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4월 12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뉴스칼럼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아침 비 오는 날이 좋다 비오는날이나는좋다.촉촉히 세월속으로젖어드는느낌이라 서.비오는날에만느껴지는향기 가있다.때론감동적으로아쉬움 을남기기도하고두고두고마음 에남겨지기도한다.비오는날의 단상들은유년으로,여학생시절 의그리움으로달려간다.기상주 의보로일러준기세당당하던세 력은 어느새 사그라지고 그리움 만동무처럼동그마니남아있다. 그렇듯 그리움은 때로는 다사롭 기도하고, 상심을불러들이기도 하지만이방인의낯선외로움속 에서 순수한 친구로 자리매김한 지도오래다.기다리진않겠노라 촉각을세우지만기다림할수밖 에없는사람들, 하루길풍경마 냥인생여정에서비오는날특유 의어둑한물내음이진지하고산 뜻하게마음을움직이게만든다. 비가오는날이면지나간시간들 에매달리지않게되고,되새기지 도 않으며, 뒤통수를 치고 간 사 람도잊을수있을것같다. 용서 도쉽게결단할수있을것같다. 용서하는게아니라용서하지못 한 나를 용서하겠다는 용기까지 도시동을건다. 세월을역류하지 않고비처럼세월에젖어묻어가 면사는게좀편하겠다는생각이 된다. 남은 날들을 계수하지 않 으며덤덤하게살아갈수있을것 같다. 스스로를 감싸고 있는 사슬을 기필코 내 손으로 풀어내려 한 다.기억이란상자속에이미지워 진 사람, 생각 속에 떠오르지 않 는얼굴들은그냥저냥잊으려한 다. 인연이란가기도하고오기도 하는 것, 보내고 또 비워내면 낯 선 얼굴이 그 자리를 찾아들 것 이다.새장에서날아간새는돌아 오지않는것처럼이미잊혀진것 들, 놓아버린것들에는마음두지 않으며이렇게비오는날을만날 때마다마음줄을다시고쳐매고 맑게개인날들을포옹으로맞을 작정을하게된다.비가오면마음 깊숙한 곳에서 정체불명의 힘이 솟아나몸과마음이달아오르는 듯이팽팽해지는느낌이라20대 초반무렵,폭우가내리는바닷가 방파제를 걸으며파도사이를걸 어본적이있다.군사정권이아버 지를빼앗아가버린울분을그렇 게풀었던적이있었다.비가내리 는날이면심리상태가유난히막 힘없이달리고싶어지기도한다. 습기에까지도 민감해지고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쉽 게상처입기도한다. 햇살이 고루 비춰주는 날이면 매사를 애착으로 덤비기도 하고 집착에도 악착같아지는 마음 과 는대조적이다.구름이비켜선열 린하늘이까탈을부리는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기 때문인 가보다. 평화롭고너그러워진다. 꿈속에서도빗속을걷기도하지 만때로는현기증을느끼곤한다. 비오는날엔나다니기힘들어지 고활동에제약을받지만맑은날 볼수없는빗방울의향연이펼쳐 진다.창을들이치는빗방울은변 화무쌍이다. 가벼운이슬비는유 리창에세로로작은물방울들이 선을그린다.창수로비가내릴땐 간혹 유리창에 물줄기가 생기지 만곧끊어지며일렬로늘어선듯 바뀐다. 빗줄기없이도방울방울 그어진선들은비가아무리세차 게와도일정간격을유지한다.전 선에가지런히앉아있는새들마 냥. 계속 그리고 지우는 낙서 같 지만적당히세로로정렬된빗자 국은누구나비오는날이면만날 수있다.유리창을캔버스로삼은 자연의행위예술이다.하늘과땅 을 이어주는 빗줄기를 하염없이 물끄러미바라보고있다보면마 음이말갛게맑아지는것같다. 이렇듯 마음이 맑아지는 경지 를만나려는집착이비를좋아하 게된것인지도모를일이다. 불 순하거나더러워진것을다씻어 준다. 때로는 우울함, 불안감, 긴 장감까지도 해소되고 마음이 정 화되고있는과정을느끼기도한 다.정신분석이론에서마음속에 억압된감정응어리를언어나행 동을통하여표출하는것으로정 신의안정을찾는일을심리요법 에서많이이용하고있다고하는 데,나로서는비라는매체를통해 서마음이순화되고정화되는깨 끗하고 순수한 카타르시스를 맛 보게된다.비의매력이다. 간이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것 마냥 비를 기다리곤 한다. 햇 살이화창한날에도간간히비를 기다리기도한다. 세상살이에적 응되지않는일을만날때면더욱 간절해진다. 비는실존적물음에 마음껏탐닉하게해주기도한다. 산다는것이무엇인지.답을찾기 위해온몸에비의흔적을남기며 거리를헤매기도했던젊은시절 도있었다.예리한비의지문은머 리속에서퇴출명령을받은퇴적 물을씻겨주고가슴속의두텁게 쌓여버린 무감각 지대까지 씻겨 내며생명의감수성을일깨워내 고야만다. 자아 갈등에도 불구하고 삶을 순리대로 진행하려는 민심의 의 지는 여전한데 세상이 만들어내 는불협화음은지속되고있다.조 변석개의 불확실성으로 전세계 를회유하듯휘몰아치고있는강 경 일변도 행정명령으로 하루하 루들이상처와황폐로이어지고 있다. 관세폭력과유학생비자로 장난질하는 불친절한 하루들이 계속되어도 괜찮은 것인지. 이런 것이사는밥이고민심을헤아리 는것이라할수있을까. 모든불 확실성위에오늘도비가내린다. 비가그치면만상은맑고상쾌하 고투명해질것이라서비오는날 이좋다. 시사만평 데이브와몬드작 <케이글 USA-본사특약> 트럼프와 은퇴자들 우리 은퇴자금이 사라졌어, 헬렌!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해! 