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9월 18일 (수요일) D6 문화 2024년9월2일월요일 보도지침폭로기자가본‘보도지침’$“언론개혁은여전히미완” 젊은신문기자 ‘김주혁’은경찰 수사 과정에서여성대학생이성고문을 당 한 사건을기사로쓰려다신문사편집 국장의반대에부딪힌다.“검찰이발표 한조사결과위주로만쓸것. ( 신문 ) 1 면에싣지말 것. ( 기사 ) 사이즈는 2단 이상키우지말것.‘성고문사건’이라고 하지말고‘성모욕사건’이라고완화된 표현을쓸것.”김주혁이다니는신문사 편집국장은이같은지침을 흔들며보 도의‘균형’을잡으라고압박한다. 전두환 정권이신문사와 방송사에 내려보낸 ‘보도지침’을소재로한연극 ‘보도지침’의한 장면이다. 김주혁의실 존인물은 1986년당시한국일보 7년 차기자로 ‘보도지침’의존재를폭로한 김주언 ( 70 ) 전뉴스통신진흥회이사장. 그는 전두환 정권이기사의내용·형식 을일일이통제하려언론사에보낸방 대한분량의‘보도지침’을월간지‘말’을 통해까발렸다.연극속성고문사건역 시실존한다. 권인숙전더불어민주당 의원이피해자인부천경찰서성고문사 건이다. 연극 ‘보도지침’이2016년첫공연이 후다섯번째시즌을맞아무대에올랐 다.이달 8일까지마포아트센터플레이 맥소극장에서공연된다. 지난달 31일 연극을관람한김전이사장과대본을 쓴 오세혁 ( 43 ) 극작가·연출가를 만났 다.김전이사장은“ ( 1980년대는 ) 언론 의권력화로 ‘제도언론’이멸칭이던시 대여서올바른개혁이절실했다”고 돌 아봤다.지금언론의상황이크게다르 지않기에연극은울림을준다. “ 펾믇 ‘ 쫂솒힎 ’ 픊옪 펆옮 핞퓮 많 젙핖멚핆킫쇊 ” 연극은실화를바탕으로 ‘말’의김종 배편집장등극중인물들이같은대학 연극반 출신이라는 허구를 더해재구 성했다. 연극에서처럼김전이사장은 기소돼실형을 선고받았고 1995년대 법원에서무죄가확정됐다.그는“보도 지침을지키지않으면많은 경우 중앙 정보부 ( 현국가정보원 ) 에끌려가고문 을당했고,언론기본법을근거로문화 공보부 장관이언론사 등록을취소할 수있어신문사를없애겠다는 협박도 일상이었다”고당시를돌아봤다. 1981년생인오 작가는 희곡집필을 제안받기전엔 ‘보도지침’ 사건을알지 못했다. 그는 “두려운 마음도 들었지 만 당시김주언선생님과 비슷한 나이 에이사건을연극으로만들지도못한 다면부끄러운일이겠다싶었다”고말 했다. 연극반 설정을 넣은 건 “언론과 연극에는 말의힘과 책임을 느껴야 한 다는 공통점이있기때문”이다. 그는 “‘연극은시대의정신적희망’이라고늘 이야기하지만,연극인들도점점소리내 말하지않는듯하다”고했다.그러면서 “배우들도언론의자유의가치에공감 하고연극인으로서새로운길을 가고 싶어서 ( 연극‘보도지침’에 ) 참여한경우 가많다”고말했다. 폲켆 “ 펾믇 ‘ 쫂솒힎 ’, 빦픦풂솧핂 쇦밆 ” 김전이사장은 9년전 ‘보도지침’을 연극으로 만들고 싶다는 기획자의이 야기를 듣고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가 멋있게인식될 기 회가찾아왔다고생각해반겼다”고했 다.언론의자유는 그래서지켜지고있 을까. 19년간기자로일하고퇴직후에 언론개혁시민연대를조직한 그에게언 론개혁은“미완의과제”다. 