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12월 16일 (월요일) D3 같은 일본, 다른 일본 시간을 거슬러올라가면, 2016년에 도쌀쌀한겨울바람이불기시작할 무 렵부터당시대통령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열리기시작했다. 당시한 국과일본의다양한 시위사례를연구 했던덕분에그 시기를 비교적생생하 게기록으로남길수있었다.연구결과 는일본인동료와함께집필한책‘21세 기데모론’ ( 2018년, 눌민 ) 에담겼다. 그 해 11월부터이듬해 3월까지매주 열 린 촛불집회는 영하의강추위속에서 도 1,600만명 ( 주최측추산 ) 에달하는 시민이참여한 것으로알려졌다. 헌법 재판소에서대통령탄핵안이만장일치 로인용되며마무리된이사태는 한국 시민의힘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기 도하다. 그러나 당시에이사태에대한 일본 사회의반응은한마디로 ‘연민’이었다. 촛불집회의평화로움과자발성을높이 평가하는 의견도있었지만, 대부분은 “권력이오죽부패했으면저많은사람 들이거리로 나갔을까”라는 반응이었 다.그이면에는“일본에서는그정도로 노골적인국정농단은일어날수없다” 는암묵적인전제가있었을것이다. 2024년의탄핵집회를 바라보는 일 본사회의시각은이전과사뭇다르다. 우선, 대통령이군을 동원해친위쿠데 타를시도했다는사실그자체를상당 히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있다. 경제 적, 문화적으로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이웃나라에서사실상내란이벌어졌다 는 점은일본인에게도 낯설고 믿기어 려운일일것이다. 그런데그와동시에, 한국시민들이민주주의를지키기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에감탄했다 는의견도많다. 비상계엄직후에국회의사당 주변에 모여드는시민들, 장갑차와군대를뚫 고 담장을 넘어필사적으로 국회에모 이는 국회의원들, 영하의쌀쌀한 겨울 날씨에거리로 나와 헌정질서복귀를 외치는 시민들의모습이일본에도 생 생하게중계되고있다.소셜미디어에는 “한국의헌정질서는위기에빠졌지만, 민주주의는제대로기능하고있다”는 글이많다.한일본인친구는이렇게말 했다. “국회의원이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몸을던지고,젊은세대가 자발적 으로집회에참여하는 모습이부럽다. 일본에서는비슷한일이벌어져도모두 나서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행동을 취 하지않을것이다.”헌정질서가무너진 위기를 경험중인내가 위로받는 처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의자조적인의견 에오히려위로를 건네야 할지머뭇거 렸다.오랫동안일본사회를관찰해온 만큼, 그의냉소적인의견에반박하기 어려웠기때문이다. 일본의시민들이2016년에는 “왜한 국 사회의권력이그처럼부패했는가” 라는점에주목했다면,2024년에는“한 국 시민들이이사태에어떻게대항하 는가”에초점을맞추고있다는생각이 든다. 누가보아도 2024년어처구니없 는비상계엄이후 한국 사회의상황은 2016년국정농단때보다훨씬위험하 다. 하지만 그때에는안쓰러움에머물 렀던일본 시민들의시선에지금은 부 러움이섞여있다. 핊쫆짦풞헒섾졶킲많않푾잖옪 지난 주말에부산 서면에서열린탄 핵촉구시위에참여했다. 쌀쌀한날씨 에도 거리로 나선어르신들,어린자녀 의손을잡고온젊은부모,기상천외한 문구를쓴깃발을휘두르며정치구호 를외치는청년들의모습에큰힘을느 꼈다.집회내내신나는 노래와 공연이 끊이지않았다. 국회의사당을 둘러싼 서울집회에서는케이팝팬덤의상징인 응원봉이시위도구로변신해서라이브 콘서트장을 방불케하는 신난 분위기 였다고 한다. 탄핵소추안이재표결에 부쳐지는 토요일 시위를 위해처음으 로 응원봉을 구입했다는지인도있다. 젊은이의문화를 기꺼이받아들인 ‘힙 한’시위분위기가남다르게느껴진다. 하지만대중문화와정치적행동이결 합된방식의시위문화는이번에처음 등장한 것이아니다. 