망 률은1세미만1000명당28.2명이 며, 지역별로는아프리카가47명으 로가장높았으며, 유럽이 4명으로 가장 낮았다. 또 5세 이하 사망을 아동 사 망이라부르는데 3분 의2는예방이가능하 다. 많은국가에서백신, 항생제, 미량 영양소 보충제, 모유 수유 관 행, 탈수되었을때마 시는 링거액 섭취와 취약계층에의료혜택 공급 등, 노력을 기울 이고있다. 비누로손씻기와같은간단한교 육으로 개발도상국에서는 호흡기 질환과설사병과관련된아동사망 률을 50%까지 줄일 수 있다는 보 고가있다. 한쪽에서아동사망예방이이루 어짐과동시에자궁안태아의선천 적인구조적결함을자궁내에서외 과적으로 교정하고 남은 수태기간 을 자궁 내에서 유지 후 분만하는 외과적 치료방법이 의료계에서 활 발히진행되고있다. 예로, 이분척추증은 태아의 발달 과정 중 신경관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발생하는 기형이다. 척추 뼈 가 불완전하게 닫혀 있어 척수가 바깥으로노출되는데척수가노출 된 기간이 길어질수록 장애의 정 도가심해지며양수가신경손상을 악화시킬위험이높다. 의료진은 산모의 복부를 개복한 뒤드러난자궁에3개의구멍을내 카메라와외과수술용장비를삽입 한이후4시간의수술로노출된척 수를제자리에놓고바이오셀룰로 오스 패치와 실리콘 패치를 꿰매 피부재생을촉진한다. “자궁에 있는 상태로 수술을 하 면 태어난 후에 수술을 하는 것보 다합병증을훨씬많이줄일수있 다”는사실에근거한다. 이런자궁내태아수술에대해영 국 킹스칼리지 교수는“사회가 장 애를가지고태어나는사람들을치 료하기위해의학의경계를밀어냈 다”고 평가했다. 어떤 상황이든 새 생명은신비로운것이며모든생명 이존중되어지기를희망한다. 잭과 잔치 김홍식 내과의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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