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1월 3일(금) ~ 1월 9일(목) 마이 애미에서 세계 최대 규모 아트페어(행사 형태의 미술품 매매 시장)‘아 트바젤마이애미비치’가열리 는 매년 12월 첫 주는부부가 1 년내내기다리는시간이다.“온 화한 날씨에 온 도시가 미술로 물든다. 이곳이 늘 마음에 들었 지만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 고 4일한국일보통화에서부부 는입을모았다. 20대여성미용사조지아라거 는 지난 9월 플로리다주 팜비치 로 왔다. 4년간 뉴욕에 살며 해 마다 이사를 다녀야 했던 라거 는 그때마다 아파트를 구하느 라 애를 먹었다. 임대료는 비쌌 고 룸메이트와 동거해야 했다. 이주 열흘 전 사회관계망서비스 (SNS) 틱톡에 올린‘쇼트폼’( 짧은 동영상)에서 그는“도처에 자연과 햇빛, 야자나무가 있는 곳으로 간다. 처음 아파트에 혼 자살게됐다. 믿기지않는다”며 감격했다. ■미국남부,세대막론한흡수 남부를 향한 미국인의 이동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6일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가 공개한‘2024년 이사 추세 ’보고서에따르면여름까지올 해 미국에서 부동산 중개 서비 스를 이용한 고객의 절반에 가 까운 46%가 남부로 집을 옮겼 다. 이사목적지의 25%는서부, 18%는 중서부였고, 북동부행 이사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미국 인구조사국 지역 구분 기 준상 남부는 앨라배마, 아칸소, 델라웨어, 플로리다, 조지아, 켄 터키, 루이지애나, 메릴랜드, 미 시시피, 노스캐롤라이나, 오클 라호마, 사우스캐롤라이나, 테 네시, 텍사스, 버지니아, 웨스트 버지니아 등 16개 주를 가리킨 다. 남부에서도 각광받는 주는 플 로리다와 텍사스였다. 10월 미 인구조사국집계에따르면지난 해 주간(州間) 이동으로 인구가 가장 많이 불어난 주는 플로리 다로,‘순이동’(인구 유입에서 유출을 뺀 수치)이 37만2,870 명이었다. 텍사스가 31만5,301 명으로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3~5위인 노스캐롤라이나(12만 6,712명), 사우스캐롤라이나(9 만1,853명), 조지아(8만8,325 명) 모두 남부 주였는데, 1·2위 의 유치 실적이 압도적이었다. 서부로 분류된 애리조나 역시 기후가 따뜻해‘선벨트’에 포 함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10 위권에서 중서부 오하이오를 제외한 9개주가범남부권에속 했다. 남부로이사한미국인은세대를 막론했다.전통적으로수요가두터 웠던은퇴노년층에청년층이가세 했다. 2022년 기준 24~39세 밀레 니얼 세대(1980~1994년 출생) 인 구가선호하는지역1~3위가텍사 스, 조지아, 플로리다였다. 2월 미 국폭스뉴스는부동산중개사이 트질로우의인구조사국자료분 석결과를인용해대다수가Z세대 (1995~2012년 출생)에 속하 는 18~24세 미 직장인이 2022 년 가장 많이 선택한 거주 지역 이텍사스였다고보도했다. 청년층이 노년층 남부 유입 을 더 촉진하는 현상도 나타났 다. 지난달 16일 미국 월스트리 트저널(WSJ)은 손주를 돌보 러 남부에 사는 자녀 이웃으로 주거지를 옮긴 조부모들의 사 례를 조명했다. 60대인 데이비 드·신시아 헬드 부부는 뉴저지 에 살다가 손녀가 태어나자 지 난해 10월딸부부가사는플로 리다로 거처를 옮겼다. 뉴욕시 에서 경찰로 일하다 은퇴한 데 이비드(62)는 WSJ에“영상 통 화 화면 속 할아버지가 되고 싶 지않았다”고말했다. ■날씨에 일자리 풍부, 물가· 세금낮아 남부이동을촉발한것은에어 컨 보급이었다. 더위가 참을 만 해지며 1970년대부터 춥고 눈 오는‘스노벨트’(snow belt) 를 등지고 따스한 햇볕을 찾아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오랫 동안 남부는 은퇴자들의 마지 막휴양처였다. 그러나 이제는 날씨 때문만이 아니다. 경제적 요인이 더 커졌 다. 일단 물가다. 2020년 코로 나19 팬데믹(대유행)이 촉발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집값 도 끌어올렸다. 캘리포니아에 살던 20대 여성 케이틀린 미셸 은 10월 초 플로리다 세인트피 터즈버그로 이사했다. 핵심 이 유는 생활비였다. 미셸은 9월 틱톡에자기사정을소개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바닥에곰 팡이가 피어 있고 역겨운 냄새 가 나는 집의 가격이 100만 달 러(약 14억6,000만 원)가 넘 었다. 하지만 플로리다의 경우 2,000ft²(186㎡) 넓이에 수영 장이 있고 아무것도 손댈 필요 없이 입주 가능한 완벽한 집을 80만 달러(약 11억8,000만 원) 만주면살수있다.” 