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10월 12일 (토요일) D3 한강 노벨문학상 2024년10월12일토요일 “전쟁에사람들죽는데무슨잔치”기자회견마다하는한강 한강 신드롬$ 품절 사태에출판계 ‘즐거운비명’ 품절,품절,품절···. 11일서울영등포구의대형서점교보 문고. 책검색대에서‘한강’을검색하는 족족 ‘재고없음’이떴다. 18종이입고 됐다는 한강의책중 단 한 권도 남아 있지않았다. “하나도없네. 매장에오 면매대에쫙전시가돼있을줄알았는 데···.”초등학생아이와함께온학부모 도빈손으로발길을돌려야했다.전날 오후 8시한강의노벨문학상 수상 소 식이전해지자마자이매장 내그의책 은바로동이났다.‘오픈런’을해도한 강 책은 구경도 못 하는 상황. 교보문 고직원은“어제벌써다나갔다”며“오 늘오후‘소년이온다’60부가들어오기 로했는데그것도이미40부는예약이 걸려있다”고말했다. 또다른예약 담 당 직원은 “수상예상을 못 해준비된 재고가 없다”며“지금 예약해도 다다 음주나책이올듯하다”고덧붙였다. ‘한강특수’를맞은출판계가즐거운 비명을 지르고있다. 서점가에서는이 례적인‘오픈런’과 ‘품절대란’이벌어지 는가하면한강책판매량이서점마다 수백배에서수천배까지급증했다. 교보문고에따르면11일오후 2시기 준 한강의책은 10만3,000부가량 팔 려나갔다.실시간베스트셀러1~9위까 지가모두한강작품이다.‘채식주의자’ ‘소년이온다’ ‘작별하지않는다’ 순이 다.수상소식이전해진직후모두신규 진입했다.이중 1~7위까지는재고가소 진돼모두예약판매로진행되고있다. 온라인서점도 노벨상 특수를 톡톡 이누리고있다. 알라딘에서‘채식주의 자’와 ‘소년이온다’의판매량은지난 9 월한 달간 판매량 대비각각 3,960%, 3,598%뛰어올랐다. ‘소년이온다’는 10일노벨상 발표직후부터자정까지 분당 18권씩판매됐다. 2016년‘채식주 의자’가 맨부커인터내셔널부문 수상 당시분당 7권씩판매됐던기록을 두 배이상웃도는수치다. 상대적으로덜 알려진 소설 ‘흰’은 판매량이 8,633%,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4,869%늘었다. 예스24도 마찬가지다. 실시간 베스 트셀러순위1~10위가 모두 한강의작 품이다. 특히 한강이 스웨덴 한림원 과의인터뷰에서일독을 추천한 최신 작 ‘작별하지않는다’는하루만에2만 3,000여권이팔렸다. 서점가재고 물량은거의바닥났다. 노벨문학상 시즌이되면 출판사들은 수상 가능성이있는 작가의책을인쇄 업체에미리가발주를 넣어두기도 한 다. 하지만이번에는한강의수상을예 상하지 못한 데다 주문까지전례 없 이몰리면서재고를찍는 대로 내보내 야할판이다.김현정교보문고베스트 셀러담당은 “책이없어서긴급하게서 울광화문매장쪽으로최대한물량을 받았고,진열되자마자바로도서판매 가되고있어조만간재고가없을것같 다”고했다. ‘소년이온다’와 ‘채식주의자’등을펴 낸창비의전성이문학출판부장은 “보 유 중인책이다 나가서새로제작 중” 이라며“정신없이상황을보면서하는 중이라서 ( 특별한 마케팅이벤트 등 ) 아직은아무런계획이없다”고말했다. 문학평론가인 백지연 창비부주간은 “노벨문학상은 쇼트리스트 ( 후보 명 단 ) 가없어준비가어렵다”며“한강은 최근몇년새세계적권위의문학상을 받아와서늘 ( 노벨문학상 수상을 ) 기 대는 하고있었지만 사실이번에는저 희도놀랐다”고했다. 한강의수상으로문학과도서시장이 모처럼활기를띠는모양새다.민음사가 운영하는유튜브채널‘민음사TV’는10 일노벨문학상발표순간까지1시간 40 분가까이라이브방송을진행했다. 동 시접속자가 3,000여명,누적조회수가 14만회를넘어섰다. 권영은^송옥진기자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 53 ) 작 가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팔레 스타인·이스라엘전쟁등 세계의비극 을 이유로 수상 기자회견을 마다하 고있다. 한강의아버지이자소설가인한승원 ( 85 ) 작가는 11일전남장흥군의‘한승 원문학학교’ ( 해산토굴 ) 에서기자회견 을 열고이같은 한강의뜻을 전했다. 한 작가는 “ ( 한강이 ) ‘전쟁이치열해져 날마다 죽음으로 ( 사람이 ) 실려나가 는데무슨잔치를하고기자회견을하 느냐’면서‘기자회견을안하기로했다’ 고한다”고전했다. 한 작가는노벨문 학상수상이발표된10일저녁딸과통 화하며“출판사 한 곳을 택해함께기 자회견을 하라”고 조언했고, 한강은 “그렇게해보겠다”고 답변했다. 