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3월 21일(금) ~ 3월 27일(목) A10 쪽빛 바다와 울창한 열대 우림, 고대 사원과 전통 예 술이 어우러진 발리는 꿈결 같은 풍경을 선사했다. 신 혼 여행지로 익히 알려진 이곳은, 여행자의 영혼을 풍 요롭게 채우는 특별한 경험을 안겨주는 인도네시아의 숨겨진보석이다. 발리는사계절온화한기후를자랑한 다. 11월부터 3월까지의우기에는잦은비가내리지만, 이마저도여행의매력을덜하지는않는다. 오후 5시 40분 인천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직항 편 은 7시간 15분 만에 발리의 어두운 활주로에 도착했 다. 늦은밤, 공항에서마주한호텔직원의환한미소는 비행의 피로를 잊게 한다. 우붓으로 향하는 차량 뒷좌 석에 몸을 기대 깊은 숨을 내쉬니, 여행의 설렘이 온몸 을감싼다. 발리는 수세기에 걸쳐 다양한 문화와 종교의 영향을 받으며 독자적인 정체성을 확립했다. 기원전 2000년 경 대만에서 건너온 오스트로네시아인들이 발리에 정 착하기 시작했고 4세기경 자바의 힌두교 문화가 전파 되면서힌두교와토착신앙이조화를이뤘다. 14세기 마자파힛 제국의 영향으로 발리의 예술과 종 교는 크게 발전했고 왕국 시대(10~20세기 초)동안 독 자적인 궁정 문화를 꽃피웠다. 16세기 말 네덜란드 동 인도 회사의 영향 아래 놓였지만 발리는 오랫동안 독 립을유지했다. 1906년과 1908년 발리 왕족들은 네덜란드에 맞서 집단자결하는푸푸탄을감행하며용맹함과자존심을 보여줬다. 1945년 인도네시아가 독립하면서 발리는 그 일부가 됐고 20세기 후반 세계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전통 문화를 보존하려는 노력은계속되고있다. 우붓은 영적인 수행과 명상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그곳에는수많은사원과신성한장소들이있어심신의 안정을찾는여행자들에게이상적인공간을제공한다. 내가 머물던 사마야 우붓 리조트 역시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었다. 프라이빗 풀과 넓은 테라 스에서내려다본초록빛계곡은평온함과치유의힘을 전해줬다. 아침 식사와 티타임에 즐기는 풍경은 영화의 한장면 처럼 아름다웠다. 호텔 휴식 후 폭포 트레킹을 떠난다. 울창한 숲속 길을 걷다 만난 폭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방울과시원한바람은자연의치유력을실감하게했 다. 현지인의 권유로 도전한 폭포 다이빙은 두려움과 짜릿함을 동시에 선사하며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계 기가됐다. 이후 머문 카펠라 호텔은 세계적인 건축가 빌 벤슬리 가 설계한 곳으로, 발리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절묘하 게조화를이룬예술작품같았다. 캠프스타일의텐트 와 발리 전통 정원은 자연과 건축물이 완벽히 융합된 모습을 보여줬다. 객실 내에서도 자연과 상호작용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단순한 숙박을 넘어자연의일부가되는특별한경험이다. 오프로드 차량을 타고 바투르 화산으로 향하며 일출 을 기다렸다. 별빛 아래에서 맞이한 일출은 단순한 자 연 현상을 넘어선 정신적인 경험이다. 아침햇살 아래 펼쳐진 화산 지형은 원초적인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검은 화산을 오르며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로움을 마 주한다. 발리의사원은신성한에너지가머무는공간이다. 우붓 사원에서 명상을 하며 내면의 평화를 찾는 시간 은 더없이 소중했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하 늘을 향해 뻗은 사원의 전통적인 탑은 잠시나마 세상 의 걱정을 잊게 했다. 발리의 숲을 걸으며 전통적인 영 성의 기운을 몸소 느끼는 경험은 단순한 관광 이상의 깊은울림을줬다. 발리는 자연, 영성, 여유가 어우러진 특별한 곳이다. 카펠라 호텔에서의 고요한 하루, 폭포 트레킹과 화산 일출, 그리고 영적인 명상은 발리만이 줄 수 있는 경험 이다. 하지만 현대화와 관광 개발로 인해 전통과 자연 이위협받고있다는점은아쉬움을남긴다. 발리의 고귀한 순간들을 가슴 깊이 새기며, 이 섬의 아름다움과 전통이 영원히 보존되기를 간절히 기원한 다. 발리,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사랑을 고백한다. 그 매혹적인 여정 속에서 속삭임을 기억하기를 바란 다. 발리, 매혹적여정속에서사랑에빠지다 화산트레킹. 일출을기다리는사람들과액티비티를즐기는사람들. 폭포트레킹. 박윤정 ●박윤정 (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 며 유럽 여행 문화를 익혔 다. 귀국후스스로를위한여 행을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2002년 민트투어 여행사를 차렸다. 20여년동안맞춤여 행으로 여행객들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디자인하고 있 다. 2021년 4월여행책 ‘나도 한번은 트레킹 페스티벌 크 루즈’와 이듬해 6월 ‘나도 한 번은 발트 3국 발칸반도’를 쓰고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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