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11월 4일 (월요일) D4 기획 법으로 국가를 이긴다는 건, 여간 어려운일이아니다. 국가는 국가소 송 전담조직까지 두면서, 필요시 민간 로펌도 투입한다. 시간도 국 가의편. 절차나 자료를 핑계삼 아 소송을 지연시킬 힘이있고, 아무리 긴 소송도 버틸 능력 이있다. 특히바로잡을수있 음에도안고쳐지는게 바로 정보의 불균형이 다. 원·피고 모두에게공정 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소송의대원칙 은실제론지켜지지않는다. 특히원고 에게입증책임이주어지는민사소송의 특성때문에, 과거사 사건의경우피해 자가일일이국가의수십년전잘못을 드러내야한다. 국가가작정하고자료 를숨기면개인이받아낼방도가없다. 이정보불균형문제를잘보여준사 건이있다. 휴게소에서호두과자를 팔 며생계를 꾸리던 가장이하루아침에 ‘성폭행범’으로 몰려구속됐다. 바로 ‘곡성성폭행누명사건’의국가 상대 손해배상소송이다. 2015년 12월. 당시56세이던김현승 ( 가명·65 ) 은빌라 문을 두드리는 소리 를 듣고나갔다. 문앞엔술에취한 중 년여성A씨가있었고, 자꾸성폭행얘 기를했다.결국112로경찰을불렀다. 취객소동인줄알았던사건은심각 한상황으로 빠져들었다. A씨는경찰 에서현승씨가자기조카 B ( 당시19세· 지적장애인 ) 를 성폭행했다고 진술했 고,경찰은진술에근거해사건을진행 했다. 범행장소로지목된모텔의폐쇄 회로 ( CC ) TV도확보하지않았다.검찰 도그대로기소했고,1심법원도징역6 년을선고했다. 누명은 항소심에서풀렸다. 현승씨 딸이증거를 모으고 B씨를 설득했다. 알고 보니진범은 A씨의남편, 그러니 까 피해자 B의고모부였다. B씨가 항 소심에서고모부 범행을 털어놓으면 서,현승씨는무죄를받을수있었다.A 씨가조카에게허위진술을강요한 사 실도드러났다. 잘못은 A씨부부가 했지만, 국가의 과오도 컸다. 초기수사를 부실하게 한 경찰, 검증없이기소한 검찰, 무죄 추정원칙을지키지않은법원등국가 사법작용의총체적실패라고 해야 마 땅하다. 그래서현승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 해배상을 냈다. 결과는 어땠을까. 졌 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은 곡성 성폭 행 누명 피해자 김현승의 패소를 확 정했다. 누가봐도이겼어야할소송은왜이 런결과로이어졌을까.자료확보때문 이었다. 국가 상대소송에서현승씨는 ‘경찰수사보고서’를꼭확인하고자했 다. 현승씨에게누명을씌운 A씨는 사 건 2년전전남함평군에서“내조카가 마을이장에게성폭력을당했다”는신 고를넣었다.현승씨사건과꼭닮은이 사건역시A씨가조카에게허위진술을 강요하면서시작됐다. 그사건은불기 소처분으로끝났다. 현승씨를 조사한 경찰관은 함평사 건을몰랐을까. 궁금증은항소심법원 의문서제출명령덕에매우단편적으로 해소됐다. 수사기관이제출한 수사보 고서목록에함평사건이적혀있었다. 목록엔그기록을보고서에편철한 사 람이름까지적혀있었는데, 그는바로 현승씨사건담당 경찰관이었다. A씨 의무고전력을알았음에도수사를진 행했을수있다는얘기다. 목록을 봤으니, 목록에적힌수사자 료를보는게당연했다.그러나진실을 찾고자했던현승씨의시도는 ‘목록확 보’에서멈췄다. 국가는보고서이름만 적힌목록 외에해당 기록은 제공하지 않았다. 법원의문서제출명령은 불응 해도강제할방법이없다. 현승씨소송을 맡았던 법무법인원 곡의최정규변호사는“함평기록을봤 다면얼마나유사성이있는지, 왜곡성 사건을놓쳤는지드러날수있었을것” 이라면서“재판부도해당문서열람을 원했지만 더이상 수단이없이제도의 한계를드러냈다”고지적했다. 현행민사소송제도로법정에서실체 적진실을 발견하기쉽지않다는 지적 은판사들사이에서도나온다. 한재경 지법부장판사는 “심리를해보면오래 전국가의불법행위는입증 자료가 거 의없다”면서“특히인권침해사건은 입증책임을완화하거나국가의적극적 입증을 강제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 가있다”고말했다. 대안으로 꼽히는 건디스커버리 ( 증 거개시 ) 제도다. 원·피고양측이재판에 앞서각자서로필요한자료를공개하 도록하는절차다.디스커버리제도도 입시, 법원의문서제출명령을 거부하 면상대방주장을인정하는것으로간 주돼패소할 가능성이커지기때문에 자료를쉽게확보할수있다. 2022년법원행정처는 ‘디스커버리제 도연구반’을 1년간 운영하고 민사소 송법개정을 제안했다. △자기인식에 반하는진술또는소송자료제출을금 지하는진실의무도입△문서제출명령 위반시제재수단강화△증언녹취제 도 ( 법원관여없이상대방 또는 제3자 를 신문 ) 도입등이골자다. 그러나이 런 내용을 반영한 민사소송법개정안 들은 21대국회임기만료로폐기됐다. 