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1월 29일 (수요일) D4 기획 #.19일 낮 베트남 하노이중심부에 위치한 하노이기차역. 수도 하노이부 터최대도시호찌민까지1,726㎞를잇 는 남북선 통일열차 시발점인 이곳 은 뗏 ( 음력설 ) 을 앞두고 평소보다 더 붐볐다. 일찌감치귀성길에 오른 사람과 미 리고향에다녀오는사람, 기차여행객 까지한데모이면서대합실은 북새통 을이뤘다.역사앞에서는명절선물을 양손가득든가족단위승객도어렵지 않게찾아볼수있었다.아내,아들딸과 고향타잉화를다녀온도쫑즈엉 ( 36 ) 은 “뗏때말레이시아로여행을갈예정이 라부모님께미리인사를드리고왔다” 고말했다. 국내여행지로 향하는 기차표도 동 난지오래다.하노이역직원은“과거에 는연휴기간,특히뗏초반관광지행티 켓을찾는 사람이많지않았는데최근 몇년사이트렌드가크게바뀌었다”며 “다낭, 후에 ( 유네스코 세계유산 고대 도시 ) 등으로향하는표는 2개월전부 터거의매진됐다”고말했다. 뫃킫픚엳컲펾잚 ‘9 핊 ’ 베트남은동남아시아에서음력설을 쇠는 몇안 되는 국가다. 싱가포르, 말 레이시아등화교인구가많은몇몇나 라가 음력설을 기념하는데, 베트남만 큼 연휴를 보내는 데 ‘진심’인 나라를 찾아보긴어렵다. 베트남 음력설 풍경은 같은 동양권 사람이보기에도유난스럽다.통상 ‘뗏’ 이라는 단어앞에는 ‘최대명절’이라는 수식어가붙는다.연중가장중요한공 휴일이자,가장긴연휴라는의미다.올 해공식휴무일은총 9일 ( 이달 25일~다 음달 2일 ) 이지만,많은사람이이를포 함해보름정도쉰다. 여기에개인적으로휴가를붙여더길 게쉬는경우도적지않다.뗏전부터직 원다수가 자리를비우거나 마음만은 이미‘연휴모드’로돌입하기때문에중 소 규모 산업현장에서는 길게는 3주 간생산에제동이걸린다.이시기베트 남전역은붉은물결로일렁인다. 거리 곳곳에는금성홍기 ( 베트남국기 ) 와함 께적색뗏장식이걸리고, 거리에도아 오자이를 입은 시민들이쏟아져나온 다. 하노이와다낭, 호찌민에서는뗏을 기념하는불꽃놀이나무인기 ( 드론 ) 쇼 를선보이기도한다.뗏이‘베트남판민 족고유의명절’인셈이다. 찮읂멚쪎쁢졓헖콛솒 다만 베트남 경제가 급격히성장하 면서명절풍속도역시빠르게변화했 다. 전통적·가족적분위기는점점흐릿 해지고있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뗏 은 고향에서가족과지내는게일반적 이었다.연휴초반 ‘민족대이동’급귀성 을하고, 명절당일에는조상에게제사 를지낸뒤가족·친지와함께음식을먹 고덕담을나누며복을기원하는모습 은한국의전통설풍경과크게다르지 않다.긴연휴후반여행을떠나는사람 도있었으나,주로여유가있는사람들 의전유물로인식됐다. 하지만△연 6~7%대경제성장에따 른 소득 증가△저출산경향△명절에 대한인식변화 등이맞물리며친지들 과 시간을 보내기보다 재충전을 선택 하는이들도늘어나고있다. 하노이에거주하는여성사업가도티 쑤옌 ( 53 ) 은 3년전명절부터본가에가 는대신남편,자녀와의여행을택했다. 2022년베트남중남부휴양지냐짱을 시작으로 2023년에는태국푸껫,지난 해에는인도네시아발리에서각각뗏을 보냈다. 올해는싱가포르행항공권을 끊어둔상태다. 쑤옌은 20일한국일보에“우리부부 는 사업으로, 아이들은 학업으로지난 1년간많은스트레스를받았다”며“모 처럼의휴일을음식과제사준비, 그릇 수백개를설거지하는데쓰고싶지않 다”고말했다. 쑤옌처럼나라 밖으로 눈을 돌리는 이가늘면서베트남여행사의해외여행 상품은 순식간에마감됐다. 하노이트 래블은일간띤뜩에“전체예약건수의 80%가해외여행이고국내여행은 20% 에그쳤다”며“ ( 무비자인 ) 동남아시아 국가연합 ( ASEAN·아세안 ) 뿐만아니 라한국,일본,유럽처럼비자가필요한 여행지는이미한달전예약이꽉찼다” 고설명했다. 베트남 경제전문매체 VN이코노미 도지난 15일 “방콕 ( 태국 ) 도쿄 ( 일본 ) 싱가포르가올해가장인기있는뗏해 외여행지로꼽힌다”고보도했다.그러 면서“특히도쿄는 ( 베트남아고다기 준 ) 검색량이193%증가해인도네시아 발리를제치고 올해뗏기간 베트남인 이가장 많이찾는 곳으로 떠올랐다” 고전했다. 한국에서설연휴가족끼리 모이거나차례를지내기보다국내외여 행을 떠나는 사람이늘어나는 것처럼, 베트남도 명절을 ‘제2 휴가’로여기는 풍조가확산하는셈이다. 