그는“직접 적지침은사라졌지만 ( 정권이 ) 공영방 송사장을교체하고법적대응을통해 ( 보도의 ) 궤도를 설정하는 등 간접통 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쏟아내는 말 을 언론이 확인·평가 없이 그대로 보 도하는것역시일종의보도지침”이라 고했다. 이러한언론의현실은시민들이연극 ‘보도지침’을관람하는동력이되고있 다. 오 작가는 “재공연을 거듭하면서 청소년관객이늘었고, 학교공연을허 락해달라고연락하는 중고교생과 대 학생도 많다”고 했다. 그는 박정희정 권에맞서다 강제해직당한언론인모 임인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 동 아투위 ) 에관한차기작을구상중이다. 연극속 30대‘김주혁’은이렇게말한 다. “시대의표정과 함께분노하고 슬 퍼하고저항하면서, 마침내언젠가 웃 게될그날을상상하면서.계속해서오 늘의역사를감당하는것. 오늘의무게 를질문하는것. 그것이내가생각하는 언론이다.” 70대가된김전이사장은이렇게말 했다. “정치권력의랩도그 ( 애완견 ) 도, 어택도그 ( 공격견 ) 도아닌워치도그 ( 감 시견 ) 로의역할. 그것이기자들에게가 장중요한가치가아니겠는가.” 글^사진김소연기자 1986년보도지침알린김주언씨 연극‘보도지침’극작가와한자리 “지금은직접적보도지침없지만 공영방송사장교체등간접통제 언론자유의가치울림주는연극” 극작가오세혁“청소년관심늘어” 연애리얼리티프로그램의인기는언 제까지계속될까.한철유행을타다사 라질방송소재라는예상과달리2017 년채널A ‘하트시그널’의흥행이후유 행은지속됐고,이젠하나의장르로안 착했다.소재가장르가된다는것은곧 ‘어떻게’의싸움이시작된다는것. 20·30 대남녀출연자들의만남을주선해로 맨틱한 순간들을 포착하며인기를 끌 던연애리얼리티쇼는 2021년‘환승연 애’를기점으로본격적인콘셉트의전쟁 을맞았다. 이혼을 경험한 이들이재혼을 염두 에두고 데이트를 하는MBN ‘돌싱글 즈’부터이성애자 중심의틀을 벗어나 성소수자 남성들이주인공으로 나선 웨이브 ‘남의연애’,그리고운명을믿는 무속인들의연애를 실험한 SBS ‘신들 린연애’까지.최근화제가된연애리얼 리티쇼는이렇게다양한연애주체들 을통해주제의외연을넓혔다. 핞뼎퐎헪많씒풂힎픦콛씉 지난달 방송을 시작한 중년연애리 얼리티JTBC ‘끝사랑’ 역시그러한 경 쟁의결과다. 50세이상인출연자 8명 은제주도숙소에서만나처음으로인 사를나눈다.이름외에는아무것도공 개할수없는그들은어색한대화를통 해서로를 탐색하며조심스레호감 가 는 상대를결정한다. ‘끝사랑’은 ‘하트 시그널’‘환승연애’와같은프로그램의 구성을 그대로 따르면서익숙한 방식 으로에피소드를펼친다. 그러나 ‘끝사랑’은 살짝 ‘다른 길’을 간다.첫날밤, 출연자들의자녀와형제 에게서온 편지로 그들의결혼 경험과 가족관계등을노출한다.노후를바라 보는 출연자들의나이가 오히려가족 문제에큰구애를받지않고온전히연 인에게만집중할 수있는 좋은 조건임 을역설해내는 장치다. 출연자의자녀 유무를 막바지에공개해출산과양육 문제를중요하게다룬 ‘돌싱글즈’와여 성출연자의가임기를 계산하고 출산 계획등을 캐물은 ‘나는 솔로’의 40대 특집과 차이를 만드는 지점이기도 하 다.‘중년의연애’는청년들의연애와어 떤점이같고,어떤점이다른가를비교 하게하며경쟁력을확보하려는게‘끝 사랑’의전략이다. 