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11월 25일 (월요일) “일본인이왜우리나라에있냐”中뒤덮은혐일정서에도침묵하는정부 지난 6월 22일 찾아간 중국 베이징 시펑타이구인민항일전쟁기념관.장쑤 성난징시의난징대학살기념관과함께 2차세계대전당시일본의중국침략사 를다룬최대기념관으로꼽힌다.비슷 한역사를공유한한국으로따지면천 안의독립기념관과비슷한곳이다. 기념관 초입부터폭 18m, 높이 5m 크기의동판이눈에들어왔다. 군인, 노 동자,학생,부녀자수십명이손에무기 를쥐고결의에찬표정으로굳게서있 었다. 너나 할 것없이모두가일본에 맞서싸웠다는메시지를담았다. 본관에 들어서자 일제와의전쟁사 가 연대기별로 펼쳐졌다. 1931년 만 주사변을 시작으로, 제1·2차 국공합 작, 1945년일본 패망에이르는 역사 가 중국공산당 활약 중심으로전시돼 있었다. 윤봉길의사의상하이훙커우 공원 의거 ( 1932년 ) 등 중국에서이뤄 진한국의독립운동사도 작게나마 다 뤄졌다. 우리가익히아는역사와 다르지않 다는생각이들때쯤전시관마지막풍 경이생경했다. 투명유리로된바닥판 아래에전쟁당시중국이습득한일장 기와무기들이깔려있었기때문이다.벽 면에전시했어도됐을일장기를굳이바 닥에깔아 놓는바람에시각적으로일 장기를밟지않으면안되는구조였다. 중국 초등학생들이일장기를 밟고 선모습을 자랑스럽게기념촬영하고 있는모습은다소섬뜩하게느껴졌다. 중국의역사 교육은일제만행에대한 맹렬한비판을넘어공공연한 ‘증오’를 향하고있었다. 최근 중국에서잇따라 발생한 ‘일본 인 초등학생대상 흉기공격사건’ 이 후 중국의‘일본 증오 조장’ 풍조가선 을 넘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중 국 특유의극단적애국주의, 반 ( 反 ) 간 첩법으로 대표되는 외국인에대한 정 서적반감,최근중국온라인을뒤덮은 ‘혐오 콘텐츠’와 ‘괴담’ 등이중국인의 반일정서를 ‘괴물’로 키웠다는지적이 나온다. 핊쫆 슿캫슲핂훟묻 뫃멾픦 ? 지난 9월 18일 중국 선전시일본인 학교에등교 중이던 10세일본인남자 어린이가 중국인 괴한이휘두른 칼을 맞고 쓰러진 뒤이튿날 숨졌다. 석달 전인 6월장쑤성쑤저우시에서발생한 중국괴한의일본어린이공격사건발 생 3개월만에또한 번일본인을상대 로한범죄가이어진것이다. 사건발생뒤왕이중국외교부장을 만난가미카와요코일본외무상은범 인에대한엄중처벌요구와함께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 ( SNS ) 에만연한 ‘일 본인학교’ 관련악질적콘텐츠단속을 요구했다. 흉기피습사건의구체적범 행동기가 확인되지않은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온라인상 ‘일본인학교괴담’이범행과무관치않 다고본것이다. 일본이 지목한 괴담은 최근 중국 SNS를뜨겁게달군‘상하이일본학교 동영상’을지목한것으로보인다.지난 해처음유포된이동영상에는운동장 에모인수백명의일본인초등학생들 의모습이담겨있다.대표격으로보이 는두학생이연단앞에서오른손을들 고무언가를선서한다. 자막 내용은 충격적이다.일본 초등 학생들이“상하이는우리의것이다. 곧 중국전체가우리의것이될것”이라고 소리치고있다는것이다. 당연히조작된콘텐츠였다. 운동장 에학생들이모인것은 운동회때문이 었고,홍군과백군대표로나선두어린 이의외침은 “정정당당한 경기를 펼치 자”는선서였다.평화로운운동회풍경 이자막한줄로인해‘일본어린이들의 중국 침공 결의’로 둔갑한 것이다. 해 당 동영상은 조회수 1,000만 회를 돌 파했다. 훟묻픎 ‘ 멎폂 ’ 핂퓮많펔펖삲 이 동영상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 자 이번엔 ‘일본인 학교는 스파이양 성소’라는 콘텐츠가 유행했다. 중국 최대 SNS에 ‘일본인 학교’를 검색하 면, ‘일본인 학교는 왜 24시간 비공개 운영되나’, ‘일본인 학교의비밀’과 같 은 제목의게시물 수백개가 뜬다. 이 어 “중국 최대 음료업체인 눙푸산취 안생수병에일본후지산이그려졌다” 거나 “일본 후쿠시마산 원료가 중국 아이들이 먹는 분유에 들어갔다” 같 은일본괴담들이연이어중국 SNS를 달궜다. 얼핏봐도 허무맹랑한 내용이다. 반 면댓글에는“일본인이중국에있는것 자체가문제다”,“중국은왜일본인학 교를허락한것이냐”등괴담에호응하 는반응이적지않다. 중국정부가이같은콘텐츠를생산 했을 가능성은 낮다. 다만 미국 뉴욕 타임스 ( NYT ) 는 “온라인 여론을 조 종, 확대, 축소, 삭제할 수있는 세계에 서가장정교하고강력한시스템을구 축한나라가바로중국”이라고지적했 다. 막강한 검열 시스템을 갖춘 중국 당국인만큼일본혐오콘텐츠는일부 러방치했을수있다는얘기다. 