응원봉이등장하 지않았을뿐, 2016년촛불집회도시종 일관 유쾌하고 떠들썩한 축제분위기 였다. 또, 그런 시위문화가 한국만의 것도아니다. 2011년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원전사고이후한때일본전 국에서원전에반대하는 시위가 크게 벌어진적이있다. 당시반원전시위의 분위기도 2016년 촛불집회나 2024년 탄핵집회에못지않게흥겹고떠들썩했 다. 록밴드와 공연단이시위대와 함께 행진하고, 시민들은 기상천외하고 기 발한 코스튬으로분장하고거리를나 섰다. 유머감각이넘치는 플래카드를 흔들며‘원전 반대’ 구호를 외쳤다. 일 본에서는이런스타일의시위를 ‘사운 드데모’라고부른다. 개인적으로는이때일본에서전개된 반원전 시위의에너지를 높이평가한 다.한국과는달리,일본에서는 1970년 대이후데모가거의자취를감추었다. 대규모 시민행동을 조직하고 실행에 옮기는노하우도사라진지오래다.그 런와중에시민들의집단 행동이자생 적으로 시작되어전국으로 불붙었다. 그만큼 절실한 문제의식이없었다면 불가능한일이었을것이다. 문제는, 그들의자발적이고 힘찬에 너지가 실질적으로는 아무 결실을 맺 지못한채흐지부지되어버렸다는점이 다. 정치가들은 원전에반대하는일본 시민들의목소리에 귀기울이지않았 다.원전을둘러싼일본시민사회의여 론이반대로모아지지않은탓도있다. 하지만,일본은원폭으로수많은생명 을잃고,미증유의원전사고로막대한 피해를경험한 나라다. 책임있는지도 층이라면시민의목소리에귀를기울이 고, 원전중심에너지정책을 근본적으 로 재검토하는 것이상식적이다. 하지 만,일본정부는기존입장에서단한발 도 물러서지않았고, 올해10월부터는 동일본대지진으로피해를입은 ‘재해원 전’을재가동하기시작했다. 동일본대 지진과후쿠시마원전사고라는큰재 해를 겪으며모처럼터져나왔던시민 들의목소리는사실상 묵살되었다. 스 스로의힘으로 사회를 바꾸기를 희망 했던일본 시민들의시도가실패로 끝 난것이다. 킪짊픦줗 픊옪캖옪풂쪎믾샎 2024년한국에서벌어지는시대착오 적정변을 보면서도, 일본 시민에게서 ‘부럽다’는 말을 듣는이유는 그 때문 일것이다. 2011년국가적재앙을겪으 면서모처럼터져나왔던반원전시위 가 무위로 돌아가면서일본시민사회 는 오히려큰정치적트라우마를 떠안 게되었다.지금일본시민사회에떠도 는냉소와무기력함은실패의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해도좋을것이다. 반면, 한국 시민은 민주화 운동에서탄핵집 회에이르기까지여러차례스스로 사 회적변화를이끌어낸역사를 갖고있 다.지금이순간에도시민들이뭉쳐힘 을발휘하는중요한문화적자산이다. 또 한번의큰 변화가 시작되기를진심 으로바란다. 탄핵집회를바라보는일본의두시선 대통령횡포에충격, 시민의힘엔감탄 김경화 미디어인류학자 <128> 2016년과 2024년, 일본시민의달라진시선 2016년촛불집회땐‘연민’정서 “권력이오죽부패했으면저럴까” 계엄직후군대^장갑차에맞서고 젊은층자발적집회참여“부러워” 일본도 2011년대지진이후에 ‘원전반대’전국서대규모시위 결과는아무변화없이흐지부지 “한국탄핵집회, 새변화계기되길” 쿦잜픎킪짊핂쭒뽆먾읺옪빦컪쁢핊핂쏞핊펂빮훒픎졾앞삲 . 2016 뼒펞솒샎 옇 픒푢묺쁢샎뮪졶킪퓒많 폲앹솧팖몒콛쇦펖몮 , 핂읊 묻헣 많 컿쿧믾읊짢앞삲 . 믆얺빦 2024 뼒픦캏픎믆믾샎읊줂캗멚 잚 킺맏몮 삲 . 묾 쿦뭚핞핆샎 옇핂 퓒 섾 읊킪솒젾헣힖컪읊춚읺ퟆ슲펖몮 , 믆얾 퓒핆줊픒샎 옇쫂옪뺂켆풮섦펺샇픎 핒픒힎믾쁢 뼣뺂앎훊솧핞픦 힒픒짦샎삲 . 핂펞쿦잜픎킪짊핂 헣 헪쫃뮎읊푢묺젾솧펞빦컾삲 . 샎 옇픦흗맏 픒 묺쁢샎뮪졶킪퓒많헒묻펞컪슲쭖 엊쩖힎몮 핖삲 . 헣 , 몋헪 , 푆묞슿졶슮쭒퍊펞컪묻뺂푆킮왾솒쁢짢삳픊옪 앋캏펞컪 , 묻칺많뺂켆풆쿦핖쁢 퓮핊많 쁢킪짊슲뫊펺샇핂푆픦묻픦풞슲핂졷쿶픒멆몮힎 몮핖쁢짊훊훊픦삲 . 12·3불법계엄 에맞서민주주의를 지키려는한국시민 사회의적극적모습 에대해일본에서 부러움의정서가감 지되고있다. 일러스트김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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