쭎졶빦 ‘ 펂읆 ’ 뻖젆픦칺앟 “남들은 우리가어른이라고 생각하 지만,아직우리는모르는게너무많고 경험하지못한 것들도 너무 많아.” ‘끝 사랑’의한출연자는이렇게말한다.시 청자들은 출연자들의이런대화를 듣 고 성숙한 대화와인간적인여유를기 대한다. 이렇듯 ‘끝사랑’은 ‘마지막 사랑’을 만나러나온 출연자들의일상적인말 과 행동을 관찰하며미디어가 크게관 심을두지않는‘50대이후의사랑’을적 극적으로 조망한다. 일에집중하느라 결혼하지못한 출연자, 배우자에게종 속되지않은삶을찾고자이혼을선택 한출연자,자녀를모두독립시키고혼 자가 된출연자 등. ‘끝사랑’은 중년의 다양한 삶과 경험을 통해결혼, 출산, 양육이후우리에게어떤것들이기다리 는지,또결혼하지않는미래는어떤모 습인지를질문한다. 한 출연자의사생 활 논란으로 잡음이일긴했지만, ‘삶 과인생’이라는개념으로 사랑을 탐구 한다는 ‘끝사랑’의콘셉트가의미있는 이유다. ‘끝사랑’은 부모나어른의역할에익 숙한 중년들이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과 긴장감을 나누면서도잊고 있던자신들의가능성을 확인하고 변 화를 결심하게만든다. ‘사랑할 수있 는사람’의자격이자꾸만좁아져가는 시대, 연애리얼리티쇼의경쟁력은 사 랑의조건과 모양을얼마나 자유롭게 정의하는지에달려있을것이다. 복길대중문화평론가 50대사랑은달라야 하나$‘끝사랑’이되묻다 ⪙ܵ᪦〥 <26> ‘현타’ 없는중년들의사랑법 ‘끝사랑’에출연한엄마를응원한딸의편지. JTBC방송캡처 ‘끝사랑’ 출연자가 새삶을 응원하는딸의편지 를보고울고있다. JTBC방송캡처 50세이상출연자들이나와새사랑을찾는연애리얼리티프로그램 ‘끝사랑’ 출연자들. JTBC제공 “여기가이남인가요?” 평안북도 신의주 출신 소년은 1947년어머니손을 잡고 38선을 걸어서넘었다. 김일성치하에서감 옥을드나들다병을얻어세상을떠 난아버지유언을 따르기위해서였 다. 남한에서학교 갈 형편이안 됐 던소년은잠자리채로공중목욕탕 탕에서때를건지고,커다란통안에 온종일앉아 전차표 파는 일을 전 전했다. “그랬던내가서울대에서공부하 고, 교수도 하고, 장관도 하리라곤 상상도 못했 습니다. 돌짝 밭에서도 진 달래꽃 필 일 이죠.”전화로 만난 이명현 ( 85 ) 서울대 철학과 명예 교수는 이렇 게 말하며웃 었다.이명예교수는자신의85번째 생일인지난달 1일자서전 ‘돌짝밭 에서진달래꽃이피다’와학문여정 을정리한책‘철학은시대의내비게 이션이다’를펴냈다. 국내 철학자 74명도 85세수를 맞은 노학자의삶과 철학을 기렸 다.백종현서울대철학과명예교수 주도하에각자쓴 100쪽이상의글 들을 모아 책으로엮어냈다. 동·서 양철학사전반을아우르는총 4권, 2,056쪽에이르는 ‘철학과현실, 현 실과철학’으로완성됐다. 책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한 국프레스센터에서열린출간기념회 에서이명예교수에게헌정됐다. 그 의생일축하연을방불케한자리에 서백명예교수는 “오늘날 철학계 기틀을닦은이명예교수의공에마 땅한경의를표하고싶었다”며“책 은 철학과 현실의조응 관계를 밝 히고자한노력”이라고했다. ‘현실을외면한철학은쓸모없고, 철학없는현실의개혁은무모하고 좌초하기쉽다’는이명예교수의철 학을이은 것. 그는 김영삼정부 때 인1995년발표된‘5·31 교육개혁’의 밑그림을그리고교육부장관으로 이의제도화에힘썼다.