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4월 14일 (월요일) A4 특집 ■ 제약사들 다가백신ㆍ혼합백신 경쟁 mRNA기술의등장…다가오는 ‘만능백신’의꿈 ▲독감 4가, 자궁경부암 9가, 폐렴 구균30가 백신은 안전하게 설계한 항원(세 균, 바이러스등)을몸속에넣어병 을막아낼수있는항체를미리만 들게 하는 약이다. 백신에 다양한 항원을 담으면 그만큼 다양한 항 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 제약사들 은그래서가수를늘린다가백신이 나 여러 종류의 항원을 함께 담은 혼합백신 개발로 기술 차별화를 꾀한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다가백신은 폐렴구균이다. 2023년 6조~7조 원규모였던폐렴구균백신시장은 2030년 15조 원 이상(리서치앤마 켓 기준)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폐 렴구균을 일으키는 균 종류는 90 개이상이밝혀졌다. 일부균만예 방하는 백신을 맞으면 다른 균엔 감염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까지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13가 백 신으로 세계 폐렴구균 시장을 주 도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머크(MSD)가 15 가 백신을 출시했고, 화이자가 다 시 20가 백신을 내놓았다. 머크는 지난해 21가 폐렴구균 백신을 미 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 받았고, 사노피와 SK바이오사이 언스도 21가 백신을 2028~29년 출시한다는목표다. 자궁경부암(사람유두종바이러 스) 백신은 머크가 9가 제품을 개 발했고, 화이자와 GSK는 수막구 균 5가백신을상용화했다. 신생아 와영·유아에게맞혀야하는백일 해, 소아마비, 디프테리아, 파상풍,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B형 간염의 6가지백신을한제품으로 만든 6가혼합백신은올해부터국 가예방접종에도도입됐다.마치반 도체 시장의 메모리 적층 경쟁 속 도전을방불케한다. ▲코로나+독감+RSV혼합백신임 상시험중 문제는 항원을 약화시키거나 불 활성화해백신을만드는기존기술 로는 항원을 무제한 늘릴 수 없다 는점이다. 여러항원을혼합해넣 을때항원간화학적안정성을유 지하기 어려워서다. 일정 수준 이 상의 약효를 내려면 항원에 보조 제도 조합해 넣어야 하는데, 항원 마다 필요한 보조제가 달라 이들 끼리 서로의 작용을 방해할(간섭)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선 이런 기 술적 한계를 넘기 위한 시도가 이 어져왔다. 가령 복수의 항원을 서 로연결하고완충제를추가해안정 화하거나, 항원이 몸에 들어가 항 체를 잘 형성할 수 있도록 보조하 는면역조절제를넣는식이다. 그러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완전 히 판을 바꿨다. 메신저리보핵산 (mRNA)백신이등장한것이다.당 초 상용화까지 수년은 더 걸릴 거 라 관측됐던 기술이었으나, 국제 보건비상사태속에긴급히출시됐 다. mRNA 백신은기존백신기술 들과비교해개발속도가빠르면서 도훨씬더많은항원을담을수있 는게강점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 염내과 교수는“반드시 백신 접종 이 필요한 감염병이라도 항원 간 간섭, 사회적 비용 등으로 항원을 많이 혼합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mRNA 백신이 해결할 수 있게 됐 다”며“mRNA 플랫폼은 백신 개 발에 혁신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과거엔기술적으로가수를높이거 나 혼합이 가능한 것 위주로 백신 을 만들었다면, 이젠 정말 예방이 시급한병의백신을선택해개발할 수있다는얘기다. ▲mRNA백신플랫폼기술을확보 한제약사들은미래에닥칠지모 를‘멀티데믹’(감염병복합유행) 상황을대비해혼합백신상용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 나는독감과코로나19바이러스를 모두예방하는혼합백신을놓고경 쟁 중이다. 둘 다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3상에 와 있다. 