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10월 19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모든 칼럼은 애틀랜타 한국일보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아침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지 고 있다. 허리케인이 만행을 저 지르고 지나간 애틀랜타의 시 월은 마치 심하게 혼쭐난 아이 처럼 우울해 보였다. 잿빛 하늘 에 무겁게 내려앉은 구름이며 잔뜩 찌푸린 채 쌀쌀맞은 표정 이 마치 며칠 굶은 시어머니 같 다는 생각이 들만큼 한더위 열 기가 식은 시월의 애틀랜타가 낯설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괜히친절을베풀고싶어졌는데 이렇듯 순후한 기후로 다가서 자 차분해진 기온이 반갑기도 하고 안정감을 건네준다. 태풍 이 공중에 떠있던 분진까지 씻 어주고, 가로수도 나무들이 모 여 있는 숲까지 말끔히 닦아주 고간뒤끝인지라만상이싱그 러워진 느낌마저 들었다. 소나 기 후의 선명함처럼. 계절 흐름 이란알듯모를듯모호한경계 를 넘기 마련인데 헬린 이전과 이후가 선명한 라인을 드러내 고말았다. 이럭저럭 시월은 산전수전 다 겪어낸 중년의 체념 가득한 모 습이다. 여름은 소임을 다하고 날렵하게 몸을 낮추었고 숲은 가을환승, 가을행복이란카드 섹션을 화려하게 펼쳐내고 있 다. 숲에남겨진더위조차계절 이랑을 건너온 시월 속으로 빠 져들면서 그리움이, 아쉬움이 깊어짐을노래하고싶은모양새 다. 해서시인들이가을을노래 하기를즐겨하는것이리라. 서리주의보가내린시월이다. 시월 서정이 나붓이 들어서면 서 가을 문턱을 넘어섰다. 다시 금숨고르기를하며시월상달 을 맞이했다. 이제껏 힘차게 달 려왔던 생의 깃발을 멈추고 깊 은 심호흡으로 숨 고르기를 해 야할시점에당도했다. 시월상 달이라했던것도추수, 수확을 끝낸 감사의 뜻을 되새겨 보게 한것이리라. 일년중가장신선 한달로‘좋은달’ ‘으뜸달’을 칭한 것인데 어쩌면 하늘이 높 아짐을칭송했을것이라는생각 도끼어든다. 시월은살아온여 정을 뒤돌아보게 하고 남은 날 들을 어찌 살아가야 할지를 묵 상으로풀어가라며일러준다. 내려 놓음으로 무방비 상태의 비움을감행하는것까지도, 여 전히 친숙해지지 않는 이방인 삶이라서 본향을 돌아보게 하 는 그리움이 차오르는 것은 생 존을 추구하는 나그네 인생의 본능을 세밀하고 집요하게 추 적해온 감성 발로일 것이다. 시 월은 낮아짐을 추구하며 비움 과 떠남을 묵묵히 몸소 보여주 고있다. 시월이 돌아왔고 시월 따라 가을이 들어섰기에 사랑 과 꿈이 새겨지는 계절이 된다. 풍성하지만 교만하지 않은 계 절 향기를 천지에 아낌없이 남 겨두려는 고매하고 수려한 청 아와 찬연이 미려한 시월이다. 가을 산야를 찾아 나서는 객들 을 위해 가을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선 느낌을 심어주려 천지 는지금가을이익어가는소리 로가득하다. 시월이 군림하 듯 선뜻 다가 서는가 했더니 쾌속정 타듯 시 월 끄트머리가 바로 저 만치로 다가왔다. 여름내내애틀랜타 특유의 땡볕 더위를 보낸 탓에 여태껏 머물고 있는 한낮 더위 로 하여 어느 새 가을 기운이 들어선것도속수무책이될뻔 했다. 아직은 남아있는 초록도 서서히 가을 옷으로 변복 중이 다. 