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1월 3일 (금요일) 오피니언 A8 “한국은 끝장이 났습니다. 글로 벌스타트업들이모두실리콘밸리 로 몰려들어 투자금을 받아내려 혈안인데굳이정치적으로불안한 국가에 투자할 벤처캐피털(VC)이 어디있겠습니까. 한국계스타트업 이라는 꼬리표는 이제‘디메리트’ 입니다.” 12월3일계엄다음날한한국계 미국인실리콘밸리스타트업고위 관계자가 전한 한탄 섞인 말이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한인 송년 모 임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그린 카드(영주권)’에관한얘기가진지 하게오갔다.“정치난민신청을해 야한다”는농담섞인주장에일말 의 설득력이 느껴져 참담함을 감 출수없었다. 미국인들의 반응에는 민망함마 저느껴졌다.“한국에여행갈계획 인데 어디가 좋으냐”며 들뜬 목소 리로묻거나,“최근한국에다녀왔 다”며 사진을 보여주기 바쁘던 이 들이“도대체한국에무슨일이일 어난 것이냐”며 눈을 동그랗게 뜬 다. 그동안 농담 삼아“한국은 위험 천만한후진국인미국과달리밤새 밖을 걸어다녀도 안전한 나라”라 며현지인들을놀려왔는데이제는 꺼내기쉽지않은말이됐다. 미국정부의“한국민주주의의회 복력을 확인했다”는 말에도 속이 쓰리기만 하다. 회복이 필요할 만 한‘손상’이있었음을의미하는탓 이다. 한국은 8년새두번의대통 령 탄핵소추를 겪었다. 21세기로 범위를 넓히면 세 번이다. 2000년 대들어취임한대통령 5명중 3명 이탄핵에휘말렸고 2명은감옥에 갔으며한명은스스로목숨을끊 었다. 다른 국가의 투자자들 입장 에서생각하면이토록정치적으로 불안한국가가없어보인다.계엄령 은극단적정쟁을넘어서는문제다. 외신이‘계엄령’이무엇인지상세 히설명한다는건민주주의가성숙 한국가에서는‘해설’이필요할정 도로 낯선 일이라는 방증이다. 우 리나라는북한의존재만으로도이 미 위험 국가라는 인식을 안고 산 다. 이제는민주주의가정상적으로 작동하지못한다는인식까지갖게 됐다. 민주주의는 시장경제의 선결 과 제다. 2024년세계10위권경제대 국에서냉전시기개발독재국가에 서나 통용될 일이 일어났다. 이제 누가한국경제를신뢰하겠는가. 경제적 타격은 이미 현실화했다. 환율 폭등으로 한국에 본사를 두 거나 한국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실리콘밸리스타트업들은물론현 지에진출한한국계VC역시투자 에 제약을 받으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현지관계자는“권한대행의권한 대행까지이어지는희대의정치상 황 속에서 원화에 대한 신뢰가 더 추락하고있다”고전했다. 수출기 업들도 고환율을 반길 수 없는 처 지다. 단기적으로 반도체·전자제 품 등 완제품 가격경쟁력에 도움 이될지몰라도장기적으로는공급 망타격이더아프다. 남한은수입 없이는내수도돌아가지않는나라 다. 고환율지속에체력이약한협 력사가하나둘쓰러지면대기업도 생존을장담할수없게된다. 환율은시작일뿐이다.더큰문제 는 대외 신뢰도 하락으로 인해 거 래가 단절되고 신규 거래 창출에 어려움을겪는것이다. 해답은하루빨리정국혼란을종 식시키는것뿐이다. 하지만정치인 들은 대선 유불리에 따라 말장난 수준의 정쟁을 벌이며 시간 낭비 중이다. 그 모습이 시시각각 외신 을통해세계각지로퍼져나가며국 제사회의조롱거리로전락하고있 다. 고통과부끄러움은국민의몫 이다.“기업은 2류, 관료는 3류, 정 치는 4류”라던고(故) 이건희삼성 그룹회장의 30년전일갈이뼈저 리게와닿는연말이다. 