세계화,민주 화, 정보화 시대인재양성을 목표 로학교교육을혁신한 ‘5·31 교육개 혁’은 지난 30년간 공교육의기틀 이됐다. 김영삼 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 각각문교부장관,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지낸안병영연세대행정학 과 명예교수는이를 두고 “철학자 가 주도한 교육개혁”이라며“한국 교육의패러다임을 바꾼 거시적인 사회개혁성격을갖는다”고짚었다. 이명예교수는 검정고시를 거쳐 1960년서울대철학과에입학했다. 이상적사회와국가의문제를논한 공자와맹자,플라톤과아리스토텔 레스같은철학자의길을걷기위해 서였다. 막상입학해보니“잘못 들 어왔다”는 생각이들 정도로 당시 학계는인간의실존을탐구하는독 일관념론철학이대세였다. 이명예교수는이후 루트비히비 트겐슈타인을 국내에처음 소개하 고, 분석철학에천착하면서현실에 질문을 던졌 다.“한국에서 철학이라는 학문에 종사 하는 사람들 은 무엇에 몰 두하며 철학 적탐구를 한 다고 자임해 왔는지 뒤돌 아볼필요가있다”고그는말했다. 철학은시대가나아가야할방향을 제시하는 내비게이션이돼야 한다 는 게그의소신이다. 모든 철학에 는시대가반영되고, 시대를뛰어넘 어사유할수는없기때문이다. 이명예교수는 1980년학생들을 선동한다는이유로 서울대교수에 서해직된4년1개월동안김영삼전 대통령과연이닿았다.1992년대선 에출마한김전대통령의연설문초 안을 썼다. 김전대통령의미래구 상을담은 ‘2000 신한국’도그의손 에서나왔다. ‘신한국’ ‘문명의대전 환’ ‘문명사적도전’ 같은시대적상 징어도그가고안한것이다.엄정식 서강대철학과 명예교수는 “ ( 이명 예교수는 ) 시대정신을꿰뚫는예언 자적지성을가졌다”고했다. 이명예교수는 1989년 “현실을 철학적으로이해하고,철학을현실 에 뿌리내리도록” 계간지 ‘철학과 현실’ 창간을 주도한 후지금도 발 행인을 맡고있다. “오늘의철학은 우리현실이안고있는문제의뿌리 를더듬어파고들어가도려낼것은 도려내고, 수선할 것은 수선하며, 조정과조절이요구되는것은그에 맞는 처치를 해야 한다. 그것이바 로오늘의철학도가해야할과제이 다.” 한평생치열하게사유한 노학 자의마지막조언이다. 권영은기자 이명현서울대철학과명예교수가지난달 23일서울중구프레스센터에서열린 ‘철학과현 실,현실과철학’ 출판기념회에서인사말을하고있다. 뉴시스 “철학은시대의내비게이션” 85세노학자의‘생일선물’ 연극 ‘보도지침’의실제주인공김주언(왼쪽) 전뉴스통신진흥회이사장과 오세혁극작가가지난달 31일서울마포구마포아트센터에서연극에대해이야기하고있다. 마포문화재단제공 연극 ‘보도지침’은보도지침폭로기자회견장면의극적효과를높이기위해초반관객의사진촬영 을허용한다. 지난달 31일공연은연극의실제사건주인공김주언전뉴스통신진흥회이사장도관 람했다. 철학과현실, 현실과철학 1~4 시리즈·백종현외 73인지음·21세기북스발행·각권452~548쪽· 각권4만2,000원 이명현서울대명예교수자서전 국내철학자 74명도의기투합 동서양망라총4권철학서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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