중국 당국의검열은 중국공산당과 지도자에대한비판, 민주화여론에집 중된다. 과거민주화 시위를연상시킬 수있는 ‘톈안먼’이란단어가당국의검 열대상에오른것은물론이고, 백지시 위의도화선이됐다고 평가되는 2022 년 10월현수막 시위가 벌어진베이징 의고가도로 ‘쓰퉁차오’는지도앱에서 검색조차 되지않을정도로 중국검열 은 촘촘하다. 미국외교전문지더디플 로맷은일본혐오 콘텐츠가살아남은 것은 그것이중국 지도부에위협이되 지않기때문이라고짚었다. 중국외부 를 향한 증오 조장이었기때문에검열 할이유가없었고이런상황에서중국 인들이일본 혐오 콘텐츠를생산·만끽 하게됐다는얘기다. 핊쫆펞 “ 칺뫊홎믆잚않 ” 섦훟묻 이는 과거중국공산당의행보와는 차이가있다. 마오쩌둥주석은 1964년 일본 사회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인들이과거침략역사를 “사죄한 다”고 하자, “일본군이침략하지않았 으면 ( 중국 ) 공산당이어찌집권했겠느 냐, 일본이아니었다면아직도 산에서 내려오지못했을것”이라고말했다.전 쟁덕에국민당 ( 대만 ) 을 몰아낼 수있 었다는뜻이다.일제침략을비꼬아말 한 것인지, 그의진심인지에대한 해석 은지금도 분분하지만 중국은일본의 만행에분노하면서도증오로이어지지 는않도록관리했다. 실제로 중국은 1972년 발표한 중 일공동성명 5항에서“중국은 중일국 민의우호를위해일본에전쟁배상청 구를포기할것을선언한다”고적시했 다. 한국, 대만등일제침략을당한다 수국가와달리배상을포기한것이다. ‘중국이승리한 전쟁이기에배상은 필 요없다’는게당시중국공산당지도부 의인식이었다는분석이많다. 마오주 석은만날 때마다과거사를 사과하는 일본정치인들에게“과거는과거다. 그 만 사과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 다.물론배상을거부한중국은배상에 버금가는 규모의일본 공적개발원조 ( ODA ) 를두둑이챙기기는했다. “ 훟묻헣쭎많많팮묻훊픦 ” 실용과실리를중시했던중국의일본 에대한태도는반세기만에증오중심으 로탈바꿈하고있다.호주싱크탱크로 위연구소의리처드맥그레거선임연구 원은자신의저서‘중국공산당의비밀’에 서“1950년대까지인민일보등관영매 체에서일본의난징대학살등이다뤄진 것은손에꼽힌다”고지적한다.중국내 반일정서가꾸준했다기보다근래증폭 됐다고보는게합당하다는뜻이다. 특히싱가포르연합조보는“유독지 난해부터중국 온라인상에서반일콘 텐츠나낭설이급증했다”고지적했다. 지난해이뤄진개정반간첩법시행과동 시에각기관별방첩교육이시작된것 과최근 ‘사이버애국주의’의부상이무 관치않다는것이다.미국CNN방송도 “ ( 지난해8월 ) 일본의후쿠시마오염수 ( 처리수 ) 방류이후 ( 중국내 ) 일본혐오 콘텐츠가 더욱 기승을 부렸다”며“어 떤경우에는 중국이일본에압력을 가 하기위해온라인상 증오를부추긴것 으로도보인다”고짚었다. 부동산위기,청년실업난,연금증발 등중국내사회적불안감이커지고있 는 상황에서혐일애국주의기조는 확 산하고있다. 영국 BBC방송은 “애국 주의는이런불만을쉽게잠재울수있 는정서적틀”이라고분석했다.나아가 최근급증한일본혐오분위기는“국가 가승인한애국주의”라고홍콩침회대 커뮤니케이션 스쿨의로즈 루치우 부 교수는꼬집었다. 조영빈베이징특파원의 <16> ‘괴물’이된중국의‘반일감정’ 日침략사다룬항일전쟁기념관 투명유리바닥아래일장기깔아 ‘시각적으로’밟고지나가는구조 최근일본인초등생피살비롯해 ‘反간첩법’시행되며외국인반감 혐오콘텐츠^괴담온라인뒤덮어 마오쩌둥“과거는과거, 사과그만” 반세기만에‘증오’로태도바뀌어 “부동산위기^실업난등불안감 애국주의통해불만잠재우는것” 중국 온라인을 중심으로 음료기업인농푸산취안의 제품포장이친일본메시지 를 담고 있다고 주장하는 콘텐츠(사진)가 확산 중이 다. 빨간색생수병뚜껑은 일본 욱일기를 상징하며, 산 그림은 후지산을 묘사 한것이라는내용이다. 웨이보캡처 베이징= 조영빈특파원 ▲ 6월22일중국베이징펑타이구에소재한인민항일전 쟁기념관의마지막전시관.전쟁당시습득한일장기를바 닥에전시해관람객들이이를시각적으로밟도록유도한 구조가눈에띈다. 베이징=조영빈특파원 ◀ 중국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최근크게유행한동영상 의한장면.일본초등학생들이무언가를선서하고있고, 해당 동영상은 “일본어린이들이중국전역을 우리의것 으로만들자는외침”이라고설명한다. 하지만이장면은 운동회에참가한일본어린이들이 “정정당당한경기를펼 치자”고선언하는모습이었다. 웨이보동영상캡처 30 D3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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