지난달 재테크 업체 뱅크레이 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주 택 중간 가격은 86만9,000달 러(약 12억7,000만 원)로, 플 로리다(43만3,000달러·약 6 억4,000만 원)나 텍사스(34만 9,000달러·약 5억1,000만 원) 의두배가넘었다. 세금 부담이 적다는 점도 남 부의 매력으로 꼽힌다. 소득세 의 경우 캘리포니아, 뉴저지, 뉴 욕주가 각각 13.3%, 10.75%, 8.8%인 데 비해 텍사스, 플로 리다, 테네시등일부남부주는 아예소득세를걷지않는다. 늘어난 일자리도 미국인을 유 혹한다. NAR 사업·소비자 연 구 책임자인 맷 크리스토퍼슨 은 지난달 보고서에서“텍사스 와 플로리다는 팬데믹 이후 일 자리가 10% 넘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남부행확대에무엇보다큰영 향을 미친 배경은 팬데믹이었 다. 재택근무가 늘어 비싼 집값 과 세금을 감당하며 굳이 서부 나 북동부 대도시에 거주할 필 요성이 약해진 데다 큰 집 수요 도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 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 닷컴의 이코노미스트 랄프 맥 라플린은 NAR 보고서에“남 부는 기존 주택 재고가 많고 신 규 주택 공급도 원활해 상대적 으로 집값이 저렴하고 주택을 구매하기도 용이하다”고 말했 다. 젊은 인력이 몰리자 플로리 다와 텍사스는 원래 적은 세금, 약한 규제 등과 함께 노동력까 지 무기로 활용해 기업 유치에 도 나섰다. 뉴욕 월가의 금융· 투자업체들이 대표적인 표적 이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2019년 말부터 지난해 8월까 지가치가 1조달러(약 1,460조 원)에 육박하는 158개 기업 본 사가 뉴욕을 이탈해 플로리다,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 테네 시 등 남부 주로 이전했다. 월가 가 남부에 재현되고 있는 셈이 다. ■남부행 러시, 이제 제동 걸 리나 그러나 머지않아‘선벨트 러 시’에제동이걸릴것이라는예 상도 나온다. 무엇보다 인구가 늘고 수요가 불어나면 물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최대 매력이 상실되는 것이다. 이미 플로리다와 텍사스에서는 새 주민이 급증하며 공공 서비 스, 가스, 주택 등의 비용이 치 솟았다고 미국 경제 매체 비즈 니스인사이더가 8월전했다. 특히오름세가가파른것은주 택 가격과 임대료다. 개인 금 융 사이트 스마트애셋에 따르 면 집값이 뉴욕 맨해튼에서 29.3% 상승한 2019~2023년, 마이애미에서는 43.7% 급등 했다. 임대료 상승률 격차는 더 크다. 같은 기간 맨해튼이 3.3% 오른 데 비해 마이애미의 경우 38%나 뛰었다. 오스틴 사정도 비슷하다. 해당 기간 임대료가 25.5%, 집값이 55.6% 각각 올 랐다. 연봉이 25만 달러(약 3억 7,000만원)인사람이뉴욕에서 마이애미로 이사한 경우 2019 년보다 지난해 저축액이 28% 적다는게스마트애셋분석이다. 기후 위기도 변수다. 7월 야후 파이낸스 칼럼니스트 릭 뉴먼 은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연은) 연구 보고서를 인용,“기 후변화로 인해 더운 곳은 더 더 워지고 추운 곳이 살기 좋아지 며선벨트행이주가중단되고있 다”고 주장했다. 설상가상 미국 남부는 허리케인이나 토네이 도 같은 이상기후가 많은 지역 이다. 지난해 피해 규모가 최소 10억 달러(약 1조5,000억 원) 인 폭풍 28건 중 텍사스와 플 로리다를 강타한 게 각각 7건, 2건이었다. 재난에노출된주택 은보험료가비싸진다. 샌프란시스코 연은 보고서를 쓴 이코노미스트 실뱅 러듀크 와 대니얼 윌슨은 이렇게 말했 다.“북쪽으로가세요, 젊은이.” <워싱턴=권경성특파원> A5 특집 ■가자남쪽으로, 미국 ‘선벨트붐’ 12월의 마이애미는 정말 환상적이다.” 마이애미는 미국 남 동부 플로리다주(州) 최대 도시다. 70대 굿맨 부부는 10여 년전에마이애미북부교외도시보카러톤리조트형단지 에정착했다. 마이애미와차로1시간거리다. 북동부로드아 일랜드주출신인부부는역시북동부에속하는뉴저지주에 줄곧 살다가 은퇴를 준비하던 2010년 남부 이주를 결심했 다.노년에는겨울이춥지않기를바랐다. 날씨도집값도“환상적”…미국은지금, 남부로이사중 에어컨보급으로더위부담줄어 코로나이후재택근무확대영향 물가·세금낮은플로리다등인기 젊은층몰리면서기업유치활발 노년층도자녀따라유입더늘어 부동산중개고객의 46%남부행 주민수늘어난지역서물가상승 이상기후·재난늘며보험료올라 “매력실종”인구이동제동전망도 플로리다는 지난해 미국 내 주간 이동으로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주다. 사진은 마이애미 다운타운에 있는 힐튼 호텔 전경. <로이터>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NjIxM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