한국 스타트업 투자에 붙은‘계엄’꼬리표 실리콘밸리View 위대한역사학자아놀드토인비 는“작은배에너무큰돛을달아 주면 그 배는 기울게 돼 있다”고 말한바있다. ‘공정과 상식’이란‘미끼상품’ 을내걸고대선판에뛰어들어결 국대통령자리에까지올랐던윤 석열이정확히당선천일만에탄 핵당하면서권좌에서쫓겨날위 기에처했다. 어처구니없는비상계엄선포로 그는정치적몰락을자초했다.하 지만그의정치적실패는시점의 문제였을뿐이미대선국면에서 부터예견된것이었다. 그만큼윤 석열은 대통령이란 자리가 요구 하는덕목과는너무거리가먼인 물이었던것이다. 나는대선캠페인이본격화되기 시작하던2021년8월‘대선시장 의 어떤 불량주’라는 제목의 칼 럼을통해국민들이다른보수후 보라면 몰라도 윤석열을 선택해 선 안 되다고 경고했다. 꼭 훌륭 한인물이대통령이되는건아니 라지만, 윤석열이라는 배는‘국 가경영’이라는큰돛을지탱하기 에는너무작아보였기때문이었 다. 검찰총장이던정치검사윤석 열은어느순간대통령과대립각 을세울수록자신의지지율이올 라간다는것을깨달았던것같다. 그는 보수세력, 특히 보수언론의 엄호속에지지율을의식한행보 를 지속하면서 그릇에 어울리지 않는꿈을키웠다. 권력에 부역함으로써 기득권 을 지키던 기존의‘기생형’정치 검찰에서한걸음더나아가스스 로최고권력이되겠다고나섰던 것이다. 하지만문제는그의자질 이었다.‘코로나 민란’발언에서 부터“주120시간노동” “없는사 람들은 부정식품이라도 먹게 해 줘야한다”는언급에이르기까지 입만열면설화를일으키며정제 되지않은생각들을쏟아냈다. 인문적 소양은 너무 얕았고 성 정은 거칠었으며 태도는 불량했 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공감도 전혀찾아볼수없었다.콘텐츠는 둘째치고별로깨끗해보이지도 않았다.“박근혜보다도 못하다” 는비판까지나올정도였다. 이렇듯 하자가 많은 함량 미달 후보가시간이지나면서유력대 권주자로 급부상하는 것을 지켜 보면서떠올렸던것은미국주식 시장을 뒤흔들었던‘테라노스’ 가짜신화였다. 손가락에서 채취한 피 몇 방울 만있으면 260여개의질병을진 단할수있는메디컬키트를개발 했다고발표해일약바이오업계 의총아가됐던스타트업이다. 한 때기업가치가90억달러에육박 했지만모든게거짓임이드러나 면서한순간에몰락했다. 아무런 원천기술도 없던‘테라 노스’가신데렐라가될수있었던 것은앞다퉈이기업을포장해준 언론들과이기업의이미지를이 용하려던 시류영합 정치인들이 있었기에가능했던일이었다. 이 들이 빈껍데기 기업인 테라노스 의‘작전세력’이돼준것이다. ‘대선시장의불량주’윤석열이 우량주로둔갑해대중에게팔릴 수있었던것은그의내재적가치 때문이아니었음을이제우리모 두는다안다. 많은언론들과정치인들이윤석 열을 띄우는‘작전세력’역할을 자처했다. 특히일부보수언론은 윤석열이내세운미끼상품인‘공 정과 상식’을 팔아주는 데 누구 보다도 앞장섰다. 그러면서 정작 가장중요한후보의자질과주변 의혹검증에는눈을감았다.전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은 보도태도였다. 함량 미달 후보가 대통령이 돼 보겠다고나서는것까지뭐라그 럴 수는 없다. 안 뽑아주면 그만 이니말이다.문제는대중의판단 을흐리게하고여론을호도해잘 못된선택을하도록유도하는세 력들이다. 이들이저지른죄과와 책임은결코가볍다할수없다. 지난 2001년 미국사회를 떠들 썩하게했던미국최대에너지기 업엔론의몰락은경영진의부정 부패와분식회계가빚은경제대 참사였지만 근본 바탕에는 이런 행태에눈을감은채이를방조하 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돕기까지 한 회계감사법인 아서 앤더슨의 책임방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엔 론의몰락과함께아서앤더슨이 공중분해된것은당연한사필귀 정의결과였다. 