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4년 12월 20일 (금요일) 오피니언 A8 와인을많이마시게되는계절이 다. 어느 모임이나 파티나회식에 서도 와인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 다. 20여년전한인사회에와인문 화가 처음 소개되던 시절을 생각 해보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대 중적이고 일상적인 음료가 되었 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와인클래 스에서는어떻게잔을잡고, 얼마 나 따르고, 잔을 들어색깔 보고, 잔을 돌려 냄새 맡고, 한 모금 맛 을 보는 일련의 테이스팅 공부가 가장중요했을만큼와인은낯선 문화,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하지 만지금은그런생기초는모르는 사람이없고, 품종과산지에대한 이해도도 높아져서 와인을 즐기 는수준이몇차원업그레이드된 듯하다. 그런데사실을말하자면와인은 꽤얼마전부터전성기를지나내 리막길을 걷는 중이다. 세계적으 로 와인 소비는 계속 줄고 있다. 특히 유럽의 와인소비량은 100 년 전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 와인종주국 프랑스는 1926년 일 인당 136리터를 마셨는데 2023 년에는 40리터로 감소했다. 결국 지난해에는 재고로 쌓인 와인 4 억병을 대거 폐기하기에 이르렀 는데, 이는 올림픽사이즈 수영장 100개이상을채울수있는양이 라고한다. 프랑스정부는와인산 업을 보호하기 위해 엄청난 폐기 비용을감수하는한편, 와인을증 류해 향수나 세정제로 만들거나 포도밭을 갈아엎고 다른 용도로 변경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 책도내놓고있다. 수십 년 호황이던 와인산업이 이처럼 하향세로 접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경제침체, MZ세대,기후변화를들고있다. 첫째, 세계는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과하면서 유례없는인플레이션과경제침체 를겪었다. 경기가나쁘면사람들 은먹고마시는데쓰는돈을줄인 다. 와인은싼것도있지만마실만한 와인은 같은 양이 맥주보다 최소 2~3배 비싸다. 인플레로 와인 생 산비용이 올랐지만 소비는 줄었 으니이중고가된다. 또한와인을 많이 수입하던 중국이 내수침체 에다 국내 와인생산을 늘리면서 수입량이크게준것도원인으로 지목된다. 둘째, 요즘 젊은이들은 와인보 다맥주나기타가벼운음료를선 호한다. 와인부흥의 주체였던 베이비부 머들이 은퇴하면서 그 자리를 메 운MZ들은부모세대보다수입은 적고학자금대출상환부담이커 서집한칸도장만하기힘든형편 이다. 또MZ의문화는크게달라서수 제맥주에 열광하고, 여러 재료를 자유롭게 섞는 칵테일 제조법을 일종의예술로받아들인다. 과시욕보다는실용적인태도,격 식을 갖춘 식사보다는 간단하고 건강한 식사를 추구한다. 당연히 알코올 섭취도 적어서 하드셀처 (Hard Seltzer)라는 과일향 나는 저알코올 탄산수의시장이 커지 고있다. 셋째, 요즘 지구상 모든 문제의 원인인기후변화가와인산업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갈수록 폭염가뭄홍수냉해우박같은현 상들이 잦아지는데 예측 불가능 한 기후변동은 포도농사에 직접 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봄에싹틀때갑자기냉해가오면 한해농사를망치게되고, 한여름 폭염은포도를너무푹익게만들 어섬세한맛을해친다. 온난화 때문에 포도 수확기가 계속 빨라지는 현상도 와인의 품 질에큰영향을미친다. 특히캘리 포니아주는 가뭄과 산불로 인한 피해가 해마다 와인산업을 위협 하고있다. 이러한 이유들 말고도 또 하나 치명적인 요인이 최근 등장했다. “술은 단 한잔이라도 건강에 해 롭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2023년 발표가 그것이다. 과거‘ 식사때한잔술은약주’라했고‘ 적포도주가심장에좋다’며일부 러 마시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는의학이이를모두부정하고있 다. 아직까지 연방식품 가이드라인 은 성인 남성은 하루 두 잔, 여성 은 한 잔까지 안전하다고 돼있지 만 내년에 개정되는 새 가이드라 인은아마도“소량의알코올섭취 도건강에해롭다”는내용이들어 갈것으로보인다. 베이비부머 와인애호가로서 이 런생각을한다.와인을마시는건 건강과는상관없는일이다. 와인은선사시대부터인류와함 께해온역사와전통과문화가새 겨진 연속적인 문화재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빚어내는 예술이고, 플라톤의말처럼‘신이인간에게 준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다. 그 아름다움과 열정과 환희를 마시 는것이다. 건강을완벽하게지키려면술을 한방울도입에대지말라니,어떻 게사람이몸에좋은일만하고살 수있나. 그러려면우리는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위험한 일 을하지말아야한다.고기와햄과 소시지도먹지말고, 비행기도타 지 말고, 자동차 운전도 하지 말 아야하며 부상의 위험이 따르는 운동도하지말아야한다. 인생은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만 살아가는것이아니다. 