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5년 5월 9일(금) ~ 5월 15일(목) A9 연예 “파과의원작소설을먼저봤어요. 소설을 봤을 때 든 생각은‘남들에게 전설로 불리게 됐던 그녀의 수수께끼같 은힘은무엇이었을까’였어요. 그원천이 궁금했고매력으로다가왔죠. 킬러 이야기는 비현실적으로 생각이 됐고 잘 그려지지는 않았어요. 민 감독 님이 영화를 만든다고 제안을 해주셨는 데 제가‘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를 좋아했거든요.‘판타지를 넣어만들려 고하시나’했었죠.” 원작에는 조각이 액션을 펼치는 내용 이 중심을 이루지 않았지만 민 감독이 영화의방향성을액션으로설정한후불 안감이 엄습하기도 했다. 그가 연기한 조각 역은 어느새 60대 노년의 나이에 이르러손도떨려오고간혹정신도흐릿 해지며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가 있지 만 40여 년을 킬러계의 살아있는 전설 로 활약해 온 인물 아닌가. 시간이 흐를 수록 액션 장면은 더 요구됐고 민 감독 의요구도많아졌다. “액션을하다가처음다쳤던장면이이 태원 클럽에서 마약 조직 보스에게 패 대기쳐지는 신이었어요. 상대 배우가 저 를 집어던지고 싱크대에 부딪히는 신이 었는데그장면을찍다가갈비뼈가나갔 죠. 탁 넘어졌는데 숨을 못쉬겠더라고 요. 소파에 드러누워 가만히 있었죠. 그 런데 병원에 갈 수가 있나요. 이태원 촬 영 현장이 2~3일 예약된 상태였기에 그 안에찍어야했죠. 그래서 그냥 계속 찍었어요. 결국 갈비 뼈 하나가 더 나갔죠. 나중에는 몸만 망 치고 영화는 제대로 안 나오면 어쩌나 불안감도들고고독도밀려오더라고요. 잔부상은 계속 입었어요. 조깅신만 찍어 도 발목을 다쳐 정형외과에 가야 하고 바이크신찍다가손목이안좋아져병원 에 갔죠.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이 들다 보니 감정신을 연기하는데 몰입이 방해 됐죠. 감정과 기술의 경계에 서서 정말 쉽지 않았어요. 이번에 민 감독님에게 배운것이많아요.” 이혜영의 액션 촬영 에피소드는 이것 이 끝이 아니었다. 민 감독은 조각의 액 션은 액션 전문 배우에게서 볼 수 있는 힘과 속도가 넘치는 것이 아닌 노쇠한 노인의 몸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액션 을 추구했다. 이혜영은“엔딩신 폐건물 의 원형 경기장 같은 곳에서 반원을 그 리며 낮은 포복으로 오리 걸음을 걷듯 리허설을 완벽하게 해냈었다. 철저한 위 장신이어서 절대 밖으로 머리가 보이면 안되는장면이었고그신에서는내가스 턴트대역보다더훌륭히소화해냈었는 데 아쉽게도 영화에 그 장면을 안 쓰셨 더라”며아쉬워했다. “심지어 손에 불이 붙은 적도 있어요. 가스총을 사용하는 신이었는데 적이 저 에게 총을 쏠 때 제 어깨에서 폭발하는 효과를내려고화약의파편을심어놓은 것이터지면서때마침내손에쥐어져있 던 가스총의 가스에 불이 붙어 손까지 불붙고 말았죠. 그런 일이 있었는가 하 면 김강우 얼굴 위로 칼을 내리 찍는 장 면이 있었는데 김강우 씨 얼굴 앞으로 칼을 휙 꽂았는데 갑자기 날이 확 돌며 생각지 못한 회전을 했어요. 아찔한 순 간이 많았어요. 정말 원없이 액션을 해 본것같습니다.” 민 감독은 제작발표회 당시 노년의 여 성 킬러를 주인공으로 한 파과가 상업 영화로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 마치 기 적처럼 느껴진다고 밝힌 바있다. 부상 투혼도 마다하지 않은 채 강렬한 액션 연기는물론이고세상과단절된채살아 오다가 노인이 돼 조금씩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게 된 조각의 감성 연기까지 완벽하게소화해낸이혜영은파과를단 순히여성서사중심드라마로만규정하 는것은원치않았다. “저는여성서사라는것에대해심각하 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저 한인간 이라는 것과 캐릭터가 가장 중요하죠. 제가 배우를 처음 하던 시절에는 여배우 의 역할은 남자 배우의 상대역에 머물렀 던것이사실이에요. 멜로물이대부분이 었고멜로에적합하지않은여배우는코 믹하거나 센 역할에 사용됐죠. 저 또한 중심에서 밀려나 있던 적도 있고요. 저 는 오랜 시간 상대역이 없는 배우 중 하 나였어요. 그런데 저라는 배우가 살아 남은이유를생각해보면강한여성혹은 독립적 여성의 이미지를 가졌기 때문 아 닐까요? 그런데 제가 이 나이에 상대 남배우로 김성철을만나운이좋게도좋은호흡을 이룰수있었죠. 제가현장에서항상‘뷰 티풀 성철’이라고 부르곤 했는데 정말 어리고 저돌적이면서 청순하고 아름다 운 배우였어요. 조각이 매력적이고 성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는 평까지 받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김성철 배우 덕이었 어요.” 이혜영의 도전은 파과가 끝이 아니다. 헨리크입센원작의연극‘헤다가블러’ 로 13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다. 헤다 가블러는사회적제약과억압속에서자 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다룬 작 품으로 이혜영은 2012년 헤다 가블러 초연당시제49회동아연극상여자연기 상을수상하기도했다. “연극계 산 역사와 같으신 김의경 선생 님이당시헤다가블러에저를캐스팅해 주셨죠. 그때 선생님이‘이혜영이라는 배우가 있기에 이 연극을 할 수 있다. 이 혜영이 있어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해 주셨어요. 그때 헤다 가블러는 내 작품 이라고생각했죠. 유니크함이매력인작 품이고 마치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 각으로했어요. 이번에국립극단에서관 객 분들께 가장 보고 싶은 연극을 투표 했는데 헤다 가블러가 다섯 손가락 안 에들었다고해요. 아주영광스럽게이번 작품의출연을결심했어요. 멋지게해내 보고싶습니다.” 모신정스포츠한국기자 ●영화‘파과’서전설의킬러조각역이혜영 배우이혜영이민규동감독이연출한영화 ‘파과’에서한때킬러계의살아있는전설로추앙받았으나 이제은퇴를종용받고있는 60대여성킬러조각역을맡아 5월극장가를휩쓸고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파과는 2013년출간된구병모작가의동명베스트셀러소설이원작으로바퀴벌레만도못한 인간들을처리하는신성방역에서 40여년간활약해온 60대여성킬러조각과평생그의뒤를쫓은 미스터리한킬러투우(김성철)의필생의대결을그린액션드라마다. 최근서울종로구의한카페에서이혜영과<스포츠한국>이만났다. 파과의타이틀롤을맡아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부터제작보고회, 언론배급시사회및 ‘짠한형’을비롯한유튜브, 예능프로그램등에 출연하며영화의전면에서홍보활동을진행중인그는그어느배우보다유쾌하고매번좌중을 집중시키는에너지가있었다. 무엇보다단 1분의답변도놓치기싫었던이유는그의모든대답이 지나칠정도로솔직하다는데있었다. 그럼에도매번자신을낮추고상대를높이는겸손한태도 또한인상적이었다. “손에불붙고갈비뼈금가며 원없이액션해봤죠”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NjIxMjA=