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3월 31일 (월요일) A5 종교 www.HiGoodDay.com 불에탄천년고찰…고운사찾은신도들눈물로기도 보물 지정 가운루·연수전 형체도 못 알아봐 최치원 문학관도 전소 아침 일찍 사찰 달려온 신도들 눈물로 합장 경내 복구·청소에 진땀 “고즈넉했던누각이지금은전쟁터같 니더.어쩌면좋니껴.” 지난 26일오전 8시께찾은경북의성 고운사에서 만난 불자 김윤희(76) 씨는 가운루잔해를보더니비통함을감추지 못한 채 신도들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았다. 전날산불을피해자택에서도망쳐나 온김씨는인근초등학교대피소에서도 잠을 설치다 날이 밝자마자 이곳을 찾 았다고했다. 삽시간에 화마에 갇혔던 고운사는 이 날오전까지경내곳곳에서매캐한연기 가 맴돌고 있었고 불탄 누각 잔해는 곳 곳에흩어져있었다. 폭삭 주저앉아 형체를 가늠조차 하기 힘든 가운루와 연수전 잔해들 사이에 불에 타지 않은 범종과 기왓장들이 널 브러져있었다. 현대식 건물로 지은 대웅전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명부전 등은 가까스 로 온전한 모습을 유지했지만, 미처 옮 기지못한채방염포로꽁꽁싸맨불상 이 그대로 있어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가늠케했다. 원래는 오늘 방문객 200명을 받기로 했었다는 고운사 문화해설사 이천호 (62)씨는재와연기밖에남지않은사무 실터를멍하게응시하며허탈함을감추 지못했다. 그는“어제오전 11시부터헬기 3대가 돌아가면서물뿌리고사찰안에서도방 재작업을단단히했었는데이렇게됐다 ”며“오후 3시 40분부터는 주먹만 한 돌들이 사방팔방으로 날아다니고, 절 에서뛰쳐나오는보살님들이제대로걷 지도못할만큼바람이셌다”고하늘을 가리켰다. 그러면서“명부전, 나한전, 고불전, 철 비 등 다른 문화재는 무사하니 참 다행 이다”고눈시울을붉혔다. 이날고운사에는오전내내기도를하 러 온 신도들과 지역 주민의 발걸음이 이어졌는데, 이들 상당수도 인명피해가 없었음에감사하다고밝혔다. 청소도구를 짊어지고 법당 청소에 나 선한신도는“불이너무심해서다타버 리는 게 아닐까 걱정이 많았다. 이만한 게기적같다”고말했다. 통일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하는천년고찰고운사의각종보물이 이번경북북부를휩쓴산불에큰타격 을받았다. 26일 조계종에 따르면 대한불교조계 종제16교구본사인경북의성군고운사 가전날사찰을덮친화마에큰피해를 봤다. 특히국가지정문화유산보물로지정 된가운루와연수전은모두타버려소실 됐다. 고운사 입구에 세워진 최치원 문학관 도앙상한뼈대만남긴채전소됐다. 이날 날이 밝자마자 고운사를 방문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산불로 유명을달리하신국민도많다는소식에 위로와애도를전한다”며“잔해를보니 불길이얼마나강했는지알겠다.진압에 나서준소방대원들과모든관계자께감 사하다”고말했다. 이번 산불로 전소된 가운루는 계곡을 가로질러건립한누각형식의건물로지 난해보물로승격됐다. 가운루보다 먼저 보물로 지정된 연수 전 역시 조선 왕실과 인연이 깊은 건물 로유명하다. 경내또다른보물인‘의성고운사석 조여래좌상’이 있었던 곳 역시 화마를 피할 수는 없었지만, 불상만큼은 전날 승려들이 극적으로 옮기며 살아남았 다. 고운사주지등운스님은“어제오후4 시한참넘어서까지도절에남아있었다 ”며“사람들 대피시키고, 문화유산들 조금이라도더챙기려고했는데소방관 도 외부 건물 화장실로 급히 피신해야 할만큼불이급속도로번졌다”고당시 를회상했다. 신라 신문왕 1년(서기 681년)에 의상 대사가창건한고운사는경북을대표하 는주요사찰중하나이다. 전통사찰아 래 식당 등 상업시설이 모여 있는 공동 체인이른바‘사하촌’이없는절로도잘 알려져있다. 고운사가있는의성단촌면은산불영 향으로전날오후3시20분께대피명령 이내려졌다. 화마가 덮치기 직전까지 절에 남아 유물등을밖으로옮기던승려 5∼6명 을포함한 20여명은마지막불상과오 후 3시 50분께부터 고운사를 빠져나 왔다. 화마가휩쓸고간고운사=지난26일경북의성군단촌면고운사가운루를비롯한건물들이전날번 진산불에모두불에타흔적만남아있다. 이번화재로국가지정문화유산보물로지정된가운루와 연수전등이소실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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