좋은와인 한잔을앞에놓고앉아있는순간 은삶에서맛볼수있는드문미감 의시간이다. 오로지건강을위해 그 즐거움을 포기하고 설렘과 흥 분을포기할수는없다. 연말이다. 곳곳에서 코르크 뽑 는소리와와인따르는소리가들 려올것이다. 쏜살같이지나가버린한해가아 쉽다고 과음하면 안 되겠지만 절 제있게 즐기면 오히려 건강에 좋 을것이라고, 혼자속으로생각해 본다. <LA미주본사논설위원> 2024 연말, 와인에 관한 단상 정숙희 의 시선 정신과의사 엘리자벳 퀴블러-로 스박사의책‘인생수업’에는열여 덟 살 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매일 저녁 집에 돌 아오면아들이여자친구에게서받 은 보기 싫은 티셔츠를 입은 모습 에 화가 났다. 이웃들이 험담할까 두려워매번티셔츠부터트집잡으 며아들을꾸짖었고, 두사람의관 계는좋지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퀴블러-로스 박 사의‘죽음의세미나’에참석한후 돌아오며스스로물었다. “내가 내일 죽는다면 내 삶에 만 족할까? 만일아들이내일죽는다 면 나는 어떻게 느낄까?”그러자, 마음 속깊이 후회와 슬픔이 몰려 왔다. “만일아들이죽는다면, 그티셔 츠를 그의 관에 넣어야 하지 않을 까? 아들에게 의미있는 것이니까. 그런데살아있는지금은왜그것을 존중해주지못할까?”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서 아들에 게 그 티셔츠를 마음대로 입어도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들을 있 는 그대로 사랑한다고 말해 주었 다. 아들은 그대로 사랑스러웠고, 그녀는정말행복해졌다. 이실화는행복과스트레스가외 부 조건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방식에서온다는것을보 여 준다. 우리가 직면하는 스트레 스나 고통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짐이 될수도있고성장의기회가될수 도있다. 우리는종종시련과고통을피하 려 한다. 그러나 어머니의‘죽음’ 에대한상상처럼, 때로고통은우 리에게새로운시야를열어준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이렇게말했다.“삶에서가장중요 한배움은비극, 사망, 장애의경험 으로부터 온다. 그것은 우리의 시 야를 바꾸고, 삶 전체를 변화시킨 다.”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 한 헬렌 켈러 역시 비슷한 깨달음 을남겼다.“행복의한문이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닫힌 문을 너무 오래 바라보 느라열린문을보지못한다.” 성경은 말한다.“범사에 헤아려 좋은것을취하라.” (데살로니가전 서 5:21) 모든상황을돌아보고그 중에서좋은것을선택하고잡으라 는 의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 은 사람들은 정반대로 행동한다. 나쁜 것에만 집착하며 스스로를 불행에빠뜨리곤한다. 말기 암 선고를 받은 후, 삶의 아 름다움이보였다는환자처럼,역경 은 우리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소 중한 것들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 기도한다. 나역시젊은시절오랜 불치병으로고통받았을때그것이 생애최대의재난이라고생각했다. 그러나시간이지나고나서그고 통이 나를 새로운 시야로 이끌었 음을 깨달았다. 사방이 막혀서 어 쩔 수 없이‘위’를 바라보았을 때, 나는더넓은세상을보았고, 결국 그오래고고통스러웠던시련에도 감사하게되었다.그러므로막다른 골목에부딪쳤다고절망할필요는 없다. 오히려 역경 속에서 인생의 새로운 길을 발견한 사람들이 많 기때문이다. 베스트셀러‘질문 뒤의 질문’의 저자잔밀러는이렇게말한다.“당 신의삶은생애가당신에게가져다 주는 것보다 당신이 생애에 어떤 태도를취하느냐에따라결정된다. 당신에게 일어나는 것보다 당신이 일어나는 일을 보는 시야에 따라 결정된다.”같은 역경이라도 그것 을어떻게해석하느냐에따라결과 는천차만별이다. 중국 고전‘역경(易經)’에서는“ 발생한 사건은 중요하지 않고, 그 사건에 대한 반응이 모든 것”이라 고했다. 현대 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리우 는 윌리엄 제임스는 이렇게 말했 다.“스트레스를이기는가장강력 한 무기는 다른 생각을 선택할 수 있는능력이다.”나는이말을조금 더 쉽고 구체적으로“스트레스를 이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좋은 것을 바라보는 능력”이라고 교육 한다. 사람은보는대로생각하고, 생각 하는 대로 변하기 때문이다. 좋은 것을 바라보고 생각하면 나쁜 생 각은 자연히 사라지고, 위기는 기 회로바뀔수있다. 스트레스와 시련 앞에서 새로운 시각을 가져보자. 나쁜 일 속에서 도좋은것을찾아보자. 이러한시 야의변화가스트레스를이기는가 장강력한무기가될것이다. “당신이 보는 것이 당신이 갖는 것이다 (What you see is what you get)”는말도있지않는가? 스트레스를 이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 박정환 보건학박사 오늘과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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