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4월 14일 (월요일) D3 기획 2025년4월11일금요일 “만달레이로 가겠다는 운전 기사 가 없어요. 그쪽 호텔은 연락도 안 되 고요.” 미얀마중부를강타한규모 7.7 강진 취재를위해현지출장 가능성을 수소 문하던지난달 29일밤,양곤에거주하 는미얀마인세인은이렇게말했다. 미얀마 제2도시만달레이는지난달 28일발생한지진의직격탄을맞았다.가 장큰문제는‘어떻게그곳에갈것인가’ 였다.평소같으면해외에서만달레이공 항을통해입국할수있었지만지진으로 폐쇄됐다.유일한길은미얀마최대도시 남부양곤에서차로가는것뿐이다. 그러나 계속되는여진탓에선뜻 나 서는사람이없다고세인은전했다. 그 나마 만달레이에서대학을 졸업한 그 는여전히그곳에있는친구들이걱정 되고, 미얀마 상황이한국에도알려져 도움의손길이더많이전해지기를 바 란다는취지로동행을승낙했다. 하루뒤어렵게차량을 구했다는연 락을 받았다. 세인과 운전기사가 내건 조건은단하나,구호차량으로위장해 군부의의심을피하기위해구호 물자 를함께가져가는것이었다.이렇게1일 부터닷새간, 생사의경계를오간미얀 마지진현장취재가시작됐다. 힎힒핂잚슮 캏슲 8시간. 평소양곤에서만달레이까지 차량으로걸리는 시간이다. 그러나실 제이동까지는두배이상소요됐다.수 도네피도취재를위해머문시간을제 외하더라도 14시간 넘게걸렸다. 지진 으로 고속도로일부가 부서지거나아 예끊긴탓이다.두꺼운아스팔트도로 는 종잇장처럼구겨지고찢긴채갈라 져있었다.거대한틈이보일정도로길 이뒤틀려차량진입이불가능한 까닭 에우회해야하는경우도다반사였다. 북쪽으로 향할수록지진과 함께무 너진미얀마 시민들의삶이다가왔다. 네피도부터 만달레이, 지진 진앙에서 가장가까운사가잉까지,눈길닿는곳 마다도무지성한곳을찾을수가없었 다. 건물이완전히옆으로눕거나아래 로 폭삭 꺼진현장에서는 콘크리트와 철근잔해사이로언뜻 보이는신발과 부서진 가구만이그곳에한때사람이 살았음을짐작하게했다. 한여성에게“누구를찾느냐”고묻자 “조카가 묻혀있다”며고개를 떨궜다. 차라리시신이라도 찾아낼 수있다면 다행이라는 말이절로 나올 상황이었 다. 한순간벌어진참사에살았는지죽 었는지조차모르는이들이넘쳐났다.시 내곳곳에는 ‘실종된가족을찾는다’는 현수막이애달프게나부끼고있었다. 건물형태가남아있는곳역시쫙쫙 금이간채위태롭게버틸뿐이었다.행여 또다른지진이찾아올까, 며칠전까지 만해도집에서편히발을뻗고잠들었 을사람들은차라리길거리에서잠드는 것을택했다.만달레이도착첫날,머물 곳을구하지못한기자도붕괴현장옆 공터에차를대고안에서쪽잠을잤다. 여진도 이어졌다. 어렵게구한 호텔 방에몸을뉘이면밤사이몇차례씩묵 직한진동이느껴졌다. 그때마다지난 지진으로 생긴객실 벽금이더넓어진 듯한 착각과 공포심이들어뜬눈으로 밤을지새웠다. 현지정부는강진이후 이달 7일까지규모 2.8~7.5여진이98회 발생했다고발표했다. ” 묾핆뫊몋 혾킺않 ” 핓졶팒몋몮 그러나기자에겐여진보다군정의감 시가더불안했다. 가이드는물론현지 에서만난시민들은 ‘군경을조심하라’ 고입을모았다.군부는미얀마지진피 해상황이외부로알려지는 것을 꺼린 다. 외국기자가취재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어떻게나설지알 수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군부의심장’ 네피도에서검문 은다반사였다.도로주요지점마다검 문소가설치됐다. 군경은 운전기사의 창문을내리게한뒤이동목적을꼬치 꼬치캐물었다.“휴대폰내려요” “노트 북가려요”,세인은하루에도수십번씩 이말을반복해야했다. 만달레이에서도무장군인들이무리 지어순찰을 다니며오가는 사람들을 감시했다. 외국인이붕괴현장에서카 메라를 들거나 시민과 대화하는 모습 은의심을살수밖에없는까닭에겉모 습을위장하기위한 모자와 마스크는 필수품이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반군 이장악한 ‘불교중심지’ 사가잉지역이 나 군부 관심이덜한 외곽에서의취재 가더자유로웠을정도였다. 군부는여전히자국 참상을 감추기 급급한 모양새다. 외국인입국과비자 정책을 담당하는 이민·인구부는 3일 돌연‘모든외국인의관광비자발급을 일시중단한다’고발표했다. 사업차입 국하는건가능하지만,이경우관련비 자와보증회사서류를지참해야한다 고덧붙였다. 