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3월 28일(금) ~ 4월 3일(목) A10 경기도 화성시의 남양성모성지와 매향리평화기념관 은 겉보기엔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진 장소처럼 보이지 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 두 곳은 한국 근현대사의 상흔 과 치유, 그리고 건축적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특별한 의미를 품고 있다.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손길과 두 장 소의역사적서사를중심으로여행길을떠난다. 남양성모성지는 영성의 피난처로 보타의 건축적 걸 작이다. 한국가톨릭신앙의중심지중하나로, 신자들 이영적평안을찾기위해모여드는장소다. 1980년대 초 설립된 이 성지는 평범한 성지가 아닌, 현대 건축의 거장 보타의 손길이 깃든 공간으로 알려 져 있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시간을 내어 가보기를 추천한다. 보타는 현대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선과 기하 학적형태를통해경건함과영성을표현하는데탁월한 감각을지닌건축가로성지중심에자리한성모마리아 대성당은 보타 특유의 강렬하면서도 단순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원형과 직선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건 축물은 방문객에게 초월적이고도 포용적인 분위기를 제공한다. 성지 전체는 신앙과 자연의 조화를 강조하듯 성모마 리아 동상과 십자가의 길이 평온한 숲길을 따라 배치 돼 있다. 순례자는 이곳에서 내적 성찰과 평화를 경험 하며 도심 속 안식처를 찾는다. 미사 시간이 지난 오후 경당에서 들려오는 찬송가는 이 모든 공간이 단순히 종교적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영적 예술 작품 으로자리잡아가고있음을느끼게한다. 봄을맞이하 지 않은 듯한 산자락에는 수줍은 듯한 꽃망울이 고개 를 숙이고 있지만,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는봄향기가전해진다. 소나무가지에걸친보타의빨간건물을뒤로한채다 음 목적지로 향한다. 남양성모성지에서 55㎞, 차로 약 40분 거리에 위치한 매향리평화기념관은 또 다른 차 원의 감동을 선사한다. 매향리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 사격장이 있었던 곳으로, 50여 년간 지역 주민들이 소 음 과 위 험 속에서 살아 야 했던 아픈 역 사를간직한마을이 다. 기념관은 이들의 고 통과저항, 그리고궁극적인화 해와 평화를 기리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현재는 임시 오픈 기간으로 다음 달 정식 오픈한다고 한다. 외관에서 처음 마주한 모습은 철조망 담장과 M자 형 표지판이다. 이 형상은‘Maehyangri’(매향리), ‘Museum’(박물관),‘Memorial’(기념)을 상징하 는 의미란다. 철조망을 넘어서면 매향리의 옛이름인 ‘고온리’영어 표기‘쿠니’(KOON-NI) 사격장의 6 개 건축물들이 남아 1950년대 미군의 생활상을 엿볼 수있다. 기념관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이야기다. 건축 디자인 은 단순하지만 힘이 느껴진다. 철제와 콘크리트를 주 로 사용한 외관은 전쟁과 산업화의 상흔을 상징하며, 거칠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 반면, 내부 공간은 열린 구 조로 설계돼 있어 빛이 통과되는 창을 바라보니, 과거 의 아픔을 넘어 미래로 나아가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 고있는듯하다. 기념관 내부에는 매향리 주민들의 영상과 사진, 미군 사격장의 잔해 등이 전시돼 있다. 과거 뉴스에서 접했 던 기억이 떠오른다. 한쪽에는 평화의 상징으로 심어 진 나무들이 정원처럼 조성돼 있어, 잠시 과거를 돌아 볼수있도록시간을멈추어준다. 실내를 벗어나 기념관의 붉은 사선 기둥들은 따라 걸 으니 마치 수도원 회랑을 걷는 듯하다. 발걸음이 경건 해진다. 벽돌이 주는 장중함과 색이 전해주는 따뜻함 이 기둥과 기둥 사이를 비추어지는 전망대 회색 건물 이마치거대한나무처럼느껴지게한다. 남양성모성지와매향리평화기념관은각기다른목적 과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보타의 세련된 건축미는 신 앙의 힘을 강조하고, 매향리 기념관의 실용적이고 상 징적인 디자인은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하루 마 음산책을즐기기위한여행지로발걸음을내디뎌도좋 고 시간을 들여 역사와 공간의 의미를 곱씹어도 좋은 장소다. 바다를바라보며낙조를즐길수도있고한국근현대 사의 아픔을 이해하고, 동시에 건축이 만들어 내는 위 로와 치유의 힘을 느낄 수도 있다. 한적한 숲길과 고요 한 건축물 속에서, 과거를 기억하며 평화로운 미래를 꿈꾸게 될 것이다. 역사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한국의 오늘을 보며, 보타와 같은 건축가들이 이끄는 예술적 통찰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 는다. 남양성모성지전경. 매향리평 화기념관의 M자형표지판. ●박윤정 (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 며 유럽 여행 문화를 익혔 다. 귀국후스스로를위한여 행을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2002년 민트투어 여행사를 차렸다. 20여년동안맞춤여 행으로 여행객들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디자인하고 있 다. 2021년 4월여행책 ‘나도 한번은 트레킹 페스티벌 크 루즈’와 이듬해 6월 ‘나도 한 번은 발트 3국 발칸반도’를 쓰고냈다. 역사와건축이빚어낸 남양성모성지 · 매향리평화기념관 INFO ▲마리오보타 : 스위스출신의세계적인현대건축가. 1943년 스위스 멘드리시오에서 태어난 그는 건축을 통해 인간과 자연, 영성과 기능을 조화롭게 표현하는 독특한 철학을 선보였다. 그의 설계는 간결하면서도 강 렬한 기하학적 형태, 자연광을 활용한 공간 연출, 그리 고 지역 재료의 사용으로 유명하다. ▲마리오 보타 국 내 건축물 : 서울 강남 교토타워 1993, 리움미술관 M1 2004, 대구교보빌딩 2000, 부산교보빌딩 2000, 제주 휘닉스아고라 2008, 화성남양성모성지대성당 2020, (진행 중)신안 인피니또 뮤지엄 ▲남양 성모성지 : 오전 11시 미사 시간 기준 입장 가능. ▲매향리평화기념관 : 경기도화성시우정읍매향리 ‘매향리평화생태공원’ 내 위치. 오전 10시~오후 6시(오후5시 입장 마감). ▲매향 리 평화생태공원 : 미군이 한국전쟁 이후부터 2005년 까지 해안에서 약 1.5㎞ 떨어져 있는 농섬과 함께 미군 부대 및 폭격 장으로 사용했으며 현재 평화기념공원으 로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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