침착하세요! 아이폰 만드는데 작디 작은 나사들을 조이는 일을 할 수 있을 거에요!!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지난 4 일(한국시간) 재판관 8명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대통령 윤석열의 파면을 결정했다. 윤석열은 즉시 대통령직을상실했다. 헌재는“12·3 비상계엄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헌재는 국회 측이 제 시한 5가지의 탄핵 사 유를모두인정했다. 헌 정질서수호의최후보 루라는헌재소임에충 실한지극히합당한결 론이었다. 헌재의결정이늦어지 면서출처불명의근거 없는주장을담은지라 시들이 쏟아져 나오는 등인용과기각을둘러 싼온갖추측들이어지 럽게 난무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갈등과 긴장감은 폭발 직전의 수 위로까지치달았다. 하지만 헌법에 대한 올바른 이 해와상식을지닌사람들은헌재 가압도적다수로인용결정을내 릴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만큼 법리상 윤석열의 위헌 혐 의는 너무나도 명백했으며 이를 뒷받침해주는 증거들은 차고 넘 쳤다. 그럼에도 정작 심판의 대상자인 윤석열 본인과 그의 참모들은 탄 핵심판 선고 날 아침까지도 기각 이나 각하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있었던것으로알려졌다. 대통령실직원들은윤석열의복 귀를 전제로 현충원에 사전 답사 를다녀왔던것으로파악됐다. 또윤석열의복귀에대비한대국 민담화 발표와 부처 업무보고까 지준비했다는것이다. 이들뿐아니라궤변과억지주장 으로 내란행위 옹호에 앞장서온 대다수 국민의 힘 의원들까지 윤 석열의 직무 복귀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비상계엄선포후의혼란한정국 을 구독자와 수익을 위한 황금대 목으로 적극 활용해온 극우 유튜 버들은한술더떠온갖엉터리시 나리오들을퍼뜨리며극우세력의 윤석열의 업무 복귀 기대감을 마 구부추겼다. 이처럼허황된기대를한껏높여 놨으니헌재의전원일치파면결정 에극우는더충격을받을수밖에 없었다. 이런분위기는8년전박근혜탄 핵 때를 그대로 닮아 있다. 박근 혜탄핵선고를일주일앞에뒀던 2017년 3월 마지막 주 여론조사 는 탄핵 찬성 81%, 반대 14%로 탄핵지지가압도적이었다. 그런데도박근혜는파면이후를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헌재의 파면 결정을 관저에서 TV 로 지켜봤지만 어떠 한 대국민 메시지도 내지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 근혜는 참모들로부 터 기각될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 이다. 비서실은직무복귀 를 축하하는 7단짜 리 대형 케이크까지 준비했었던 것으로알려졌다. 요즘 들어‘희망 회로를 돌린다 ’는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 말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희 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절실한 노력을의미하는표현이다. 하지만여기에는어느정도현실 적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판단이 전제돼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실도피적인 망 상으로‘정신 승리’하는 것이란 비판을받을수있기때문이다. 윤석열과 여당은 열심히‘희망 회로’를 돌렸지만 결과적으로 오 작동에 의한 멋쩍은‘정신 승리’ 가돼버렸다. 문제는 윤석열 재임 시절‘희망 회로’가오작동한경우가한두번 이아니었다는점이다. 대표적인사례가부산엑스포유 치실패이다. 유치투표직전까지도윤정부는 사우디와의 대결에서 막판 대역 전이 가능하다며 국민들에게 부 푼 희망을 잔뜩 안겼다. 결과는 1 차 투표에서 119대 29 대참패였 다. 이같은만성적인‘희망회로’오 작동은 결코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권력의현실인식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드러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현 실인식능력의결여가결국탄핵 이라는 정치적 몰락으로 귀결된 것이라봐도무방하다. 만성 오작동 ‘희망 회로’ *모든 칼럼은 애틀랜타 한국일보의 편집 방향과 관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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