법원행정처는 “연구반연구를 토대로 문서제출명령제개편과증언녹취제도 입을 골자로 하는 민사소송법개정이 이뤄질수있도록입법지원을하고있 다”고밝혔다. 이근아^최다원기자 성폭행누명에도 수사자료 못 봐$ ‘기울어진’ 국가 상대손배소 <하>국가배상법의미래는 민사소송에서법원은 원고에게 입증 책임을 부과한다. 개인 ( 피해 자 ) 이원고, 국가 ( 가해자 ) 가피고인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도 마찬 가지다. 시간·돈·자료 등 모든것이 부족한개인에게책임을지우니, 매 우명확한 과거사사건에서도피해 자패소사례가끊이지않는다. 그래서떠오르는대안이국가상 대손배소관할을행정법원으로바 꾸는 것. 국가 책임을 추궁하는일 에‘공법 ( 公法 ) 적성격’이있다는점 을 분명히하고, 재판부 주도권을 강화하자는취지다. ‘염전노예사건’ 피해자인지적장 애인박영근씨. 그는 2014년 7월부 터전남신안군염전에감금돼노역 에시달렸다. 2021년 탈출해노동 청에진정을 넣었는데, 박씨 측은 “당시근로감독관이장애여부조차 확인하지않고 합의만 종용했다” 고주장했다. 그래서국가 상대소송을 냈다. 주목할 점은 소장을 낸 곳이서울 행정법원이라는점. 그간국가상대 손배소는일반지방법원에서1심을 맡았다.행정소송은‘행정청처분’을 대상으로하지만,국가배상소송은 국가에 ‘금전 지급’을 요구하므로 ‘사인간채권다툼’과 본질이다르 지않다는이유에서였다. 법원이어디냐가 무슨 대수냐고 할수도있지만,실마리는행정소송 법 26조 ( 직권탐지주의 ) 에있다. 재 판부에당사자가주장하지않은사 실까지조사할권한을부여하는조 항이라, 증거제출 책임을 당사자 몫으로만두는민사소송법상‘변론 주의’와대립된다. 행정법원심판을받고자했던박 씨의 시도는 기각 결정 확정으로 무산됐지만, 법조계에선 ‘행정소송 화’ 필요성을 말하는 목소리가 있 다. 박현정한양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지난해 7월토론회에서“민 법상 손해배상과 달리국가배상은 위법행정작용에대한 사법적통제 수단으로 의미가 있다”며“행정법 원의전문적 판단이필요하다”고 밝혔다. 사법부내부에서도안철상 전 대법관이행정소송화에찬성하 는입장이다. 국가배상법의한계도 지적된다. 이법제2조엔국가 손해배상 요건 으로 ‘공무원 개인의고의·과실과 위법성’을규정한다. 문제는증인이 없고자료가부족한과거사사건에 서개인이특정공무원잘못을입증 해야한다는점이다. 이와 관련대법원은 2022년 8월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이국가를 상대로낸손배소에서‘당시대통령, 수사기관, 법관개인의불법행위책 임을하나씩따질필요없이긴급조 치발령→수사→재판일련의과정 을 보아위법성이인정된다면국가 배상 책임이있다’고 판단했다. 하 지만 다른 사건에폭넓게적용되진 못했다. 프랑스는국가배상요건으로가 해공무원의주관적고의또는과실 을요구하지않는다. 김철우 세명대 법학과 교수는 “공무원 고의를 입증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 위법행위를 ) 자기책임으로보지않는다는것”이 라면서“위법한행정작용이있다면 과실이존재한다고보는프랑스의 사례가 국가책임사각지대를 보완 해준다”고설명했다. 최다원^이근아기자 ߉ Ჭ℉ᯥ 상 국가의배신과면피작전 중 정의와동떨어진결론 하 국가배상법의미래는 민사는개인에게입증책임부과 “국가상대손배소행정법원으로” “조카를성폭행”허위진술탓구속 경찰수사부실, 검찰도검증없어 진범잡혀결국항소심끝풀려나 국가상대손배소송냈지만패소 법원문서제출강제할방법없어 자료제출거부땐불이익주는 ‘디스커버리제도’도입목소리 국가책임추궁은‘공법적성격’ 재판부의조사권한강화취지 ‘공무원고의입증’요건규정 국가배상법의한계로지적도 ໝᱭ⢭ᙍ፵⇥ඍᾙ ۉ ⼥ᙞ ۉ ⅁Ღᔁ∹᩵ ۅٹ ● 대법원,2022년.응답자285명 ㋈㍗⿍ᗅ᩵᭕᭪⇥ඍ⼡ᾙᙞₙℽ Ჭ♽⇊⎍Ჭᗥ ٵ ᾙώᇭ₉ℽ⅑ಭ 매우공감한다 54.6 % 약간공감한다 39.4 % 보통이다 4.9 % 약간공감하지않는다 1.1 % ㋉㍗⿍ᔁ⇥❥ᑎሂ⇥ඍ⍦ ع ℡ ⶁⅵ⿍⼽᭕ᾶ⼩⼡⎉ᒄ⼥ಭ 매우공감한다 36.6 % 약간공감한다 49.6 % 보통이다 11.6 % 약간공감하지않는다 2.1 % ㋉㏇㋈㍗⿍ᔁ⇥❥ᑎሂ⇥ඍ⁽ᾙ Ⅾ⨹ᔁ⇥⇙℉ ㏖ᚾᯡ⪦㏗ 문서제출명령위반자제재규정미흡 32.4 % 법원소극적제도운용 19.3 % 문서제출거부사유절차미흡 17.6 % 문서제출거부사유넓게규정 14.9 % 제도규율대상지나치게협소 14.7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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