정부가외신기자들의취재목적입국 을불허하자상당수가관광비자로들 어왔고,이들을통해자국상황이알려 지면서방문을 차단하기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답지하는 국제사회지원도 ‘입맛대로’친군부지역중심으로보내 고,지진발생이후에도반군점령지역 에공습을가하고있다는소문도돈다. 세인은기자와헤어지며자조하는목 소리로말했다.“미얀마혼자서는감당 할수없는초대형재난이에요. 그런데 군부는수습할능력도의지도없고,오 직권력유지에만 관심이있어요. 우리 가이악몽 같은 상황을 극복할 수있 을까요?지금같은상태가계속된다면, 한세대가아니라그이상지나도지진 피해를복구하기어려울것같아요.” 허경주베트남특파원의 <47>미얀마강진현장취재기 지난달 28일미얀마중부를강타 한규모 7.7 강진은단순한자연재 해를넘어쿠데타군부의무능을그 대로드러냈다.초대형재난에사실 상 손을놓은채, 통제강화와권력 유지에만몰두하며피해를키웠다. 벨기에브뤼셀에본부를 둔 국제 분쟁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 ( ICG ) 의리처드 호시미얀마 수석 고문은 8일한국일보와의서면인 터뷰에서“군부의취약한대응능력 이오히려혼란을 가중하고있다” 며이번지진으로 현지정치지형에 변화가 올 수있다고 내다봤다. 다 음은일문일답. - 힎힒읊핓픎짆퍎잖펞컪 푾 컮뫊헪쁢 . “현재강진현장 수색·구조 활동 은재난으로피해를입은사람들과 이재민을위한구호로전환되고있 다. 가장 필요한 것은 깨끗한 식수 와 음식, 섭씨 40도를 넘는 무더위 와 몬순 ( 장마 ) 을 피할 수 있는 안 전한 대피소, 그리고 의료 서비스 다.이를위해서는국제원조가재난 현장으로 빠르게접근할 수 있는 물류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필 수다.” - 묾헣핂힎힒픒몒믾옪묻헪칺펞 줆픒폂밚 . “군부가 다른 나라에지원을 공 개요청하기는했다. 그러나여전히 반군이장악한사가잉등일부분쟁 지역에서는검문소를통해구호활 동을방해하고있다.정치적계산에 따라원조를통제하고있다는의미 다.외부세계의지원가능성도크지 않다. 군부에대한 서방등다른국 가의신뢰가 낮고 국제원조 자원 도 부족하다. 중동·우크라이나 전 쟁등으로곳곳에서위기가 중첩된 데다,도널드트럼프미국행정부의 국제개발처 ( USAID ) 폐쇄로 해외 지원여력이더욱줄었기때문이다.” - 짆퍎잖많힎힒읊믇쫃많쁳 컿픎 . “미얀마는이번지진으로부터완 전히회복되지못할 수도있다. 오 랜내전으로인프라와사회시스템 이이미붕괴된상황에서,이번재해 는만달레이등중부지역에막대한 인적·물적피해를더했다.재건비용 에수천억달러가들것으로예상되 지만그만한자금이실제투입될가 능성도 낮다. 결국 느리고 불완전 한재건이될것이며,이과정에서많 은사람들이다른지역으로이주할 것이다.이에따른사회·경제·문화적 피해도엄청날것으로보인다.” - 짆퍎잖뺂묾쭎핓힎펞쪎많핖 픒밚 . “미얀마 쿠데타 군부는 국민다 수에게정당성을인정받지못하는 상태다.게다가강진대응과정에서 무능이드러나면서이미지가 더욱 악화하고있다.이번지진은군정의 핵심통제거점 ( 네피도 ) 을 강타했 다. 피해가 군부 내부와 그 주변부 에직접미친만큼대응실패를감추 기어려운상황이다.이는오히려군 정의취약성과 혼란을적나라하게 드러내는계기가되고,정권기반을 더욱약화시킬수도있다.” 하노이=허경주특파원 “휴대폰내려요, 노트북가려요”지진보다 무서운군정의눈초리 “지진구호활동사실상손놓아$ 무능드러난군정흔들릴수도” 리처드호시국제위기그룹고문 초대형재난불구통제만골몰 수습못하면서외부지원막아 만달레이·사가잉·네피도 (미얀마)= 글·사진 허경주특파원 기자일행이탑승한차량에구호물품이쌓여있 다. 양곤에서사전구매해간생필품에만달레이 현지에서만난 개인자원봉사자들이잠시맡긴 구호물품이추가로더해져있다. 어렵게구한동행인이내건조건 “언론숨기고구호차량위장해야” 군부, 지진참상숨기려곳곳단속 만난사람마다“군경조심을”당부 머물곳없어차안에서쪽잠자고 여진공포에뜬눈으로밤새우기도 국제분쟁전문싱크탱크국제위기그룹(ICG) 의리처드호시미얀마수석고문. 호시고문제공 3일미얀마만달레이인근불교중심지사가잉에서한주민이무너진집앞에서도움을요청하고있다. 2일미얀마만달레이의한건물외벽에지진이후 실종된사람을찾는현수막이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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