계절 환승을 느끼게 해주려 애틀랜타로 찾아 든 가을이 옷 깃을세우며한편의수필을마 련해 보라 한다. 가을 길 위에 놓인 오솔길도 산야도 우리네 인생살이도 가을 수필을 삽화 처럼 그려내고 싶은 마음이 일 렁인다. 흐르는 구름에도 가는 길이 있을 것 같고, 한 줄기 바 람에도사연이있을것같은소 박한마음이되어하늘을올려 다 보는 눈길에도 수필로 가득 채워진다. 정결하고 진솔한 붓 을 잡은 마음에 비움과 내려놓 음을 잊지 말라는 가을 메세지 로더없이평화롭고처연해지는 애틀랜타 시월이 정겹고 평화 롭기그지없다. 아직초록이남 겨진 풀잎이며 나뭇잎 색갈이 진한 향내를 발산하며 일교차 가 빚어내는 새로운 색상을 오 롯이 새겨 가기를 준비하는 하 루하루들이 시월을 만들어 가 고있다. 이른아침기온은겨울 을 재촉하고 한낮 기온은 가을 로남고싶어하는표정이다. 가을이 들어서면 문득 문득 떠나고 싶은 망설임이 인다. 기 차를 타고 낯선 간이역에 내려 코스모스가 지천으로 피어 있 는들길에머물고싶어진다. 또 한 가을을 귀환의 계절이라 한 것은 존재의 근원을 찾아 다시 돌아가고 싶기 때문일 게다. 돌 아갈수있는집이있고, 가족이 동거하는 둥지가 있고, 그리운 고국이 있다는 것으로 그리움 을 풀어내고 있기에. 우리네 인 생 가을도 회귀본능의 자기애 가 깊어지면서 존재에 대한 깊 은 연민도 함께 깊어지는 까닭 일게다. 구월도십일월도가을 이독점할수없는계절인셈이 라서 시월은 온전하게 가을을 누릴수있는가을의계절이다. 계절 따라 특유의 생기와 색깔 이있지만시월만큼은맡은역 할 수행에 알뜰한 시기도 없을 듯 하다. 자연 스스로의 회귀 와 재생도 한몫 하겠지만 조건 없는 풍요와 알찬 결실로 하여 세상살이에 지친 인생들에게 보람과 희망을 안겨준다. 계절 이 맺혀준 열매들이 알알이 익 어가고 열매를 거두는 수확의 기쁨을 누리게 해주는 시월이 다. 사월 숲의 소박한 사치와 고 요와 흥취의 찰나가 금방 사라 져버릴것같은조바심이인다. 사계절 순환 속에 인생의 여러 단계들을 깨달음 할 수 있도록 빈틈없는 완벽함을 갖춘 무대 를 선사해 주고 있는데. 시월이 품은 서정을 따라 우리네 인생 도 제 각각의 서정적 모습으로 가꾸어지고있음을본다. 우리 네 일상에도 계절이 담겨져 있 음이라서계절과어우러지며인 생 여정을 그려가게 될 것이다. 세상은 어차피 다 알고 떠날 수 도 없음이요 생로병사에도 자 유롭지 못하지만 창조 질서 따 라 시월의 숨결을 겸손함으로 받아들여야 할 과제라서 누림 을 허락 받은 자유를 공손하게 받아들이려한다. 하루가 다르게 풍성하던 잎 새들이 색조를 달리하고 하 나 둘 낙화하 듯 흩어지는 날 이다가오면어김없이’Au- tumn Leaves’선율이 떠오를 것이다. 그윽하고 고즈넉한 평 화가 깃든 애틀랜타의 시월이 천천히 지나가 주기를 바램 해 본다. 애틀랜타의 시월 한자&명언 ■ 敵陣(적진) *원수적( 攴 -15, 5급) *진칠진(阜-10, 4급) 박완서의<도시의흉년>에‘나는내 가 지금 단신 적진 깊숙이 와 있다는 걸자각하고전의를가다듬어야했다’ 는구절이있다. 이가운데‘적진’은? ①積陳②積塵 ③敵陳④敵陣. 답인‘敵陣’에 관해 속속을이 풀이 해본다. 敵자는‘원수’(enemy)가본뜻이니 ‘칠복’( 攵 = 攴 )이의미요소로는안성 맞춤이었다. 啇 (밑둥적)은발음요소이 다. ‘적수’(rival)‘겨루다’(compete)‘필 적하다’(rival)는의미로확대사용됐 다. 