인구 1억명인베트남에서수많은사 람이한꺼번에움직이는 결과, 이시기 국내선항공료가 급등한것도베트남 인들이해외로 눈을 돌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호찌민에거주하는직장인찐 민하는 “뗏기간 베트남항공 호찌민 - 다낭왕복항공권가격이1인당약 500 만 동 ( 약 28만6,000원 ) 인데태국행은 약 310만 동 ( 약 17만7,000원 ) ”이라며 “국내선이더비싸서차라리태국에가 기로했다”고말했다. 믾쿮짪헒싾않픦컿뽠팒혆 디지털기술 발전도 뗏풍경을 바꾸 고있다. 대표적인게세뱃돈이다. 뗏이 되면베트남인들은 ‘리씨 ( Li Xi ) ’로불 리는돈을주고받는다. 한국에서세뱃 돈은 세배를 받은 윗사람이아랫사람 에게지급하는일종의‘답례’로여겨지지 만,베트남의경우엔꼭연장자가연소 자에게주는것만은아니다.어른은아 이에게‘건강히잘자라라’는의미로,수 입이있는자식과손주는부모나조부 모에게무병장수를기원하는의미로현 찰이담긴붉은봉투를손에쥐여준다. 이제는 기술이 종이봉투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베트남 최대 전자지 갑 플랫폼 모모 ( MoMo ) 나 잘로페이 ( ZaloPay ) 등은뗏기간 ‘행운의돈보 내기서비스’를제공한다. 휴대폰번호 만알면계좌번호를몰라도리씨를가 상의붉은봉투에담아상대의전자지 갑으로전송하는일종의온라인송금 이다.모모는 2022년해당기능을사용 해지인에게리씨를보낸사람이1,000 만명을넘었다고밝혔다. 하노이, 호찌민등대도시젊은엄마 들 사이에서는 ‘큐알 ( QR ) 액세서리’도 인기다. 머리핀이나 복주머니가방 등 액세서리에계좌정보가 담긴QR코드 를 새겨넣은 뒤자녀에게착용시키는 형태다.휴대폰으로이QR코드를읽으 면아이나 보호자의전자지갑으로 세 뱃돈이보내진다. 제작 가격은 개당 3만~5만 동 ( 약 1,700~2,800원 ) 수준. 뗏을앞두고 주 문이폭주하면서제작 속도가 수요를 따라잡지못한다고 현지매체들은전 했다. 베트남공산당기관지라오동은 “베트남에서는QR코드를통해새해를 축하하는추세가점점확산하고있다” 며“일일이현금을준비하지않아도되 고불필요한쓰레기 ( 버려진돈봉투 ) 가 발생하는 것도 방지할 수있다”고 설 명했다. 다만 신기술이불러온 삭막함을 불 편해하는목소리도나온다.일간하이 즈엉은 “돈을 빨리주고받는 것보다 아이들이어른으로부터덕담과 함께 받는 ( 돈 ) 봉투의가치를알고적은 돈 이라도저축하는습관을기르는게중 요하다”고지적했다. 이시기애플리케이션 ( 앱 ) 을 통한청 소서비스가 호황을이루는점도눈에 띈다. 베트남에서는 깨끗하고 정돈된 집에서새해를 맞아야 행운이깃든다 는속설이있다.이때문에보통설직전 대청소를 하는데, 바쁜직장인들이스 스로집안을정돈하기보다 타인의손 을빌리는경향이강해지고,‘그랩클린 ( GrabClean ) ’ ‘비타스키 ( bTaskee ) ’ 등 가사 서비스제공앱이활성화하면 서뗏을앞두고수요가급증한다는게 현지업체들설명이다. 가사도우미루옹티마이 ( 57 ) 는 “음 력설직전일주일정도아침부터밤까 지바짝일하면다른시기한달치월급 ( 약 1,000만 동·약 57만 원 ) 만큼 돈을 벌수있다”며“고향에내려가 가족들 과명절준비를하고싶은마음도있지 만, 노동의대가가 만족스러워지난해 에이어올해뗏도모두하노이에남기 로결정했다”고말했다. 허경주베트남특파원의 <42> 21세기의음력설 하노이= 허경주특파원 귀성대신해외여행, 세뱃돈은 QR코드로$한국닮아가는베트남의‘뗏’풍경 공식휴무포함,보름쉬는최대명절 조상제사후음식나누며보냈지만 최근소득증가^저출산등영향으로 전통적가족중심분위기흐릿해져 연휴기간국내외관광지매진행렬 일본^태국등항공편예약도어려워 붉은봉투에덕담과함께한세뱃돈 전자지갑통해간편하게보내기도 지난17일베트남호찌민시떤선 녓 국제공항이음력설(뗏)을맞아국내외로떠나려는베트남인들로북새통을이루고있다. 베트남뚜오이쩨캡처 베트남유명인플루언서살림(Sarlim)의딸이지 난해음력설(뗏)을앞두고 QR코드가 새겨진복 주머니를들고있다.머리핀에도QR코드가담겨 있다. 휴대폰으로이코드를읽으면세뱃돈이아 이또는보호자의전자지갑으로보내진다. 살림페이스북캡처 50대 베트남 여성 사업가 도티쑤옌이지난해 음력설(뗏)인도네시아발리에서휴식을취하고 있다. 쑤옌제공 베트남 가사도우미루옹티마이가 음력설뗏을 앞두고한가정집에서청소를하고있다. 마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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