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4월 25일(금) ~ 5월 1일(목) A10 연천장남면. 봄빛이들판에번지기 시작하는언덕위,호로고루성이묵묵 히서있다. 고구려가서북방을방어 하기위해쌓은세산성중하나로,흙 과돌로다져올린성벽은1500년의 시간을지나지금도강을굽어보며침 묵속에경계를이어간다.이곳은예로 부터여울목을끼고있어병력의이동 이잦았던전략적요충지였다. 오늘날에는평온한산책로가됐지 만성벽아래에는셀수없는발자국 의흔적이고요히묻혀있다. 가을이 면해바라기로뒤덮여‘통일바라기축 제’가열리곤했으나올해는청보리조 차기대하기어렵다. 조용한봄날, 방 문객이드문성벽아래에서이곳을지 켜냈던이름모를이들의침묵과마주 선다. 홍보관을관람한후강줄기를 따라북쪽으로발길을옮긴다. 절벽위, 당포성이날선모습으로 모습을드러낸다. 깎아지른벼랑끝 에자리한이산성은자연지형자체 가요새였던곳. 풍화된절벽을따라 불어오는거센바람속에는말없이세 월을견뎌온시간의울림이실려있다. 당포성은지금도임진강을굽어보며 고요한긴장감을머금은채자리를 지킨다. 차를타고조금더강을따라오르 면세산성중가장낮고조용한은대 리성에닿는다. 내비게이션안내로도 착한의료원장례식장에서당황할무 렵, 돌아서면주차장이보인다. 방어 선끝자락에서감시자의역할을맡았 던이성은작은언덕위숲에가려져 있다.성터는마치끝자락의눈동자처 럼강을응시한다. 북방에서내려오는적을가장먼저 마주했을자리였을지도모른다.한탄 강과 차탄천이합류하는삼각형대 지위에세워진내성과외성의이중구 조는이제희미한흔적으로만남았다. 성벽은사라졌지만,그시선은여전히 흐르는물길위를떠돌고있다. 아직 피어나지못한새싹들이휑한공간을 지키며숲속산책길을안내한다. 고구려의산성을지나도착한고랑 포구역사공원은전혀다른시간의 결을품고있다. 이곳은삼국시대부 터조선후기까지사람과물자가오 가던교통과물류의요지였다. 황해 도와경기도, 개성과한양을잇는수 로망의중심나루였던고랑포는당시 의풍경을재현한역사공원으로다시 태어났다. 박공지붕아래전시관에는전통복 식을입은인형들이옛삶을 되살리 고조운선과나루터구조를입체적으 로구현해한때의활기를생생하게떠 올리게한다.아이들을위한체험관은 밝고활기차지만,그아래에는전쟁과 분단의그림자가조용히겹쳐있다.어 른의시선에도충분히흥미로운이공 간에서고랑포구의과거를가상현실 (VR)로체험해본다. 상상이아닌또 다른 경험으로 시간의강을 거슬러 오른다. 공원을 나와 마주한 길을 건너면 오랫동안닫혀있던철문을지나실제 고랑포 선착장에다다른다. 시간의 흐름이멈춘듯하다. 더이상배가드 나들지않는선창에는물비린내조차 사라졌지만뱃사공의구령과상인의 외침이귓가를스치는울림과잔향으 로남아있다. 한때는군사적통제구역이었지만 지금은신분증을제시하면누구나출 입이가능하다. 철문이열리면안내원 의설명보다감각이먼저말을건다. 강에떠있는나룻배하나, 나뭇가지 에매달린바람으로도이곳에스며든 기억들이전해진다. 고구려의성곽과조선의포구.하나 는국경을방어하던벽이었고다른하 나는생명의흐름을품은통로였다. 하나는긴장이었고다른하나는교 류였다. 서로다른시간과목적속에 서태어난두공간은, 결국임진강이 라는하나의물줄기에서만난다.돌계 단을밟고강바람을맞으며걷는하 루. 시간은흘러가지만강은기억한 다. 잠시그기억을따라건너가보면 어떨까? 당포성. 고랑 포구 역사공원. ‘물을따라걷는기억’ 품은임진강성곽과포구 ● 박 윤정 (주) 민트투 어대 표 프 랑스에서대 학 생활을 하며 유럽 여 행 문화를 익혔 다. 귀 국 후스스로를위한여 행 을 즐 기 겠 다는마 음 으로 2 00 2 년 민트 투 어여 행 사를차 렸 다. 2 0여년 동안맞 춤 여 행 으로여 행 객들의 취 향에맞는여 행 을 디 자인하고있다. 2 0 2 1년 4 월여 행 책 ‘나도한번 은 트레킹페 스 티벌크 루 즈 ’와이 듬 해 6 월 ‘나도한 번은발 트3 국발 칸반 도’를 쓰 고냈다. 임진강은조용히흐르지만, 그물결아래에는켜켜이쌓인시간의 퇴 적이 숨 어 있다. 전 란 과방어, 교류와 소 통의흔적이강을따라이어지며 우 리는그 고요한강가를걷는동안고구려의성곽과조선의포구를거슬러오르게 된다.이길은단 순 한풍경감상을 넘 어오래된역사의결을 손 끝으로 어루만지는여 정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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