陣자는수레[車]를비탈진곳[ 阝 =阜] 으로 끌고 올라가‘진을 치다’(en- camp)는뜻이다. 비탈에 진을 치는 것은 적의 접근을 쉽게파악할수있고방어도유리했기 때문이었다. 敵陣은‘적(敵)의 진영(陣營)’,‘적 군(敵軍)의 진지(陣地)’를 이른다. 화 근(禍根)이될일은하질말자.옛선현 왈,“진귀한보물을가진자는밤에나 다니지말고,중대한임무를맡은자는 적을경시하지말라!” 懷重寶者,不以夜行; 회중보자불이야행 任大功者,不以輕敵. 임대공자불이경적 -‘戰國策’ 전광진(성균관대명예교수/ 속뜻사전편저자) 벌써 오래 전(前)의 이야기가 되 지만…이따금 나를 찾아오는 미 국인이, 어느날나에게이렇게물 은적이있다. “이 박사님! 제가 한국에 1970 년 대에 미군(美軍)으로 나갔던 적이 있는데요…한국의 간판을 보게되면‘Letter O(O라는글자) ’가 아주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볼수있었습니다. 그런데‘O 字(자)’가 위쪽에 올 라가 있기도 하고… 옆쪽에 들어 가 있기도 하고… 중간에 들어가 있기도 하고… 아래쪽에 들어가 있기도하면서…여기저기에아주 많이 쓰이고 있었는데요,‘Letter O’는무엇이며,어떻게해서,그렇 게되는것입니까?” 그래서, 내가“용, 잉, 영, 왕…그 리고 ㅎ, 행, 홍…”등등의 글자 를, 종이 위에다 크게 써 놓고서 …자음과모음으로구성되는한 글에대하여약간의설명을하여 준 적이 있는데…그의 궁금증이 과연 어느 정도나 해소(解消) 되 었는지오히려내가더궁금할뿐 이다. 그렇다! 미국인을 비롯한 서양 사람들의 눈에-알파벳(Alpha- bet)을 사용하여, 일렬로 된 글을 쓰고있는서양인의눈에-“한글 이나한국어의모양”이궁금해보 이는것은아마도, 당연한일이될 것이다. 이기회에위의이야기와는조금 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한 가지 해 야만되겠다. 내 눈에 아주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한국 어를 영어(英語)로 번역(飜譯) 해 놓은것인데간단하게몇가지예( 例)를들어보면다음과같은것들 이다. 구두쇠→Shoe iron, 철 좀 들어라 → Lift up some iron, 곰탕→Bear soup, 육개장→Sixdog soup, 목욕탕(沐浴湯)→Bath soup, 육회(肉膾)→“Six round” “Six times”, 삼청교육대(敎育隊)→Samc- hungeducationcollege 또는, 영어를 한국어로 May I help you? → 5월에 내가 도와줄 까? 이런 식(式)의 번역도 과연 번역 이라고할수있는가? 한 마디로 해서 한국말의 뜻도 모르고, 한자(漢字)도 모르고, 또 한 영어도 모르는 사람이-바로 그런 수준의 사람이 번역이라고 해놓은것이리라! 그런데 더욱더 이상하게 보이는 일이 있으니… 사실상, 온 국민이 영어에목을매고있는국가가한 국이아닌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저토록이 나 엉터리로 해놓은 번역이, 그냥 그대로 버젓하게 쓰이고 있으니 그런사회(社會)를과연어떻게받 아들여야될까? 한글의생김새그리고한국어의영어번역 나의생각 이상봉 철학박사/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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