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4월 11일(금) ~ 4월 17일(목) A8 여행 주말 이른 아침, 강원도 원주로 향했다. 소금산 (343m)은 작은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맑은 계곡과 울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이곳은 오랜 세월 방문객들에게 자연의 평화와 감동 을 선사해 왔다. 최근 이 지역의 매력을 더하는 소금산 그랜드 밸리 통합센터에서 케이블카 개통식이 열렸다 는소식에발길을재촉한다. 지난 2월 25일 10인승케이블카 22대가간현유원지 주차장에서 소금산 출렁다리 입구까지 972m 구간을 약 5분 30초 만에 연결하기 시작했다. 아침 10시 즈음 도착한 주차장은 이미 대형 관광버스와 자가용으로 가득했다. 등산복을 갖춘 단체 관광객들과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로 활기가 넘친다. 매표소 앞은 긴 줄로 붐 볐지만, 무인 판매기에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어 르신들의 익숙한 대면 창구를 대신해 빠르게 표를 끊 고케이블카에오른다. 케이블카 창문 너머로 펼쳐진 푸른계곡과 울창한 숲 은자연속인간의존재이유를다시금일깨워줬다. 현 대 기술의힘으로 하늘에서 내려다 본 산자락은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이 묘사하던 그 섬강의 아름다움과 겹친다. “한 수를 돌아드니 섬강이 어디메뇨, 치악이 여기로 다.” 자연이 선사하는 경이를 한 걸음씩 느끼기보다는 오 늘날의 기술로 단숨에 눈에 담는 경험은 또 다른 특별 함이다. 케이블카 승강장에 내려 출렁다리를 건넜다. 깎아지른 절벽과 발 아래로 흘러내리는 강물을 감상 하며다리를걷는순간마다전해지는 유리 바닥에서 전해지는 아찔함은 긴장 감을 배가시킨다. 붐비는 사람들 틈에서 바라 보는 풍경은 자연이 주는 고요함과는 전혀 다른 유원 지의 활기로 다가왔다. 바람 소리와 사람들의 웃음 소 리가어우러진산정상은새로운여유를선사한다. 출렁다리를 건너며 맞는 차가운 바람은 일상의 고단 함을 밀어내고 삶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자연이 주는 치유의 순간을 만끽하며 주차장으로 내려 온다. 길가 에 늘어선 군것질거리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인 삼 튀김과 메밀 뻥 과자를 맛보며 다음 목적지인 뮤지 엄산으로향한다. 뮤지엄산은자연과예술, 그리고건축이어우러진복 합 문화 공간이다. Space(공간), Art(예술), Nature(자 연)의‘SAN’은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손길로 탄 생했다. 서양 건축과 동양적 정서가 조화를 이루고 있 고 강원도의 산세와 계곡, 숲이 더해져 일본 나오시마 섬의 베네세 하우스와는 또 다른 독창적 매력을 자아 낸다. 자연의 고요함 속에 안도 다다오의 기하학적 디 자인은묵직한존재감으로다가온다. 뮤지엄 산은 건축물 내부와 외부 모두가 하나의 박물 관이다, 자연과 인공 구조물이 경계를 허물고 이야기 를 풀어낸다. 이곳에서 예술과 건축, 자연이 서로 소통 하는 방식은 노르웨이 키스테포스 뮤지엄을 떠올리게 한다. 산속에서 자연의 변화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은이루말할수없이행복하다. 제임스 터렐의 작품으로 빛과 색의 변화를 느껴봐도 좋고, 명상 공간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평온을 얻는 것도 좋다. 건물과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진 이곳 에서 고요한 연못과 주변의 풍경을 마주하며 사색의 시간을즐겼으면하는바람이다. 건물 외부의 정원과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의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웰컴센터에서 한 걸음 내디뎌플라워가든, 워터가든, 본관으로이어지는동 선은 여유로운 산책을 제공하지만 컬렉션에 몰두하다 보면야외의풍경은어느덧스쳐지나가게되고카페에 앉아한잔의차로머물게된다. 봄을 기다리는 꽃들은 자연 품안의 바람 속에 마른 가지를 덮고 숨어 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마주한 평 온함은, 건축물과 자연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복합 적인여정을선사한다. 화려한색채가가득한뮤지엄산에서바람과햇살, 그 리고 숲의 고요함을 느끼며 평화로운 주말의 여유를 만끽해본다. 야외카페에앉아차한잔을즐기며계절 의끝자락이선사하는정취를느낀다. ●박윤정 (주)민트투어대표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 며 유럽 여행 문화를 익혔 다. 귀국후스스로를위한여 행을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2002년 민트투어 여행사를 차렸다. 20여년동안맞춤여 행으로 여행객들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디자인하고 있 다. 2021년 4월여행책 ‘나도 한번은 트레킹 페스티벌 크 루즈’와 이듬해 6월 ‘나도 한 번은 발트 3국 발칸반도’를 쓰고냈다. 소금산그랜드밸리케이블카에서내려다본전경. 뮤 지 엄산의 워터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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