모더나는 지난해엔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혼합백신이개별백 신보다 약효가 좋다는 결과를 내 놓았고,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RSV)까지 합친 3종의 감염병에 대한혼합백신도임상 1상에돌입 했다. ▲“백신은 곧 국가 안보... 기반 기 술갖춰야” mRNA플랫폼이아무리훌륭해 도 세상 모든 항원을 욱여담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든 병을 예방하 는궁극의‘범용백신’에다가가기 위해 제약사들은 다양한 기술 혁 신을 이어가고 있다. SK바이오사 이언스는 코로나19와 중증급성 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 증후군(메르스)에 공통적인 항원 을 발굴해 이들을 모두 예방하는 감염병범용백신을개발중이다. 3 가·4가구분이필요없는독감백 신도연구단계다. mRNA외에단백질나노입자,바 이러스 벡터(운반체) 등도 새로운 백신 기술로 주목받는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감염내과명예교 수는“혼합백신을포함한여러기 술이 단계적으로 발달할 때 백신 이 예방할 수 있는 영역도 확대된 다”며“에볼라, 인체면역결핍바이 러스(HIV), 뎅기열등아직백신으 로 예방되지 못하는 질병이 많기 때문에 각각 적합한 방식으로 개 발을 유도한 뒤 혼합백신으로 합 칠수있을것”이라고내다봤다. 투여 편의성도 중요하다. 주사가 아니라 코 안에 뿌리는 방식의 점 막백신은약효와안정성문제를개 선하며대안플랫폼으로부상했다. 이준행전남대의대미생물학교실 교수는새로운면역보조제와항원 기술로폐렴구균점막백신을만들 어동물실험을했다. 그는“더쉽게접종할수있는차 세대백신으로점막백신을활용하 게 될 것”이라며“몸 속에 들어가 지 않아 호흡기 감염병에서 특히 부작용이적고소량으로도효율적 인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소개했다. 독감처럼매년맞지않고약효가 오래가는장기지속형백신개발도 물밑 경쟁이 한창이다. 이를 위해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 기의 미세 입자, 스스로 증폭하는 유전자(RNA)를활용하는등새로 운접근법이시도되고있다. 백신은건강한사람이맞는의약 품이라항암제나희귀질환치료제 에 비해 개발 속도가 느린 편이다. 면역반응을 확인하는 데 오래 걸 리고임상에투입되는인원과비용 도 엄청나다. 각국 보건정책에 따 라갑작스럽게수요가줄어들수도 있어 시장 전략을 짜기도 쉽지 않 다. 김우주교수는“결국백신은영리 목적보다는공중보건과안보차원 에서중장기적으로정부가공적자 금을 투입해 기반 기술을 갖춰야 한다”며“활용성이큰혼합백신이 나궁극의범용백신이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개발사가 실패를 감당할 수 있도록 정책 자금이 마중물이 돼야할것”이라고강조했다. <이재명기자> 올해맞을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은작년처럼4가가아닌3가로바뀐다. 예방범위가 더적은백신으로되돌아가는건처음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야마가타계통의 바이러스가더이상유행하지않아3가로충분히예방이가능하다고권고했기때문이 다. 환자입장에서야더비싼4가를맞지않아도되니환영할만하지만, 많은돈을들 여다가(多價)백신을개발한제약사는난감해졌다. 통상백신은가수가높을수록더 좋은제품이라는인식이있다.백신에서‘몇가’라고표기된숫자는항원의개수를나 타낸다. 숫자가클수록예방할수있는병원체가많다는뜻이다. 20가가넘는백신도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기점으로백신기술이‘퀀텀점프’를한가운데, 서로다른 여러병을한번에예방하는이른바‘만능백신’이나올거란기대도있다.물론현실적 으론만만치않다. 독감 4가·폐렴구균 30가백신등 가수클수록예방병원체많지만 항원간간섭에가수늘리기한계 코로나때 mRNA 기술상용화로 코로나+독감+RSV 혼합백신등 예방시급한백신선택개발가능 모든병예방 ‘범용백신’ 개발위해 정부자금투입, 기반기술갖춰야 한의료기관에서의료인이폐렴구균백신 주사를놓고있다. <한국일보자료사진>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으로 제조 된화이자(왼쪽)와모더나의코로나19 백 신.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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