자신들의사익을위해윤석열을 옹위했던 작전세력들은 군과 경 찰을 동원한 윤석열의‘친위 쿠 테타’이후에도 책임에 대해 언 급하거나 진심에서 우러나온 사 죄를하는모습은보이지않고있 다. 보수언론들은기껏해야윤석 열을비판하면서“이정도인줄은 몰랐다”고 탄식하는 정도이다. 여당의 대다수 의원들은 비판은 커녕 오히려 내란옹호 스탠스에 자신들을가두고있는형국이다. 이성을 상실한 12·3 비상계엄 으로‘내란우두머리’혐의를받 고있는윤석열은탄핵심판대에 세워지고법의판결을받게되겠 지만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작 전세력’들을 실정법으로 단죄하 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 고이들을응징할방법이없는것 은아니다. 언론시장에서 올바른 뉴스 소 비를통해,또투표라는정치시장 에서의준엄한심판을통해그책 임을묻고대가를치르도록해줘 야한다. 그래야깨어있는국민이 라할수있을것이다. <LA미주본사논설위원> 책임 물어야 할 ‘작전세력’들 조윤성 의 하프타임 윤민혁 서울경제 실리콘밸리특파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소년은일찌감치기술과사업에소 질을보였다. 12세에비디오게임을 만들어500달러에팔았을정도다. 그는 17세에캐나다시민권을따 서대학에입학하고2년뒤대학편 입을 위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 어스탠퍼드대박사과정에들어갔 지만 창업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1995년 동생과 함께 온라인 정보 업체 Zip2를 창 업했다. 이회사는4년뒤3억달러 에 팔렸다. 세월이 흘러 그는 혁신 기업가이자세계최고의부자가됐 다. 미국도널드트럼프2기행정부 의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이 야기다. 머스크의미국이민과정은정확 히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시민권 을 획득하기 전 불법으로 돈을 벌 었다는의혹이제기되자최근에야 본인이‘X(옛 트위터)’게시글을 통해 H-1B 비자를 소지했었다는 사실을밝힌정도다.내년1월취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진영에서H-1B 비자를둘 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불법 이 민에반대하지만H-1B비자는옹 호하는 머스크 등 빅테크 출신 인 사들과 모든 이민에 반대하는‘마 가(MAGA·미국을다시위대하게) ’세력 간 내분이 생긴 것이다. 머 스크는“내가 스페이스X와 테슬 라 등 미국을 강하게 만든 수많은 회사를 설립한 사람들과 함께 미 국에 있는 것은 H-1B 덕분”이라 면서“최고의인재들을다른나라 에서일하게만든다면미국이지게 된다”고 H-1B를 강력히 옹호했 다. 1기집권때H-1B비자를비판 했던 트럼프 당선인은“전문직 비 자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라며 슬 그머니 빅테크의 손을 들어준 상 태다. 미국이H-1B비자프로그램 을 확대해 외국의 인재들을 빨아 들일가능성이엿보인다. ‘정치 블랙홀’에 빠진 한국은 과 연 글로벌 인력 확보 경쟁에서 살 아남을수있을까. H-1 비자 만파식적 신경립 / 서울경제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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