하지 만 밤사이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한 작가는 “한국 안에 사는 작가로서의 감각이아니라전세계적인 ( 작가의 ) 감 각으로바뀌어있더라”며“나만한국에 사는 수상자의아버지로서의감각을 뿌리치지못하고이기자회견을마련하 게됐다”고설명했다. 한강은 아버지가 한승원 문학학교 에서열려던수상축하연도말렸다. 한 작가는 “여기이자리에서잔치를벌여 서동네사람들한테한턱내려고그랬 는데 ( 딸이 ) 그것도 하지말라고 그런 다”며“’제발그비극적인일들 ( 두개의 전쟁 ) 을 보고 즐기지말라’고 그러고 ‘스웨덴한림원에서상을준것은즐기 라는게아니라더냉철해지라고한것’ 이라고 그래서내가 고민이심해졌다” 고말했다. 한강은 10일 노벨문학상 측의 전 화통화에서 수상 소식을 통보받은 후 “매우 놀랐고영광스럽다”는 소감 을 밝혔지만 더이상의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그의대표 소설인 ‘소년이온 다’ ( 2014 ) 와 ‘채식주의자’ ( 2007 ) 등을 펴낸창비와 시집‘서랍에저녁을 넣어 두었다’ ( 2013 ) 소설 ‘바람이분다, 가 라’ ( 2010 ) 등을 출판한 문학과지성사 등여러출판사가 그에게기자회견을 제안했으나 11일오후까지답변을 하 지않았다고한다. 남보라기자 침체된출판시장모처럼활기 서점‘오픈런’열기아침부터장사진 ‘채식주의자’온라인판매3960%↑ “지금예약해도다다음주나받아” 출판사“책찍는대로내보낼계획” 한국최초로노벨문학상을받은한강작가의부 친한승원작가가11일전남장흥군안양면집필 실에서수상축하소감을밝히고있다. 뉴시스 부친한승원작가의전언 “출판사제안기자회견안하기로 동네잔치계획, 딸이말려서취소 딸이‘냉철해지라고준상’이라해 세계적작가감각으로바뀌었더라” 1995년 4월전남 목포문학관 뜰의김현기념 비를찾은한승원(왼쪽)과한강부녀의모습. 한승원작가제공 한강작가의노벨문학상수상이발표된다음날인11일서울종로구광화문책마당야외도서관에한작가의대표작들이비치돼있다. 이한호기자 60대남성작가제치고 50대여성작가가수상 한림원,미래감수성주목 Ԃ 1 졂 ‘ 찒훊윦핳쪋뱊삲 ’ 펞컪몒콛 “사회적고통에손놓지않고어떤세 상을 살아가고 만들어야 하는지를치 열한문제의식으로쓴” ( 양경언문학평 론가 ) 한강의작품은광주와제주의비 극을세계인이조명하게했다. “한강의나이는역대노벨문학상수 상자뿐아니라 한국에서후보로 거론 된고은 시인이나 황석영작가와 비교 해도상당히젊다”는오형엽고려대국 어국문학과 교수의말은 그를 둘러싼 겹겹의소수자성을 보여준다. 노벨문 학상은일생의작업을 통해문학적세 계관을 완성한, 나이가지긋한 작가에 게 수여한다는 인식이일반적이었다. 1970년대생인 53세한강의수상은노 벨문학상이‘과거의감수성’이아닌‘미 래의감수성’에주목했다는의미다. 김 동춘 성공회대 명예교수는 사회관계 망서비스 ( SNS ) 에 “이제 5·18과 국가 폭력을떠들었던우리세대는가고한 국의문화와 역사를 세계인의지평과 반열에 올리는 새 주역이 등장했다” 고썼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문학의주변부 에머물러온 여성작가의수상이라는 점에서도 한강의수상은 주목받는다. 노벨문학상수상시즌마다한국문단 은 ‘선생님권력’의상징인고은을밀어 올렸으나, 누구의기대도받지않은채 로상을단숨에거머쥔건한강이다.아 시아권여성작가의첫수상이기도 하 다. 한강은여성들의이야기를 써왔다. 북미에서한강의작품을 내는 출판사 호가스의편집장 패리사 에브라히미 는NYT에서그의작품이“여성의내면 에대한놀라운통찰력”을보여준다고 평했다. 한강과 시인 김혜순이최근 잇따라 국제적인 문학상을 수상하면서한국 여성작가의기세가 심상치않았으나, 두사람의노벨문학상수상은“아직이 르다”는 평가가지배적이었다.익명을 요구한한문학평론가는“한강과동일 한이력의남성작가가있다면진작노 벨문학상후보로여기저기서주목하고 도 남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NYT 역시“가장 획기적이고 도발적인한국 현대문학의대부분은여성소설가들에 의해쓰이고 있다”며 “하지만 언론과 문학계는나이든남성작가를가장유 력한후보로여겨왔다”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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